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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교리

에피클레시스(Epiclesis), ‘성령 청원 기도’

작성자jamesha|작성시간26.06.14|조회수21 목록 댓글 0

가톨릭 미사 전례에서 이 기도는 인간의 언어와 물리적 한계를 넘어, 하느님의 신비가 제단 위에 구체적으로 개입하는 가장 엄숙하고도 극적인 순간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미사 중에 바치는 성령 청원 기도가 미사 참례자들의 영혼에 일으키는 영적 변화를 세밀하게 살펴봅니다.

 

1. 미사 전례 속 성령 청원 기도의 두 단계

가톨릭 미사의 핵심인 성찬 기도(Eucharistic Prayer) 안에는 성령을 구하는 청원 기도가 두 번에 걸쳐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는 예물뿐만 아니라 미사에 참여한 공동체 전체를 변화시키기 위함입니다.

 

1차 성령 청원: 예물의 성화 (성변화 직전)

사제가 예물(빵과 포도주) 위에 두 손을 모아 얹으며 바치는 기도입니다. 인간의 손으로 봉헌된 물질이 하느님의 손길을 통해 영적인 양식으로 격상되는 순간입니다.

사제: "간절히 청하오니, 성령의 힘으로 이 예물을 거룩하게 하시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게 하소서." (성찬 기도 제2양식)

전례적 동작: 이때 사제가 빵과 포도주 위에 손을 얹는 행위(수수, 授手)는 구약 시대부터 내려온 성령의 축복과 내리심을 상징합니다. 복무 중인 군인들이 임무를 맡을 때나 성직자가 서품을 받을 때 손을 얹듯, 평범한 빵과 포도주에 하느님의 영을 불어넣는 행위입니다.

 

2차 성령 청원: 공동체의 일치 (성변화 직후)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한 직후, 사제는 성체를 모실 신자들을 위해 또 한 번 성령을 청합니다.

사제: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저희가 성령으로 모두 한 몸을 이루게 하소서." (성찬 기도 제2양식)

전례적 의미: 성령의 능력이 제단 위의 빵만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성체를 받아 모시는 신자들의 마음과 영혼까지 변화시켜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로 묶어달라는 간구입니다. 이 기도를 통해 서로 다른 삶을 살던 사람들이 미사 안에서 하나의 교회(그리스도의 신비체)’로 거듭납니다.

 

2. 루카 복음서의 성령론과 성령 청원 기도

4복음서 중 성령을 가장 깊이 있게 강조한 복음서가 바로 루카 복음서입니다. 미사의 성령 청원 기도는 루카 복음이 전하는 성령의 역동성과 완벽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기도할 때 내리시는 성령: 루카 복음의 예수님은 다른 복음서에 비해 유독 기도를 강조하십니다. 그리고 기도의 최고의 응답이 '성령'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얼마나 더 잘 주시겠느냐?" (루카 11, 13) 미사 중 공동체가 한마음으로 바치는 성령 청원 기도는 바로 이 약속된 성령을 하느님 아버지께 겸손하게 청하는 행위입니다.

새로운 창조의 영: 루카 복음에서 성령은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창조의 힘입니다. 동정녀 마리아에게 성령이 임하여 하느님의 아들이 인성을 취하셨듯, 성령 청원 기도를 통해 성령이 임하실 때 제단 위에는 부활하신 예수님의 신비로운 현존이 일어납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 1, 37)

 

3. 우리 삶을 향한 에피클레시스

미사 전례가 단순히 정해진 대사를 읊는 의식이 아니라 "마음이 뜨거워지는 하느님의 현현(Epiphany)"이 되는 원동력이 바로 이 성령 청원 기도에 있습니다. 성령 청원 기도를 통해 제단 위의 빵이 성체로 변화하고, 그 성체를 모신 우리의 영혼이 뜨겁게 달구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성당 문을 나서서 복음을 삶으로 발현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결국 미사 중에 바치는 성령 청원 기도는 매 미사 때마다 우리 영혼에 불을 지피는 성령의 불꽃이며 루카는 마음이 타오른다고 합니다. 성령의 불 지핌으로 우리는 하느님을 증거하는 힘을 거저 받게 됩니다. 미사를 통해 하느님께서 거저 주시는 선물을 만끽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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