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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기득권은 왜 스스로를 의롭다고 믿는가

작성자jamesha|작성시간26.06.11|조회수14 목록 댓글 0

역사는 반복되지는 않지만, 놀라울 만큼 닮은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2천 년 전 예수 시대의 유다 사회를 들여다보면, 오늘날 한국 정치가 안고 있는 여러 모습이 겹쳐 보인다.

 

예수께서 활동하던 당시 유다는 로마 제국의 지배 아래 있었다. 그러나 백성들을 더 힘들게 한 것은 반드시 외세만이 아니었다. 사회 내부에는 서로 다른 정치·종교 세력들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사두가이파는 성전과 권력을 장악한 소수의 기득권 세력이었다. 그들은 현실 권력과 타협하며 안정과 질서를 중시했다. 반면 바리사이파는 율법과 전통을 강조하며 스스로를 정의의 수호자라고 여겼다. 열심당은 무력과 혁명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세네파는 세상을 등지고 공동체 안으로 숨어들었다.

 

모두가 자신들이야말로 하느님의 뜻을 대변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정작 백성들은 무거운 세금과 가난, 불안한 삶 속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오늘날 한국 정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집권 세력과 야당, 당내 주류와 비주류, 강성 지지층과 반대 진영은 저마다 자신들만이 정의를 대표한다고 주장한다. 유튜브와 SNS에서는 정치적 메시아들이 넘쳐나고, 상대 진영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제거해야 할 적으로 간주된다. 진영마다 자신들의 율법과 교리가 생겨났고, 그 교리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곧바로 배신자나 수박, 극우, 종북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예수 시대의 종교 지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율법을 지키고 정의를 외쳤지만, 정작 백성들의 고통과 눈물에는 무감각했다. 자신들의 권위와 기득권을 지키는 일이 하느님의 뜻보다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가장 날카롭게 비판하신 대상이 로마 황제가 아니라 바리사이파와 율법학자들이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너희는 무거운 짐을 남들에게 지워 놓고, 자신들은 그 짐에 손가락 하나 대려고 하지 않는다."(루카 11,46)

 

권력은 언제나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교조주의에 의해 더 쉽게 타락한다. 혁명 세력은 기득권이 되고, 기득권은 다시 새로운 혁명 세력을 낳는다. 문제는 어느 진영이 집권하느냐가 아니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국민보다 자기 진영의 승리를 우선할 때 발생한다.

 

예수는 사두가이파도, 바리사이파도, 열심당도 아니었다. 그분은 어느 진영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았다. 그래서 혁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온건했고, 기득권에게는 지나치게 급진적이었다. 결국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것은 로마 총독 한 사람의 결정만이 아니었다. 기득권 종교 세력과 정치 권력, 그리고 실망한 군중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역사는 메시아를 기다리지만, 메시아는 종종 사람들이 기대하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예수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예루살렘에 입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권력을 절대화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 가운데 가장 큰 사람은 가장 작은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오늘의 한국 정치 역시 특정 진영의 승리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진보든 보수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권력을 오래 가진 세력은 자신들을 절대선으로 여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비판받지 않는 순간, 그들은 어느새 자신들이 과거 비판했던 새로운 바리사이파가 된다.

 

오늘 한국 정치에 필요한 것은 또 다른 메시아가 아니다. 필요한 것은 권력을 특권이 아니라 섬김의 자리로 이해하는 지도자이며, 상대를 악마화하지 않고 공동체를 우선할 줄 아는 정치이다.

 

서기 70년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진 것은 단지 로마 군대가 강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역사가들은 유다 사회 내부의 극심한 분열과 파벌 싸움, 그리고 서로를 향한 증오가 공동체를 먼저 붕괴시켰다고 기록한다. 나라를 무너뜨리는 것은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교만인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역사는 언제나 자신만이 의롭다고 믿었던 사람들, 자신들이 곧 정의라고 착각했던 기득권 세력에게 가장 엄격한 심판을 내렸다. 어쩌면 예수가 오늘의 한국 정치에 던지는 가장 불편한 질문은 이것인지도 모른다. "당신은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는가, 아니면 정의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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