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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자전거여행04 - 신주쿠 노포에서 점심

작성자권 오 중|작성시간26.06.10|조회수40 목록 댓글 2

 



여행은 결국 함께 먹는 시간이다
 
신주쿠역이라는 거대한 미로를 통과하고 나니 진이 빠졌다.
무거운 자전거 가방을 메고 사람들의 물결 속을 헤치며 길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을 때는 후지산을 향해 떠나는 설렘보다 피로와 허기가 먼저 찾아왔다.
 
이럴 때는 무리하게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것보다 잘 먹고 잠시라도 쉬는 편이 우선되야 한다. 
여행도 결국 몸이 편안해야 마음까지 넉넉해진다.
아침은 산책  중 커피에 토스트를 먹은 뒤 숙소에서 신라면에 삼각김밥으로 간단히 먹고 나왔기에
점심을 제대로 챙길 필요가 있었다.
 
덕규님에게 점심 장소를 찾아보라고 이야기하고 뒤를 따라갔다.
별점이 높은 우동집을 찾았다고 한다.
역시나 유명한 곳은 다 비슷하다.
가게 앞에는 이미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여행지에서 줄을 서는 것도 하나의 경험이라지만,
우리에게는 기다릴 여유보다 앉아서 쉬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다른 식당을 찾아 골목을 오가는 동안 내 눈길을 끄는 곳이 있었다.
간판은 오래되었고, 밖에 둔 메뉴판도 세월의 흔적이 묻어났다.
번쩍이는 관광객용 식당이라기보다는 동네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들르는 평범한 일식집으로 보였다. 
슬쩍 가격표를 보았다.
생각보다 괜찮았다.코스 요리가 4만 원 안팎.
'괜찮은데.'
속으로 마음에 점을 찍어 두었다.
 
이번 여행은 노다지님의 첫 일본 미니벨로 자전거 여행이다.
함께 달리는 길도 중요하지만, 처음 일본에서 마주하는 식사 역시 좋은 기억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일었다. 
후지산을 배경으로 한 거창한 만찬은 아니더라도, 여행의 첫 식사는 조금 특별하게 열어주고 싶었다.
덕규님이 몇 군데를 더 둘러보았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한 듯했다.
 
그 표정을 보자마자 나는 말했다.
"저기로 갑시다."
그리고 먼저 걸음을 옮겼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오늘은 노다지님의 첫 일본 미니벨로 여행을 기념해서 일식 코스로 먹겠습니다."
 
말을 하자 비용을 생각한 두 사람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나름 멋진 제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러 와서 메뉴를 가리키며 코스를 주문하자 고개를 저었다.
점심 시간에는 코스가 없고 단품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순간 괜히 속마음을 들킨 사람처럼 머쓱해졌다.
조금 전까지 거창한 환영 만찬을 이야기했는데 현실은 점심 단품 메뉴였다.
여행은 꿈을 키웠지만 원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더 재미있다.
우리는 각자 다른 메뉴를 골랐다.
가격은 1만 3천 원에서 1만 5천 원 정도.
관광객을 상대로 한 화려한 식당이 아니라
신주쿠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부담 없이 들르는 곳 같은 분위기였다.
잠시 뒤 음식이 나왔다.
일본 식당 특유의 정갈함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초밥과, 화려한 덥밥 미소국 등
회가 특별히 감탄할 만큼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숙성이 깊거나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는 신선했고, 가격을 생각하면 만족스러운 구성이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음식 자체보다 오래된 노포가 던져주는
공간의 편안함이었다.
그 가운데서 일하는 분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한 분 한 분 나만의 스토리를 입혀 보기도 하며 
즐거운 식사로 흘렀다. 
 
신주쿠역에서 길을 잃고, 버스 매진 소식에 계획이 틀어지고, 무거운 짐에 어깨가 짓눌렸던 마음이
따뜻한 국물 한 모금과 함께 조금씩 풀어졌다.
노다지님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괜히 흐뭇했다.
 
좋은 식당을 찾는 즐거움도 있지만, 함께 온 사람이 첫 여행에서
좋은 기억 하나를 서로 얻고 나누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신주쿠의 오래된 일식집에서 먹은 그 점심은 특별한 미식 체험은 아니었다.
하지만 첫 일본 자전거 여행을 시작하는 동행을 환영하는 마음과,
복잡한 역을 빠져나온 뒤의 안도감,
그리고 함께 식탁을 둘러앉은 사람들의 웃음이 더해져 오래 기억에 남는 한 끼가 되었다.


 
어쩌면 여행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재료나 기술이 아니라,
"누군가와 즐겁게 마주하고 웃으며 먹고 싶은 마음"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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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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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nodazy114114 | 작성시간 26.06.10 코스 못지 않은 알록달록 비주얼과 두툼한 회의 양으로 첫여행 만찬으로는 아주 좋았습니다.
  • 작성자디아나 | 작성시간 26.06.10 작정하고 코스요리, 돈을 쓰고자 해도…
    잘 성사 되지 않는 오중여행사.

    “누군가와 즐겁게 마주하고 웃으며 먹고 싶은 마음" 이것이 뽀인트 이네요.
    노다지 대장님께서 행복하신 모습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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