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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좌망(坐忘)

작성자장경식|작성시간18.11.16|조회수1,109 목록 댓글 0

좌망(坐忘)

앉아서 나를 잊음의 뜻으로, 고요히 앉아서 잡념을 버리고 현실세계를 잊어 절대 무차별의 경지에 들어가는 일을 말한다. 가만히 앉은 채 마음을 평온하게 가져 무위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坐 : 앉을 좌(土/4)
忘 : 잊을 망(心/3)

출전 :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


장자(莊子)가 주장한 수양법인 심재좌망(心齋坐忘)의 준말이다. 심재는 마음의 모든 추악한 면을 버리고 허(虛)의 상태에서 도(道)와 일체가 되는 것을 의미하고, 좌망은 마음이 육체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세속적인 지(知)에서 벗어나 대도와 합일하는 것을 말한다. 사려(思慮)를 떠나 무의 세계로 들어가는 수양법이다.

이 성어는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에서 공자(孔子)와 제자 안회(顔回)의 대화 가운데 나오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안회가 중니(仲尼; 공자)를 빕고 말했다. “저는 공부가 나아졌습니다(回益矣).”

중니(仲尼)가 대답했다. “무슨 말이냐(何謂也)?”

안회가 말했다. “저는 인의를 잊어버렸습니다(回忘仁義矣).”

공자가 말했다. “좋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可矣,猶未也).”

다음 날 안회가 다시 빕고 말했다. “저는 더 나아졌습니다(回益矣).”

공자가 말했다. “무슨 말인가(何謂也)?”

안회가 말했다. “저는 예악을 잊었습니다(回忘禮樂矣).”

공자가 말했다. “좋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可矣, 猶未也).”

또 다음 날 다시 뵙고 안회가 말했다. “저는 좀 더 나아졌습니다(回益矣).”

공자가 말했다. “무슨 말이냐(何謂也)?”

안회가 말했다. “저는 앉아서 고스란히 잊었습니다(回坐忘矣).”

공자는 움칫 놀라 물었다(仲尼蹵然曰). "앉아서 고스란히 잊었다함은 무엇을 말함인가(何謂坐忘)?

안회가 말했다. “소발과 몸을 벗어 버리고 귀나 눈의 맑음을 떨쳐 버리는 것, 곧 형체를 떠나고 앎을 버려서 위대한 도와 하나가 되는 것을 일러 ‘고스란히 앉아 잊었다(坐忘)’고 합니다(墮肢體, 黜聰明, 離形去知, 同於大通, 此謂坐忘).”

공자가 말했다. “위대한 도와 하나가 되면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 없고, 위대한 도를 따라 변화되면 막히는 것이 없나니, 너는 정말 어질구나. 내 너의 뒤를 따르고 싶다(同則无好也, 化則无常也, 而果其賢乎. 丘也請從而後也).”

한 마디로 공자의 사상을 질타하는 장자의 말이다. 인(仁)이니 예(禮)니 따지지 말고, 모두 잊고 자연에 따르라는 이야기다.


次韻答順庵 / 李穀
차운하여 순암에게 답하다/ 이곡

半生光景屬離居
旅食從來不願餘
반평생 나의 생활 그야말로 이군삭거(離群索居), 여관 밥이면 충분하지 다른 건 원래 원치 않소.

窓外芭蕉饒夜雨
盤中苜蓿富春蔬
창밖엔 지난밤 비에 흠뻑 젖은 파초 잎이요, 소반엔 봄에 지천으로 나는 목숙 무침이라.

家貧自有簞瓢樂
計拙非因翰墨疎
집안이 가난하니 단표의 즐거움을 절로 누릴 밖에, 생계가 졸렬한 것은 필묵이 서툰 때문이 아니라오.

時到煙花禪榻畔
坐忘身世□蘧廬
선탑 가에 화려한 봄꽃의 시절이 찾아왔는데, 몸과 세상을 좌망한 채 여인숙처럼 보내실지.

[註]
🔘 이군삭거(離群索居) : 예기 단궁 상(檀弓上)에 나오는 말로, 친지나 벗들과 헤어져서 혼자 외로이 사는 생활을 가리킨다.

🔘 목숙(苜蓿) : 거여목이라는 소채(蔬菜)의 일종으로, 빈약한 식생활을 비유할 때 흔히 쓰인다. 당나라 설령지(薛令之)가 동궁 시독(東宮侍讀)으로 있을 적에 초라한 밥상을 보고는 슬픈 표정으로 “아침 해가 둥그렇게 떠올라, 선생의 밥상을 비추어 주네. 소반엔 무엇이 담겨 있는고, 난간에서 자라난 목숙 나물이로세.(朝旭上團團 照見先生盤 盤中何所有 苜蓿長欄干)”라는 내용의 자도(自悼) 시를 지은 고사가 있다. (唐摭言 卷15)

🔘 단표(簞瓢)의 즐거움 :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생활을 가리킨다. 논어 옹야(雍也)의 “어질다, 안회(顔回)여. 한 그릇 밥과 한 표주박 물을 마시며 누항에 사는 것을 사람들은 근심하며 견뎌 내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낙을 바꾸지 않으니, 어질도다, 안회여(賢哉 回也 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 不改其樂 賢哉 回也).”라는 공자의 말에서 나온 것이다.

🔘 좌망(坐忘) : 장자 대종사(大宗師)에 나오는 말로, 주객(主客)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와 합일된 정신의 경지를 뜻하는데, 불가(佛家)의 삼매(三昧)와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 坐(앉을 좌)는 ❶회의문자로 머무는 곳을 뜻하는 土(토)와 마주앉은 사람을 나타내는 从(종; 두 사람)의 합자(合字)이다. 사람이 마주보고 멈춘다는 뜻이다. 전(轉)하여, 그냥 앉아 있다, 또 앉은 채로 있다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坐자는 ‘앉다’나 ‘무릎을 꿇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坐자는 土(흙 토)자와 두 개의 人(사람 인)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소전에서는 土자를 사이에 두고 人자가 나란히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사람이 나란히 앉아있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고대 중국인들도 우리와 같은 좌식(坐式)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坐자는 바닥에 앉는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坐(좌)는 (1)묏자리나 집터 따위의 자리의 등진 방위(方位). 자방(子方)을 등진 방위면. 자좌(子坐), 병방(丙方)을 등진 방위면. 병좌 등(等) (2)성(姓)의 하나. 단일본(單一本)으로 본관(本貫)은 흥덕(興德) 등의 뜻으로 ①앉다 ②무릎을 꿇다 ③대질(對質)하다(관계자 양쪽을 대면시켜 심문하다) ④죄(罪)입다(죄받다), 죄받다(죄에 대하여 벌을 받다), 연좌되다 ⑤지키다 ⑥머무르다 ⑦자리, 좌석 ⑧사물(事物)을 세는 단위(單位) ⑨드디어, 마침내 ⑩잠깐, 우선 ⑪저절로,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설 립/입(立), 누울 와(臥)이다. 용례로는 함선이 암초에 얹힘을 좌초(坐礁), 책상 다리를 하고 앉음을 가부좌(跏趺坐), 팔기 위하여 물건을 늘어놓은 널조각을 좌판(坐板), 간섭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보고만 있음을 좌시(坐視), 묏자리나 집터 따위의 위치의 등진 방위에서 앞으로 바라보이는 방향을 좌향(坐向), 조용히 앉아서 참선함을 좌선(坐禪), 책상이나 탁자 위에 앉혀 놓게 만드는 시계를 좌종(坐鐘), 앉아서 은둔한다는 뜻으로 바둑을 달리 이르는 말을 좌은(坐隱), 두 다리를 틀어 얹고 앉는 자세를 부좌(趺坐), 거짓으로 죄를 씌운 자에게 그 씌운 죄에 해당하는 벌을 줌을 반좌(反坐), 예절을 차리지 않고 편하게 앉음을 평좌(平坐), 같은 자리에 잇대어 앉음을 연좌(連坐), 단정하게 앉음을 단좌(端坐), 서로 마주 대하여 앉음을 대좌(對坐), 마음을 가라앉히고 몸을 바로 하여 조용히 앉음을 정좌(靜坐), 홀로 앉아 있음을 독좌(獨坐), 자리를 같이 하여 앉음을 동좌(同坐), 홀로 외롭게 앉아 있음을 고좌(孤坐), 우물 속에 앉아 하늘을 쳐다본다는 좌정관천(坐井觀天), 자리에 편안히 앉지 못한다는 좌불안석(坐不安席), 서로 대립하여 겨루고 대항함을 각립대좌(角立對坐), 앉아서 천 리를 본다는 좌견천리(坐見千里), 가만히 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린다는 좌이대사(坐而待死), 옷매무시를 바로 하고 단정하게 앉음을 정금단좌(正襟端坐), 창을 베고 갑옷을 깔고 앉는다는 침과좌갑(枕戈坐甲), 섶나무 위에 앉고 쓸개를 걸어 두고 맛본다는 좌신현담(坐薪懸膽), 사귐을 끊어서 자리를 같이하지 아니함을 할석분좌(割席分坐), 바늘 방석에 앉은 것처럼 몹시 불안함을 여좌침석(如坐針席), 혹은 앉기도 하고 혹은 서기도 함을 혹좌혹립(或坐或立), 마루 끝에는 앉지 않는다는 좌불수당(坐不垂堂), 어떤 자리에 오래 붙어 앉아서 다른 데로 옮기지 아니함을 좌지불천(坐之不遷), 가만히 앉아서 성패를 관망함을 좌관성패(坐觀成敗), 밤중부터 일어나 앉아서 아침이 되기를 기다린다는 좌이대단(坐以待旦), 벌지 않고 먹기만 하면 산도 빈다는 좌식산공(坐食山空) 등에 쓰인다.

▶️ 忘(잊을 망)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마음 심(心=忄, 㣺;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亡(망; 숨다, 없어지다)의 합자(合字)이다. ❷회의문자로 忘자는 ‘잊다’나 ‘상실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忘자는 亡(망할 망)자와 心(마음 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亡자는 날이 부러진 칼을 그린 것으로 ‘망하다’나 ‘잃다’, ‘없어지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없어지다’라는 뜻을 가진 亡자에 心(마음 심)자를 결합한 忘자는 ‘마음을 없애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잊으라는 뜻이다. 忘자를 보니 ‘미망인’이란 단어가 생각난다. 하지만 미망인은 ‘아직 잊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未忘人(미망인)이 아니라 ‘아직 따라 죽지 않은 사람’이란 뜻의 未亡人(미망인)이다. 그래서 忘(망)은 주의하는 마음이 없어지다, 잊다는 뜻으로 ①잊다, 기억(記憶)하지 못하다 ②버리다, 돌보지 않다 ③끝나다, 단절되다 ④소홀(疏忽)히 하다 ⑤망령되다 ⑥상실하다, 잃어버리다 ⑦없다 ⑧건망증(健忘症)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어떤 사실을 잊어 버림을 망각(忘却) 또는 망실(忘失), 집안을 망치는 못된 언동을 망덕(忘德), 은혜를 잊음을 망은(忘恩), 잊어 버림을 망기(忘棄), 나이를 잊음을 망년(忘年), 근심을 잊는 일을 망우(忘憂), 보고 듣는 것을 자꾸만 잊어 버림을 건망(健忘), 잊기 어렵거나 또는 잊지 못함을 난망(難忘), 잊지 아니함을 불망(不忘), 잊지 않게 하려는 준비를 비망(備忘), 기억에서 사라짐을 소망(消忘), 잊을 수가 없음을 미망(未忘), 정신이 흐려 잘 보이지 않음을 혼망(昏忘), 노인이 서로 가까이 교제하는 젊은 벗을 일컫는 말을 망년우(忘年友), 어떤 생각이나 사물에 열중하여 자기자신을 잊어 버리는 경지를 일컫는 말을 망아지경(忘我之境), 은혜를 잊고 의리를 배반함을 일컫는 말을 망은배의(忘恩背義), 자신과 집안의 일을 잊는다는 뜻으로 사私를 돌보지 않고 오직 나라와 공을 위해 헌신함을 이르는 말을 망신망가(忘身忘家), 시름을 잊게 하는 물건 또는 술의 딴이름으로 술을 마시면 근심 걱정을 잊게 된다는 데서 온 말을 망우지물(忘憂之物), 나이 차이를 잊고 허물없이 서로 사귐을 일컫는 말을 망년지교(忘年之交), 나이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교제하는 벗 특히 연소자의 재덕을 인정하여 연장자가 하는 말을 망년지우(忘年之友) 등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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