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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자전거여행 13 - 후지산 불의 산, 물의 산 그리고 시라이토 폭포 白糸の滝

작성자권 오 중|작성시간26.06.16|조회수29 목록 댓글 4

 




후지산은 지금도 살아 있는 산이다.
언젠가 다시 불을 뿜을지 모르는 활화산이며, 지금도 정상 부근에서는 연무가 피어오른다.
후지산을 흔히 '불의 산'으로 기억한다.
 
이번 후지산 자전거여행에서 후지산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되었다. 
후지산은 불의 산인 동시에 '물의 산'이다.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거대함은 마치 스펀지처럼 눈과 비를 품어낸다.
해발 3,777m 정상부에 내린 눈과 빗물은 검은 화산암 사이를 천천히 스며들어 땅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1000m 인근의 후지 5호수에서 용출되어 물로 채워지고 하고 서로가 지표 아래에서 통하기도 한다. 


 
후지산의 정상에 떨어진 비와 눈은 물이되어 곧바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십 년을 지나고,또 십 년을 지나고,
한 세대에 가까운 약 30년의 시간을 산속 땅 아래로 흘러간다.
그렇게 깊은 지하를 여행하던 물은
해발 약 500m 부근에서 다른 지층을 만나게 되고, 더 이상 내려가지 못한 채 마침내 세상 밖으로 터져 나온다.
 
그 물이 만들어낸 풍경이 바로 시라이토 폭포(白糸の滝)였다. 
후지산 자전거여행 중 그곳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들려온 것은 물소리였다.
폭포는 아직 보이지 않았지만 숲 너머에서 거대한 숨결처럼 물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시야가 열리는 순간 감탄의 눈이 열렸다. 
높이 20m, 폭 150m.
하나의 거대한 폭포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절벽 전체에서 수없이 많은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흰 비단실 수천 가닥을 절벽 위에 걸어 놓은 듯했다.
그래서 이름도 시라이토(白糸), '흰 실'이다.


 
물은 힘차게 떨어지지만 거칠게 보이지 않았다. 
조용히,부드럽게,그러나 끊임없이.
절벽 전체를 따라 흘러내리는 모습은 폭포라기보다 살아 있는 하얀 벽면 같았다.
 
단애 아래에서는 떨어진 물들이 하나로 모여 다시 물길을 이루고 있었다.
떨어지는 소리와 흐르는 소리가 겹쳐져 웅장한 음악처럼 들렸다.
 
무엇보다 신비로웠던 것은 그 물의 시간이었다.
지금 내 눈앞에 떨어지는 저 물은 어쩌면 30년 전 후지산 정상에 내린 눈일지도 모른다.
긴시간으로 땅 속 어둠을 지나 지금 내 앞에 도착한 것이다.



 
폭포를 바라보고 있으니
자연은 인간의 시간과 전혀 다른 시간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하루를 살고 일 년을 계획하지만,
산은 수십 년 동안 물 한 방울을 품고 있다가 조용히 세상으로 내보낸다.
 
폭포 상단 쪽으로 올라가 폭포를 바라보며 아침을 먹으려 했다.
입구 편의점에서 간단한 먹거리를 준비해 왔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폭포를 감상하고 있는 공간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 조금 떨어진 나무 아래로 자리를 옮겼다.
폭포는 보이지 않았지만 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시원한 물소리가 숲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아침을 먹었다.
 
특별한 음식은 아니라 
편의점에서 준비한 아침과 캔맥주였지만, 기억될 식사였다. 
 
폭포가 내어주는 시원한 공기.
숲이 만들어주는 그늘.
후지산 깊은 곳에서 흘러나온 물소리.
그 모든 것이 함께하는 식탁이었다.
 
 
30년 동안 후지산 속을 흘러온 물이 지금 내 곁을 지나가고 있다.
후지산이 품고 있던 시간이 물이 되어 세상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 물소리를 듣고 있자니 단순히 경치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후지산의 숨결을 가까이에서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후지산은 멀리서 보면 거대한 산이다.
하지만 시라이토 폭포에서는 그 산의 내부를 만난다.
 
산이 품고 있던 물.
산이 품고 있던 시간.
산이 품고 있던 생명.
 
그것들이 물줄기가 되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후지산 자전거여행 중 찾은 시라이토 폭포는 
불의 산이 품고 있는 물의 시간을 새롭게 보여주었다. 



여행도 후지산의 물처럼 
살면서 마음속에 쌓여 있던 것들이 몸과 마음 속으로 시간의 강물로 흘러 
어느 날 문득 용출하듯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우리는 길 위에서
자신이 오랜 시간 품고 있던 생각과 감정들을 만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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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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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nodazy114114 | 작성시간 26.06.16 사람은 자신이 오랜 시간 품고 있던 생각과 감정들을 대화나 행동으로 용출하듯 쏟아낸다는 표현이 맞을 듯해요. 권원장님은 평소 사색이나 공감을 많이 하는 편이라 쏟아내는 양도 폭포수처럼 어마어마하고요.
  • 답댓글 작성자김덕규 | 작성시간 26.06.17 권원장님처럼
    머리에 이것 저것 많이 담아두면
    저는
    메모리 용량이 작아
    진작에 머리가 터졌을겁니다.

    그래서
    권원장님은
    과부하의 징표로
    머리대신
    코피를 자주 쏟는듯 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nodazy114114 | 작성시간 26.06.17 김덕규 여성호르몬이 나와 에겐녀로 탈바꿈하는 과정에 생리터지는게 아닌가?
  • 답댓글 작성자권 오 중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7 nodazy114114 그러면 회춘입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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