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VTyYcNtnD6g?si=_-3bqL2tZ371hKKz
자전거여행을 떠나는 것은 '자연의 선물'을 찾으러 다니는 일이다.
찾으러 떠나지만 계획대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문득 눈앞에 펼쳐지거나 예상하지 못한 순간 찾아온다.
그런 것들이 자전거여행이 주는 즐거움이다.
도쿄 반나절 여행을 마친 뒤 가와구치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른 아침 드디어 '후지산 자전거여행'으로 들어갔다.
떠나기 전 계획은 상승고도 1,500m가량의 후지산 업힐을 한 뒤
숙소로 돌아와 쉬었다가 야마나카호를 한 바퀴 도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후지산이 시야에 열리지 않는다면
굳이 힘든 업힐 라이딩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듯했다.
그래 우선 야마나카호 라이딩을 하고,
오후에 시야가 열려 후지산이 보인다면 후지산업힐을 하기로 했다.
야마나카호로 가는 길은 동네길을 따라 유유자적 달렸다.
구글지도는 완전한 자전거길이 아니면 자전거길 안내가 나오지 않는다.
그럴 때 선택하는 것이 자동차길 또는 걷기길인데,
내 경험상 걷기길이 훨씬 다채롭고 평화로운 길로 안내해 준다.
오솔길이나 마을길 주민들이 이용하는 작은 길을 만나는 경우도 많다.
물론 가끔은 자전거로 통과하기 어려운 길을 만나
되돌아와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지도를 보고 자동차길을 찾아 다시 나아가면 된다.
일본 자전거여행의 아침은 늘 좋았다.
등교길 아이들과 나누는 "오하요 고자이마스"라는 인사는,
오래전 인도 여행에서 나누던 "나마스테"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 따뜻한 흐름을 만들어 주었다.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도 인사를 주고받으며 달리다 보니
태풍이 지나간 뒤의 싱그러운 아침 풍경이 펼쳐졌다.
야마나카호는 해발 1,050m에 자리한 호수로,
이름 그대로 山中湖, '산속의 호수'다.
처음에는 호수를 한 바퀴 도는 것만 생각했지만,
지도를 보니 호숫가 산자락에 전망대가 보였다.
굽이굽이 이어진 오르막길이 마음에 들어
후지산 업힐 대신 그 길을 선택해서 오른다면 충분한 보상이 될 것 같았다.
출발 전 후지산자전거여행의 첫 출발을 기억할 멋진 아침을 먹을 카페를 찾아두었다.
길을 나서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호숫가 데크길을 지나고 비밀의 숲 같은 길을 통과해 카페에 도착했다.
넓은 창밖으로는 후지산이 보이는 곳이지만,
습도와 구름 때문에 산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후지산을 마음속에 그려 보며
느긋하게 아침을 즐겼다.
아침 식사 후 전망대를 향해 업힐을 했다.
전망대에서 사진을 담고 오르막 끝까지 오르니
길옆으로 산행로 안내 표지가 있어
자전거를 묶어 두고 망설임 없이 셋 다 오르막길을 올라 산으로 올랐다.
탁 트인 동산 같은 산등성이가 나타났다.
가지고 간 한라산 소주로 후지산 첫 라이딩을 자축하며
우리만의 작은 축제를 즐겼다.
돌아오는 길에는 호수 입구의 온천에 들렀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 뒤 노천탕에서 상큼함에 피로를 덜어내고 우동 한 그릇을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후지산 자전거여행 첫 라이딩에는 우리 자전거여행의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사람과 마을길.
호수와 숲길.
산자락과 전망대.
그리고 산꼭대기.
마지막으로 온천까지.
"시젠노 오쿠리모노 데스(自然の贈り物です)."
녹색의 길을 지나던 중
노다지님 입에서 방언처럼 터져 나온 말이다.
모든 것이 자연이 주는 선물이었다.
그 선물을 받아 들고 달릴 수 있었음에
감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