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외된 이들의 벗, 기쁨과 자비의 예수님
그동안 우리는 루카 복음을 함께 읽고,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왔습니다. 이제 복음서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루카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하느님 나라를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보고자 합니다.
1.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향한 하느님의 자비
무엇보다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이들에게 전해진 기쁜 소식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부유하고 힘 있는 사람들보다 가난한 이들, 죄인, 세리, 병자, 여성, 사마리아인과 이방인들에게 먼저 다가가셨습니다. 그분의 눈길은 언제나 사회의 중심이 아니라 변두리를 향해 있었습니다. 루카만이 전하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와 「되찾은 아들의 비유」는 하느님의 자비가 얼마나 크고 넓은지를 보여줍니다. 하느님께서는 공로를 계산하기보다 잃어버린 이를 다시 품으시는 아버지이십니다. 예수님께서 찾으신 사람들은 완전한 사람들이 아니라 상처 입고 목마른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기에 루카 복음은 오늘 우리에게도 묻습니다. “나는 누구의 이웃이 되어 주고 있는가?”
2. 성령과 기도 안에서 걸어가신 예수님
루카 복음은 흔히 성령의 복음서, 기도의 복음서라고 불립니다. 예수님의 탄생에서부터 공생활, 수난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여정에는 성령께서 함께하셨습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중요한 순간마다 기도하셨습니다. 세례를 받으실 때에도, 열두 제자를 뽑으실 때에도, 거룩한 변모의 순간에도, 십자가를 앞둔 겟세마니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와의 깊은 대화 속에서 길을 찾으셨습니다. 루카는 우리에게 신앙생활의 힘이 자신의 능력이나 열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 자신을 맡기고 기도 안에 머무르는 데 있음을 가르쳐 줍니다. 삶의 갈림길에서 무릎 꿇으셨던 예수님처럼, 우리 역시 기도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으며 살아가도록 초대받고 있습니다.
3. 기쁨과 찬미의 영성
루카 복음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복음서는 성모 찬가(Magnificat)와 즈카르야의 찬가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제자들이 큰 기쁨에 넘쳐 하느님을 찬미하는 모습으로 마무리됩니다. 십자가와 고난을 지나서도 기쁨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그 기쁨의 근원이 세상의 성공이나 소유가 아니라 살아 계신 주님께 있기 때문입니다. 루카가 전하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은 무거운 의무감에 짓눌린 사람이 아니라, 자유와 구원의 기쁨을 체험하고 감사와 찬미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만난 주님
루카 복음의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는 실망과 슬픔 속에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그들과 함께 걸으시며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그들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루카 24, 32) 어쩌면 지난 성경 공부의 시간도 엠마오로 가는 길과 같았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말씀 안에서 때로는 마음이 뜨거워지는 은총을 체험했습니다.
⍏ 이제 우리는 말씀을 읽는 사람에 머무르지 않고, 말씀을 살아내는 사람으로 세상 속에 파견됩니다. 가난한 이들의 벗이 되셨던 예수님처럼, 자비를 실천하는 사람으로, 성령과 기도 안에 머무는 사람으로,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기쁨과 찬미를 잃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도록 부름받고 있습니다. 우리 각자가 세상 속에서 또 하나의 살아 있는 복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 주님께서 엠마오 길의 두 제자와 함께하셨던 것처럼 앞으로의 인생 여정에도 늘 동행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큰 기쁨에 넘쳐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늘 성전에서 하느님을 찬미하였다.”(루카 24,52-53)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