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AJy7Pzs_Orw?si=ARUTy41V_GLYEzcI
- 영상 : ~ 3분까지
이즈반도는 가마쿠라에서 시즈오카로 향하는 길목,
바다를 향해 마치 길게 꼬리를 늘어뜨린 형상으로 뻗어 있다.
반도의 척추를 이루는 1,000m급 산악지대는 남북으로 웅장하게 솟아 있고,
그 북쪽 끝자락으로 후지산이 시선 가득 안겨오는 곳이다.
9년 전인 2017년,
떨리는 마음으로 참가해서 이즈반도의 남쪽 끝에서 북쪽을 향해 숨 가쁘게 달렸던
'이즈 트레일 러닝 대회'의 추억이 있는 곳이다.
9년만에 돌아온 이번 여정은 그때와는 반대로,
북쪽에서 출발해 남쪽으로 내려가다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스루가만(駿河湾)을 페리호에 자전거를 싣고 바다를 건너
시즈오카로 들어가는 느긋하고 여유롭다.
후지산 아래 후지노미야역에서 기차에 몸을 싣고, 바다와 맞닿은 가타하마역으로 향했다.
구글 맵을 보며 점찍어 둔 새로운 출발지였다.
가타하며역에 내린 것은 지도 위에서 보았던 해안가 솔숲과 바다 풍경이 유독 마음을 끌었기 때문이다.
역을 빠져나와 바다 쪽으로 얼마간 페달을 밟았을까.
눈앞에 센본하마(千本浜) 해변의 울창한 소나무숲이 끝없이 펼쳐졌다.
쓰나미를 막기 위해 높게 쌓아 올린 둑 때문에 푸른 바다가 직접 보이지는 않았지만,
솔숲은 아쉬움을 대신했다.
사방에서 밀려오는 싱그러운 솔향기,
그리고 촘촘한 솔잎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부드러운 햇살이 온몸을 감쌌다.
초록빛 터널 속을 솔잎이 떨어져 깔린 황금색 길 위로 달리는
자전거 라이딩은 오감을 깨우는 순수한 즐거움 그 자체였다.
부둣가를 지나 한적한 중국 식당에 들려 허기를 달랬다.
젊은 중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가게였다. 10년 정도 되었다고 했다.
유심히 바라본 여주인의 얼굴에는 부지런히 삶을 일궈가는 이들의 고단함이 살짝 묻어났지만,
손님을 향한 따뜻한 환대만큼은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묵묵하고도 다정한 환대에 훈훈한 마음 피어나 기분 좋게 배 불리 먹고 다시 자전거 안장에 올랐다.
본격적으로 슈센지(修善寺)로 향하는 길은 가노강(狩野川)을 따라 이어지는 제방길이었다.
'가노狩野' 라는 단어는 교토여행 중 박물관에서 보았던 가노파(狩野派)의 이름과 같아 돌아와 찾아보니
가노파(狩野派)의 원조가 이곳 이즈가 고향으로 이 지역을 다스렸던 무사집안이었다고 한다.
무사집안의 사람이 교토로 올라가 칼대신 붓을 들고 화가가 되어 일본회화의 최고봉인 가노파(狩野派)를 만들었다.
가노강변을 달리면 풍경으로 들어온 산자락은 '몽실거리되 힘이 있는 모습'을 보여
가노파(狩野派) 의 그림이 떠올린 것은 어떤 기시감이 있었던 것 같다.
강가로 뻗어 나온 제법 근사한 산자락들이 함께 이어갔고,
넓게 펼쳐진 강변의 늦은 오후로 넘어가는 풍경은 이날 여행의 끝자락을
마무리하기에 좋은 풍경으로 펼쳐졌다.
힘차게 흘러가는 강물을 보며 달리는 길위로 바람은 시원했고 풍경은 여유로웠다.
서두를 것 없는 자전거 여행자의 특권을 온전히 누리는 순간이었다.
마침내 슈센지의 숙소에 도착해 여정의 피로를 풀었다.
뜨거운 대욕탕과 노천탕에 몸을 담그니 하루 동안 쌓인 여독이 기분 좋게 녹아내렸다.
시원하고 여유자적한 유카타로 갈아입고,
하프보드로 준비된 호텔의 저녁 만찬을 마주했다.
느긋하게 음미하는 음식마다 여행의 풍미가 더해졌다.
밤이 깊어가는 슈센지 온천 거리를 천천히 산책했다.
슈센지 사찰을 찾으니 문은 닫혀 어둠에 묻혔고 따뜻하게 밝혀진 가로등에
고즈넉한 온천 마을의 밤공기가 싱그럽게 계곡물 소리따라 펼쳐졌다.
숙소로 돌아와 오늘 하루의 흔적이 묻은 옷가지들을 빨래하고 나니
후지산 자전거 여행의 아름다운 한 페이지가 정갈하게 마무리되었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nodazy114114 작성시간 26.06.17 이번 여행중 가장 럭셔리한 숙소와 저녁, 아침식사였어요. 유카타입고 식당에서 앉아 있으면 대접해 주는 환대도 받아 봤고요. 아침을 저녁 수준으로 많이 먹길 잘했어요. 다음 여정 업힐이 기다리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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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덕규 작성시간 26.06.17 예전 4성급 호텔이었던
이곳
지금은 세월의 흔적때문인지
3성급도 위태로워 보였지만
가장 편한 잠자리와
맛난 석식, 조식으로
여행 말이에
다시 재충전 할 수 있었죠~ -
작성자larisa 작성시간 26.06.18 세 분 유카타가 아주 잘 어울리세요~
일본인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