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립지교(車笠之交)
한 사람은 수레를 타고 한 사람은 패랭이를 쓰고 다닐 정도로 차이가 나지만 절친한 사귐을 말하며, 신분의 귀천이 없는 사귐을 의미한다.
車 : 수레 거(車/0)
笠 : 삿갓 립(竹/5)
之 : 갈 지(丿/3)
交 : 사귈 교(亠/4)
출전 : 태평어람(太平御覽) 卷406
이 성어는 중국 송(宋)나라 때 이방(李昉)이 편찬한 백과사서(百科辭書)인 태평어람(太平御覽) 卷406에 나오는 내용으로 다음과 같다.
풍토기(風土記)에 이렇게 말하였다. “월(越)의 풍속은 사람들은 천성이 소박하며, 서로 사귀고자할 때는 즉시 머리에 쓴 수건을 벗고, 허리에 찬 5척의 칼을 풀어서 주고받아 사귐을 맺는다.
風土記曰; 越俗, 性率樸, 意親好合, 即脫頭上手巾, 解儀間五尺刀以與之爲交。
어버이에게 절하고 아내에게 무릎을 굻으며, 우정을 맺을 때는 례(禮)가 있는데, 그 풍습이 산속의 큰 나무 아래 흙을 쌓아 단을 만들고, 흰 개 한 마리, 붉은 닭 한 마리, 달걀 3개로 제사를 지낸다. 이를 ‘나무 아래 닭, 개 다섯’이라 한다.
拜親跪妻, 定交有禮, 俗皆當于山間大樹下, 封土爲壇, 祭以白犬一, 丹鶏一, 鶏子三。名曰, 木下鶏犬五。
그 단은 사람들이 두려워하여 감히 범하지 못한다. 이때 기원하여(祝) 말하기를 '그대는 수레를 타고 나는 입(笠)을 쓰고, 다른 날 만나면 수레에서 내려 서로 읍하세. 내가 비록 걷고 그대는 말을 타도, 다른 날 다시 만나면 그대는 말에서 내리리'라 하였다.
其壇也, 人畏不敢犯也。祝曰; 卿雖乘車我戴笠, 後日相逢下車揖。我雖步行卿乘馬, 後日相逢卿當下。
(太平御覽 卷406)
⏹ 거립지교(車笠之交)
친구 사이의 아름다운 우정을 기리는 고사는 쌔고쌨다. 혈연이 아니면서 혈연 이상으로 서로 돕고, 친구의 위험을 자기가 안는 미담이 많다.
이번엔 약간 생소하여 평시엔 잘 사용하지 않는 우정에 관한 성어도 한 번 모아 보자.
먼저 청(淸)나라 금영(金纓)이 편찬한 격언집 격언연벽(格言聯璧)의 구절엔 이런 것이 있다.
博奕之交不終日.
飮食之交不終月.
노름과 오락으로 사귄 친구는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술과 음식으로 사귄 친구는 한 달을 넘기지 못한다.
勢利之交不終年.
道義之交可終身.
세력과 이익으로 사귄 친구는 한 해를 넘기지 못하며, 오직 정의로 사귄 친구만이 영원히 이어진다.
연벽(聯璧)이란 쌍벽과 같은 뜻으로 격언을 쌍벽처럼 묶어놓은 책이란 뜻이다.
공자(孔子)님은 정직한 사람, 성실한 사람, 견문이 많은 사람과 사귀라고 익자삼우(益者三友)를 내세웠다.
명(明)나라 소준(蘇竣)은 계명우기(雞鳴偶記)란 책에서 친구를 네 종류로 나누었다.
첫째는 외우(畏友)로 서로 잘못을 바로 잡아주고 도를 위해 노력하는 친구 사이, 둘째 밀우(密友)는 좋은 일이 있을 때나 서로 돕고 생사를 같이 하는 사이, 셋째 닐우(昵友)는 좋은 일이 있을 때나 놀 때만 잘 어울리는 사이, 마지막으로 적우(賊友)는 이익을 보면 서로 싸우고 근심거리가 있으면 미루는 사이를 말했다. 이익을 두고 서로 싸우는 사이를 친구로 포함시킨 것이 의외다.
신분이나 생활수준이 차이나는 것을 뛰어넘은 친구는 더 아름답다. 백아절현(伯牙絶絃)은 고관과 나무꾼, 수어지교(水魚之交)는 군신관계였다.
한 사람은 수레를 타고, 다른 사람은 패랭이를 쓰고(車笠) 다닐 정도로 차이가 나는 두 친구의 사귐(之交)을 말하는 이 성어도 신분의 귀천을 뛰어넘는다.
송(宋)나라 태종(太宗)의 명으로 이방(李昉)이 엮은 태평어람(太平御覽)에 인용되어 전한다.
월(越)나라 풍속에 우정을 맺을 때의 예를 소개하고 그 때 축원하는 말에 나온다.
卿雖乘車我戴笠.
後日相逢下車揖.
그대는 수레를 타고 나는 삿갓을 쓰고, 다른 날 만나면 수레에서 내려 서로 읍하세.
▶️ 車(수레 거, 수레 차)는 ❶상형문자로 수레의 모양을 본떴다. 车(거/차)는 간자(簡字)이다. 부수로서는 수레에 관한 글자의 의미로 쓴다. 수레의 모양을 본뜬 글자로서, 임금이 타는 수레를 의미했으나, 후대로 내려오면서 임금의 거동을 뜻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車자는 '수레'나 '수레바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참고로 車자에는 '차'와 '거'라는 두 가지 발음이 있다. 車자는 물건이나 사람을 싣고 다니던 '수레'를 그린 것이다. 수레는 무거운 짐이나 사람을 쉽게 이동하게끔 하는 수단이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획기적인 발명품이었다. 갑골문에 나온 車자를 보면 당시의 수레가 잘 묘사되어 있었다. 갑골문에서는 양쪽에 큰 바퀴와 상단에는 차양막이 함께 그려져 있었다. 후에 한자가 세로로 쓰이게 되면서 양쪽에 있던 수레바퀴는 단순하게 획으로 그어졌고 짐이나 사람을 싣던 곳은 田자로 표현되었다. 그래서 지금의 車자는 수레를 세로로 그린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처럼 車자는 수레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수레'나 '전차'와 관련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車(거/차)는 (1)바퀴를 굴려서 나아가게 만든 운수 수단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기차(汽車), 자동차(自動車), 전차(電車) 등을 말함 (2)장기짝의 하나로 車자를 새긴 것으로, 한 편에 둘씩 네 개가 있다. 차 치교 포 친다. 제 마음대로 이리저리 마구 휘두름을 이르는 말.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수레 ②수레바퀴 ③수레를 모는 사람 ④이틀(이가 박혀 있는 위턱 아래턱의 구멍이 뚫린 뼈) ⑤치은(齒齦; 잇몸) ⑥장기(將棋)의 말 그리고 ⓐ수레(거) ⓑ수레바퀴(거) ⓒ수레를 모는 사람(거) ⓓ이틀(이가 박혀 있는 위턱 아래턱의 구멍이 뚫린 뼈)(거) ⓔ치은(齒齦; 잇몸)(거)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수레 가(軻), 수레 로/노(輅), 수레 량/양(輛), 가마 련/연(輦), 수레 여(轝)이다. 용례로는 임금이 타는 수레를 거가(車駕), 수레와 말을 거마(車馬), 물품 따위를 수레에 실음을 거재(車載), 수레 바퀴를 거륜(車輪), 비나 볕을 가리기 위해 수레 위에 친 우산 같은 덮개를 거개(車蓋),여러 가지 수레의 총칭을 차량(車輛), 차가 다니도록 마련한 길을 차도(車道), 차량의 사람이 타게 된 칸을 차간(車間), 도로를 주행 방향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그어 놓은 선을 차선(車線), 승객이나 화물을 싣는 부분을 차체(車體), 차량을 넣어두는 곳을 차고(車庫), 수레는 흐르는 물과 같고 말의 움직임은 하늘을 오르는 용과 같다는 뜻으로 수레와 말의 왕래가 많아 매우 떠들석한 상황 즉 행렬이 성대한 모양을 일컫는 말을 거수마룡(車水馬龍), 차윤이 개똥벌레를 모았다는 뜻으로 가난한 살림에 어렵게 공부함을 이르는 말을 차윤취형(車胤聚螢), 차윤의 반딧불과 손강의 눈이라는 뜻으로 어려운 처지에서의 면학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차형손설(車螢孫雪), 수레에 싣고 말斗로 될 수 있을 정도라는 뜻으로 인재나 물건이 아주 많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거재두량(車載斗量), 수레와 고기가 없음을 탄식한다는 뜻으로 사람의 욕심에는 한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거어지탄(車魚之歎), 수레의 말은 살찌고 몸의 의복은 가볍게 차려져 있음을 이르는 말을 거가비경(車駕肥輕), 경험이 없는 말로 수레를 끌게 하려면, 먼저 다른 말이 끄는 수레 뒤에 매어 따라다니게 하여 길들여야 한다는 뜻으로 작은 일에서부터 훈련을 거듭한 뒤 본업에 종사해야 함을 이르는 말을 거재마전(車在馬前), 수레바퀴 자국과 말 발자국이라는 뜻으로 수레나 말을 타고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며 노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거철마적(車轍馬跡) 등에 쓰인다.
▶️ 笠(삿갓 립/입)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대죽(竹; 대나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머물다의 뜻(留; 류)을 가진 立(립)으로 이루어지고, 머리 위에 얹어 비나 햇빛을 막는 대나무로 만든 것, 삿갓을 뜻한다. 그래서 笠(립/입)은 ①삿갓, ②구릿대(산형과의 여러해살이풀), ③우리(牛李; 갈매나무)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여자들이 쓰는 갓처럼 생긴 모자를 입모(笠帽), 갓에 갖추는 치장을 입식(笠飾), 갓을 입아(笠兒), 갓끈을 입영(笠纓), 갓을 파는 가게를 입점(笠店), 갓을 만들어 팔거나 고치는 일을 하는 집을 입방(笠房), 성벽이나 돌담 위에 비를 맞지 아니하도록 지붕처럼 덮어 놓은 돌을 입석(笠石), 예전에 어른이 된 남자가 머리에 쓰던 의관의 하나를 입자(笠子), 불좌 또는 높은 좌대를 덮는 장식품을 입개(笠蓋), 융복의 갓에 갖추는 치장을 입식(笠飾), 붉은 칠을 한 것을 홍립(紅笠), 흰 빛깔의 갓을 소립(素笠), 푸른 빛깔의 갓을 청립(靑笠), 새의 깃을 꽂아 장식한 갓을 우립(羽笠), 일상 쓰는 보통의 갓을 중립(中笠), 관과 갓을 관립(冠笠), 군인들이 쓰는 짐승의 가죽으로 벙거지처럼 만든 모자를 피립(皮笠), 양산을 달리 이르는 말을 수립(豎笠), 오래 된 갓을 구립(舊笠)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 즉,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지남지북(之南之北) 등에 쓰인다.
▶️ 交(사귈 교)는 ❶상형문자로 䢒(교)는 동자(同字)이다. 사람의 종아리가 교차해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이 글자에서 咬(교; 씹다), 絞(교; 묶다), 校(교; 학교) 등의 글자가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交자는 ‘사귀다’나 ‘교제하다’, ‘엇갈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交자는 亠(돼지해머리 두)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돼지머리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交자는 다리를 꼬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交자의 갑골문을 보면 양다리를 꼬고 앉은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交자는 이렇게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사람을 그려 ‘엇갈리다’나 ‘교차하다’라는 뜻을 표현한 글자이다. 그래서 交(교)는 ①사귀다, 교제하다 ②오고 가다 ③주고 받다, 바꾸다 ④인접(隣接)하다, 서로 맞대다 ⑤엇걸리다 ⑥맡기다 7넘기다, 건네다 ⑧내다, 제출하다 ⑨섞이다, 교차하다 ⑩성교하다, 교배하다 ⑪되다, 도래하다 ⑫임무를 마치고 보고하다 ⑬교제(交際), 우정(友情) ⑭벗, 친구(親舊), 동무 ⑮무역(貿易), 거래(去來), 흥정 ⑯서로, 상호(相互) ⑰곤두박질, 공중제비 ⑱옷깃 ⑲일제히, 동시에, 함께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서로 번갈아 드는 사람 또는 그 일을 교대(交代), 통신을 주고 받음을 교신(交信), 2개 이상의 선상의 것이 한 곳에서 마주치는 것을 교차(交叉), 암수 양성의 교접을 교미(交尾), 다른 종류의 암수의 배합을 교배(交配), 벗을 사귐 또는 친구와 교제함을 교우(交友), 섞어 합함을 교합(交合), 서로 맞붙어 싸움을 교전(交戰), 서로 바꿈을 교환(交換), 서로 물건을 사고 팔아 바꿈을 교역(交易), 자리나 역할 따위를 다른 사람 또는 다른 것과 바꿈을 교체(交替), 서로 주고 받음을 교류(交流), 일을 이루기 위하여 서로 의논함을 교섭(交涉), 막힘이 없이 서로 오가는 일을 교통(交通), 서로 사귀어 왕래함을 교유(交遊), 서로서로 어우러져서 뒤섞임을 교잡(交雜), 사귀어 담박하기가 물과 같다는 교담여수(交淡如水), 벗을 사귐에 신의로써 사귐을 교우이신(交友以信), 벗을 사귀는 도리를 교우지도(交友之道), 벗을 사귈 때에는 서로가 분에 맞는 사람끼리 사귀어야 함을 교우투분(交友投分), 사귄 지는 오래지 않으나 서로 심중을 털어놓고 이야기 한다는 교천언심(交淺言深)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