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둑의 독백
달빛 어스름한 어느 날
부잣집 담을 넘어 현관문을 따고 들어갔지
그런데
희미한 달빛 아래 험상궂은 놈이 갑자기 나타나
나를 쳐다보지 않겠어
깜짝 놀라 도망치고 말았지
지금 생각해 보니
큰 거울에 내 모습이 비쳤던 거야
속은 거였어
그 일이 있고부터 내 인생은 엉망이 되고 말았어
남이나 사물이나 보이는 것은 모두 거울로 보이는 거였어
이제, 그 좋아하던 도둑질도
도저히 할 수 없어 때려치우고 말았지
어떤 놈인가에 감시당하는 기분이고
한편으로는
내가 훔치는 것을 내가 보는 것 같아서
영 정신이 돌아버리는 것 같았어
아! 큰 거울만 아니었다면
긴장감 속에 스릴을 느끼면서
계속 도둑질을 할 수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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