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미상(天命靡常)
천명은 늘 그대로 일정한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덕에 따라 천명은 옮긴다는 말이다.
天 : 하늘 천(大/1)
命 : 목숨 명(口/5)
靡 : 쓰러질 미(非/11)
常 : 항상 상(巾/8)
출전 : 시경(詩經) 대아(大雅) 문왕(文王)
이 성어는 시경(詩經) 대아(大雅) 문왕(文王)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 내용은 주(周)나라를 세운 문왕(文王)을 찬양하는 것으로, 그 일부는 다음과 같다.
詩經 大雅 文王之什
文王
1장
文王在上, 於昭于天.
周雖舊邦, 其命維新.
문왕이 위에 있어 아아 하늘은 밝게 빛나고, 주나라는 아무리 오래된 나라이지만 그 명(하늘의 명령, 天命)은 새롭도다.
有周不顯, 帝命不時.
文王陟降, 在帝左右.
주나라가 어찌 드러나지 않으며, 상제(上帝)의 명령이 어찌 훌륭하지 않겠는가? 문왕이 오르내리며 상제의 옆에 있음이로다.
(생략)
5장
侯服于周, 天命靡常.
은나라의 후손이 주나라에 복종하게 하였음은 천명이 항상 하지 않는지라.
殷士膚敏, 祼將于京.
厥作祼將, 常服黼冔.
은나라 선비의 크고 민첩한 이가 주나라 서울에서 강신제를 지내니, 그 강신제를 받들어 행하는 이가 항상 상나라 옷을 입고 은나라 갓을 쓰도다.
王之藎臣, 無念爾祖.
왕의 충성스런 신하는 네 조상을 생각하지 아니하랴?
(생략)
송(宋)나라의 대신 사호(史浩)가 지은 상서강의(尙書講義)에 “천명은 일정하지 않다. 오직 덕(德) 있는 사람을 돕는다”라는 말이 있다. 하늘은 특정한 나라나 단체, 사람에게 특별한 대우를 해 주는 일은 없고, 오직 덕(德)이 있는 사람만을 도와준다는 뜻이다.
덕(德)이란 글자는 본래 덕(悳)으로 썼는데, 곧을 직(直)자와 마음 심(心)자의 결합이다. 결국 곧은 마음이 바로 덕이다. 태어날 때는 누구나 곧은 마음을 갖고 태어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잘못 물이 들어 속이고 꾸미는 것이다.
정정당당하게 자기의 본성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것이 곧 덕(德)이다. 그래서 덕을 닦는다는 말은 세속에 물든 더러운 때를 벗기어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깨끗한 거울도 방치해 두면 먼지나 때가 끼어 보이지 않듯이, 우리 마음도 늘 닦지 않으면, 물욕, 편견, 아집, 술수 등으로 가려진다.
어떤 나라가 처음 건립될 때는 무슨 일이든지 순조롭게 되어 마치 하늘이 도와주는 것 같다. 망해 가는 나라는 무슨 일이든지 꼬이고 비정상으로 되어 마치 하늘이 망치려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일에는 하늘이 결정하는 운명이 있다고 옛날 사람들은 믿었던 것이다.
새로 일어나는 나라를 세우려는 사람들은 임금과 신하 모두가 정직하고 근면하고 검소하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이고 겸손한 자세로 어떤 일에 대응한다. 그러니 하는 일마다 뜻대로 된다.
반면에 망해 가는 나라의 사람들은 임금과 신하 모두가 원칙을 지키지 않고 나태하고 소극적이고 부정적이고 교만한 자세로 어떤 일에 응한다. 그러니 하는 일마다 되는 것이 없다. 천명인 듯하지만 사실 천명은 사람이 만든다.
그래서 서경(書經)에서 말하기를, “하늘이 보는 것은 우리 백성들로부터 보고, 하늘이 듣는 것은 우리 백성들로 부터서 듣는다.”라는 말을 남겼다.
백성들의 반응이 곧 천명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로 “민심이 곧 천심(天心)이다”라는 말도 같은 뜻이다.
대통령 취임 초기에는 여론 지지도가 높다가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면서 자꾸 백성들의 뜻과 어긋나는 짓을 하고, 백성들이 싫어하는 짓을 하고, 백성들을 무시하면 지지도는 내려간다.
임기 말년에 가면 ‘저 대통령 어서 빨리 그만두었으면’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백성의 지지율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천명은 일정하지 않다”고 하는 것이다.
▶️ 天(하늘 천)은 ❶회의문자로 사람이 서 있는 모양(大)과 그 위로 끝없이 펼쳐져 있는 하늘(一)의 뜻을 합(合)한 글자로 하늘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天자는 ‘하늘’이나 ‘하느님’, ‘천자’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天자는 大(큰 대)자와 一(한 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갑골문에 나온 天자를 보면 大자 위로 동그란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사람의 머리 위에 하늘이 있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고대 중국인들은 하늘은 동그랗고 땅은 네모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天자는 사람의 머리 위에 동그라미를 그려 ‘하늘’을 뜻했었지만 소전에서는 단순히 획을 하나 그은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 天(천)은 (1)하늘 (2)범 인도(印度)에서 모든 신을 통들어 이르는 말. 천지 만물을 주재 하는 사람, 곧 조물주(造物主)나 상제(上帝) 등 (3)인간세계보다 훨씬 나은 과보(果報)를 받는 좋은 곳. 곧 욕계친(欲界責), 색계친(色界天), 무색계천(無色界天) 등 (4)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하늘 ②하느님 ③임금, 제왕(帝王), 천자(天子) ④자연(自然) ⑤천체(天體), 천체(天體)의 운행(運行) ⑥성질(性質), 타고난 천성(天性) ⑦운명(運命) ⑧의지(意志) ⑨아버지, 남편(男便) ⑩형벌(刑罰)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하늘 건(乾), 하늘 민(旻), 하늘 호(昊), 하늘 궁(穹),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흙 토(土), 땅 지(地), 땅 곤(坤), 흙덩이 양(壤)이다. 용례로는 타고난 수명을 천수(天壽), 하늘과 땅 또는 온 세상이나 대단히 많음을 천지(天地), 타고난 수명 또는 하늘의 명령을 천명(天命), 사람의 힘을 가하지 않은 상태를 천연(天然), 하늘을 대신하여 천하를 다스리는 이 곧 황제나 하느님의 아들을 천자(天子), 우주에 존재하는 물체의 총칭을 천체(天體), 부자나 형제 사이의 마땅히 지켜야 할 떳떳한 도리를 천륜(天倫), 타고난 성품을 천성(天性), 하늘 아래의 온 세상을 천하(天下), 천체에서 일어나는 온갖 현상을 천문(天文), 하늘과 땅을 천양(天壤), 선천적으로 타고난 뛰어난 재주를 천재(天才), 하늘에 나타난 조짐을 천기(天氣), 하늘이 정한 운수를 천운(天運), 자연 현상으로 일어나는 재난을 천재(天災),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 하늘과 땅 사이와 같이 엄청난 차이를 천양지차(天壤之差), 선녀의 옷에는 바느질한 자리가 없다는 천의무봉(天衣無縫), 세상에 뛰어난 미인이라는 천하일색(天下一色) 등에 쓰인다.
▶ 命(목숨 명)은 ❶회의문자로 입 구(口; 입, 먹다, 말하다)部와 令(령)의 합자(合字)이다. 입(口)으로 뜻을 전한다는 뜻으로, 곧 임금이 명령을 내려 백성을 부린다는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命자는 ‘목숨’이나 ‘명령’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命자는 亼(삼합 집)자와 口(입 구)자, 卩(병부 절)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亼자는 지붕을 그린 것으로 여기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사람을 그린 卩자가 더해진 命자는 대궐에 앉아 명령을 내리는 사람을 표현한 것이다. 상관이 내리는 명령은 반드시 목숨을 걸고 완수해야 한다. 그래서 命자는 ‘명령’이라는 뜻 외에도 ‘목숨’이나 ‘생명’이라는 뜻이 파생되어 있다. 그래서 命(명)은 (1)목숨 (2)운명(運命) 등의 뜻으로 ①목숨, 생명(生命), 수명(壽命) ②운수(運數), 운(運) ③표적(標的), 목표물(目標物) ④명령(命令), 분부(分付)⑤성질(性質), 천성(天性) ⑥말, 언약(言約) ⑦규정(規定), 규칙(規則) ⑧가르침 ⑨작위(爵位), 작위의 사령서나 그 신표(信標: 증거가 되게 하기 위하여 서로 주고받는 물건) ⑩하늘의 뜻, 천명(天命) ⑪도(道), 자연의 이법(理法) ⑫호적(戶籍) ⑬명령하다 ⑭가르치다, 알리다 ⑮이름짓다, 이름을 붙이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윗사람이 아랫 사람에게 무엇을 하도록 시킴을 명령(命令), 시문의 제목을 정하여 주는 것을 명제(命題), 사람이나 물건에 이름을 지어 붙임을 명명(命名), 살아 있는 목숨을 이어 가는 근본을 명백(命脈), 겨냥한 곳에 바로 맞음을 명중(命中), 생명의 근본을 명근(命根), 목숨의 한도를 명한(命限), 앞으로의 존망이나 생사에 관한 처지를 운명(運命), 관직에 명함 또는 직무를 맡김을 임명(任命), 타고난 수명이나 하늘의 명령을 천명(天命), 날 때부터 타고난 운명을 숙명(宿命), 제 명대로 살지 못하는 목숨을 비명(非命), 맡겨진 임무나 맡은 일을 사명(使命), 생물이 살아 있는 연한을 수명(壽命), 사람의 목숨을 인명(人命),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 명재경각(命在頃刻), 한 시대를 바로잡아 구할 만한 뛰어난 인재를 명세지웅(命世之雄), 연거푸 생기는 행복을 명야복야(命也福也), 병이나 상처가 중하여 목숨에 관계됨을 명맥소관(命脈所關), 팔자가 사나움을 명도기박(命途奇薄), 목숨을 義에 연연하여 가볍게 여기다는 명연의경(命緣義輕) 등에 쓰인다.
▶ 靡(쓰러질 미, 갈 마)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아닐 비(非; 어긋나다, 아니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麻(마)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靡(미, 마)는 ①쓰러지다 ②쓰러뜨리다 ③멸(滅)하다 ④말다, 금지(禁止)하다 ⑤호사하다 ⑥다하다 ⑦물가(물이 있는 곳의 가장자리) 그리고 ⓐ갈다(단단한 물건에 대고 문지르거나 단단한 물건 사이에 넣어 으깨다)(마) ⓑ흩다, 흩어지다(마)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어른이 병으로 편하지 못함을 미령(靡寧), 치레하여 아름답게 꾸밈을 미문(靡文), 변함없이 늘 한결같지 않음을 미상(靡常), 의지할 곳이 없음을 미의(靡依), 물품이나 돈 따위를 모두 써 버리거나 허비함을 미비(靡費), 초목이 바람에 쓸리듯 어떤 위세가 널리 사회를 휩쓸거나 또는 휩쓸게 함을 풍미(風靡), 음탕하고 사치함을 음미(淫靡), 풀이 바람에 나부껴 한쪽으로 쏠리듯이 순종함을 초미(草靡), 경박하고 소신이 없음을 투미(偸靡), 쇠퇴하여 쓰러짐을 퇴미(頹靡), 가볍고 화려한 것을 부미(浮靡), 곱고 화려함을 여미(麗靡), 시들고 느른해짐 또는 쇠하여 피로해짐을 위미(萎靡), 나무나 풀이 바람에 불려 쓰러지거나 쓸린다는 뜻으로 남의 권세나 위력에 눌려 여러 사람이 굴복함을 피미(披靡), 자신의 특기를 믿고 자랑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미시기장(靡恃己長), 마음과 힘을 다하여야 한다는 말을 미불용극(靡不用極), 무엇이든지 못할 일이 없다는 말을 미소불위(靡所不爲), 대세에 휩쓸리어 좇는다는 말을 종풍이미(從風而靡), 그 시대의 사람들을 그 일에 쏠리게 한다는 뜻으로 풀이 바람에 몰려 한쪽으로 쓰러지듯이 위세에 딸려서 저절로 복종한다는 말을 일세풍미(一世風靡), 물결이 끝없이 흘러가고 차차로 변천한다는 뜻으로 세상의 추세를 비유해 이르는 말을 파류제미(波流弟靡) 등에 쓰인다.
▶ 常(떳떳할 상/항상 상)은 ❶형성문자로 㦂(상)은 고자(古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수건 건(巾; 옷감, 헝겊)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尙(상; 더하다)으로 이루어졌다. 아랫도리에 입는 속바지 위에 받쳐 입는 긴 치마라는 뜻에서 길다, 전(轉)하여 오래 계속하다, 항상의 뜻이 있다. ❷회의문자로 常자는 ‘항상’이나 ‘일정하다’, ‘변함없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常자는 尙(오히려 상)자와 巾(수건 건)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常자는 본래는 ‘치마’를 뜻했던 글자였다. 그래서 常자는 집을 그린 尙자에 ‘천’이라는 뜻을 가진 巾자를 결합해 집에서 항시 두르고 있던 옷이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집에서 항시 편하게 입는 옷이라는 의미가 확대되면서 후에 ‘항상’이나 ‘변함없이’라는 뜻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지금은 尙자에 衣(옷 의)자가 더해진 裳(치마 상)자가 ‘치마’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常(상)은 ①떳떳하다 ②항구(恒久)하다, 영원(永遠)하다 ③일정하다 ④범상하다, 예사롭다, 평범하다 ⑤숭상(崇尙)하다 ⑥(변함없이)행하다 ⑦항상(恒常), 늘, 언제나 ⑧늘 ⑨일찍이(=嘗), 애초에 ⑩도리(道理) ⑪법도(法道), 규율(規律), 통례(通例) ⑫평소(平素), 평상시(平常時) ⑬범상(凡常) ⑭길이의 단위(單位) ⑮천자(天子)의 기(旗) ⑯나무의 이름 ⑰땅의 이름 ⑱성(姓)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떳떳할 용(庸), 떳떳할 이(彛),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나눌 반(班)이다. 용례로는 일정한 직무를 늘 계속하여 맡음을 상임(常任), 항상 살고 있음을 상주(常住), 두루 많이 있는 일을 상례(常例), 늘 준비하여 둠을 상비(常備), 늘 고용하고 있음을 상용(常傭), 매일 일정한 시간에 근무함을 상근(常勤), 보통 때의 모양이나 형편을 상태(常態), 임시가 아닌 관례대로의 보통 때를 상시(常時), 일반인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거나 또는 가지고 있어야 할 보통의 지식을 상식(常識), 날마다 보는 업무나 보통 업무를 상무(常務), 떳떳하고 바른 길을 상궤(常軌),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설비나 시설을 갖춤을 상설(常設), 늘 하는 버릇을 상습(常習), 일정한 직무를 늘 계속하여 맡음 또는 맡은 사람을 상임(常任), 대수롭지 않고 예사로움을 심상(尋常), 내내 변함없이나 언제나 또는 자주나 늘을 항상(恒常), 날마다 또는 늘이나 항상을 일상(日常), 예사롭지 않고 특별함을 비상(非常), 정상이 아닌 상태나 현상을 이상(異常), 특별한 변동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를 정상(正常), 특별하지 않고 예사임을 통상(通常), 계속하여 그치거나 변하지 않음을 경상(經常), 대수롭지 않고 예사로움을 범상(凡常), 괴이하고 이상함을 괴상(怪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보통의 인정 또는 생각을 이르는 말을 인지상정(人之常情), 인생이 덧없음을 이르는 말을 인생무상(人生無常), 집에서 먹는 평소의 식사라는 뜻으로 일상사나 당연지사를 이르는 말을 가상다반(家常茶飯), 만년이나 오래도록 항상 푸르다는 뜻으로 언제나 변함이 없다는 말을 만고상청(萬古常靑), 덕을 닦는 데는 일정한 스승이 없다는 뜻으로 마주치는 환경이나 마주치는 사람 모두가 수행에 도움이 됨을 이르는 말을 덕무상사(德無常師), 언행이 이랬다 저랬다 하며 일정하지 않거나 일정한 주장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반복무상(反覆無常), 열에 아홉이란 뜻으로 열 가운데 여덟이나 아홉이 된다는 뜻으로 거의 다 됨을 가리키는 말을 십상팔구(十常八九)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