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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자전거여행 17 - 초록의 바다, 이즈 스카이라인에서 도이항까지 / 영상

작성자권 오 중|작성시간26.06.18|조회수29 목록 댓글 1

 
https://youtu.be/AJy7Pzs_Orw?si=ARUTy41V_GLYEzcI

                        - 3분 이후 영상


‘후지산 자전거 여행’이라는 웅장한 이름을 품고 떠난 2026년의 일본 자전거여행 여정은
후지산의 압도적인 위용을 마주하고
그 주변의 잔잔한 호수들을 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지만,
내 마음 한구석은 조금 떨어진 이즈반도를 향하고 있었다.
 
이즈반도의 척추를 타고 흐르는 산악 도로,
'스카이라인'에서 바라보는 후지산의 또 다른 실루엣이 그리웠기 때문이다.
9년 전, 그곳에서 마주했던 숲과 바람, 안개와 바다의 앙상블을
온몸으로 다시 감각하고 싶다는 아련한 갈망의 발로였다.
 
여행이 나흘째로 접어들자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쌓여진 피로가 아침의 발목을 무겁게 붙잡았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새벽 6시 전에 길을 나서 스카이라인을 단숨에 치고 올라야
오후 1시 도이항에서 시즈오카로 향하는 페리를 탈 수 있었다.
하지만 산악길의 특성상 한번 진입하면 마땅히 먹을 곳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과감히 일정을 수정했다. 먹고 떠나기로 한 것이다.


 
아침 7시, 호텔 조식의 문이 열리자마자 '오픈런'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던 식사 뒤에 찾아온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즐겼다. 
그리고 하루에 단 세 편뿐인 로컬 버스에 자전거를 실었다.
버스는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 우리를 해발 500m 고지까지 데려다주었다.
업힐의 수고로움을 덜어낸 덕분에 우리의 자전거 여행은 한결 느긋해졌다.



이즈 스카이라인의 초입에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몽환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하얀 구름안개가 사방에서 밀려들고, 길가에는 키 낮은 조릿대 무리가 끝없이 이어졌다.
페달을 밟는 발아래를 내려다보니,
발밑은 이미 깊고 아득한 구름의 바다였다.
마치 하늘 위를 떠다니는 듯한 기분. 초록빛 조릿대 숲은 신비로운 물결이 되어 바람이 불 때마다
사락사락, 바다의 파도 소리를 닮은 숨을 내쉬고 있었다.
 
환상적인 풍경에 취해 달리기를 얼마쯤이었을까.
아스라히 펼쳐진 스루가만(灣)의 바다가 눈에 들어와 잠시 숨을 고르려 자전거를 멈췄다.
그제야 주저앉아 있는 자전거 바퀴가 보였다.
예기치 못한 펑크였다.
서두를 것 없는 여행자의 마음이었기에, 임시방편으로 펑크를 때우고
다시 조심스레 라이딩을 이어갔다.
흐름은 끊겼지만, 숲의 여유는 깨지지 않았다.




 
약한 내리막길로 이어지자 이즈 스카이라인은 제 이름의 값을 톡톡히 해냈다.
스쳐 지나는 바람은 조릿대 숲을 거대한 파도로 만들었고,
여리게 피어오르는 구름안개는 초록빛 바다가 살아 숨 쉬는 듯한 생동감을 전했다.
이름 그대로, 우리는 하늘길(Skyline)을 달리고 있었다.
 





 
능선을 지나 도이항으로 내려서는 길은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
그야말로 '신비의 숲길'이었다.
이틀 전 지나간 태풍의 흔적인지,
길 위에는 부러진 나뭇가지와 떨어진 잎사귀들이 자연스러운 잔재로 남아 있었다.
평소 차랑의 왕래가 적은 탓인지,
길 가장자리와 바위 위에는 유월의 푸르름을 가득 머금은 이끼들이 카펫처럼 깔려 있었다.
마치 영화 <아바타> 속 미지의 행성에 들어선 듯 웅장하고도 비밀스러운 분위기였다.


도이항까지 이어지는 십여 킬로미터의 길고 깊은 내리막길.
페달을 밟지 않아도 자전거는 부드럽게 미끄러져 내려갔다.
브레이크를 살며시 잡으며 속도를 조절하는 동안,
온몸을 감싸는 싱그러운 숲의 공기가 가슴 깊숙이 밀려들었다.
기분 좋은 속도감 속에서 내 몸과 마음도 어느새 주변의 초록빛으로 투명하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이즈반도 라이딩은 거대하고 압도적인 무언가를 감상하는
'보는 여행'이 아니었다.
숲의 냄새를 맡고, 피부를 스치는 바람을 맞으며, 안개 속에서 바다의 소리를 듣는
'느끼는 여행'으로 흘렀다. 
 
자전거 바퀴가 굴러간 자리마다 새겨진 초록빛 기억들은,
오랫동안 내 삶의 한 자락을 싱그럽게 지탱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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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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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nodazy114114 | 작성시간 26.06.18 평생 이런 내리막 숲길 체험을 다시 할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정말 환상적인 아바타체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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