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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감지(坎止)

작성자장경식|작성시간18.04.01|조회수277 목록 댓글 0

감지(坎止)

일이 험난한 지경에 다다라 그만둠을 말한다.

坎 : 구덩이 감(土/4)
止 : 그칠 지(止/0)


신흠(申欽)이 1613년 계축옥사(癸丑獄事) 때 김포 상두산(象頭山) 아래로 쫓겨났다. 계축옥사는 대북 일파가 소북을 축출키 위해 영창대군을 옹립하려 했다는 구실로 얽어 꾸민 무고였다.

그는 근처 가현산(歌絃山)에서 흘러내린 물이 덤불과 돌길에 막혀 웅덩이를 이루던 곳에 정착했다. 먼저 도끼로 덤불을 걷어내고, 물길의 흐름을 틔웠다. 돌을 쌓아 그 위에 한 칸 띠집을 짓고, 내리닫는 물을 모아 연못 두 개를 만들었다.

한 칸 초가에는 감지와(坎止窩)란 이름을 붙였다. 감지(坎止)는 물이 구덩이를 만나 멈춘 것이다. 주역에 나온다.

기운 좋게 흘러가던 물이 구덩이를 만나면 꼼짝없이 그 자리에 멈춘다. 발버둥을 쳐봐야 소용이 없다. 가득 채워 넘쳐 흐를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애초에 구덩이에 들지 말아야 했으나, 이것은 물의 의지 밖의 일이다.

그는 감지와명(坎止窩銘)을 지어 소회를 남겼다. 그 내용은 이렇다. "그칠 때 그친 것은 위로 공자만 못하고, 붙들어 그친 것은 아래로 유하혜(柳下惠)에 부끄럽다. 구덩이에 빠지고야 멈췄으니 행함이 부끄럽지만, 마음만은 형통하여 평소와 다름없네. 그칠 곳에 그쳐서 낙천지명(樂天知命) 군자 되리." 주역 간괘(艮卦)를 부연한 풀이다.

감지(坎止)는 습감괘(習坎卦)에도 나온다. 습감괘는 거듭 험난에 빠지는 형국이다. 사람의 그릇은 역경과 시련 속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구덩이에 갇혀 자신을 할퀴고 절망에 빠져 자포자기하는 이가 있고, 물이 웅덩이를 채워 넘칠 때까지 원인을 분석하고 과정을 반성하며 마음을 다잡아 재기하는 사람이 있다. 후자라야 군자다. 소인은 남 탓하며 원망을 품는다.

그 아들 신익성(申翊聖)은 감지정기(坎止亭記)에서 또 이런 뜻을 피력했다. 가파른 시련의 습감괘 다음에는 오래되어 막힌 것이 다시 통하는 형상의 이괘(離卦)가 기다린다. 역경 속에서 내실을 기해 신실함을 지키면, 다시 기회를 얻을 수가 있다. 섣부른 판단으로 지레 포기하거나 소극적으로 움츠러들기만 할 일은 아니다.

정치적 실의와 좌절에 처해 주역의 논리를 빌린 자기 다짐의 우의(寓意)가 깊다. 시련의 날에 하고 싶은 말이 좀 많았겠는가? 하지만 꾹 참고 주변을 정리했다. 습지의 물길을 틔워 쓸모없던 땅에 새 터전을 마련했다.


▶️ 坎(구덩이 감)은 형성문자로 埳(감), 臽(감)은 동자(同字), 塪(감)은 와자(訛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흙 토(土; 흙)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欠(흠, 검)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坎(감)은 (1)감괘(坎卦) (2)감방(坎方) 등의 뜻으로 ①구덩이(땅이 움푹하게 파인 곳) ②치는 소리 ③64괘의 하나 ④험하다 ⑤고생하다 ⑥험난하다 ⑦괴로워하다 ⑧애태우다 ⑨묻다 ⑩숨기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구덩이 갱(坑), 구덩이 참(塹)이다. 용례로는 때를 만나지 못하여 뜻을 이루지 못해서 괴로움이 큼을 감가(坎坷), 일이 험난한 지경에 다다라 그만둠을 감지(坎止), 여인들이 옷 위에 덧입는 배자를 감견(坎肩), 길이 험하여 다니기가 힘듦이나 일이 뜻대로 안되어 마음이 답답함을 감람(坎壈), 정북을 중심으로 한 45° 안의 방위 곧 북쪽을 말함을 감방(坎方), 별자리 이름을 감수(坎宿), 어떤 물건을 만드는데 바탕이 되는 재료를 감음(坎音), 구덩이를 감허(坎虛), 흙구덩이로 영구적인 묏자리를 정할 때까지 임시로 시체를 흙으로 덮어 둠을 토감(土坎), 축문을 묻는 구덩이를 내감(內坎), 아주 작은 염정鹽井을 요감(幺坎), 구렁텅이에 빠진다는 뜻으로 벗어나기 어려운 불행한 지경에 처함을 이르는 말을 유감(流坎), 소금을 만들 바닷물을 모아 두는 구덩이를 노감(滷坎), 제사를 지낸 뒤에 축문과 폐백 따위를 묻는 구덩이를 예감(瘞坎), 우물 안 개구리라는 뜻으로 견문이 좁고 세상 형편에 어두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감중지와(坎中之蛙) 등에 쓰인다.

▶️ 止(그칠 지)는 ❶상형문자로 止(지)는 사람 발자국의 모양으로, '발을 멈추고 그 자리에 있다'의 뜻과 '발을 움직여 나아간다'는 뜻의 두 가지로 썼으나, 나중에는 주로 '머문다'는 뜻으로 썼다. ❷상형문자로 止자는 '그치다'나 '멈추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갑골문을 나온 止자를 보면 엄지발가락이 길게 뻗어 있는 발이 그려졌었다. 이것은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지만 사전적으로는 '그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발걸음이 멈추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止자는 '금지(禁止)하다'와 같이 무언가를 멈추거나 억제한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止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가다'나 '이동하다'처럼 사람의 움직임과 관련된 뜻을 전달한다. 그렇기에 止자가 단독으로 쓰일 때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뜻이 달라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래서 止(지)는 ①그치다, 끝나다 ②그만두다, 폐하다 ③금하다 ④멎다, 멈추다 ⑤억제하다 ⑥없어지다, 없애다 ⑦머무르다 ⑧숙박하다, 투숙하다 ⑨붙들다, 만류하다 ⑩모이다, 모여들다 ⑪사로잡다, 손에 넣다 ⑫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⑬되돌아오다 ⑭병이 낫다 ⑮떨어버리다 ⑯만족하다, 자리 잡다 ⑰꼭 붙잡다 ⑱기다리다 ⑲예의(禮義), 법(法) ⑳거동(擧動), 행동거지(行動擧止: 몸을 움직여 하는 모든 짓) ㉑한계(限界) ㉒겨우, 오직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마칠 료(了), 머무를 정(停), 끝 말(末),끝 단(端), 마칠 종(終), 그칠 철(輟),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움직일 동(動)이다. 용례로는 목마른 것이 그침 또는 그치게 함을 지갈(止渴), 하던 곡(哭)을 그침을 지곡(止哭), 전쟁을 멈춤을 지과(止戈), 흐르지 않고 괴어 있는 물을 지수(止水), 어떤 곳에서 머물러 잠 머물러 묵음을 지숙(止宿), 진행하여 오던 현상이나 병의 증세 따위가 잠시 그침을 지식(止息), 더 높은 단계로 오르기 위하여 어떠한 것을 하지 아니함을 지양(止揚), 병으로 말미암아 생긴 열이 내리거나 또는 그 열을 내리게 함을 지열(止熱), 잠시 몸을 의탁하여 거주함을 지접(止接), 머물러 삶을 지주(止住), 피가 못 나오게 함 또는 피가 그침을 지혈(止血), 실시하던 제도나 법규 및 일을 그만두거나 없앰을 폐지(廢止), 금하여 못하게 함을 금지(禁止), 막아서 그치게 함을 저지(沮止), 하던 일을 중도에서 멈춤을 정지(停止), 어떤 일이나 현상이 일어나지 못하게 막음을 방지(防止), 내리 눌러서 제어함을 억지(抑止), 일을 중도에서 그만 둠을 중지(中止), 하려고 하는 일을 말리어서 못하게 함을 제지(制止), 지극히 선한 경지에 이르러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람은 최고의 선에 도달하여 그 상태를 유지함을 이상으로 해야 함을 이르는 말을 지어지선(止於至善), 제 분수를 알아 만족할 줄 아는 경계를 일컫는 말을 지족지계(止足之戒), 목마름을 그치게 하는 꾀라는 뜻으로 임시변통의 꾀를 이르는 말을 지갈지계(止渴之計), 일정한 숙소가 없이 어디든지 이르는 곳에서 머물러 잠 또는 어떤 일이나 행동을 마땅히 그쳐야 할 데서 알맞춰 그침을 이르는 말을 지어지처(止於止處), 맑은 거울과 고요한 물이라는 뜻으로 사념이 전혀 없는 깨끗한 마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명경지수(明鏡止水), 몸으로 움직이는 모든 것을 이르는 말을 행동거지(行動擧止), 매실은 시기 때문에 이야기만 나와도 침이 돌아 해갈이 된다는 뜻으로 매실의 맛이 아주 심 또는 공상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음을 일컫는 말을 망매지갈(望梅止渴), 행동을 덤비지 말고 형용과 행동거지를 조용히 생각하는 침착한 태도를 가져야 함을 이르는 말을 용지약사(容止若思),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자행자지(自行自止) 등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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