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꿈의 백화점은 바로 세 번째 제자가 세운 것이었다. 이 점이 매우 흥미롭다.
"실제로 매일 밤 꿈을 꾸는 우리들 모두, 먼 옛날 세 번째 제자가 세운 '꿈 백화점', 그리고 대대로 그의 가게를 물려받은 후손들과 지금의 달러구트까지 이 모든 것들이 살아있는 증거였던 것이다. 24쪽
-판타지 작가들은, 저 세 번째 제자의 후손들이라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2.
공간 묘사가 흥미롭다.
"신발을 신지 않고 다니는 것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잠든 손님들이 대부분 신발을 벗고 오기 때문에 길거리도 실내처럼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이 당연했고, 언제부턴가 주민들도 잠깐 외출할 때는 양말한 신고 다니기 시작했다.
다만 대대로 신발을 만들어 팔던 레프라혼 요정들은 때아닌 위기를 맞았다. 사람들이 새 신발 대신 새 양말을 사는 빈도가 늘어나자 요정들의 신발 가게는 자연스럽게 매출이 떨어지게 됐던 것이다.
그때 레프라혼 요정들은 과감하게 꿈 제작 사업에 뛰어들어서 사업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37쪽)
- 꿈 마을의 원주민들이 있고, 이들도 꿈을 꾼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이 꿈을 꾸면서 이 마을로 들어간다. 이들은 꿈 마을의 원주민들에 비하면 일종의 외부 사람들이라 할 수도 있겠다. 이 꿈마을의 원주민들 가운데는 동물도 있고, 요정도 있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 동물, 요정들이 다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바로 꿈의 공간이라 할 수도 있고, 신화의 공간이라 할 수도 있다.
<돌 씹어 먹는 아이>에 나오는 '혀를 사왔지'하는 작품이 있다. 동물들이 온갖 물건을 내놓고 판다.
회색 고양이는 온갖 눈썹을 늘어 놓고 판다. 말을 뼈를 팔고 있다. "넌 무릎에 뼈 조각 몇 개를 더 넣으면 꽤 큰 키가 될 수 있어. 손가락도 짧군. 조금 긴 뼈로 바꿔 끼워 봐."(9쪽) 이런 말도 한다. 모두가 꿈 속의 공간이다.
붉은 파라솔 아래에서 귀를 팔고 있는 아이도 있다. 원숭이 두 마리는 꼬리를 판다. 그리고 어떤 당나귀가 혀를 팔고 있다. 아이는 혀를 사왔다.
꿈의 공간은 아이, 동물, 요정들이 모든 걸 다 판다. 그런데 인체의 부분들을 내 놓고 판다. 우리는 꿈에서 사람의 인체의 일부가 자라고 없어지고 줄어들고 하는 꿈을 아주 많이 꾼다. 이런 꿈들이야말로 상징 에너지가 아주 크고, 이런 부분들은 아주 흔한 꿈의 소재인 것이다.
다시 꿈 백화점에서 요정들의 캐릭터가 흥미롭다.
"하늘을 나는 꿈이야 늘 매진이죠. 그런데 그거 알아요? 레프라혼 요정 놈들이 얼마나 영악한지! 난 말이에요. 원래 신발만 만들던 꼬맹이들이 꿈 사업에 갑자기 뛰어든다고 할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가끔 두 발이 납덩이처럼 무거워져서 꼼짝도 못하는 꿈을 박스에 섞어서 보낸다니까요. 그런 게 뭐 장사 수완이라나. 그렇게 해야 꿈값을 더 받을 수 있다고 하지 뭐예요. 내가 몇 마디 했더니 글쎄, 자기들만 날아다니는 꿈을 만들 수 있으니 물건 끊기고 싶지 않으면 참견하지 말라더군요. 나 원참, 어이가 없어서!" 50쪽
-작품에는 늘 이런 어둠의 내면을 가진 인간들이 꼭 있어야 한다. 악역을 자처하는 인간들이 스토리에 긴장을 주고 흥미를 준다. 이 작품에는 이런 캐릭터들이 조금 부족한 점이 있다. 꿈의 세계에서는 이런 악역을 맡은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꿈제작자들이 모두가 선할 수많은 없을 것이다.
특히 이 작품은 꿈백화점이라고 해서, 지금 자본주의 교환 시스템을 그대로 가지고 왔다. 매출의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3.
꿈 백화점은 꿈을 주제별로 나누었다.
옛 친구를 만나는 꿈은 2층 추억코너에서 판다. 몰디브에서 3박 4일 휴가 보내는 꿈은 들어오자 마자 다 팔렸다. 오감이 번쩍 야릇한 꿈은 청소년들이 우르로 몰려와 다 사갔다. 41쪽
1층은 아주 고가의 인가상품, 또는 한정판, 예약상품들만을 소량 취급하고, 2층은 좀더 보편적인 꿈들을 판매한다. 평범한 일상 코너, 소소한 여행이나 친구를 만나는 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꿈.....
3층은 야릇한 꿈 시리즈를 판다. 그래서 분위기가 들떠 있다. 자유분방하다. 앞치마도 각자의 입맛대로 리폼해서 입고 있다.
획기적이고 액티비티한 꿈들이 모여 있는 3층 손님의 한 예.
"전 주목받는 꿈을 꾸고 싶어요. 세상이 제 중심으로 돌아가는 내용이면 더 좋고요. 지난번에는 학교 축제에서 끝내주게 랩을 해서 전교생이 제 사인을 받고 싶어하는 꿈을 꿨는데, 힙 해지는 기분이었어요."(49쪽)
4층은 낮잠용 꿈을 판매하는 곳이다. 얕은 잠을 자는 동물이나 온종일 잠만 자는 아이 손님들이 많단다. 51쪽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꿈을 못 사게 하는 손님들이 있다.
" 왜 못 사게 하는 거예요?"
.....
"지금 잡생각이 많으신 것 같은데 꿈은 다음에 구입하시는 게 어떨까요? 꿈의 선명도가 떨어진답니다. 이럴 때는 그냥 숙면 하시는 게 좋죠. 외람된 말씀이지만 제 경험상 손님의 경우에는 99% 꿈을 꾸는 도중에도 잡생각이 끼어들거든요. 전혀 다른 내용이 되어 버려요. 옆 골목에서 파는 양파 우유가 굉장히 고소하답니다. 숙면에도 도움이 되시죠. 드시고 푹 주무시는 게 좋겠어요."(43~44쪽)
"방금 그 손님에게는 왜 꿈을 팔지 않으신 거죠?"
.....
"이 층에 있는 모든 꿈은 내가 하나하나 직접 검수해서 들여온 최상의 작품들이야. 난 이렇게 좋은 꿈들을 손님들이 멋대로 사가서는, '에이 개꿈이네'하고 불평하는 소리가 제일 듣기 싫어. 반드시 기억해둬. 아무한테나 팔면 꿈값을 못 받아."
페니는 외부에서 온 손님들로부터 후불로 꿈값을 받는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자세한 것은 몰랐으므로 알아듣는 척 고개만 끄덕였다. 45쪽
-아하, 꿈이 선명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리고 기억이 거의 나지 않을 때도 많다. 잡생각이 많을 때인가? 잡생각이란 말을 좀 더 확장해서 생각해봐도 좋겠다. 현실에 모든 심리 에너지가 다 쏠려 있어서, 내면 무의식으로 가는 에너지가 바닥을 칠 때는 꿈도 꾸지 못하고, 기억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문제 또한 매우 중요하다. 판타지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각박한 현실의 문제에만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은..... 달리 말하면 과거나 미래의 시간에만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고, 그림자의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이런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꿈은 필요한데, 먼저 꿈보다 숙면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어떻게 봐야 할까?
인생에서 전환점이 되는 그레이트한 꿈이 있다고 한다. 이런 꿈은 악몽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의미로 긍정적인 꿈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꿈을 사람들이 개꿈이네 하고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냥 지나치는 것이다.
4
주문 제작을 해 놓고 나타나지 않는 손님 이야기도 흥미롭다.
"주문 제작으로 예약해 놓고 제시간에 자러 오지 않은 손님이 있었던 거야. 시험 기간이라나 뭐라나. 밤을 꼴딱 세웠다지? 예약해 놓고 가져가지 않은 꿈도 5층으로 오거든. 난 이걸 여기 숨겨 뒀다 퇴근할 때 몰래 가져갈거야."(57쪽)
일종의 노쇼 손님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시간에 잠을 자야 하는데, 잠을 자지 않거나, 잠을 자지 못해서 나타나지 못하는 손님들. 이것도 흥미로운 발상이다.
한 예로.
"공모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무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아요. 남들은 다 머리가 반짝거리는 것 같은데 저만 멍청이가 된 기분이에요. 벌써 나이는 이렇게 먹어버렸고 할 줄 아는 건 별로 없는 데 하고 싶은 일이 포기되지 않아요."(68쬭)
이런 사람에게 필요한 꿈은 과연 무엇일까?
5
꿈 백화점의 결제 시스템도 흥미롭다.
"금고는 어느 부잣집 지하 1층의 거대한 조미료 창고 같았다. 맞춤 케이스 안에 들어 있는 유리병들이 수없이 많이 있었는데, 내용물의 색깔은 모두 조금씩 달랐다. 신비로운 청록색, 눈부신 상아색도 있었고 피처럼 검붉은 색도 있었다. 페니는 유리병 안에 얇게 깔린 검붉은 액체가 어딘가 소름 끼친다고 생각했다.
금고 안에는 "또옥, 또옥" 하고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페니는 이 색색의 액체들이 손님들로부터 지급되는 꿈값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신기했다.
.... 유리병에는 '설렘'이라고 적힌 라벨이 붙어 있었고, 안에 들어 있는 액체는 솜사탕처럼 연한 핑크색이었다. (73쪽)
- '손님들은 꿈을 꾸고 난 후에 느끼는 감정의 딱 절반을 요금으로 지불하게 되어'있단다. 감정이 풍부한 손님에게 팔면 꿈값을 많이 확률도 높아지고. (71쪽)
꿈값을 지불한다는 건, 자고 나서 감정을 나누어 주는 것(84쪽)이다. 꿈값은 감정의 색깔로 정해지는 걸로 되어 있다. 일종의 액체로 상징하고 있다. 감정은 액체이고, 어디로든 흘러가는 개념이다. 감정의 흐름이 중요하다. 고체가 아닌 액체의 개념이다. 설렘은 연한 핑크색을 띠고 있다. 이 유리병을 가지고 은행에 가면, 이 감정에 값이 매겨져 있다.
"소고기 햄버거 세트가 1고든인데 성취감 한 병이 200 고든까지 치솟다니! 대체 누가 남의 성취감을 큰돈 주고 사서 대리만족하는 거야? 작년에 사재기해놨으면 지금 시원하게 퇴사하는 건데!" 누군가 한탄했다. (77쪽)
-꿈을 꾸고 나서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어떻게 다양하게 나뉠수 있을까? 기존의 가치관과는 다른 특별한 감정의 액체는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이 작품은 이런 상상력을 부추긴다. 판타지 작품은 또 다른 판타지 작품을 낳는다. 변환체계가 가능한 발상을 자극하는 것이다.
꿈과 감정의 색깔, 액체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겠다. 흥미로운 주제이다. 스피노자가 생각난다.
6
꿈을 선택할수 있을까?
"웨더 아주머니, 곧 201번 손님이 오실 것 같아요."
"오, 그렇구나." 웨더 아주머니가 눈꺼플 저울을 힐끔 쳐다봤다.
"다행이에요. 매일 매일 오시다가 어제는 갑자기 안 오시기에 조금 걱정했거든요."
페니는 201번 눈꺼플 저울을 보면 흐믓하게 미소를 지었다. 눈꺼플은 완전히 잠겨 있고 저울의 눈금을 '램수면'을 가리키고 있었다.
페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201번 단골손님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페니와 웨더 아주머니가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손님"
"안녕하세요! 오늘도 같은 꿈 꾸려구요. 요즘에 꾸는 꿈이 마음에 들어서요."
"네. 지금 3층이 복잡해서 찾기 힘드실 거에요. 제가 가져다드릴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83쪽)
-꾸준히 잘 팔리는 스테디 셀려 꿈들이라면, 어찌보면 이 꿈들이 전형적인 꿈들이라 할 수 있을까? 이 전형적인 꿈들의 내용부터 점검을 해 보는 작업이 필요하겠다. 꿈 판타지를 쓰려면....
스테디 셀러 꿈의 내용은 이런 것이다.
"포장지 리본에는 제작자인 키스 그루어의 이름이 깨알같이 인쇄되어 있었다. 모르는 게 없는 소식통인 아쌈에 따르면, 그는 실제 연애에는 재주가 없어서 100번도 넘게 실연을 당했는데, 그때마다 삭발을 하기 때문에 머리를 기른 것을 아무도 못 봤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실연을 당할 때마다 상품의 퀄리티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었다."(84쪽)
7
꿈은 꿈일 뿐일까? 이 점에 대해 페니는 계속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좋아하는 사람의 꿈을 꾸는 상품만 계속 사가는 201번 손님에 대해서 페니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달러구트에게 질문을 한다.
"좋아하는 사람의 꿈을 꾸는 건 처음 몇 번만 좋을 것 같아요. 계속해서 좋아하는 사람의 꿈을 꾸다보면 마음만 커지고, 결국은 속앓이를 하게 되니까요. 계속 꿈만 꾸려고 한다는 건....."
페니는 잠깐 생각하느라 뜸을 들였다.
"맞아요! 계속 꿈만 꾼다는 건 실제로 현실에서는 진전이 없다는 뜻이잖아요?"
페니는 이제야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마음이 답답해진 이유를 깨달았다.
"페니, 201번 손님과 같은 외부 손님들이 평소에 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니?"
"그럼요. 공부했어요. 무의식, 자기 자신의 무의식이 꿈으로 나타나는 줄로 알고 있죠."
"그렇단다."
"그래서요?"
페니는 대화의 흐름이 단번에 이해되지 않았다. 아둔한 직원으로 보이고 싶지 않앗지만, 그보다 궁금함이 훨씬 컸다.
"손님들은 잠에서 깨면 우리 가계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너도 알 거다. 그렇기 때문에 간밤에 꾼 꿈이 자신의 무의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들로서는 최선의 해석이지. 네가 손님이라면 어떻겠니?"
"꿈에 자꾸만 신경 쓰이는 사람이 나오면, 점점 무의식도 그 사람을 향해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 같아요."
페니가 자신 없게 말했다.
"그러지. 그리고 충분히 시간이 지나면 확신하게 된단다.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말이다."
"그러니까 말이에요. 그것만으론 사랑이 시작되지 못하잖아요. 꿈은 꿈일뿐인데....."
폐니는 짠뜩 들떠서 꿈을 사 가던 여자 손님을 떠올리자 마음이 아렸다. 하지만 달러구트의 표정은 여전히 밝았다.
"좋아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부터 사랑이 시작되는 거란다. 그끝이 짝 사랑이든, 두 사람의 사랑이든, 우리의 역할은 그걸로 충분하단다."
"짝사랑이 아니면 좋겠어요. 너무 슬프잖아요."
"네 말대로 꿈은 꿈일 뿐이잖니? 현실의 그녀를 믿어보자꾸나."(87쪽)
-꿈마을 원주민과, 꿈을 꾸어서 들어가는 외부 손님과 현실의 그녀 이 세 주체 간의 서로 밀고 당기는 감정의 밀당이 스토리의 재미도 있는데, 아주 소소한 재미는 따로 있다.
이 작품에서 현실의 그녀에 대한 정보는 이렇다.
"여자는 꿈이 여운을 그대로 간직한 채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분명 설레고 있었다. 하지만 샤워기의 차가운 물이 몸에 닿는 순간, 그녀는 순식간에 냉정을 되찾았다. '혼자서 이게 무슨 주책이야?'
여자의 설레이는 마음이 사라지기 직전, 꿈 백화점 1층 로비의 프런트에서는 알림음이 울렸다.
띵동
201번 손님께서 요금을 지불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나오는 꿈'의 값으로 '설렘'이 소량 도착했습니다. 88쪽
꿈을 꾸고 내 감정이 출렁였을 때, 내 감정만큼 저 꿈마을 백화점에 감정의 액체가 꿈값으로 지불된다고 생각하면 꿈 꾸는 과정 자체가 새롭게 느껴진다.
이후. 이 꿈으로 인해, 변하는 현실의 그녀(정아영)의 연애 스토리가 이어지는데, 재미가 있다.
이 연애사에 달러구트가 개입을 한다.
첫째는 헤어진 여자가 나오는 꿈을 달라고 주문했던 남자 이야기. 남자의 심리 변화를 말한다. 처음에는 헤어진 애인 꿈을 꾸다가 울면서 깼는데, 나중에는 괜찮아졌다. 그런데 최근에 다시 이 꿈을 꾸고 있다. 이 대목에서 내용이 흥미롭다.
"그런데 왜 제가 최근에 이 꿈을 다시 꾸고 있는 거죠?"
"손님이 저에게 부탁하셨어요. 이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도 될 것 같은데, 정말 괜찮은지 확인해보고 싶다고요. 그래서 제가 '옛 애인이 나오는 꿈'을 추천해드렸죠."
"그랬군요."
"그리고 손님은 계속해서 꿈값을 지불하지 않으셨어요. 꿈에 옛 여자친구가 나와도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는 뜻이죠."
"그러니까 저희는 꿈값을 몽땅 날린 셈이랍니다."
웨더 아주머니가 거들었다.
"들으셨죠? 그러니까 손님께는 이제 이 꿈을 팔 수 없습니다. 어차피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하실 테니까요."(93-94쪽)
이러면서 달러구트는 이 청년에게 설렘 한 잔을 준다. 이 점에서 달러구트는 마법사이다.
<몬스터 콜스>에서 마법사가 나온다. 주목정령이 몬스터로 나오는데, 이 몬스터는 일종의 마법사다. 주인공 코너의 마음에 변화를 가져오는..... 한 인간이 변화의 때가 무르익었을 때 전령관이 나타난다고 한다. 전령관이기도 하다.
꿈을 꾸면서 감정의 흔들림을 계속 겪다 보면, 꿈값을 계속 지불하다 보면, 내가 지불한 만큼 꿈 백화점의 주인인 달러구트와 같은 전령관, 마법사가 내 삶에 어떤 에너지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