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일레븐)
축구 국가대표팀이 지난 25일, 남아공과 스페인으로 이어지는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왔다. 다양한 경험 속에서 얻은 게 꽤 많았겠지만 여전히 허정무 감독의 고민은 계속되는 듯하다. 무엇보다 전훈기간 내내 보여줬던 빈약한 득점력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허정무 감독 역시 “골 결정력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단호히 밝히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전훈 기간 동안 시험무대에 올랐던 이동국(전북), 김신욱(울산), 염기훈(울산) 등이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지겹도록 한국축구가 달고 다닌 고질병이 ‘골 결정력 부족’이다. 물론 대표팀이 전훈 기간 동안 가동한 전술과 전력은 어디까지나 ‘플랜B’에 해당한다. 박주영, 박지성, 이청용 등 공격의 주축이 될 해외파들이 빠져있었고, 때문에 새로운 얼굴들을 시험하는 기회를 가졌던 대표팀이다. 그러나 ‘플랜B’가 생각보다 실망스러웠던 탓에 많은 숙제를 안고 2월7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동아시아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소 새삼스러울 수도 있지만 문득 안정환의 존재감이 아쉬운 시점이다. 얼마 전 <베스트일레븐>이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역대 월드컵에서 가장 빛났던 한국 선수’를 묻는 질문에 안정환은 43%의 지지를 받이 1위에 올랐다. 흥미 있었던 사실은 안정환이 1위에 올랐다는 사실이 아니라 대부분의 축구팬들이 제시한 의견이 ‘안정환의 재발탁’이었다는 것이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그가 남겼던 강렬한 인상은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잊히지 않는 모양이다. 적어도 지난 두 차례의 월드컵에서 골 결정력에 대한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줬다는 점에서 팬들은 아직까지 그를 잊지 않고 있었다.
물론 안정환이 다시 대표팀의 주전 자리를 꿰차기는 객관적으로 힘들다. 중국무대에서 여전히 녹슬지 않은 실력을 뽐내고 있다고 하지만 기량도 예전만 못하고 나이도 적지 않으니, 허정무 감독 입장에서도 그다지 구미가 당기는 카드는 아니다. 실제로 안정환을 2008년 5월 요르단과의 남아공월드컵 3차 지역예선에서 기량을 점검한 바 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는지 이후 안정환은 태극 마크와 연이 없었다.
그러나 허정무 감독은‘항상 문은 열려있다’는 말로 결코 그의 존재를 잊지 않았음을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27일 동아시아연맹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안정환이나 이천수 같은 선수들은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합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도’ 안정환의 경험과 결정력을 아는 허정무 감독이기에 완전히 미련을 버릴 수 없었고, 안정환의 존재감이 새로운 옵션을 장착시켜줄 수 있다는 기대감 또한 일정 부분 반영된 까닭으로 읽힌다. ‘플랜B’가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 다시 한 번 고민해봄직 한 부분이다. 그의 재발탁을 바라는 축구팬들의 목소리를 허황된 의견이라고 폄하할 수만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허정무 감독은 동아시아대회가 끝난 뒤 3월3일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에 나설 멤버가 결국 본선에서 뛰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월27일 발표한 동아시아대회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안정환이 갑작스레 대표팀에 호출되기는 어렵고, 아쉽게도 월드컵에 나갈 가능성도 희박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안정환이 잊힌 스타이기 보다는 최후의 히든카드이기를 바라는 기대감은 여전하다. 빈약한 공격자원에 시달리는 한국 축구의 현실에서 고민의 여지를 남겨둘 만한 스타라도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