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천수(祁奚薦讐)
기해가 원수를 후임으로 추천했다는 뜻으로, 감정의 유무를 떠나 공평무사하게 사람을 추천함을 일컫는 말이다.
祁 : 성할 기(礻/3)
奚 : 어찌 해(大/7)
薦 : 천거할 천(艹/13)
讐 : 원수 수(艹/13)
기해가 원수(怨讐)를 공직에 추천했다는 의미다. 기해(祁奚)는 사람 이름이다. 사마천 '사기'(史記)의 진세가(晉世家) 편에 나오는 일화에서 유래한 고사성어다.
인재를 추천하는데 있어 사감(私感)이나 친소관계를 떠나 공평무사하게 그 자리에 최적의 인물을 추천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인재를 추천할 때 새겨야 할 격언으로 자주 인용된다.
진나라 도공이 기해에게 인재를 추천해달라고 하자 기해는 주저 없이 자신과 적대관계에 있어 원수나 다름없던 해호(解弧)를 추천한다.
그러나 해호가 관직에 등용되기 전에 급사하자 도공은 다시 기해에게 인재를 추천해달라고 한다. 기해는 또 서슴없이 기오(祁午)를 추천했다. 그런데 기오는 기해의 아들이었다. 그럼에도 기해는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이를 두고 사마천은 "기해는 당파를 만들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밖으로는 원수임에도 추천했고 안으로는 자식임을 숨기지 않고 추천했다"고 찬했다.
기해의 인재 추천 일화에서 '외거불피구(外擧不避仇) 내거불피친(內擧不避親)' 즉, '밖으로는 원수를 피하지 않고 안으로는 친족도 피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유래했다. 뛰어난 인재라면 사사로운 감정을 떠나 적극 천거 또는 기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수많은 도덕적 하자 뿐 아니라 실정법 위반 피의자로 포토라인에 설 가능성이 높은 조국 법무부장관의 임명과 거취를 놓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를 임명할 때 과연 얼마나 사사로운 인연을 떠나 생각했는지 의심스럽다. 기해가 기오를 추천했던 것 만큼 떳떳할까? 기해천수라는 엄정한 인재 천거원칙을 알았더라면 그를 결코 임명할 수 없었을 것이다.
▶️ 祁(성할 기)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보일 시(示=礻; 보이다, 신)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示(시, 기)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祁(기)는 ①성하다(盛--: 기운이나 세력이 한창 왕성하다) ②크다 ③많다 ④조용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지독한 추위나 몹시 심한 추위를 기한(祁寒), 혹독한 추위와 심한 더위를 일컫는 말을 기한성서(祁寒盛暑), 기해가 원수를 후임으로 추천했다는 뜻으로 감정의 유무를 떠나 공평무사하게 사람을 추천함을 일컫는 말을 기해천수(祁奚薦讐) 등에 쓰인다.
▶️ 奚(어찌 해)는 ❶상형문자로 손과 머리칼을 다발로 빗은 사람의 모양으로, 머리를 다발로 빗는 풍속을 가진 종족(種族)을 나타낸다 한다. 음(音)을 빌어 의문사(疑問詞)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奚자는 '어찌'나 '무슨'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奚자는 大(클 대)자와 幺(작을 요)자, 爫(손톱 조)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奚자의 갑골문을 보면 머리를 땋아 올린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금문에서는 여기에 손을 뜻하는 爫자가 더해지면서 사람의 머리칼을 붙잡고 있는 모습이 되었다. 이것은 주인에게 종속된 여자 종을 표현한 것이다. 평생을 노비로 살아야 하는 이들의 삶은 녹록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본래 '여자 종'을 뜻했던 奚자는 후에 '어찌'나 '어디', '무슨'과 같이 자신의 신세를 탄식하는 뜻으로 가차(假借)되었다. 그래서 奚(해)는 ①어찌, 왜 ②무슨, 어떤 ③어디, 어디에서 ④무엇 ⑤어느 곳 ⑥종, 하인(下人) ⑦종족(種族)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어찌 특히를 해특(奚特), 여하 또는 어찌를 해약(奚若), 다른 방도를 취하지 아니하고 어찌 꼭을 해필(奚必), 어느 겨를을 해가(奚暇), 혹이 빈 둥근 나무에 짐승의 가죽을 메우고 긴 나무를 꽂아 줄을 활 모양으로 건 민속 악기로 깡깡이를 아악에서 일컫는 말을 해금(奚琴), 유람자가 지니고 다니면서 시초를 넣는 주머니를 해낭(奚囊), 여자 종을 여해(女奚), 어린 종을 소해(小奚), 기해가 원수를 후임으로 추천했다는 뜻으로 감정의 유무를 떠나 공평무사하게 사람을 추천함을 일컫는 말을 기해천수(祁奚薦讐) 등에 쓰인다.
▶️ 薦(천거할 천, 꽂을 진)은 ❶회의문자로 荐(천)은 간자(簡字)이다.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廌(치; 사슴과 닮은 동물)의 합자(合字)이다. 이 동물이 먹는 풀의 뜻으로, 음(音)을 빌어 천거(薦擧)의 뜻으로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薦자는 '천거하다'나 '올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薦자는 艹(풀 초)자와 廌(해태 치)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廌자는 뿔이 달린 해태를 그린 것이다. 금문에 나온 薦자를 보면 뿔이 달린 짐승이 몸을 치켜세운 채 풀을 뜯어 먹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중국의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는 薦자에 대해 '짐승이 풀을 뜯어 먹는 것이다(獸之所食草)'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처럼 薦자는 '풀을 뜯다'나 '짐승이 먹는 풀'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몸을 치켜세운 해태의 모습에서 '올리다'라는 뜻이 파생되었고 후에는 사람을 올린다는 의미에서 '천거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薦(천, 진)은 사람을 어떤 자리에 추천(推薦)하는 일로 ①천거(薦擧)하다 ②드리다, 올리다 ③늘어놓다, 진술(陳述)하다 ④깔다 ⑤우거지다 ⑥견뎌내다, 이겨내다 ⑦줄곧, 계속(繼續) ⑧거듭 ⑨자리, 깔개, 거적(짚으로 쳐서 자리처럼 만든 물건) ⑩꼴(말이나 소에게 먹이는 풀) ⑪풀의 이름 ⑫뗏목에서 사는 일 ⑬제사(祭祀)의 이름, 그리고 ⓐ꽂다(진) ⓑ끼우다(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인재를 어떤 자리에 추천하는 일을 천거(薦擧), 죽은 사람의 넋을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일을 천도(薦度), 벼슬아치를 윗자리로 천거함을 천망(薦望), 사람을 천거하는 데 필요한 명목을 천목(薦目), 사람을 천거하여 쓰이게 함을 천진(薦進), 인재를 발탁하여 천거함을 천발(薦拔), 첩이나 기생이나 시녀들이 잠자리에서 시중듦을 천침(薦枕), 추천하여 준 사람을 천주(薦主), 마음 속으로 물건을 바치려고 하는 생각을 천산(薦算), 인재를 천거하여 쓰거나 쓰이게 함을 천용(薦用), 추천하는 내용을 적은 서류를 천장(薦狀), 인재를 추천하여 가려 뽑음을 천출(薦出), 어떤 조건에 적합한 대상을 책임지고 소개함을 추천(推薦), 사회의 일반 사람들이 추천함을 공천(公薦), 천거 또는 추천에 들지 못하고 떨어짐을 낙천(落薦), 권하여 쓰게 하거나 하게 함을 거천(擧薦), 힘써서 천거함을 역천(力薦), 추천이 끝남을 완천(完薦), 자기가 자기를 추천함을 자천(自薦), 타인이 추천함을 타천(他薦), 특별히 추천함을 특천(特薦), 선거 따위에서 입후보자를 이름을 불러 추천함을 호천(呼薦), 학문이 높은 사람을 천거하는 일 또는 그 천거된 사람을 학천(學薦), 널리 여러 사람에게 인재를 천거하게 하는 일을 광천(廣薦), 죽은 사람을 위하여 공덕을 베풀고 그 명복을 빎을 추천(追薦), 모수가 스스로 천거했다는 뜻으로 자기가 자기를 추천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모수자천(毛遂自薦), 장보의 관이 도리어 신발 밑에 있다는 뜻으로 상하 전도함을 이르는 말을 장보천리(章甫薦履) 등에 쓰인다.
▶️ 讐(원수 수)는 형성문자로 雠(수), 讎(수)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말씀 언(言; 말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雔(수)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讐(수)는 ①원수(怨讐) ②동류(同類) ③대답(對答)하다 ④갚다 ⑤맞다 ⑥바로잡다 ⑦합당(合當)하다 ⑧자주 ⑨빈번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원수 구(仇)이다. 용례로는 자기 또는 자기 나라에 해를 끼친 사람을 원수(怨讐), 원수를 갚음을 복수(復讐), 나라의 원수를 국수(國讐), 조사함으로 조사하여 바로잡음을 검수(檢讐), 앙갚음으로 남이 저에게 해를 준 대로 저도 그에게 해를 줌을 보수(報讐), 함께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원수라는 뜻으로 임금이나 어버이에 대한 원수는 하늘을 함께 하고 살지 않는다는 말을 대천지수(戴天之讐), 서로 상대의 목을 베고자 하는 깊은 원수로 특히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이르는 말을 무수지수(貿首之讐),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뜻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아니꼬운 괴로운 일을 당할 때라는 말을 구복원수(口腹寃讐)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