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석에 박한이가 들어서면 제일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우습게도 지금 롯데에 코치로 가 있는 성준이 떠오른다
"성준"
그는 86년도에 데뷔했다. 데뷔첫해에 커리어하이인 15승에 방어율 2.36의 놀라운 성적으로 일약 삼성의 마운드의 핵심으로 떠오른다.
데뷔초만 해도 수준급의 구속을 가지고 있는 깔끔한 정통파 투수였다. 통산 97승에 통산 방어율 3.32로 요즘 야구보는 분들의 생각보다는 수준급의 투수였다
구속이 느려지면서 기교파로 변신한 성준은 공이 어찌나 느린지..
해설자가 공중파해설에서 공에 파리앉는다는 말을 할 정도 였다
하지만 타자들이 그 공을 잘 치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선수생활 말년인 93년에 12승 94년에 14승 했을 정도니까 그가 얼마나 수싸움에 능한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라 하겠다
특히 롯데에게는 엄청 강해서 롯데선수들은 성준만 보면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롯데에 유독 강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인연인지 몰라도 선수생활의 말년은 롯데에서 보내고 지금도 롯데에 코치로 있는걸보면 참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하지만 성준하면 떠오르는 전설적인 이미지가 있으니 ...
무엇보다도 그놈의"인터벌"이었다
성준이 남긴 인터벌에 관한 일화는 무수히 많은데 ....
포수싸인 8번 연속 거절하기(포수가 더이상 싸인낼 공이 없어 포기)
유지현 선수에게 14번 연속 견제구 던지기 (14번 덜덜덜)
1이닝 45분 무실점의 신화(45분동안 공격하면서 한점도 못낸 상대팀 심정도 참..)
롯데시절 한화전에서 마무리로 나와서 거의 10분만에 던진 초구를 안타맞았지만
좌익수 전진수비로 집중력잃은 주자 홈에서 아웃..공한개로 안타맞고 세이브하기
삼성시절 구원으로 나와서 몸풀고 주자견제하고 해서 ..올라온지 17분만에 초구던지기
등등 ..성준이 남긴 일화는 가히 인터벌의 레전드라 할만하다 .크크크
성준 이야기는 담에 더 자세히 하기로 하고 ..
박한이 인터벌로 상대팀 팬들이 짜증내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난 박한이를 보면 성준 코치 생각이 나서 웃음이 난다
만약 성준이 박한이와 동시대 사람이라서 둘이 맞붙는다고 상상해보자...
1이닝 45분 무실점의 신화 성준...
(정말 상상이 안되는 기록이죠 덜덜덜 성준땜에 프로야구 투구시간 제한이 생겨났다는)
타격 준비시간만 20초 걸리는 박한이 ...
(6구까지 간다면 타격준비시간만 2분이 걸립니다 크크)
성준 ..타석에 들어서는 박한이를 언제나 그랬듯이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박한이.. 투수를 한번 슬쩍 쳐다보고 타석에 들어서면서 예의 동작을 시작한다
헬멧을 벗어 코 아래부분에 대고 밀어올린다.. 코등이 까지도록..
장갑밴드부분의 찍찍이를 뜯어 두번 땡기고 화려한 손동작을 한뒤에 손 바꿔서 같은 동작을 되풀이 한다
성준 ..그모습을 보면서 언제나 그렇듯이 아무 표정이 없다
이윽고 박한이... 준비동작이 끝나고 베팅자세에 돌입한다
하지만 성준 ..아직 투구 준비자세도 안 들어갔다
박한이..잔뜩 웅크린체 투수가 던지기를 기다리다 호흡이 흐트러져 타임을 요청한다
박한이.. 타석에서 벗어나서 예의 그 20초짜리 동작을 시작한다...
성준... 1루 주자한번 쳐다보고 덕아웃을 훝어본뒤에 고개를 돌려 센터에있는 전광판을 두번 바라보고 1루관중석 한번 쳐다보고 비로소 포수에게 눈을 돌린다
박한이....성준이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할일(?) 다한다
박한이...타석에 들어선다
성준 ...쳐다볼거 다 봤는지 드디어 셋포지션에 들어간다
순간 리드하는 1루주자가 눈에 잡힌다
성준 ..발풀고 주자견제 들어간다 그것도 느릿느릿...
박한이..타석에서 벗어나 예의 그 멍청한(?) 표정으로 다시 복잡한 세레모니에 들어간다
성준..박한이가 그러건 말건 아무 관심도 없고 역시 볼거 다본다
(난 아직도 궁금하다 투수가 대체 전광판을 왜 보는걸까? 그것도 고개를 뒤로 돌려서...)
이러한 상황은 성준이 주자 견제를 두번 더 하면서 박한이도 역시 두번 더 헬멧을 벗었다
아직 1구도 안 던졌는데 시간은 5분이 흘렀고 관중들은 매점갈사람 가고.. 화장실 갈사람 가고..일부는 휴대전화기를 꺼내든다. 이윽고 성준 ..셋포지션뒤에 1구를 던진다
115키로짜리 바깥쪽 낮은 직구 ...
성준으로선 드물게 구사하는 빠른직구다
아무래도 1루주자가 신경쓰여 빠른직구를 던질 수 밖에 없다
볼이다...
바깥쪽 빠지는 볼이지만.. 심판 본능적으로 손이 움찔거린다
이번엔 너무 빠졌다
다음엔 웬만하면 스트라익 잡아주리라 생각하고 심판 땀을 닦는다
이런 과정을 반복한뒤에 드디어 투쓰리 볼카운트 ..6구째를 앞두고 있고
시간은 어느듯 30분이 흘렀다
대기타석에서 준비하던 박석민은 그새 덕아웃에 두번이나 들어갔다 나왔다. 드디어 6구째 ..118킬로짜리 광속구가 타자의 키높이로 날아오지만 심판손은 공이 포수미트에 닿기도전에 올라간다 ..
스트라~~~~익.... 모두의 간절한 바람을 안고 날아간 공이 배트끝에 스친다.
파울 !!!
순간 대기타석에 있던 박석민 ..가르시아 무릎치기로 방망이 두동강 낸다
1루주자 신명철은 1루 베이스를 깔고 1루수와 함께 나란히 앉아 있다
끊었던 담배한대 생각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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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이를 바라보던 롯데마무리 최향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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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마운드에 오를수있을지...기약없는 등판에 가슴한편이 아려온다.
엠팍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