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궤십기(一饋十起)
식사 중에 열 번이나 일어난다는 뜻으로, 인재를 골라 씀에 있어 정성이 대단함을 이르는 말이다.
一 : 한 일(一/0)
饋 : 먹일 궤(食/12)
十 : 열 십(十/0)
起 : 일어날 기(走/3)
나라를 잘 다스리기 위해 밤낮으로 애쓰는 지도자들의 모습은 여러 성어로 남아 있다.
훌륭한 인재를 맞이하기 위해 세 차례나 찾아간다는 삼고초려(三顧草廬)의 유비(劉備), 귀한 손님이 찾아왔을 때 식사도 중단하고 영접하는 토포악발(吐哺握髮)의 주공(周公)이 잘 알려져 있다.
이들보다 훨씬 앞선 중국 전설상의 하(夏) 왕조 시조 우왕(禹王)에게는 관련성어가 훨씬 많다.
성군 요순(堯舜)의 뒤를 이어 우(禹)가 천자가 된 것은 대홍수의 물길을 잡은 치수(治水)의 공이 컸다. 그는 이 일을 맡은 동안 자기 집 문 앞을 지나면서 들어가지 않았다는 과문불입(過門不入)을 13년간이나 실천했다.
그간 머리는 바람에 의해 빗질이 되고, 몸은 비를 맞은 것으로 목욕이 되는 즐풍목우(櫛風沐雨)의 생활을 견뎠다. 이런 육체적 고생 말고도 찾아온 손님을 잘 맞이하기 위한 이야기가 또 있다.
한 끼의 밥을 먹는데(一饋) 열 번이나 일어나(十起) 반갑게 맞이했다. 그만큼 모든 일상을 온통 나라를 다스리는데 집중했다.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의 손자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편찬한 회남자(淮南子)의 범론훈(氾論訓)에 이 내용이 실려 있다. 학문을 즐겼던 회남왕은 빈객과 방술가(方術家) 수천 명을 모아 제자백가의 여러 학설을 모은 책이다.
우임금의 통치자로서의 자질을 묘사한 대목에 이 성어가 나온다. 우왕은 종고경탁도(鐘鼓磬鐸鞀)라고 하는 다섯 종류의 악기를 설치해 놓고 자신에게 의견을 말하라고 했다.
가르침을 주려면 북을 치고, 의를 깨우치려면 종을 치고, 사건을 말하려면 경쇠를 두들기며, 근심을 말하려면 방울을 흔들고, 소송을 할 일이 있는 사람은 작은 북을 치라고 했다.
이렇게 의견을 주는 어진 사람들을 맞이하기 위해 우임금은 ‘한 번 식사하는 동안 열 번이나 일어났고, 한 번 머리감을 때 세 번이나 머리를 움켜쥐고 나왔다.’
一饋而十起 一沐而三捉髮
(일궤이십기 일목이삼착발)
우임금은 이런 노력으로 이상적 성대(聖代)의 문을 열 수 있었다. 인재의 중요성을 말할 때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흔히 쓰는데도 인사 때마다 잡음이 따른다.
흠집이 많으면서 높은 자리에 가려는 것도 문제고, 그 사람의 조그만 흠집을 침소봉대하려는 움직임도 있겠다. 하지만 지도자가 발탁할 때 인재를 찾는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 一(한 일)은 ❶지사문자로 한 손가락을 옆으로 펴거나 나무젓가락 하나를 옆으로 뉘어 놓은 모양을 나타내어 하나를 뜻한다. 一(일), 二(이), 三(삼)을 弌(일), 弍(이), 弎(삼)으로도 썼으나 주살익(弋; 줄 달린 화살)部는 안표인 막대기이며 한 자루, 두 자루라 세는 것이었다. ❷상형문자로 一자는 ‘하나’나 ‘첫째’, ‘오로지’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一자는 막대기를 옆으로 눕혀놓은 모습을 그린 것이다. 고대에는 막대기 하나를 눕혀 숫자 ‘하나’라 했고 두 개는 ‘둘’이라는 식으로 표기를 했다. 이렇게 수를 세는 것을 ‘산가지(算木)’라 한다. 그래서 一자는 숫자 ‘하나’를 뜻하지만 하나만 있는 것은 유일한 것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오로지’나 ‘모든’이라는 뜻도 갖게 되었다. 그러나 一자가 부수로 지정된 글자들은 숫자와는 관계없이 모양자만을 빌려 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一(일)은 (1)하나 (2)한-의 뜻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하나, 일 ②첫째, 첫번째 ③오로지 ④온, 전, 모든 ⑤하나의, 한결같은 ⑥다른, 또 하나의 ⑦잠시(暫時), 한번 ⑧좀, 약간(若干) ⑨만일(萬一) ⑩혹시(或時) ⑪어느 ⑫같다, 동일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한가지 공(共), 한가지 동(同),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무리 등(等)이다. 용례로는 전체의 한 부분을 일부(一部), 한 모양이나 같은 모양을 일반(一般), 한번이나 우선 또는 잠깐을 일단(一旦), 하나로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음을 고정(一定), 어긋남이 없이 한결같게 서로 맞음을 일치(一致), 어느 지역의 전부를 일대(一帶), 한데 묶음이나 한데 아우르는 일을 일괄(一括), 모든 것 또는 온갖 것을 일체(一切), 한 종류나 어떤 종류를 일종(一種), 한집안이나 한가족을 일가(一家), 하나로 연계된 것을 일련(一連), 모조리 쓸어버림이나 죄다 없애 버림을 일소(一掃), 한바탕의 봄꿈처럼 헛된 영화나 덧없는 일이라는 일장춘몽(一場春夢), 한 번 닿기만 하여도 곧 폭발한다는 일촉즉발(一觸卽發), 한 개의 돌을 던져 두 마리의 새를 맞추어 떨어뜨린다는 일석이조(一石二鳥), 한 가지의 일로 두 가지의 이익을 보는 것을 일거양득(一擧兩得) 등에 쓰인다.
▶️ 饋(먹일 궤)는 형성문자로 餽(궤)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밥식변(飠=食; 먹다, 음식)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貴(귀, 궤)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饋(궤)는 ①음식을 보내다 ②음식을 권하다 ③먹이다 ④식사(食事) ⑤선사(膳賜: 보내준 음식이나 물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보낼 송(送), 보낼 견(遣), 보낼 수(輸), 보낼 전(餞)이다. 용례로는 물품을 보냄이나 선사함을 궤송(饋送),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고 그냥 주는 뜻으로 보내 줌을 궤유(饋遺), 웃어른에게 선사하는 물건을 보내고 문안하는 일을 궤문(饋問), 가난한 사람에게 물건을 주어 구제함을 궤휼(饋恤), 윗사람에게 음식을 드림을 공궤(供饋), 규정에 의하여 관아에서 공식적으로 음식물을 제공함 또는 그 음식물을 공궤(公饋), 고을의 원이 관하의 노인을 문안하고 음식을 대접하는 일을 존궤(存饋), 노고를 위로하고 음식을 차려 먹임을 위궤(慰饋), 연말에 선사하는 물품을 세궤(歲饋), 군사들에게 음식을 차려 먹이는 일을 감독함 또는 그 임무를 맡은 사람을 감궤(監饋), 음식을 잘 차려 먹임 또는 잘 차린 음식을 전궤(腆饋), 흉년에 굶는 사람들에게 곡식을 내어서 나누어 줌을 진궤(賑饋), 집안의 안살림에서 음식에 관한 일을 맡아 주장하는 여자를 주궤(主饋), 군사들에게 음식을 베풀어 위로함을 호궤(犒饋), 군인들의 먹을 음식물을 향궤(餉饋), 식사 중에 열 번이나 일어난다는 뜻으로 인재를 골라 씀에 있어 정성이 대단함을 이르는 말을 일궤십기(一饋十起), 섬에 가득히 채워서 보내 준 선물이라는 뜻으로 썩 많이 보내 준 음식이나 물건을 이르는 말을 영석지궤(盈石之饋) 등에 쓰인다.
▶️ 十(열 십)은 ❶지사문자로 什(십), 拾(십)은 동자(同字)이다. 두 손을 엇갈리게 하여 합친 모양을 나타내어 열을 뜻한다. 옛날 수를 나타낼 때 하나로부터 차례로 가로줄을 긋되, 우수리 없는 수, 다섯은 ×, 열은 Ⅰ과 같이 눈에 띄는 기호를 사용하였다. 나중에 十(십)이라 썼다. ❷상형문자로 十자는 ‘열’이나 ‘열 번’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十자는 상하좌우로 획을 그은 것으로 숫자 ‘열’을 뜻한다. 그러나 갑골문에 나온 十자를 보면 단순히 세로획 하나만이 그어져 있었다. 이것은 나무막대기를 세워 그린 것이다. 고대에는 이렇게 막대기를 세우는 방식으로 숫자 10을 표기했었다. 후에 금문에서부터 세로획 중간에 점이 찍힌 형태로 발전하면서 지금의 十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十자는 부수로 지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모양자 역할만을 할 뿐 의미는 전달하지 않는다. 그래서 十(십)은 ①열 ②열 번 ③열 배 ④전부(全部), 일체(一切), 완전(完全) ⑤열 배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한 해 가운데 열째 달을 시월(十月), 충분히 또는 넉넉히로 부족함 없이를 십분(十分), 어떤 분야에 뛰어난 열 사람의 인물을 십걸(十傑), 보통 4km 거리를 십리(十里), 사람이 받는 열 가지 고통을 십고(十苦), 열 살로부터 열아홉 살까지의 소년층을 십대(十代), 썩 잘 된 일이나 물건을 두고 이르는 말을 십성(十成), 오래 살고 죽지 아니한다는 열 가지 물건을 십장생(十長生), 실을 십자형으로 교차시켜 놓는 수를 십자수(十字繡), 열 번 찍어 아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십벌지목(十伐之木),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한 사람 먹을 분량이 된다는 십시일반(十匙一飯), 열에 여덟이나 아홉이라는 십중팔구(十中八九), 열 번 살고 아홉 번 죽는다는 십생구사(十生九死), 열 사람의 눈이 보고 있다는 십목소시(十目所視), 십년 동안 사람이 찾아 오지 않아 쓸쓸한 창문이라는 십년한창(十年寒窓), 열흘 동안 춥다가 하루 볕이 쬔다는 십한일폭(十寒一曝), 오래 전부터 친히 사귀어 온 친구를 십년지기(十年知己), 열 사람이면 열 사람의 성격이나 사람됨이 제각기 다름을 십인십색(十人十色) 등에 쓰인다.
▶️ 起(일어날 기)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달아날 주(走; 달아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己(기)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달리기(走; 사람이 달리다, 움직이는 일) 위해 일어난다는 뜻이 합(合)하여 일어나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起자는 '일어나다'나 '(일을)시작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起자는 走(달릴 주)자와 己(자기 기)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起자의 소전을 보면 己자가 아닌 巳(뱀 사)자가 그려져 있었다. 巳자는 몸을 웅크리고 있는 태아를 그린 것이다. 본래 起자는 아이가 첫걸음을 떼기 위해 몸을 일으켜 세운다는 뜻을 표현한 글자로 갓난아기를 그린 巳자가 응용되었었다. 그러나 해서에서는 己자가 발음역할을 하게 되면서 지금의 起자로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 起(기)는 (1)한시(漢詩)의 처음 구(句)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일어나다 ②일을 시작하다 ③비롯하다 ④일다(없던 현상이 생기다), 발생하다 ⑤출세하다, 입신하다 ⑥우뚝 솟다 ⑦일으키다 ⑧기용하다 ⑨파견하다 ⑩계발하다 ⑪병을 고치다 ⑫돕다 ⑬떨치다, 널리 퍼지다 ⑭값이 오르다 ⑮거듭 ⑯다시 ⑰더욱, 한층 더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엎드릴 복(伏), 잘 침(寢), 빠질 함(陷), 맺을 결(結)이다. 용례로는 공소를 제기함을 기소(起訴), 사물이 처음으로 생김을 기원(起源), 일어나서 섬을 기립(起立), 공사 따위를 시작함을 기공(起工), 면직이나 휴직된 사람을 다시 관직에 앉힘을 기용(起用), 일이 일어나는 원인을 기인(起因), 사물의 첫머리로 시작하는 곳을 기점(起點), 잠을 깨어 자리에서 일어남을 기상(起床), 살아가는 형편을 기거(起居), 잠자리에서 일어남을 기침(起寢), 소란을 일으킴을 기뇨(起鬧), 기울어져 가는 집안을 다시 일으킴을 기가(起家), 몸을 일으키어 움직임을 기동(起動), 드러내어 문제를 일으킴을 제기(提起), 무슨 일이나 사건 따위를 끌어 일으킴을 야기(惹起), 불룩하게 두드러져 일어남을 융기(隆起), 기억하고 있는 지난 일을 다시 돌이켜 생각하여 냄을 상기(想起), 놋쇠로 만든 반찬 그릇을 갱기(更起), 떼지어 날아 나오는 벌떼처럼 사람들이 곳곳에서 일어남을 봉기(蜂起), 어떤 일에 대한 각오를 다지거나 결심을 굳히면서 기운차게 일어서는 것을 궐기(蹶起), 다시 일어남을 재기(再起), 아침에 일찍 일어남을 조기(早起), 느끼어 일어남을 감기(感起), 갑자기 일어남이나 우뚝 솟음 또는 어떤 형체에서 뾰족하게 나온 부분을 돌기(突起), 결단하여 일어남을 결기(決起), 부축하여 일으킴을 부기(扶起), 깜짝 놀라서 일어남을 경기(驚起), 죽을 뻔하다가 살아남을 일컫는 말을 기사회생(起死回生), 상중에 벼슬에 나가던 일을 일컫는 말을 기복출사(起復出仕), 묻은 불은 일어남의 뜻으로 후환이 없다고 안심하던 일이 다시 일어남의 비유 또는 지난 일을 괜스레 들추어냄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기매화(起埋火), 동산에서 다시 일어난다는 뜻으로 은퇴한 사람이나 실패한 사람이 재기하여 다시 세상에 나옴을 일컫는 말을 동산재기(東山再起),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째 일어난다는 뜻으로 실패를 거듭하여도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섬을 일컫는 말을 칠전팔기(七顚八起), 인재를 골라 씀에 있어 정성이 대단함을 이르는 말을 일궤십기(一饋十起), 벼슬이 낮은 낭관이 멋대로 나서서 일을 본다는 뜻으로 아랫사람이 윗사람보다 더 지독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낭청좌기(郎廳坐起), 뛰어오르는 도롱뇽과 날아오르는 봉황이라는 뜻으로 재능이 많은 사람의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등교기봉(騰蛟起鳳), 장대를 높이 들고 일어난다는 뜻으로 민중 봉기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게간이기(揭竿而起), 다시 일어설 능력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재기불능(再起不能), 누운 채 일어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장와불기(長臥不起), 후배 중의 뛰어난 인물을 이르는 말을 후기지수(後起之秀)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