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와 성경이 비추는 한국 정치의 거울
권력을 잡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권력을 유지하는 일이다. 그리고 권력을 유지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권력을 얻는 과정에서 함께했던 사람들과 끝까지 동행하는 일이다. 역사는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균열 때문에 무너진 권력의 사례를 더 많이 기록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 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정권이 교체되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갈등은 야당과의 대립이 아니라 집권 세력 내부의 주도권 경쟁이다. 혁명을 함께했던 동지들은 어느새 원로가 되고, 광장의 투사가 되었던 사람들은 기득권이 되며, 새로운 지도자는 그들 사이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
중국의 《삼국지》는 이러한 정치의 아이러니를 잘 보여준다.
군주 유비는 천하를 얻기 위해 제갈량과 관우, 장비를 비롯한 수많은 인재들과 뜻을 모았다. 그러나 유비 사후, 촉한은 위나라의 강함보다 내부의 피로와 권력 구조의 경직성 때문에 점차 쇠락의 길을 걸었다. 후계자 유선은 충신과 환관, 원로 세력 사이에서 중심을 잃었고, 결국 촉한은 스스로 무너졌다.
성경의 역사서 역시 비슷한 장면을 기록한다.
열왕기상에 따르면, 솔로몬의 뒤를 이은 르하브암은 백성들과 원로들의 충고를 외면하고 자신을 추종하는 젊은 측근들의 말만 들었다. 결국 이스라엘은 남북으로 분열되었고, 통일왕국의 영광은 한 세대 만에 무너졌다. 반대로 사무엘기 하에 등장하는 다윗은 압살롬의 반란이라는 비극을 겪었다. 가장 큰 고통은 블레셋 군대가 아니라 자기 아들의 칼에서 왔다. 다윗은 승리한 후에도 "내 아들 압살롬아!"라고 울부짖었다. 내부의 분열은 외부의 전쟁보다 더 큰 상처를 남긴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늘날 한국 정치도 이러한 역사적 교훈 앞에 서 있다.
집권 세력 안에서는 차기 권력과 당권, 개혁의 속도와 방향을 둘러싼 긴장이 나타난다. 광장에서 함께 싸웠던 인사들은 어느새 기득권이 되고, 유튜브와 방송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당 외 스피커들은 때로는 우군이 되고 때로는 비판자가 된다. 과거의 공로가 현재의 정당성을 영원히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성경은 이런 상황에서 흥미로운 원칙을 제시한다. "왕은 형제들 위에 군림하려고 마음을 높여서는 안 된다"(신명기 17,20).
왕도 백성과 같은 형제이며, 권력은 사유물이 아니라 맡겨진 책임이라는 뜻이다. 삼국지 역시 "천하는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천하 사람들의 것이다(天下非一人之天下, 乃天下人之天下)"라는 이상을 말한다. 비록 현실의 권력 투쟁 속에서 끊임없이 배반되었지만, 역사는 언제나 권력 그 자체보다 권력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지도자를 평가해 왔다.
새로운 지도자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적을 모두 제거하는 능력이 아니라, 동지였던 사람들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국민 전체를 향해 나아가는 균형감각이다. 또한 원로들과 외곽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에게 필요한 덕목은 과거의 공로를 현재의 특권으로 착각하지 않는 절제이다.
삼국지의 촉한이 몰락한 것도, 다윗 왕가가 위기를 맞았던 것도, 외부의 적이 강해서가 아니었다. 내부의 균열이 공동체를 약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인간은 반복된다. 그래서 고전은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의 거울이다.
한국 정치 역시 그 거울 앞에 서 있다. 그리고 국민들은 누가 더 큰 적을 쓰러뜨렸는가보다, 누가 더 많은 사람을 품고 시대를 안정시켰는가를 기억할 것이다. 진영논리와 사익에 사로잡혀 대의를 저버리는 판단을 하면 실패한다는 그것이 삼국지와 성경의 역사서가 오늘의 정치에 들려주는 가장 오래된 교훈이다. 민심이 천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