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룡기(屠龍技)
용을 죽이는 기술이라는 뜻으로, 쓸데없는 일로 몸을 소모시킨다는 말이다.
屠 : 죽일 도(尸/8)
龍 : 용 룡(龍/0)
技 : 재주 기(扌/4)
출전 : 장자(莊子) 열어구편(列禦寇篇)
도(道)를 알기는 쉽지만 이것을 말하지 않기는 어렵다. 도를 알고서도 말하지 않는 것은 하늘의 도에 가까이 하는 것이고, 알고서 말하는 것은 세속의 사람과 가까이 하는 것이다. 옛날 사람은 하늘을 따르고 사람을 따르지 않았다.
주평만(朱泙漫)이란 자는 지리익(支離益)에게서 용을 잡아서 요리하는 기술을 배웠다. 천금이나 되는 가산을 탕진하여 3년만에 그 재주를 이어받았지만 그 재주를 쓸 곳이 없었다.
성인은 필요한 것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마음속에 다툼 같은 것이 없고, 범속한 사람은 필요치 않은 것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마음속의 다툼이 많다. 그런 다툼을 그대로 행하기 때문에 구하는 것이 있는 것이니, 그 다툼을 믿고 행하게 되면 결국은 망하게 된다.
장자(莊子)는 천지만물의 근원인 도를 인간이 파악하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지식을 떠나 도 그 자체에 몰입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고 보았다. 열어구편(列禦寇篇)은 이런 인위적인 지(知)를 떠나 참된 하늘의 지식을 터득하는 것에 관한 내용으로, 독립된 일곱개의 설화로 구성되어 있다.
위에서 주평만이나 지리익도 모두 장자가 만든 허구상의 인물이다. 주평만의 이야기를 통해 장자는 지이불언(知而不言), 천이불인(天而不人)의 도를 깨달은 성인 본연의 자세를 설명하려 한 것이다. 즉 세속의 자질구레한 일에 얽매어서는 참된 도를 깨달을 수 없다는 비유이다.
이와 같이 도룡기(屠龍技)란 참된 도를 깨우치기 위해서는 인간사의 기준으로 사물을 가르지 말라는 비유였는데, 오늘날에는 도로(徒勞)의 수고로움을 가리키게 되었다.
▶ 屠(죽일 도, 흉노 왕의 칭호 저)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주검시엄(尸; 주검)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者(자, 도)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屠(도, 저)는 ①죽이다 ②(짐승을)잡다 ③무찌르다 ④짐승을 찢다, 찢어 죽이다 ⑤앓다 ⑥백정(白丁: 가축을 잡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 ⑦도수장(屠獸場: 도살장) ⑧지명, 그리고 ⓐ흉노 왕의 칭호(稱號)(저)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윗사람 죽일 시(弑), 죽일 륙(戮), 다 죽일 섬(殲), 죽일 살(殺), 죽일 살(煞)이다. 용례로는 마구 죽임으로 육축을 잡아 죽임을 도살(屠殺), 닭을 잡아서 죽임을 도계(屠鷄), 무참하게 마구 죽임을 도륙(屠戮), 가축을 도살하는 일을 도축(屠畜), 소나 돼지 등을 잡는 사람을 도자(屠者), 사람을 죽이고 재물을 약탈함을 도략(屠掠), 도륙하여 없애 버림을 도발(屠拔), 백성을 도륙하여 해침을 도해(屠害), 성이 함락되면 그 안의 사람들이 살육된다는 뜻으로 성이 함락됨의 비유한 말을 도성(屠城), 법령을 어기고 함부로 가축을 도살하는 일을 범도(犯屠), 관청의 허가 없이 소나 돼지 따위를 부정하게 잡는 일을 사도(私屠), 푸줏간에서 소 잡지 말란다는 뜻으로 도저히 행할 수 없는 일을 경계한다는 뜻의 속담을 도문계살(屠門戒殺), 도살장에서 염불하기라는 뜻으로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은 것을 이르는 속담을 도문송불(屠門誦佛), 온 집안의 가족을 모두 도륙함을 이르는 말을 도문멸족(屠門滅族), 용을 죽이는 기술이라는 뜻으로 용이 이 세상에 없는 동물이므로 세상에 쓸모 없는 기술을 이르는 말을 도룡지기(屠龍之技),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이란 뜻으로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 또는 무상한 인생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도소지양(屠所之羊) 등에 쓰인다.
▶ 龍(용 룡/용, 언덕 롱/농, 얼룩 망, 은총 총)은 ❶상형문자로 竜(룡)의 본자(本字)이다. 머리 부분에 辛(신) 모양의 장식이 있는 뱀을 본떠 용의 뜻을 나타냈다. 몸체(月=肉)를 세우고(立) 꼬리를 흔들어서 날아 오르는 용의 모양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龍자는 ‘용’이나 ‘임금’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용은 소의 머리와 뱀의 몸통, 독수리 발톱과 같이 다양한 동물들의 신체를 조합해 만든 상상의 동물이다. 용은 신비의 동물이자 신성함을 상징했다. 그래서 고대 중국에서는 용을 신비의 대상으로 삼아 수많은 신화나 전설을 만들어냈다. 龍자는 바로 그 전설의 동물을 문자화 한 것이다. 갑골문에 처음 등장한 龍자는 용의 머리와 몸통이 간략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그러나 소전에서는 문자의 형태를 갖추게 되면서 다양한 글자가 조합되었다. 따라서 龍자에 쓰인 立(설 립)자나 月(달 월)자는 단순히 용의 모습을 한자화한 것일 뿐 글자가 가진 의미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래서 龍(룡, 롱, 망, 총)은 ①용(龍: 상상의 동물) ②임금, 천자(天子) ③임금에 관한 사물(事物)의 관형사 ④비범한 사람 ⑤훌륭한 사람 ⑥명마(名馬) ⑦별의 이름 ⑧파충류(공룡) 그리고 ⓐ언덕(롱) 그리고 ㉠얼룩(망) 그리고 ㊀은총(恩寵)(총)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입신 출세의 관문을 용문(龍門), 옛날 임금이 타던 수레를 용거(龍車), 임금의 얼굴을 용안(龍顔), 폭포가 떨어지는 바로 밑에 물받이로 되어 있는 깊은 웅덩이를 용소(龍沼), 용의 아들을 용자(龍子), 용의 형상을 새긴 종을 용종(龍鐘), 전설에서 말하는 바다 속에 있다고 하는 용왕의 궁전을 용궁(龍宮), 용의 꼬리를 용미(龍尾), 용이 소리를 길게 뺌을 용음(龍吟), 숨어서 아직 하늘에 오르지 않은 용을 잠룡(潛龍), 누워 있는 용을 와룡(臥龍), 애꾸눈인 용이라는 독안룡(獨眼龍), 용문에 오른다는 등용문(登龍門), 머리는 용이고 꼬리는 뱀이라는 용두사미(龍頭蛇尾), 누운 용과 봉황의 새끼를 이르는 말을 와룡봉추(臥龍鳳雛), 하늘에 오른 용은 뉘우침이 있다는 말을 항룡유회(亢龍有悔), 용을 죽이는 기술이라는 말을 도룡지기(屠龍之技), 용과 호랑이가 서로 싸운다는 말을 용호상박(龍虎相搏), 장승요가 벽에 그린 용에 눈동자를 그려 넣은 즉시 용이 하늘로 올라 갔다라는 말을 화룡점정(畵龍點睛) 등에 쓰인다.
▶ 技(재주 기)는 형성문자로 伎(기)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支(지)는 枝(지; 나뭇가지)나 岐(기; 갈림길)와 같이 자잘하게 나누어지는 일, 즉 잔손이 많이 가는 일을 말한다. 그래서 技(기)는 ①재주, 재능(才能), 솜씨 ②재간(才幹) ③능력(能力) ④장인(匠人) ⑤기술(技術) ⑥방술(方術) ⑦짐작하다, 헤아리다 ⑧바르지 못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재주 량(倆), 재주 재(才), 펼 술(述), 재주 예(藝), 재주 술(術)이다. 용례로는 만들거나 짓거나 하는 재주 또는 솜씨를 기술(技術), 기술적인 능력 또는 재능을 기능(技能), 솜씨가 아주 묘함을 기교(技巧), 전문 기술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기사(技師), 기술적인 재간이나 솜씨를 기량(技倆), 기교와 방법을 기법(技法), 기술에 대한 재주를 기예(技藝), 손으로 가공하는 기술을 기공(技工), 아주 능한 재주를 장기(長技), 기술의 낫고 못함을 서로 겨루는 일을 경기(競技), 특별한 기능을 특기(特技), 전문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취미로 하는 기술이나 재간을 여기(餘技), 관객 앞에서 연극이나 영화에서 배우가 베푸는 재주를 연기(演技), 실지로 행하는 기술이나 연기를 실기(實技), 기묘한 기술과 재주를 묘기(妙技), 그 나라 독특한 기예를 국기(國技), 나라와 나라끼리 기업이나 특허나 기술 등을 서로 교환 제휴하는 것을 기술제휴(技術提携), 재주를 다 배우니 눈이 어두움을 기성안혼(技成眼昏), 한 사람이 하나의 기술을 가지는 일을 일인일기(一人一技), 교묘한 기술과 재주가 여러 가지 모양으로 나옴을 묘기백출(妙技百出)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