주역읽기 모임 9회(6.24) 후기 2- 수화기제 괘,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는 철학

작성자이야기밥|작성시간19.07.13|조회수257 목록 댓글 0

1

 지난번 주역 모임에서 두 사람이 수화기제괘가 나왔다. 이 괘의 본질은 무엇일까? 궁금하다.

  작은 습관을 바꾸려고 하는데, 어떻게 될까에 수화기제괘가,

 또 시를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도 수화기제괘가 나왔다. 

 수화기제 괘의 본질을 찾아가보자.

 이 괘의 요지는 "큰 공을 이룬 뒤에도 처음처럼 삼가고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끝까지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객:" 기제괘란 무슨 뜻입니까? 글자 뜻으로는 '이미 물을 건넜다'는 뜻인 것 같은데 말입니다.

주: 그렇습니다. '기(旣)는 이미 그렇게 되었다'는 말이고, '제(濟)는 물을 건넜다는 뜻인데, 여기서는 '이미 물을 건넜다'는 것으로 일이 이미 이루어졌음을 나타냅니다.

객: 기제괘가 일이 이미 이루어졌음을 상징한다면서 괘사에서는 왜 또 '형소 亨小'라고 했습니까?

 주: 여기서 말하는 '형소'는 '여괘 旅卦'나 '손괘 巽卦'의 '소형 小亨'과는 다릅니다. '소형'은 조금 형통하다는 뜻이지만, '형소'는 형통함이 극에 달해 약소한 자에게까지 두루 미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기제'괘의 시기에는 강자가 형통함은 말할 것도 없고 약자까지도 모두 형통할 수 있으며 따라서 '기제괘'의 여섯 효는 양강과 음유가 모두 바른 자리를 얻었습니다. 이에 공영달은 주역정의에서 '이미 모든 일이 다 이루어졌는데, 약소한 자는 형통하지 않다고 한다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일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제는 약소한 자까지도 형통하다고 한 것이다. 약소한 자까지 형통하다면 강대한 자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그러니 대소, 강유가 각기 바른 자리에 있어 모두 제 자리를 얻었도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객" 일이 이미 이루어졌다면 크고 작음을 막론하고 모든 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가 없을텐데, 괘사에서는 왜 또 '정도를 지킴이 이롭다'고 경계했습니까?

 주: '기제'가 무슨 절대적인 안전한 보증수표가 아닙니다. 만약 정도를 지키지 못하면 '기제'는 즉시 '미제'로 반전되고, 그렇게 되면 '처음의 상서로움'도 결국은 '혼란'으로 치닫게 될 것입니다.

객: 처음에는 상서로우나 마지막에는 혼란에 빠질 것'이란 괘사는 큰 공을 이룬 뒤에도 '편안할 때에 위태로워질 수 있음을 생각하는' 자세로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잊지 않고 항상 삼가고 조심해야지 성공의 희열에 도취되어 함부로 날뛰어서는 안 됨을 환기시키는 말이군요.

주: 그렇습니다. '편안할 때에 위태로워질 수 있음을 생각함'과 '시작할 때의 마음으로 끝까지 신중함'은 바로 기제괘의 핵심 사상입니다. 현암사. 912~913쪽


 기제괘의 핵심은 끝까지 초심을 잃지 말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형통함이 작은 부분까지 다 미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무언가 초심을 잃어버렸을 때는 기제괘의 도가 이미 다해버린다는 것이다. 이 우주의 에너지, 시절의 인연을 제대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점을 친 사람들, 작은 습관이나 시쓰기와의 인연이 매우 좋게 돌아가고 있는데, 그 시작을 알리던 때의 에너지를 늘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때의 몸의 에너지를 지금 다시 되살리면서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2

 기제괘에도 여섯 가지의 변수가 있다.

 초구효는 수레바퀴를 (뒤에서)잡아당기고 꼬리를 적시면 허물이 없다.


 기제를 맛보는 이 때에 욕심을 부리고 더 가려고 하면 안됩니다...... 더 욕심을 부리지 말고 가만히 그 자리에 있으면서 기제를 계속 유지하고 기제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죠. 대산주역강의2. 593쪽


 이미 이룬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즐겨야 한다. 이게 기제괘의 핵심이다.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내가 많은 것을 이루어놓았는데도, 그 이룬 것은 보지 못하고 자꾸만 더 욕심을 내기때문에 오히려 즐기지를 못하는 것이다.

초심을 끝까지 유지한다는 것은 달리말하면 초심때의 에너지를 즐기라는 것이다.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 될 때, 기제괘의 운명은 다시 허물어진다.

 

3

 두 번째 변수를 보자.

 육이효는 부인이 그 가리개를 잃은 것이니, 쫒아가지 않으면 7일만에 얻는다.


 이 육이효의 상징이 흥미롭다. 이미 때는 이루어진 때이다. 이루어진 것을 즐기는 사람에게 미덕은 더 새로운 것을 이루려고 어딜 찾아다닐 필요도 없고, 찾아가도 얻을 수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어서, 이루고 나서도 더 욕심을 내니 그래서 오히려 이룬 것도 즐기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기제괘의 핵심은 이미 이루었으니 느긋하게 지금 자신을 즐겨야 할 것이다.

 가리개를 잃어버린 부인은 나갈 수가 없다. 나갈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그냥 좋은 때이니 가만히 있어도 가리개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급하게 나가면 오히려 낭패를 볼 것이다.


 육이효는 문명하고 중정을 이룬 덕을 가지고 위로 양강한 자질과 중정을 이룬 덕을 가진 군주인 구오효와 호응하고 있으니, 마땅히 그 뜻을 행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구오효가 이미 존귀한 지위를 얻었고, 모든 일이 성취된 때라서, 다시 나아가 도모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아래 지위에 있는 현명한 자질을 가진 사람을 구하여 쓰려는 뜻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육이효는 뜻을 행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중정의 도를 어떻게 없애버릴 수 있겠는가? 때가 지나가면 행할 수 있게 된다. 정이천. 1218~1219쪽


 그런데 바로 이런 상태를 나쁘게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 이루어진 때에 나가지를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어찌보면 가장 힘든 일이다.

육이는 중정의 덕을 가진 능력이 있는 부인인데도 불구하고  눈 앞에 일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도 자제하고 감정을 조절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육이는 뜻을 펴고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놓친 셈이므로 유쾌할 수 많은 없지요. 하지만 다행히도 그는 유순하고 중정한 '호인'이어서 대국을 중시하여 자기 감정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4

 기제괘의 세 번째의 변수이다.

 구삼효는 고종이 귀방을 정벌하여 3년 만에 이겼으니, 소인은 쓰지 말아야 한다.


 왜 이런 험한 말이 나오는가.

 

주: 전쟁에서 승리한 '기제'괘의 상황에서 국사를 경영하는 것도 전쟁 못지 않게 어려운 일이죠. 소인을 대우하는 새로운 난제에 부딪히는 것이죠.

객: 전란의 와중에서 소인도 공을 세울 수 있지요. 나라를 위해 공을 세우긴 했지만 조급하고 과격한 소인들에게 전후의 국가 대사를 맡기면 새로운 혼란이 빚어질 텐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주: 효사에서는 '소인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후한상은 주더라도 중요한 직책에 발탁해서는 안 되는 것이 소인입니다.

객: 창업도 어렵지만 수성은 더욱 어렵다는 걸 알겠군요. 수성이란 정말 간단치가 않아서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수 없이 생기므로 조금만 방심해도 큰 화를 부를 수 있습니다. 현암사. 주역. 921쪽


네 번째 변수는

 육사효는 물에 젖는 데에 헌옷을 마련하고, 종일토록 경계하는 것이다.


 배에 물이 들어오는데 헌옷으로 막아야 한다.....또 종일토록 경계하고 두려워하여 태만하지 않으면 환난을 염려하기를 마땅히 이와깉이 해야만 한다.


무언가를 이루고 났을 때는 마땅히 돌아보고 신중해야 한다. 일이 이미 이루어졌다는 건 새로운 모순이 내부에서 싹트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삼가고 두려워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다섯 번째 변수이다.

구오효는 동쪽 이웃의 소를 잡아 성대히 제사지내는 것이 서쪽 이웃의 검소한 제사가 실제로 그 복은 받는 것만 못하다.


 객: 소를 잡아 지내는 제사는 성대한 제사요, '약제 禴祭'는 간소한 제사인데, 제물이 성대하다고 복을 받는 것도 아니고 재물이 소박하다고 복을 받지 못하는 것도 아니며, 중요한 건 제주의 정성이란 말이군요.

주: 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신령에게 매달리며 제사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그 제사는 복을 비는 마음이 우선하게 되지요. 그런 경우에는 소를 몇 마리를 잡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상전>에서는 서쪽의 이웃나라가 간소한 제물을 바치고도 '신령의 복'을 받는 건 '제때에' 제사하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것이 바로 정성의 표현입니다. 예에 의하면 무슨 일이 있어야 제사를 지내는 것이 아니라 제사할 때가 되면 마땅히 제사하는 것이며, 그렇게 하면 제물이 소박하더라도 성대한 상서로움이 끝없이 이어진다고 했습니다. 현암사 주역. 923~924쪽


 -이미 이루어진 때,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때에 나를 초심의 기도하는 마음으로 유지하는 것,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초심을 유지한다는 건, 어떤 설레임을 유지하는 것 아닐까. 그게 바로 즐기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 여섯 번째 변수

 상육효는 그 머리를 적시는 것이니 위태롭다.


주: 존속하고 있을 때에 멸망의 가능성을 잊지 않고, 편안할 때에 위험이 닥칠 수 있음을 잊지 않으며, 기제의 시기에 미제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를 떨쳐 버리지 않는다. 이렇게 항상 경계하며 처음의 마음을 끝까지 지켜 가야 한다는 '기제괘'의 사상은 옛 사람이 우리에게 남겨 준 참으로 값진 유산입니다. 925쪽


5

 정리를 해 보자.

수화기제괘는 나도 여러번 점을 쳐서 이 괘를 만나보았다.

점은 친 사람은, 습관을 묻고 시쓰기를 물었는데, 이 점괘에서는 이미 이루었다고 말한다.

나는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왜 점괘는 다 이루었다고 말하는가?

나도 이런 의문을 늘 품었다.

내가 내 안에 있는 풍선을 바라봐야 한다는 말일까. 내 안에 있는 더 큰 어떤 욕망의 풍선을 터뜨릴 때

이미 내 안에 이루어놓은 긍정의 에너지를 내가 볼 수 있는 것일까?

나를 긍정하는 에너지가 더욱 필요한 때이다. 이미 나는 이룬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나를 즐기지 못하는 것일까?

기도하는 마음도 생기지 않는 것일까?

나도 예전에 이 괘만 나오면 이렇게 되묻곤 하였다.

더 내려가야 한다. 나의 내면 속으로.....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