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넘어가니 마셔야지, 술 : 술술 넘겨본들 술 : 술이 날 삼키겠냐 넘 : 넘기다 보면 내가 이기겠지. 어 : 어머머 뭔소리여 해보겠다는 거여 가 : 가만히 보자 허니 가마니로 보이지. 니 : 니가 죽나 내가 죽나 어디 한번 해 볼레 마 : 마파람 개 눈 감추듯 후딱 마셔버릴 테니 셔 : 셔틀버스가 도착하거든 내게 알려줘야 해 야 : 야비하게 너 혼자 집에 가서 이르지 말고 지 : 지피지기는 백전백승인 거 알지 입을 맞추자 술술 넘겨 버릴 것이니 걱정할 것 없어 술은 늘 작은 목소리로 시작한다. 야, 한 잔쯤이야. 나는 그 말을 믿는다 . 세상에는 믿을 만한 것이 많지 않으니, 때로는 술잔을 비우면 철학자가 된다. 술이 나를 삼킬 리 없다고, 내가 먼저 삼켜버리겠다고, 잔을 들 때마다 호언장담했지만 분명코 술은 말이 없건만 어찌 된 일인지 내가 술만 삼키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내가 삼킨 술이란 놈이 끝없이 말을 밖으로 밀어내는지 도통 모르겠다. 넘어가는 것인지 넘어오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는 것이 술인지, 시간인지, 체면인지 모르겠다. 어느새 목소리는 커져 담장 너머로 새어 나가 흩어지고 논리는 발밑으로 슬그머니 퇴근한다. 가만히 앉아 있던 사람도 십 년 지기 친구가 되고, 처음 본 사람도 전생에 의형제를 맺은 듯한 사이가 된다. 니가 이기냐 내가 이기나 침 튀기는 승부를 겨루던 우리는 결국 술값 계산서 앞에서만 한마음 한뜻이 된다. 마침내 잔은 비고, 기억도 조금 비고, 주머니도 제법 비었는데 셔틀버스는 왜 이렇게 빨리 오는지. 야속한 귀가 시간 앞에서 먼저 도망가는 친구 놈에게 니 마눌에게 이르면 넌 죽는다. 니 마눌이 내 마눌에 이르면 난 죽거든 난 회사에서 밤샘 야근한다고 얘기해 줄 거지. 우리 입을 맞춰야지 아니면 큰일 치르게 돼 있어 그리고 우리는 내일은 안 마시겠다고 맹세한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지킨 적이 없는 맹세를 또 가장 진지한 표정으로. 그리고 내일이 오면, 그 맹세를 기념하기 위해 반갑게 맞이하는 선술집 기웃거린다 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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