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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체수유병(滯穗遺秉)

작성자장경식|작성시간18.04.01|조회수188 목록 댓글 0

체수유병(滯穗遺秉)

떨어진 이삭과 누락된 것(떨어진 볏단)이라는 뜻으로, 추수를 마친 들판에도 떨어진 나락이 많다는 의미로, 학문도 연구할 것이 많이 있다는 말이다.

滯 : 막힐 체(氵/11)
穗 : 이삭 수(禾/12)
遺 : 끼칠 유(辶/12)
秉 : 잡을 병(禾/3)

출전 : 다산시문집 제20권 서(書) 중씨께 답함(答仲氏)


이 성어는 다산시문집 제20권 서(書) 중씨께 답함(答仲氏)에 보인다. 그 내용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지금 '논어'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은 사람들은 사서(四書) 분야에는 결코 유병(遺秉; 누락된 해석)이 없다고 말합니다.
至今不爲論語之役者, 謂四書之田, 必無遺秉矣.

굉보(紘父) 이강회(李綱會)가 과거(科擧) 공부를 그만두고 돌아와, 발분하여 경학(經學)과 예학(禮學)의 분야에 몸을 바치고 있는데, 그를 가르치려다 보니 안경을 쓰지 않고는 임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紘父自科還, 發憤歸身於經禮之學, 爲其所困, 不得不著靉靆而臨之.

이렇게 하고 보니, 여기에도 떨어뜨린 볏단이 있고 저기에도 남은 이삭이 있으며, 여기에 거두지 않은 볏단이 있고 저기에 거두지 않은 늦벼가 있어서 전도가 낭자하여 이루 다 수습하지 못할 지경입니다.
於是此有遺秉, 彼有滯穗, 此有不斂穧, 彼有不斂穉, 顚倒狼藉, 不勝收拾.

마치 어린 시절 새벽에 밤나무 동산에 나갔다가 갑자기 붉은 밤알들이 난만히 땅에 흩어져 있는 것을 만나 이루 다 주울 수 없는 것과 같은 격이니 이를 장차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恰如兒時晨出栗園中.


⏹ 체수유병(滯穗遺秉)

정조는 특이한 임금이었다. 경연(經筵)에서 신하의 강의를 듣지 않고 자신이 직접 강의를 했다. '시경'을 강의할 때 전후로 내준 숙제만 800문항이 넘었다. 큰 학자라도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 많았다. 신하들은 끊임없는 임금의 숙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이 강의에서 단연 이채를 발한 학생은 정약용이었다.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척척 대답해서 제출했다. 정조가 다산의 답안지에 어필(御筆)로 내린 평가가 이랬다. '백가의 말을 두루 인증해 출처가 끝이 없다. 평소의 온축이 깊고 넓지 않고는 이렇게 할 수가 없다.' 다산의 작업 비결은 생활화된 메모의 습관에서 나왔다. 옛글을 읽다가 한 구절이라도 '시경'을 인용하거나 논한 내용이 나오면 무조건 기록해 두었다. 별도의 공책에 '시경' 편차에 따라 정리해 두었다. 오래 계속하자 작품마다 이 책 저 책의 언급 내용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임금의 800개가 넘는 질문이 대부분 이 범위 안에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달랐다. 숙제가 나오면 그때부터 관련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하나를 겨우 찾고 나서 그다음 것은 또 처음부터 찾아야 했다. 한 사람은 서랍 속에 차곡차곡 넣어놓고 필요할 때 꺼내 썼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때마다 물건을 찾아 동네 가게를 온통 헤매고 다녔다. 속도와 효율 면에서 당할 사람이 없었다.

다산은 이때의 문답을 정리해 '시경강의보(詩經講義補)'를 짓고, 미처 못 쓴 나머지 메모로는 '풍아유병(風雅遺秉)'이란 책을 엮었다. 유병(遺秉)은 추수 끝난 논바닥에 남은 벼이삭이다. 나락 줍기의 뜻이다. '논어고금주'도 이런 메모 작업의 결과였다. 다산은 둘째 형님에게 보낸 편지에서 사람들이 사서(四書) 분야에는 남은 이삭이 없다고 말하지만 자신이 직접 살펴보니 도처에 체수유병(滯穗遺秉)이더라고 했다. 체수는 낙수(落穗)와 같은 의미다. 여기저기 떨군 벼이삭과 남은 나락이 너무 많아 이루 다 수습할 수가 없을 정도라고 했다.

논문을 쓰는 대학원생들은 남이 안 쓴 주제는 어려워 못 쓰겠고, 쓰고 싶은 것은 이미 다 써 할 말이 없다고 푸념한다. 추수 끝난 빈 들판에 떨어진 나락이 무수한 줄을 몰라 하는 소리다.


▶️ 滯(막힐 체)는 ❶형성문자로 滞(체)는 통자(通字), 滞(체)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帶(대, 체)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滯자는 ‘막히다’, ‘쌓이다’, ‘정체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滯자는 水(물 수)와 帶(띠 대)자의 결합한 모습이다. 帶자는 고대에 사용하던 허리띠를 그린 것으로 ‘띠’나 ‘띠를 두르다’라는 뜻이 있다. 滯자는 이렇게 묶어두는 역할을 했던 帶자를 응용해 “물(水)을 묶어두다(帶)”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즉 허리띠로 조르듯이 물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서 滯(체)는 (1)체(滯)하다 (2)체증(滯症) 등의 뜻으로 ①막히다 ②유통(流通)되지 않다 ③남다 ④구애(拘礙)되다, 얽매이다 ⑤쌓이다 ⑥머무르다 ⑦버려지다 ⑧엉기다(한 덩어리가 되면서 굳어지다) ⑨오래 되다 ⑩(판단하기)어렵다 ⑪빠뜨리다, 남겨 놓다 ⑫버려진 사람 ⑬물이 흩어지는 모양,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막힐 색(塞), 막힐 조(阻), 막힐 질(窒), 막힐 옹(邕)이다. 용례로는 여행지 등에서 오래 머물러 있음을 체류(滯留), 기한까지 내지 못하고 밀리는 것 또는 납세를 지체하는 것을 체납(滯納), 체하여 소화가 잘 안 되는 증세 또는 교통의 흐름이 순조롭지 않아 길이 막히는 상태를 체증(滯症), 지급이 늦어지는 것이나 지급을 지체하는 것을 체불(滯拂), 마땅히 치러야 할 것을 치르지 아니하여 밀려 있는 임금을 체임(滯賃), 풀지 못하고 오랫동안 쌓인 생각을 체념(滯念), 걸리거나 쌓여서 막힘을 체색(滯塞), 머뭇거려 늦어지게 함을 체계(滯稽), 먹은 음식이 잘 삭지 아니하여 생친 증세를 체병(滯病), 먹은 음식이 잘 삭지 않아 생기는 병의 빌미를 체수(滯祟), 일이 잘 진전되지 않음을 침체(沈滯), 사물이 한 곳에 그쳐서 쌓임을 정체(停滯), 늦추어 지체함 또는 기한이 늘어 지체됨을 연체(延滯), 어물어물하여 시간이 늦어짐을 지체(遲滯), 쌓여서 막힘을 적체(積滯), 일이 더디어 잘 나가지 못하는 것을 삽체(澁滯), 머뭇거리어 늦어지거나 늦어지게 함을 계체(稽滯), 성질이 편벽되고 고집스러워 너그럽지 못함을 고체(固滯), 갑작스럽게 체함 또는 그런 증세를 급체(急滯), 어떤 일에 집착하여 지연됨을 점체(粘滯), 원한이나 불평 따위가 가슴 속에 꽉차 있음을 개체(芥滯), 인심과 문화와 사회에 새롭고 확실한 것을 찾는 활기가 없어 진보 발전하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위미침체(萎靡沈滯), 떨어진 이삭과 떨어진 볏단이라는 뜻으로 추수를 마친 들판에도 떨어진 나락이 많다는 말로 학문도 연구할 것이 많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체수유병(滯穗遺秉) 등에 쓰인다.

▶️ 穗(이삭 수)는 형성문자로 穂(수)의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벼 화(禾; 곡식)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늘어지다(垂)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惠(혜, 수)를 더해 이루어졌다. 벼의 늘어진 부분, 곧 이삭의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穗(수)는 ①이삭(꽃대의 끝에 열매가 더부룩하게 많이 열리는 부분) ②벼의 이삭(꽃대의 끝에 열매가 더부룩하게 많이 열리는 부분) ③보리의 이삭(꽃대의 끝에 열매가 더부룩하게 많이 열리는 부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삭과 같은 모양을 수상(穗狀),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가느다란 연기를 수연(穗煙), 많은 이삭이 바람에 물결치는 것을 차도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수파(穗波), 가을걷이 후에 논밭에 떨어져 있는 곡식의 이삭을 낙수(落穗), 벼나 보리 따위의 이삭이 팸을 발수(發穗), 벼나 보리 밀 조 등의 좋은 씨앗을 받으려고 그 이삭의 잘된 것을 골라서 뽑음 또는 그 이삭을 발수(拔穗), 가을에 익는 곡식의 이삭을 추수(秋穗), 알이 다닥다닥하게 많이 달린 이삭을 밀수(密穗), 꺾꽂이를 하려고 일정한 길이로 잘라 낸 식물체의 순을 삽수(揷穗), 채찍 따위의 끝에 달리어 늘어진 끈을 편수(鞭穗), 한 포기의 줄기에서 아홉 개의 이삭이 맺는다는 뜻으로 상서로운 곡물을 이르는 말을 일경구수(一莖九穗), 떨어진 이삭과 떨어진 볏단이라는 뜻으로 추수를 마친 들판에도 떨어진 나락이 많다는 말로 학문도 연구할 것이 많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체수유병(滯穗遺秉) 등에 쓰인다.

▶️ 遺(남길 유, 따를 수)는 ❶형성문자로 遗(유)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貴(귀; 많은 보배, 재산, 가진 것, 유)로 이루어졌다. 물건이 어디로 가버리다, 잃는 일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遺자는 '남기다'나 '끼치다', '버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遺자는 辶(쉬엄쉬엄 갈 착)자와 貴(귀할 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貴자는 양손에 흙을 움켜쥐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귀하다'라는 뜻이 있다. 그런데 遺자의 금문을 보면 새집을 떨어트리거나 버리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遺자의 본래 의미도 '버리다'나 '떨어뜨리다'였다. 후에 遺자는 '남기다'나 '전하다'와 같은 뜻을 갖게 되었는데, 길 위에 떨어트린 물건을 선조들이 남기고 간 유산에 비유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遺(유, 수)는 ①남기다, 남다 ②끼치다, 전하다 ③잃다 ④버리다, 유기(遺棄)하다 ⑤잊다 ⑥두다, 놓다 ⑦떨어지다, 떨어뜨리다 ⑧빠지다, 빠뜨리다 ⑨쇠퇴(衰退)하다 ⑩빠르다 ⑪더하다, 더해지다 ⑫음식을 보내다, 음식을 대접하다 ⑬오줌 ⑭실수(失手), 그리고 ⓐ따르다(수) ⓑ좇다(수)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마음에 남는 섭섭함을 유감(遺憾), 건축물이나 전쟁이 있던 옛터를 유적(遺跡), 내버리고 돌아보지 않음을 유기(遺棄), 사후에 남겨 놓은 재산을 유산(遺産), 끼치어 내려옴을 유전(遺傳), 죽은 사람의 뒤에 남은 가족을 유족(遺族), 사후에 남겨진 물건을 유물(遺物), 죽은 사람을 화장하고 남은 뼈를 유골(遺骨), 죽은 사람의 몸을 유해(遺骸), 갖추어지지 아니하고 비거나 빠짐을 유루(遺漏), 활자 따위가 책이나 활판 가운데서 빠짐을 유탈(遺脫), 죽음에 임해서 남기는 말을 유언(遺言), 유언하는 글을 유서(遺書), 잃어 버림을 유실(遺失), 죽은 사람이 생전에 이루지 못하고 남긴 뜻을 유지(遺志), 마음에 둠을 유의(遺意), 남이 잃어버린 물건을 주움을 습유(拾遺), 남김없이 모조리를 무유(無遺), 남편이 죽고 남긴 자식을 고유(孤遺), 자면서 모르는 가운데 정액이 나옴을 몽유(夢遺), 보태어 채움을 보유(補遺), 냄새가 만 년에까지 남겨진다는 뜻으로 더러운 이름을 영원히 장래에까지 남김을 일컫는 말을 유취만년(遺臭萬年), 마땅히 등용되어야 할 사람이 빠져서 한탄함을 이르는 말을 유주지탄(遺珠之歎), 오래 전하여 오늘에 이른 풍속을 일컫는 말을 유풍여속(遺風餘俗), 청렴결백하거나 선정을 베푼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이르는 말을 감당유애(甘棠遺愛), 계책에 빈틈이 조금도 없음을 일컫는 말을 산무유책(算無遺策), 임금의 잘못을 바로잡아 고치게 함을 보과습유(補過拾遺), 있는 힘을 남기지 않고 다 씀을 이르는 말을 불유여력(不遺餘力), 큰 바다에 남아 있는 진주라는 뜻으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현자나 명작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창해유주(滄海遺珠) 등에 쓰인다.

▶️ 秉(잡을 병)은 회의문자로 벼 화(禾; 곡식)部와 부수(部首)를 제외한 글자 (손)으로 이루어졌다. '벼를 한줌 갖다'의 뜻이 전(轉)하여, '잡다'의 뜻이 있다. 그래서 秉(병)은 ①잡다, 쥐다 ②장악(掌握)하다 ③처리(處理)하다 ④지키다, 간직하다 ⑤따르다, 순종(順從)하다 ⑥헐뜯다 ⑦열엿 섬(곡식을 세는 단위) ⑧볏단(벼를 베어 묶은 단) ⑨자루(끝에 달린 손잡이), 손잡이 ⑩권력(權力)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잡을 집(執), 잡을 액(扼), 잡을 파(把), 잡을 구(拘), 잡을 착(捉), 잡을 포(捕), 잡을 조(操), 잡을 나(拿), 잡을 지(摯), 잡을 체(逮), 잡을 나(拏)이다. 용례로는 권력을 잡는 것을 병권(秉權), 촛불을 손에 잡음 곧 촛불을 켬을 병촉(秉燭), 무장이 병권을 잡음을 병월(秉鉞), 타고난 천성을 그대로 지킴을 병이(秉彛), 정권을 잡음을 병축(秉軸), 촛불을 들고 밤에 논다는 뜻으로 경치가 좋을즈음 낮에 놀던 흥이 미진해서 밤중까지 놂을 이르는 말을 병촉야유(秉燭夜遊), 촛불을 들고 밤길을 간다는 뜻으로 시기에 늦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병촉야행(秉燭夜行), 떳떳하게 타고난 천성을 이르는 말을 병이지성(秉彛之性), 떨어진 이삭과 떨어진 볏단이라는 뜻으로 추수를 마친 들판에도 떨어진 나락이 많다는 말로 학문도 연구할 것이 많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체수유병(滯穗遺秉) 등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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