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살지기(肅殺之氣)
만물을 죽이는 늦가을의 기운이라는 뜻으로, 가을 기운이 초목을 말라 죽게 한다는 말이다. 또한 이 때에는 만물이 성숙하고 곡식을 거두어 들이게 된다. 또 숙살은 냉혹하게 죽인다는 뜻도 있다.
肅 : 엄숙할 숙(聿/7)
殺 : 죽일 살(殳/6)
之 : 갈 지(丿/3)
氣 : 기운 기(气/6)
출전 : 장뢰(張耒)의 송진소장서(送秦少章序)
날씨가 변하여 겨울로 갈려고 하는 보다. 이런 때를 숙살지기(肅殺之氣)라 하는데 송(宋)나라의 문장가 장뢰(張耒)는 송진소장서(送秦少章序)에 이렇게 썼다.
계추(季秋)의 달에는, 천지에 숙살(肅殺)의 기운이 돌기 시작해, 찬 기운이 오려 한다.
季秋之月, 天地始肅, 寒氣欲至.
이러한 때 천지 사이에 무릇 봄, 여름의 비와 이슬로 자라난 것들이 화사하고 윤택하며, 가지와 나무가 아름답고 무성하다가, 된서리가 밤에 내린 뒤 아침에 일어나 보면, 전쟁에서 패한 군사와 같다.
方是時, 天地之間, 凡植物出於春夏雨露之餘, 華澤充溢, 支節美茂, 及繁霜夜零, 旦起而視之, 如戰敗之軍.
가을을 여삼추(如三秋), 맹추(孟秋), 중추(仲秋), 계추(季秋)
또 송나라 문장가 구양수(歐陽修)는 추성부(秋聲賦)에서 이렇게 썼다.
(前略)
대저 가을이란 형관(刑官)이니, 때로는 음(陰)이 된다. 또 전쟁의 형상이니, 오행으로는 금(金)이 된다. 이를 일러 천지의 의로운 기운이라 하니, 항상 숙살(肅殺)을 마음으로 삼는다.
夫秋, 刑官也, 於時為陰。
又兵象也, 於行為金。
是謂天地之義氣, 常以肅殺而為心。
하늘은 사물에 있어 봄에는 싹이 돋고 가을에 열매 맺게 한다. 그런 까닭에 음악에 있어서는 상성(商聲)이라 서방의 음을 주관하며 이칙(夷則)이 7월의 음률이 된다.
天之於物, 春生秋實。
故其在樂也, 商聲主西方之音, 夷則為七月之律。
상(商)이란 상심(傷心)이니, 만물이 이미 노쇠하매 슬퍼 상심함이며, 이(夷)는 륙(戮)이라 사물은 성대한 시절을 지나면 죽는 것이 마땅한 것이다.
商, 傷也, 物既老而悲傷。
夷, 戮也, 物過盛而當殺。
(後略)
⏹ 다음은 김철규원장의 '금(金)-숙살(肅殺), 알곡과 죽정이의 분별' 글이다.
가을걷이가 끝날 때쯤이면 서리가 내린다. 가을서리 즉 추상(秋霜)이다. 가을 아침 대지에 하얀색의 서리가 내려앉으면 모든 대지의 생명체는 그 기상에 눌려 다 시들고 얼어 열매만 남기고 땅으로 스러져간다.
우리가 흔히 '추상같은 법정에서'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이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아마도 그 용어는 잘못 쓰인 듯하다. 법정은 가을 서리처럼 모든 생명체를 다 죽이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굳이 쓸려면 추양(秋陽)이 좋을 듯하다.
가을 햇살은 대지의 모든 곳을 비추지만 곡식이나 열매는 익어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잇게 하고 쓸데없는 죽정이는 죽인다. 이 기운을 숙살(肅殺)이라고 한다. 엄숙하고 정중하게 베어 죽인다는 뜻이다.
국역조선왕조실록 성종 16년 을사(1485,성화21) 6월 7일(병술)
사헌부 대사헌(司憲府大司憲) 이세좌(李世佐) 등이 차자(箚子)를 올려 아뢰기를, 신 등은 그윽이 생각하건대, 천도(天道)는 만물을 생육(生育)하고 숙살(肅殺)함으로써 사시(四時)를 이루고, 인주(人主)가 착한 자를 상주고 악한 자를 벌하는 것도 모두가 천도(天道)를 받들고 음양(陰陽)을 조화하는 것입니다. 천도를 어기고서 천심(天心)에 부응하기를 구하며 죄인을 용서하여 재앙이 그치기를 구하는 것은, 신 등은 그것이 옳은지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 성호전집 제1권 / 추성부(秋聲賦)
蓋聞秋之爲氣,
듣건대 가을의 기운이란 것은,
揫斂萬物者也.
만물을 거두어 모으는 것이다.
靡斧鉞而政肅,
도끼가 없어도 그야말로 숙살(肅殺)하며,
行不見乎軌轍.
기운이 다니는 자취가 보이지 않는다.
羌無質而無窾,
아 재질도 없고 텅 빈 것도 아니면서,
迭四序而居一.
바뀌는 사계절 중 한 자리를 차지했어라.
遵迎郊之懿則,
교외에서 맞이하는 아름다운 법칙에 따라,
爰命筇而覽察.
이에 지팡이를 짚고 가을을 보러 가노라.
原野鏖靑,
들판에는 푸른색을 무찔러 가고,
浦海驅白.
바다에는 흰색을 몰고 가누나.
月澄澄而凈輝,
달은 맑은 모습으로 비치고,
天皬皬而頓廓.
하늘은 환한 빛으로 드넓어라.
此秋之見於色者耶.
이것은 가을이 빛으로 드러난 것인가.
憭慄兮慘惔,
기운이 처량하고 참담하며,
霜薄兮雲舂.
서리가 내리고 구름이 일어나니.
亭皐則落葉歸根,
물가에는 잎이 떨어져 뿌리로 돌아가고,
隴陌則嘉實呈功.
언덕에는 좋은 열매가 익었어라.
此秋之著於容者耶.
이것은 가을이 모습으로 드러난 것인가.
以無形而寓形,
형체 없음으로써 형체에 깃들어,
撝萬象而作繪.
만상을 지휘하여 그림을 만든다.
目有得而殊態,
눈으로 보매 자태가 각각 다르나니,
耳可審者焉在.
귀로 살필 수 있는 것은 어디에 있는고.
若其喞喞切切,
찌르 찌르르 찌르 찌르르,
或促而長,
소리가 혹 촉급하고 길어서,
砭入肌膚,
사람의 피부에 아프게 파고드니,
琢在腎腸.
신장을 쪼아내어 우는 듯하여라.
恒永夜以求晨,
긴긴 밤 지나 아침이 올 때까지,
依薄樾以悽霜者,
숲에 깃들어서 서리를 맞으며 우는 것은,
吾知爲蟲聲也.
벌레 소리라는 것을 나는 아노라.
引絲哢竹,
현악기와 관악기를 연주하는 듯,
啾哳叮嚀,
맑은 소리로 지저귀면서,
遡落霞而訴臆,
떨어지는 안개를 거슬러 호소하여,
咽欲絶而不停者,
애절한 울음이 끊어질 듯 그치지 않는 것은,
吾知爲鳥聲也.
새소리라는 것을 나는 아노라.
楓酣而哀壑韻,
단풍이 붉게 물들고 골짜기 쓸쓸할 때,
石出而幽泉落,
바위는 드러나고 시냇물은 줄어서,
百派交於嵌空,
온갖 물줄기가 빈 골짜기에 교차하며,
儘淙琤而淅瀝者,
참으로 맑은 소리 울리며 흐르는 것은,
吾知爲水聲也.
물소리라는 것을 나는 아노라.
山吟而谷響,
산은 읊조리고 골짜기는 울리며,
林振而柯鬪,
숲은 흔들리고 나무는 다투어,
始旋蓬以交回,
처음에는 마른 쑥을 날려 소용돌이치다,
終捲穹以驟走,
마침내는 하늘을 휘말아 질주하여,
匪驚濤之亂蹙,
놀란 물결이 아니면서,
若磤䨓之紛吼者,
마치 우레가 마구 울리는 듯한 것은,
吾知爲風聲也.
바람 소리라는 것을 나는 아노라.
旣無小而無大,
이미 작음도 없고 큼도 없으며,
雜衆籟而砰轟,
뭇 소리들 뒤섞여 요란히 울리니,
靜思惟而起惱.
고요히 생각하다 번뇌가 일어난다.
壹令人以懷生,
하나같이 사람에게 감회 일게 하니,
凡出乎虛撼乎情者,
무릇 빈 곳에서 나와 감정을 흔드는 것은,
何莫非秋聲也.
무엇인들 가을 소리가 아니겠는가.
夫軋乾軸而亭毒,
대저 하늘의 축을 운전하여 만물을 기름에,
疇有敷而不收.
펼치고서 거두지 않는 것 무엇이 있으랴.
動觸物而發機,
움직이면 사물과 감촉하여 작용을 일으키니,
殆若類乎鼓枹.
흡사 북을 치는 북채와 비슷하여라.
孰告諭以布信,
누가 미덥게 세상에 알리는가,
乃均調而相應.
만물이 고르게 이에 호응하도다.
彼蟲鳥之有心,
저 벌레와 새들도 마음이 있어,
或齎嘅于衰旺.
혹 계절의 변화에 탄식을 하누나.
維流水與轉風,
오직 흐르는 물과 부는 바람은,
豈革響于俄頃.
어찌 잠깐 사이에 소리 바뀌랴.
吾不知其然也,
나는 이렇게 되는 까닭을 모르지만,
必有存乎主張.
필시 무언가 주재하는 게 있으리라.
於是忽高詠而發音,
이에 홀연 높이 읊어서 소리를 내고,
按曲拍而流商.
박자를 맞추어서 가을 소리를 낸다.
和濺溜之潺湲,
졸졸 흐르는 물소리에 화답하고,
與回飇而倏颺,
휘몰아치는 바람과 함께 섞이니,
林藪之切股助歎,
숲에서는 벌레들이 탄식을 돕고,
巖峀之決吻增傷,
산봉우리에는 새들이 상심을 보태,
互自鳴其不平,
각자 불평한 심정을 울어 드러내며,
來逐節而低昂.
계절 따라 와서 높고 낮게 우는구나.
撫年歲之不淹,
한 해가 머물지 않음을 돌이켜 보노니,
柰少壯之電忙.
젊은 시절이 번개처럼 지나감을 어이하랴.
其聲唈唈然嗚嗚然,
그 소리가 우울한 듯 오열하는 듯해,
今日之歌異昔日之隱几,
오늘의 노래가 예전의 은궤와 다르니,
何其悲哉.
어쩌면 그리도 슬픈가.
豈非秋聲之浹吾肺肝,
어찌 가을 소리가 나의 간과 폐에 젖어들어,
發吾喉齒者耶.
나의 목과 치아 사이로 나온 것이 아니겠는가.
固知一往一來,
이에 진실로 알겠노라 한 번 가고 한 번 옴은,
天亦不違,
하늘도 어길 수 없다는 것을,
宜吾血肉,
의당 혈육으로 된 나의 몸도,
順以同歸,
이 이치에 순응해 함께 돌아가,
色與秋齊,
형색은 가을과 나란히 가고,
聲與秋移.
소리는 가을과 더불어 옮겨 가리.
生也可樂
삶이 즐거웠거늘,
逝復何咨
세상을 떠난들 무엇을 한탄하랴.
🔘 추성부(秋聲賦)
구양수(歐陽修, 1007~1072)
북송(北宋)의 정치가이자 문인으로, 자는 영숙(永叔)이고, 호는 취옹(醉翁), 육일거사(六一居士)이다. 어려서 집이 가난하여 갈대를 가지고 땅에 글씨 연습을 하였다고 한다.
1057년에 지공거(知貢擧)가 되어 증공(曾鞏), 소식(蘇軾), 소철(蘇轍) 등을 발탁하였으며, 추밀부사(樞密副使), 참지정사(參知政事)를 역임하였다.
시문(詩文)뿐 아니라 사학(史學)에도 뛰어나 신당서(新唐書)를 편수하고 신오대사(新五代史)를 저술하였다. 최초의 시화집인 육일시화(六一詩話)를 남겼다.
(작품 설명)
가을 소리를 듣고 가을에 관한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어서 인생을 돌아본 내용이다. 가을 소리는 작가 자신의 심경을 비유한 것으로, 자연의 변화에 따라 사람도 변해가는 것이니 두려워할 것이 없음을 들어 은연중에 순응자연(順應自然)의 이치를 드러내고 있다.
이전의 부(賦)가 대구(對句), 압운(押韻), 전고(典故) 등을 많이 구사한 것과 달리, 산문체의 문부(文賦)라는 새로운 체제(體制)를 창시한 작품으로 일컬어진다.
(작품 내용)
歐陽子, 方夜讀書, 聞有聲, 自西南來者, 悚然而聽之, 曰異哉; 初淅瀝以蕭颯, 忽奔騰而澎湃, 如波濤夜驚, 風雨驟至, 其觸於物也, 鏦鏦錚錚, 金鐵皆鳴, 又如赴敵之兵, 銜枚疾走, 不聞號令, 但聞人馬之行聲.
구양(歐陽)선생이 막 밤중에 책을 읽고 있는데, 서남(西南)쪽으로부터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오싹해져서 귀 기울이며 말하기를, “이상하구나. 처음에는 우수수하면서 바람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뛰어오르며 부딪치는 것이, 마치 파도가 한밤중에 일어나고, 비바람이 갑자기 몰려와, 그것이 물건에 접촉하여 쨍그랑거리며, 쇠붙이가 모두 울리는 듯하며, 또 마치 적에게 다가가는 병사들이 재갈을 물고 질주하는데, 호령은 들리지 않고, 다만 사람과 말이 가는 소리만 들리는 듯하구나.”라고 하였다.
予謂童子, 此何聲也? 汝出視之. 童子曰; 星月皎潔, 明河在天, 四無人聲, 聲在樹間.
내가 동자(童子)에게 이르기를, “이것이 무슨 소리인가? 네가 나가서 살펴 보거라.”라고 하니 동자(童子)가 대답하기를, “별과 달은 밝고 깨끗하며 밝은 은하수가 하늘에 있는데, 사방에 사람 소리는 없고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납니다.”라고 하였다.
予曰; 噫嘻悲哉. 此秋聲也. 胡爲乎來哉! 蓋夫秋之爲狀也, 其色慘淡, 煙霏雲斂, 其容淸明, 天高日晶, 其氣慄冽, 砭人肌骨, 其意蕭條, 山川寂寥.
나는 말하기를, “아아! 슬프다. 이것은 가을의 소리이다. 어찌하여 왔는가? 대개 가을의 형상이란 그 색깔은 참담(慘淡)하여 안개는 흩어지고 구름은 걷히며, 그 모습은 청명(淸明)하여 하늘이 높고 해가 맑으며, 그 기운은 싸늘하여 사람의 피부와 뼛속을 찌르며, 그 뜻은 쓸쓸하여 산천이 적막하다.
故, 其爲聲也, 凄凄切切, 呼號憤發, 豊草, 綠縟而爭茂, 佳木, 葱籠而可悅, 草拂之而色變, 木遭之而葉脫, 其所以摧敗零落者, 乃一氣之餘烈.
그러므로 그 소리의 성격은 처량하고 간절하며 울부짖듯 세차게 일어나, 많은 풀이 푸르고 성하게 무성함을 다투고 아름다운 나무가 울창하여 즐길 만하다가 풀은 이것이 스치면 색이 변하고 나무는 이것을 만나면 잎이 떨어지니, 시들고 떨어지게 하는 것이 바로 이 한 기운이 남긴 매서움이다.
夫秋, 刑官也, 於時爲陰, 又兵象也, 於行, 爲金, 是謂天地之義氣, 常以肅殺而爲心. 天之於物, 春生秋實.
가을은 형벌을 맡은 관리로 시절(時節)에 있어서는 음(陰)이 되고, 또 무기의 형상이라서 오행(五行)에 있어서는 금(金)이 되니, 이것을 천지(天地)의 의기(義氣)라고 하며, 항상 매서움을 가지고 마음으로 삼는다. 하늘은 만물에 대하여 봄에는 키워 주고 가을에는 열매 맺게 한다.
故, 其在樂也, 商聲, 主西方之音, 夷則, 爲七月之律.
그러므로 그것이 음악에 있어서는 상성(商聲)으로 서쪽의 음악을 주관하고, 이칙(夷則)으로 7월의 음률이 된다.
商, 傷也, 物旣老而悲傷,
夷, 戮也, 物過盛而當殺.
상(商)은 상심하는 것이니 만물이 늙어지면 슬프고 상심하는 것이며, 이(夷)는 죽이는 것이니 물건이 성할 때를 지나면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嗟乎. 草木無情, 有時飄零, 人爲動物, 惟物之靈.
슬프다! 초목은 감정이 없어 때가 되면 날리어 떨어지지만, 사람은 동물이고 오직 만물의 영장(靈長)이다.
百憂感其心, 萬事勞其形, 有動于中, 必搖其精.
온갖 근심이 그 마음을 느끼게 하고 수많은 일이 그 몸을 수고롭게 하여, 마음속에 움직임이 있으면 반드시 그 정신을 동요시킨다.
而況思其力之所不及, 憂其智之所不能.
하물며 자신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바를 생각하고, 자신의 지혜가 할 수 없는 바를 근심하는 경우이겠는가.
宜其渥然丹者, 爲槁木, 黟然黑者, 爲星星.
짙게 붉던 얼굴이 마른 나무처럼 되고, 까맣게 검던 머리가 허옇게 되는 것이 마땅하다.
奈何非金石之質, 欲與草木而爭榮.
어찌하여 금석의 재질도 아닌데 초목과 더불어 무성함을 다투고자 하는가?
念誰爲之戕賊, 亦何恨乎秋聲.
누가 이것에 대해 상하게 하고 해치는 가를 생각해보면 또한 어찌 가을 소리를 한탄하겠는가고 하였다.
童子莫對, 垂頭而睡, 但聞四壁, 蟲聲喞喞, 如助予之歎息.
동자(童子)는 대답도 없이 머리를 떨어뜨리고 조는데, 단지 사방 벽에서 벌레 소리만 찌륵찌륵하고 들려와, 나의 탄식을 돕는 듯하더라.
▶️ 肅(엄숙할 숙)은 회의문자로 粛(숙)의 본자(本字)이다. 巾(건; 수건), 又(우; 손)와 삼수변(氵=水, 氺; 물)部를 뺀 淵(연; 연못)의 합자(合字)이다. 손에 수건을 들고 깊은 못 위에서 일을 한다. 매우 두려워하며 조심하여 깊은 못에 임하듯이 삼가고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肅(숙)은 ①엄숙(嚴肅)하다 ②공경(恭敬)하다 ③정중(鄭重)하다 ④정제(整齊)하다(정돈하여 가지런히 하다) ⑤맑다 ⑥경계(警戒)하다 ⑦엄(嚴)하다(매우 철저하고 바르다) ⑧절하다 ⑨차다 ⑩삼가다(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⑪가지런한 모양,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고요하고 엄숙함으로 삼가고 두려워 하는 모양을 숙연(肅然), 엄숙하고 고요함을 숙숙(肅肅), 정숙하게 사례함을 숙사(肅謝), 장엄하고 정숙함을 숙엄(肅嚴), 몸가짐이나 차림새가 바르고 엄숙함을 숙정(肅整), 엄격히 바로잡음을 숙정(肅正), 잘못이나 악인을 없애어 맑게 함을 숙청(肅淸), 맑고 깨끗함 또는 맑고 깨끗하게 함을 숙징(肅澄), 삼가 존경함을 숙경(肅敬), 깊이 생각하여 계략을 짜냄 또는 그러한 계략을 숙백(肅白), 쌀쌀한 가을 기운이 풀이나 나무를 말리어 죽임을 숙살(肅殺), 늦가을에 아주 되게 내리는 서리를 숙상(肅霜), 뜻을 삼감을 숙지(肅志), 삼가 살핌을 숙찰(肅察), 소리를 높이어 부름을 숙창(肅唱), 엄숙하게 들음을 숙청(肅聽), 삼가 받들어 올린다는 뜻으로 편지의 첫머리에 쓰는 인사말을 숙정(肅呈), 삼가 아뢴다는 뜻으로 편지의 첫 머리에 쓰는 말을 숙계(肅啓), 삼가 정숙하게 절합니다의 뜻으로 경의를 표하여 편지의 끝에 쓰는 말을 숙배(肅拜), 삼가 조심함이나 공경함을 근숙(謹肅), 경건하고 엄숙함을 건숙(乾肅), 공경하는 뜻으로 조심스레 삼가서 조용하고 엄숙함을 경숙(敬肅), 단정하고 엄숙함을 단숙(端肅), 고요하고 엄숙함을 정숙(靜肅), 장엄하고 정숙함을 엄숙(嚴肅), 스스로 행동을 조심하는 것을 자숙(自肅), 충성스러워서 삼가는 마음이 깊음을 충숙(忠肅), 무섭거나 두려워서 떨며 삼감을 진숙(振肅), 가을의 쌀쌀한 기운을 숙살지기(肅殺之氣), 스스로 삼가고 경계함을 자숙자계(自肅自戒) 등에 쓰인다.
▶️ 殺(죽일 살/감할 살, 빠를 쇄, 맴 도는 모양 설, 윗사람 죽일 시)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갖은등글월문(殳; 치다, 날 없는 창)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杀(살)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杀(살; 나무와 풀을 베다)와 때려 잡는다는 殳(수)의 뜻이 합(合)하여 죽이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殺자는 '죽이다'나 '죽다', '없애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殺자는 杀(죽일 살)자와 殳(몽둥이 수)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杀자는 짐승의 목에 칼이 꽂혀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죽이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 본래 '죽이다'라는 뜻은 杀자가 먼저 쓰였었다. 소전에서는 여기에 殳(몽둥이 수)자가 더해지면서 '죽이다'라는 뜻을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하게 되었다. 그래서 殺(살, 쇄, 설, 시)은 ①죽이다 ②죽다 ③없애다 ④지우다 ⑤감하다 ⑥얻다 ⑦어조사(語助辭) 그리고 ⓐ감하다(쇄) ⓑ내리다(쇄) ⓒ덜다(쇄) ⓓ심하다(정도가 지나치다)(쇄) ⓔ빠르다(쇄) ⓕ매우(쇄) ⓖ대단히(쇄) ⓗ맴 도는 모양(설) ⓘ윗사람 죽일(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죽일 도(屠), 윗사람 죽일 시(弑), 죽일 륙/육(戮), 다 죽일 섬(殲),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있을 존(存), 살 활(活), 있을 유(有), 날 생(生)이다. 용례로는 남의 생명을 해침을 살해(殺害), 사람을 죽이거나 상처를 입힘을 살상(殺傷), 사람을 죽임을 살인(殺人), 살해를 당함을 피살(被殺),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어서 죽음을 자살(自殺), 있는 것을 아주 없애버림을 말살(抹殺), 때려 죽임을 박살(樸殺), 남에게 당한 죽음을 타살(他殺), 죄다 죽임을 몰살(沒殺), 참혹하게 마구 무찔러 죽임을 학살(虐殺), 보고도 안 본 체, 듣고도 안 들은 체 내버려두고 문제 삼지 않음을 묵살(默殺), 얄망궃고 잔재미가 있는 말씨와 태도를 와살(瓦殺), 낙인을 지워 없앰을 쇄인(殺印), 세차게 몰려듦을 쇄도(殺到), 덜어서 적게 함을 감쇄(減殺), 몹시 괴롭힘을 뇌쇄(惱殺), 수습하여 결말을 지음을 수쇄(收殺), 등급을 아래로 낮춤을 강쇄(降殺), 몹시 놀람을 경쇄(驚殺), 자신의 몸을 죽여 인을 이룬다는 뜻으로 자기의 몸을 희생하여 옳은 도리를 행함을 일컫는 말을 살신성인(殺身成仁), 자기의 몸을 희생하여 절개를 세움을 일컫는 말을 살신입절(殺身立節), 삼국통일의 원동력이 된 화랑의 세속오계의 하나로 산 것을 죽일 때는 가려서 죽일 것을 이르는 말을 살생유택(殺生有擇), 죽여도 아깝지 않다는 뜻으로 죄가 매우 무거움을 이르는 말을 살지무석(殺之無惜), 무엇을 트집잡아 사람을 잔인하게 마구 죽이는 변고를 일컫는 말을 살육지변(殺戮之變), 음악에서 곡조가 거세고 급하여 무시무시한 느낌을 주는 소리를 일컫는 말을 살벌지성(殺伐之聲), 죽여도 아깝지 않다는 뜻으로 죄가 매우 무거움을 이르는 말을 살지무석(殺之無惜), 무엇을 트집잡아 사람을 잔인하게 마구 죽이는 폐단을 일컫는 말을 살육지폐(殺戮之弊), 사람을 죽이고 살릴 수 있는 권리를 일컫는 말을 살활지권(殺活之權), 살기가 얼굴에 잔뜩 올라 있음을 이르는 말을 살기등등(殺氣騰騰), 살기가 있어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살기담성(殺氣膽盛),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으로 결점이나 흠을 고치려다 수단이 지나쳐 도리어 일을 그르침을 일컫는 말을 교각살우(矯角殺牛), 한 치밖에 안 되는 칼로 사람을 죽인다는 뜻으로 간단한 경구나 단어로 사람을 감동시킴 또는 사물의 급소를 찌름의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촌철살인(寸鐵殺人), 자기의 몸에 불을 질러 목숨을 스스로 끊음을 일컫는 말을 분신자살(焚身自殺),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는 뜻으로 남을 이용하여 사람을 해치는 음험한 수단을 이르는 말을 차도살인(借刀殺人),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는 뜻으로 거짓말도 되풀이 해 들으면 믿어버리게 된다는 말을 증삼살인(曾參殺人), 사람을 죽이기를 꾀하다가 이루지 못한 행위를 일컫는 말을 모살미수(謀殺未遂), 살리든지 죽이든지 마음대로 함 또는 제 마음대로 날뛰는 것을 이르는 말을 활살자재(活殺自在), 살리거나 죽이고 주거나 뺏는다는 뜻으로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생살여탈(生殺與奪)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 즉,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지남지북(之南之北) 등에 쓰인다.
▶️ 氣(기운 기, 보낼 희)는 ❶형성문자로 気(기)의 본자(本字), 气(기)는 간자(簡字), 炁(기), 餼(희), 饩(희)는 동자(同字)이다. 음(音)을 나타내는 기운기 엄(气; 구름 기운)部는 공중에 올라가 구름이 되는 것, 굴곡하여 올라가는 수증기, 목에 막히어 나오는 숨을 뜻하고, 米(미)는 쌀을 뜻하므로 김을 올려서 밥을 짓다, 손님을 위한 맛있는 음식을 말한다. ❷상형문자로 氣자는 '기운'이나 '기세', '날씨'라는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氣자는 气(기운 기)자와 米(쌀 미)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본래 氣자는 米자가 없는 气자가 먼저 쓰였었다. 气자는 하늘에 감도는 공기의 흐름이나 구름을 표현한 것이다. 갑골문에서는 단순히 획을 세 번 그린 것으로 하늘의 기운을 표현했었다. 그러나 금문에서는 숫자 三(석 삼)자 혼동되어 위아래의 획을 구부린 형태로 변형되었다. 여기에 米자가 더해진 氣자는 밥을 지을 때 나는 '수증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다만 气자와 마찬가지로 '기운'이나 '기세', '날씨'와 관련된 뜻으로도 쓰이고 있다. 그래서 氣(기)는 (1)숨 쉴 때에 나오는 기운 (2)생활이나 활동하는 힘으로 원기, 정기, 생기, 기력 따위 (3)동양 철학의 기초 개념의 하나6로 만물을 생성, 소멸 시키는 물질적 시원(始原) (4)옛날 중국에서 15일을 일기로 하는 명칭으로 이것을 셋으로 갈라 그 하나를 후(候)라 했음 (5)느낌, 기운의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기운(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오관(五官)으로 느껴지는 현상) ②기백(氣魄) ③기세(氣勢: 기운차게 뻗치는 형세) ④힘 ⑤숨(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기운) ⑥공기(空氣) ⑦냄새 ⑧바람 ⑨기후(氣候) ⑩날씨 ⑪자연(自然) 현상(現狀) ⑫기체(氣體) ⑬가스(gas) ⑭성내다 ⑮화내다(火--) 그리고 ⓐ(음식을)보내다(=餼)(희) ⓑ음식물(飮食物)(희)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대기의 온도를 기온(氣溫), 바야흐로 어떤 일이 벌어지려고 하는 분위기를 기운(氣運), 바람, 비, 구름, 눈 등 대기 중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기상(氣象), 마음에 생기는 주관적이고 단순한 감정 상태를 기분(氣分), 일을 감당해 나갈 수 있는 정신과 육체의 힘을 기력(氣力), 사람의 타고난 성품과 몸가짐을 기상(氣像), 기운과 세력을 기세(氣勢), 대기의 유동을 기류(氣流), 바탕을 이루는 성질을 기질(氣質), 씩씩한 기상과 꿋꿋한 절개를 기개(氣槪), 타고난 기질과 성품을 기품(氣稟), 기운이 만장이나 뻗치었다는 뜻으로 펄펄 뛸 만큼 크게 성이 남 또는 일이 뜻대로 되어 나가 씩씩한 기운이 대단하게 뻗침을 일컫는 말을 기고만장(氣高萬丈), 의기가 관중을 압도한다는 뜻으로 의기 왕성함을 이르는 말을 기개관중(氣蓋關中), 기운이 없어지고 맥이 풀렸다는 뜻으로 온몸의 힘이 다 빠져 버림을 일컫는 말을 기진맥진(氣盡脈盡), 인간의 성질을 본연지성과 기품지성의 두 가지로 나눈 중에서 타고난 기질과 성품을 가리키는 말을 기품지성(氣稟之性), 기세가 대단히 높음을 일컫는 말을 기염만장(氣焰萬丈), 생각하는 바나 취미가 서로 맞음을 일컫는 말을 기미상적(氣味相適), 생각하는 바나 취미가 서로 맞음을 일컫는 말을 기미상합(氣味相合), 글씨나 그림 등의 기품과 품격과 정취가 생생하게 약동함을 일컫는 말을 기운생동(氣韻生動), 기세가 매우 높고 힘찬 모양을 일컫는 말을 기세등등(氣勢騰騰), 놀라서 정신을 잃음을 일컫는 말을 기급절사(氣急絶死), 모두가 운수에 달린 일이라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는 말을 기수소관(氣數所關), 기운은 산과 같이 높고 마음은 바다와 같이 넓다는 의미의 말을 기산심해(氣山心海)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