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읽기 모임 8회(5.27) 후기 3- 화천대유괘, 풍족하게 소유한다는 것의 의미

작성자이야기밥|작성시간19.06.06|조회수204 목록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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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 몸의 에너지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는 화천대유괘가 나왔다.

대유(大有)는 크게 가진다, 소유한다는 의미이다. 무얼 크게 갖는다는 말일까? 또 이 대유의 철학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동양의 철학에서 우리는 이 한 가지 중용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무얼 갖는다는 것, 풍요로운 때를 맞이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런 때 늘 경계하는 지점이 하나 있다.
사람이 무얼 크게 소유하거나, 풍요로운 때를 맞이하면, 권력이나 물질을 갖게 되면, 이 갖는다는 에너지 속에 접어들 때는

허물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늘 교만하거나 아니면 무언가 물질의 풍요는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겸손이나 낮은 자리에 서기가 힘들어서, 늘 허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오히려 풍요의 때를 맞이한 괘의 내용들은 늘 허물을 경계하는 말로 이루어져 있다.


 화천 대유 같은 크게 갖게 되는 때에 대한 효사의 말씀도 그렇고, 뇌화풍괘와 같은 풍요로운 때를 맞이한 사람들에게도 늘 경계하는 지점이 허물을 만들어낼 위험이 있으니, 이걸 조심하라는 것이다.

 이러니 역으로 말하면 무얼 크게 갖고 있으면서도 큰 허물을 만들어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도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질을 크게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아주 낮은 자리에서 소유하지 않는 사람들과 동고동락을 하면서 나누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또한 대단한 사람인 것이다.

 

 많이 갖고 있으면서도 자신은 가진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면서 자기를 부정하고 어떻게든지 더 가지려고 탐욕을 부리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많기 마련이고, 당연히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너무나 쉽게 가지고 있기에 스스로 욕심을 부려 허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아들 몸의 에너지를 물어보았는데, 화천 대유괘가 나왔다. 도대체 이 괘와 아들 몸의 에너지를 물어본 점괘는 어떻게 같이 가야 하는가? 어려운 문제이다.

 하여튼 이렇게 물었으니 여기에 대한 철학적인 성찰을 해 보긴 해야 할 것이다.


2

 대유괘에 대해 서괘전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들과 연대한 후에는 사람들이 반드시 모여들므로, 대유괘로 받았다." 사람들과 연대하는 것은 모든 것이 모이는 것이기 때문에 풍족한 소유를 상징하는 대유괘가 동인 괘 다음이 된다. 327쪽


 하늘에 밝은 불이 떠 있으니 모든 군중을 비춰주는 모습이다. 그러니 풍족한 소유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화천대유괘는 아래로부터 양양양양음양의 순서로 되어 있다.

 다섯번째만 음이고 나머지는 다 양이다.  다섯번째 군주의 자리만 음이다. 이 하나의 음효가 군주의 자리에 있는데, 여기서는 무능한 군주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군주가 오만하지 않고 부드럽게 높은 지위에 자리하고 있어 주변의 온갖 양들이 함께 호응해 온다는 것이다. 하나의 음효가 주변의 강한 양들을 다 끌어 모으는 모습인 것이다. 부드러운 군주가 갖고 있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느끼게 하는 모습이다.


 풍족한 소유는 크게 형통하다.

大有, 元亨.

 

 크게 형통하다는 말의 스케일을 알아야 한다. 만물이 다 나의 소유가 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이건 사사로운 소유의 경지를 넘어설 정도로 어떤 우주적인 스케일에서 존재를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한 작은 소인인 사람들에게 크게 형통하다는 괘가 나오면 그것은 과연 감당하기 쉬운 것일까? 사실은 엄청난 숙제를 주는 것이다. 나의 스케일을, 나의 철학을, 내가 존재를 보는 관점을 더욱 크게 가져야 한다. 우주적인 대칭성에서 존재를 봐야 한다. 그저 크게 소유한다니까, 만사가 다 내 것이 되고, 일이 잘 풀리겠구나,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런 정도에서 화천 대유괘를 본다면, 그런 사람은 곧 허물을 만들어내고 말 것이다. 화천대유괘의 핵심은 허물을 만들어내지 말라는 경계의 말에 있다. 결코 쉬운 말이 아니다. 허물을 만들어내지 않는 경지로 내 삶을 살아가려면 아주 많은 철학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서괘전에서도 "다른 사람과 화합, 협심하면 만물이 반드시 나에게로 돌아온다. 與人同者, 物必歸焉"고 한 것이다.


 엄마가 아들을 생각하면서 점을 쳤다. 아들 몸의 에너지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엄마가 물었다. 이런 점은 도대체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하는 걸까? 나도 어렵다. 엄마가 바라보는 아들 몸의 에너지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엄마는 아들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걸까. 엄마가 아들을 화천대유괘의 관점에서 볼 때, 아들 몸의 에너지도 엄마의 시선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아들의 문제가 아니라, 엄마의 문제로 일단 투사를 해 봐도 좋을 것이다.

 존재는 내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과 내가 보는 모습대로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화천대유괘는 엄마가 바라보는 관점이라 해도 좋고, 엄마가 바라보는 관점대로 아들도 그렇게 세상을 살아갈테니, 곧 아들 몸의 에너지로 봐도 좋을 것이다.

 

 사람은 다 자신이 세상을 보는 눈의 필터가 있다고 한다. 이것이 현대 철학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는 보이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전혀 안 보이는 것이다. 똑같이 어떤 공간에 있다 나오더라도 보는 분야가 다 다르다. 어떤 사람의 눈에는 이것이 보이고, 어떤 사람의 눈에는 저것이 보인다.

 아들을 이렇게 봐야 할 것이다. 화천대유 괘의 관점에서.

 지금 아들은 아주 스케일 크게 우주를 다 가질 정도의 에너지인데, 그런데 이런 때일수록 오히려 허물을 만들어내기가 쉬운 것이다. 그러니 화천대유괘가 나오면, 앞서도 말했지만, 다 갖는 때이긴 한데, 허물을 경계해야 한다.

 

3

 크게 형통한 괘에서 초구효를 보자.

초구효는 해로움과 관련되지 않으니, 아직 허물이 있지 않으며 어려움을 알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332쪽


 점을 친 사람은 1.2.5 효가 동하였다. 이 첫 효가 동하였으니 주의깊게 봐야 한다.

 

 비록 낮은 자리에 있고 어린 상태여서 크게 남이 질투를 받고 허물이 있을 때가 아니나, 그래도 크게 갖는 때를 맞이했으니 "교만하고 사치스런 마음을 갖지 않고 신중히 처신을 해야 한다"(주역. 현암사. 255쪽)는 것이다.

 

 다시 또 

구이효는 거대한 수레가 무거운 물건을 실은 모습이니, 나아갈 바가 있어서 허물이 없을 것이다. (333쪽)


  여기서 한 가지 경계의 말은

 육이효는 아주 재능이 있어, 허물이 없는 상태이다. "거대한 수레가 무거운 물건을 수레의 중심에 실어서 무너지지 않으니, 마치 구이효의 재능과 역량의 강함이 풍족한 소유의 시대의 소임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334쪽)

 엄마는 아들을 이런 눈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 이렇게 믿어야 한다. 그러면 아들도 믿음만큼 살 것이다. 그러나 아들의 관점에서는 이 점 또한 잘 사유를 해야 한다.


 그런데 "성대함이 극한에 이르면 일을 진행해 나갈 수가 없다"는 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좋을 때가 오히려 더 어려운 것이다. 이미 허물이 생겨서 엎질러진 물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점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면 좋겠다. 아직 어린 나이의 아이니, 만약에 허물이 생긴 것이라면, 오히려 인생에서 그런 허물이 더 큰 교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주 치명적인 실수만 아니라면 상관이 없다. 허물이 없을 수가 없다. 성장의 과정에서는.

 그러나 역시 철학을 해야 한다. 엄마가 아들을 위해서 쳐 준 화천대유괘의 철학을 아들이 만약에 깊이 있게 사유하면서 읽을수만 있다면 참 좋겠다. 그러나 아직 어리고 젊은이들은 이런 말들이 매우 추상적으로만 들릴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한번 읽혀보는 건 나쁘지가 않을 것이다.


 그럼 구삼효는 어떤가. 화천대유괘의 본질은 허물이다.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허물을 만들어내기 쉬우니. 가진 사람의 인생은 허물과의 싸움인 것이다.


 구삼효는 공이 자신의 부를 써서 천자를 형통하게 하니, 소인은 가능하지 않다.


 "구삼효는 풍족한 소유의 때에 제후의 지위에 자리하여 그 풍성한 부를 소유했더라도 이를 반드시 천자를 형통하게 하는 데에 써야 하니, 자신의 소유를 천자의 소유로 여기는 것이 곧 신하의 상도로서의 의리임을 말한다. 소인이 이런 경우에 처했다면 풍성한 부를 전유하고 사적인 것으로 생각할 뿐이지 자신을 공적인 존재로 여기고 윗사람을 받드는 도리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소인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다."(335쪽)


소인이 감당하기 힘든 소유의 때가 올 것이다. 내가 보기에 지금이 그런 때인지도 모르겠다. 소인은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만을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람과 나눌 줄 알아야 하는데, 이러지 못하니 오히려 위험한 것이다. 소인이라고 할 때 무슨 대단한 깨우침이나 학식을 말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사사로운 이익에 얽매이는 사람, 눈 앞의 작은 이익에 얽매이는 사람이 소인인다. 이런 소인들은 크게 갖는 때에 오히려 자신만의 이익을 생각해서 결국은 큰 허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정치의 앞에 나서서 권력을 쥐게 되면 큰 허물을 만들어 낸다. 우리들은 박근혜 정권에서 이런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왔다.

여기에서 큰 교훈을 얻어야 하는데.......


 구사효는 지나치게 성대하지 않으면 허물이 없다고 하였고

육오효는 믿음을 가지고 서로 교류하니, 위엄이 있으면 길하다고 하였다.


 육오효가 이 괘에서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점을 친 사람도 5효가 동하였다.

 풍족한 때에 군주는 위엄이 있어야 한다. 음의 자리에 앉은 군주이기 때문에, 유하고 부드럽고 포용력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위엄을 잃지는 말아야 한다. 풍족한 때에는 사람들도 다 허물을 만들기 쉬운 때이니 군주 자신은 위엄을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엄마가 점을 쳤는데, 1,2,5 효가 동하였다. 세 효가 동하였다. 여섯 개 가운데 셋이나 동한 것이다. 난동이라고 까지 할 건 아니지만, 꽤 많이 동하였다. 점을 친 사람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아들 문제를 냉철하게 직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져야 한다. 우왕좌왕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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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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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꽃다리 | 작성시간 19.06.07 풍족한 소유는 크게 형통한다. 이 글의 의미가 깊이 와 닿습니다. 후기를 읽기 전에는 좋은 것인 줄만 알았습니다.
    과학은 자연의 진리지만
    주역은 살아가는 진리이네요. 지금 우리가 봐도 무릎치는 말에 놀랍기만합니다. 자세하게 올려주신 후기 덕분에 정리와 이해에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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