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잉구관(一仍舊貫)
좋은 옛 관례를 그대로 따르다.
一 : 한 일(一/0)
仍 : 인할 잉(亻/2)
舊 : 예 구(臼/12)
貫 : 꿸 관(貝/4)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것을 무조건 낡았다고 폐기할 것인지, 아니면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것인지는 판단할 나름이다. 하지만 전면 배척하거나 수용하는 극단은 금물이다.
많이 인용되는 공자(孔子)의 말씀이 있다. 지나간 과거로부터 배우고 미래를 준비하는 깨달음을 얻되, 옛것이나 지금 것이나 한 쪽에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이 그것이다.
선대로부터 내려오는 제도가 손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좋다면 소규조수(蕭規曹隨)라 하여 전한(前漢) 초기 소하(蕭何)가 만든 법규를 조참(曹參)이 따른다고 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옛 관례나 좋은 점(舊貫)을 그대로 따라 행한다(一仍)는 논어(論語)에 나오는 성어다. 인할 잉(仍)은 '따르다, 좇다, 거듭하다'의 뜻이 있다.
선진(先進)편에 많이 등장하는 공자의 제자 민자건(閔子騫)은 공문십철(孔門十哲) 중에서 안연(顔淵) 등과 함께 덕행에 뛰어난 사람이다. 그는 효자를 기린 이십사효(二十四孝) 중에서도 노의순모(蘆衣順母)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계모가 자신에게는 갈대 솜의 옷을 입히고 동생들엔 따뜻한 솜옷을 입히는데도 순종했다. 아버지가 사실을 알고 계모를 내쫓으려 하자 동생들까지 고생한다며 말렸다.
공자가 민자건의 효에 대해선 다른 사람들이 트집 잡을 일이 없다고 칭찬했다.
바른 길만 걷는 민자건이 노(魯)나라의 관리가 재물을 저장하는 창고를 개조하려 하자 조언한 데서 성어가 나온다. "옛 것을 그대로 쓰면 어떻기에 반드시 개조해야 하는가(仍舊貫 如之何 何必改作)."
이를 듣고 공자는 또 칭찬했다. "그 사람은 말을 잘 하지 않지만 말을 한다면 꼭 이치에 맞는 말을 한다(夫人不言 言必有中)."
옛 창고를 다시 헐고 다시 짓는 것보다 불편한 곳만 수리한다면 백성들의 수고를 줄일 수 있다고 한 것은 기존의 바탕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 고전에도 사용한 곳이 많다.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의 시에 "유막의 하늘은 옛것 그대로 쓰고(劉幕一天仍舊貫)"란 구절은 옛날 하늘을 벗 삼았던 유령(劉伶)과 같이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말했다.
정조(正祖) 실록에는 사당의 수리를 주청하며 "장마가 들기 전까지 원상대로 속히 수리하도록 하소서(未潦前仍舊貫卽速修葺)"란 부분이 있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화무쌍(變化無雙)한 오늘날 옛것을 무조건 따르라는 것이 아니고 취사선택(取捨選擇)의 지혜가 필요하다. 지난 것은 구악(舊惡)이고 적폐(積弊)로 치부하고 무조건 배격해야 새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여 마구잡이로 파헤치면 끝이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집지 말고 좋은 점은 받아들일 줄 아는, 민자건식으로 창고를 개조해 쓸 수 있어야 나라를 발전시키는데 여력을 쏟을 수 있다.
▶️ 一(한 일)은 ❶지사문자로 한 손가락을 옆으로 펴거나 나무젓가락 하나를 옆으로 뉘어 놓은 모양을 나타내어 하나를 뜻한다. 一(일), 二(이), 三(삼)을 弌(일), 弍(이), 弎(삼)으로도 썼으나 주살익(弋; 줄 달린 화살)部는 안표인 막대기이며 한 자루, 두 자루라 세는 것이었다. ❷상형문자로 一자는 '하나'나 '첫째', '오로지'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一자는 막대기를 옆으로 눕혀놓은 모습을 그린 것이다. 고대에는 막대기 하나를 눕혀 숫자 '하나'라 했고 두 개는 '둘'이라는 식으로 표기를 했다. 이렇게 수를 세는 것을 '산가지(算木)'라 한다. 그래서 一자는 숫자 '하나'를 뜻하지만 하나만 있는 것은 유일한 것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오로지'나 '모든'이라는 뜻도 갖게 되었다. 그러나 一자가 부수로 지정된 글자들은 숫자와는 관계없이 모양자만을 빌려 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一(일)은 (1)하나 (2)한-의 뜻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하나, 일 ②첫째, 첫번째 ③오로지 ④온, 전, 모든 ⑤하나의, 한결같은 ⑥다른, 또 하나의 ⑦잠시(暫時), 한번 ⑧좀, 약간(若干) ⑨만일(萬一) ⑩혹시(或時) ⑪어느 ⑫같다, 동일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한가지 공(共), 한가지 동(同),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무리 등(等)이다. 용례로는 전체의 한 부분을 일부(一部), 한 모양이나 같은 모양을 일반(一般), 한번이나 우선 또는 잠깐을 일단(一旦), 하나로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음을 고정(一定), 어긋남이 없이 한결같게 서로 맞음을 일치(一致), 어느 지역의 전부를 일대(一帶), 한데 묶음이나 한데 아우르는 일을 일괄(一括), 모든 것 또는 온갖 것을 일체(一切), 한 종류나 어떤 종류를 일종(一種), 한집안이나 한가족을 일가(一家), 하나로 연계된 것을 일련(一連), 모조리 쓸어버림이나 죄다 없애 버림을 일소(一掃), 한바탕의 봄꿈처럼 헛된 영화나 덧없는 일이란 뜻으로 인생의 허무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일장춘몽(一場春夢), 한 번 닿기만 하여도 곧 폭발한다는 뜻으로 조그만 자극에도 큰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상태를 이르는 말을 일촉즉발(一觸卽發), 한 개의 돌을 던져 두 마리의 새를 맞추어 떨어뜨린다는 뜻으로 한 가지 일을 해서 두 가지 이익을 얻음을 이르는 말을 일석이조(一石二鳥), 한 번 들어 둘을 얻음 또는 한 가지의 일로 두 가지의 이익을 보는 것을 이르는 말을 일거양득(一擧兩得), 한 사람을 벌주어 백 사람을 경계한다는 뜻으로 한 가지 죄와 또는 한 사람을 벌줌으로써 여러 사람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킴을 일컫는 말을 일벌백계(一罰百戒), 한 조각의 붉은 마음이란 뜻으로 한결같은 참된 정성과 변치 않는 참된 마음을 일컫는 말을 일편단심(一片丹心), 한 글자도 알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일자무식(一字無識), 한꺼번에 많은 돈을 얻는다는 뜻으로 노력함이 없이 벼락부자가 되는 것을 이르는 말을 일확천금(一攫千金), 한 번 돌아보고도 성을 기울게 한다는 뜻으로 요염한 여자 곧 절세의 미인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일고경성(一顧傾城), 옷의 띠와 같은 물이라는 뜻으로 좁은 강이나 해협 또는 그와 같은 강을 사이에 두고 가까이 접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일의대수(一衣帶水), 밥 지을 동안의 꿈이라는 뜻으로 세상의 부귀영화가 덧없음을 이르는 말을 일취지몽(一炊之夢), 화살 하나로 수리 두 마리를 떨어 뜨린다는 뜻으로 한 가지 일로 두 가지 이득을 취함을 이르는 말을 일전쌍조(一箭雙鵰), 한 오라기의 실도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질서나 체계 따위가 잘 잡혀 있어서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일사불란(一絲不亂), 하루가 천 년 같다는 뜻으로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함을 이르는 말을 일일천추(一日千秋), 그물을 한번 쳐서 물고기를 모조리 잡는다는 뜻으로 한꺼번에 죄다 잡는다는 말을 일망타진(一網打盡), 생각과 성질과 처지 등이 어느 면에서 한 가지로 서로 통함이나 서로 비슷함을 일컫는 말을 일맥상통(一脈相通), 한 번 던져서 하늘이냐 땅이냐를 결정한다는 뜻으로 운명과 흥망을 걸고 단판으로 승부를 겨룸을 일컫는 말을 일척건곤(一擲乾坤), 강물이 쏟아져 단번에 천리를 간다는 뜻으로 조금도 거침없이 빨리 진행됨 또는 문장이나 글이 명쾌함을 일컫는 말을 일사천리(一瀉千里), 하나로써 그것을 꿰뚫었다는 뜻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음 또는 막힘 없이 끝까지 밀고 나감을 일컫는 말을 일이관지(一以貫之), 기쁜 일과 슬픈 일이 번갈아 일어남이나 한편 기쁘고 한편 슬픔을 일컫는 말을 일희일비(一喜一悲), 한 입으로 두 말을 한다는 뜻으로 말을 이랬다 저랬다 함을 이르는 말을 일구이언(一口二言) 등에 쓰인다.
▶️ 仍(인할 잉)은 亻(사람인변 인)에 乃(이에 내)를 합한 모양자이다. 그래서 仍(잉)은 ①인하다(因--: 어떤 사실로 말미암다) ②그대로 따르다 ③기대다 ④따르다, 좇다 ⑤거듭하다 ⑥슬퍼하다 ⑦거듭 ⑧자주, 누차 ⑨이에 ⑩오히려 ⑪슬퍼하는 모양 ⑫잉손(仍孫: 칠대손七代孫) 따위의 뜻이 있다. 유의어로는 囙(인할 인), 因(인할 인) 등이고, 통자로는 耳(귀 이, 잉손 잉)이다. 용례로는 그전 물건을 그대로 둠을 잉존(仍存), 종전의 직명을 띠는 일을 잉대(仍帶), 종전의 품질을 그대로 갖는 일을 잉질(仍秩), 이전 물건을 그대로 씀을 잉용(仍用), 이전 벼슬을 그대로 시킴을 잉직(仍職), 임기가 찬 벼슬아치를 그대로 머물러 둠을 잉임(仍任), 뒤미쳐 잇대어 물음을 잉문(仍問), 그전 그대로 머물러 있음을 잉류(仍留), 그전 그대로 지급함을 잉급(仍給), 이전의 자급을 그대로 가짐을 잉자(仍資), 죄인을 석방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가두어 둠을 잉수(仍囚), 세금이나 환곡 따위의 체납을 한 해 연기하여 주었다가 이듬해에도 다시 연기하여 주는 일을 잉정(仍停), 견디어 내기 어려운 일을 그대로 무릅써 참음을 잉모(仍冒), 이어서 말씀을 사뢴다는 뜻으로 서간문에서 안부를 물은 다음 뒤의 말을 적기 시작할 때 쓰는 말을 잉백(仍白), 그전 직무를 그대로 겸임함을 잉겸(仍兼), 응당 돌려주어야 할 남의 물건을 계속 차지하여 가짐을 잉집(仍執), 번을 든 곳에서 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계속하여 번을 서는 일을 잉번(仍番), 벼슬아치가 임기를 마친 뒤에도 계속하여 그대로 근무하는 일을 잉사(仍仕), 잇대어서 계속 말을 주고 받음을 잉접(仍接), 몸가짐이 무겁고 두터운 모양을 빈잉(貧仍), 거듭하여 잇달음을 천잉(洊仍), 본디대로 도로 따름을 환잉(還仍), 남을 높이어 그의 후손을 이르는 말을 현잉(賢仍), 쭈그리고 앉아 우울하게 지냄을 준잉(蹲仍), 훌륭하다는 뜻으로 남의 후손을 높이어 이르는 말을 영잉(令仍), 전대로 두고 고치지 아니함 또는 전례대로 함을 일컫는 말을 잉구관(仍舊貫), 계속하는 일이나 그전대로 하는 일을 이컫는 말을 잉위지(仍爲之), 이전 그대로 계속하여 묵힌 논을 일컫는 말을 잉진답(仍陳畓), 너비가 넓은 배를 일컫는 말을 잉박선(仍朴船), 수렁이 된 논을 다시 일구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 둔 논을 일컫는 말을 잉언답(仍堰畓), 이전 그대로 계속하여 묵힌 논밭을 일컫는 말을 잉진전(仍陳田), 조선시대 의정의 벼슬에 있는 사람으로서 나이 70대에 이르면 전함을 그대로 가지고 퇴임하게 하던 일 또는 그 퇴임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잉령치사(仍令致仕), 저당잡은 남의 땅문서를 주인에게 돌려주지 아니하고 자기 소유로 만드는 일을 이르는 말을 잉집답권(仍執畓券), 홍수로 인하여 내가 되어서 묵힌 논밭을 일컫는 말을 성천잉진전(成川仍陳田), 포락되어서 그대로 묵힌 논밭을 일컫는 말을 포락잉진전(浦落仍陳田), 종전보다 등급을 낮추어 준 해마다 계속하여 농사 지을 수 없이 메말라서 그대로 묵힌 논을 일컫는 말을 강속잉진답(降續仍陳畓), 천번이 되어서 그대로 묵힌 논밭을 일컫는 말을 천번잉진전(川反仍陳田), 복사로 인하여 그대로 묵힌 논밭을 일컫는 말을 복사잉진전(覆沙仍陳田) 등에 쓰인다.
▶️ 舊(예 구/옛 구)는 ❶형성문자로 旧(구)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음(音)을 나타내는 절구구변(臼; 절구)部와 머리에 갈대털인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같은 귀를 가진 새 추(隹; 새)部인 부엉이의 뜻이 합하였으나 久(오랠 구)와 음(音)이 같다고 하여 '오래다'로 뜻한다. ❷상형문자로 舊자는 '오래되다'나 '옛'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舊자는 萑(풀 많을 추)자와 臼(절구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舊자는 본래 '수리부엉이'를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다. 수리부엉이는 짙은 눈썹이 특징이다. 그래서 갑골문에서는 새를 뜻하는 隹(새 추)자 위로 눈썹을 그려 넣었었다. 또 아래로는 口(입 구)자가 있었는데, 이것은 둥지에 있는 수리부엉이를 묘사한 것이다. 이러한 모습이 후에 萑자와 臼자의 결합으로 표현되었다. 다만 이러한 유래와는 관계없이 舊자는 久(오랠 구)자와 음이 같다는 이유로 '오래되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된 글자이다. 획이 복잡한 글자로 뜻이 옮겨지는 경우는 흔치 않기에 매우 이례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그래서 舊(구)는 어떤 명사(名詞)의 어간(語幹)에 붙어서 '옛날의, 묵은, 낡은' 따위의 뜻을 나타내는 말로 ①예, 옛 ②오래 ③늙은이 ④친구(親舊) ⑤구의(舊誼: 예전에 가까이 지내던 정분) ⑥묵은 사례(事例) ⑦오랜 집안 ⑧평소(平素), 일상(日常) ⑨부엉이(올빼밋과의 새), 올빼미(올빼밋과의 새) ⑩오래다 ⑪오래되다, 묵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새 신(新)이다. 용례로는 옛 모습을 구태(舊態), 이전부터 알고 있는 사람을 구면(舊面), 먼젓번의 수령을 구관(舊官), 이전에 들은 소문을 구문(舊聞), 옛적 버릇이나 예로부터 내려오는 습관을 구습(舊習), 옛스러운 방식을 구식(舊式), 오래 사귄 친구를 구교(舊交), 예로부터 내려 옴을 구래(舊來), 오랫동안 여러 대로 살던 집으로 옛 사람이 살던 집을 구택(舊宅), 오래 전에 간행된 출판물을 구간(舊刊), 오래 두고 가깝게 사귄 벗을 친구(親舊), 그전 모양으로 되게 함을 복구(復舊), 진보적인 것을 따르지 않고 예부터 내려오는 관습을 따름을 수구(守舊), 새 것과 헌 것을 신구(新舊), 오래 오래 사귀어 온 친구를 고구(故舊), 옛날과 같음을 여구(如舊), 옛 모양과 변함 없음을 의구(依舊), 지난 일을 생각함을 감구(感舊), 옛날과 비교함을 비구(比舊), 옛 자취를 돌이켜 생각함을 억구(憶舊), 오래 전부터 사귀던 사이를 이르는 말을 구교지간(舊交之間), 오랫동안 헤어져 있는 친구를 이르는 말을 구년친구(舊年親舊), 옛 친구와 새 친구를 일컫는 말을 구우금우(舊友今友), 옛 모양 그대로를 이르는 말을 구태의연(舊態依然), 묵은 활과 새 화살이란 뜻으로 그래야만 잘 맞는다는 데서 나온 말을 구궁신시(舊弓新矢), 오래 전부터 배어 든 나쁜 풍속을 이르는 말을 구염오속(舊染汚俗), 제사 지내 줄 자손의 대가 다한 위패를 땅에 묻음을 이르는 말을 구주매안(舊主埋安),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뜻으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함 또는 구관을 보내고 신관을 맞이함을 이르는 말을 송구영신(送舊迎新), 경개는 수레를 멈추어 깁양산을 기울인다는 뜻으로 한번 만나보고 친해진다는 말로 잠시 만났어도 구면처럼 친함을 이르는 말을 경개여구(傾蓋如舊), 남의 잘못이나 개인적인 원한을 마음에 새겨두지 않는 것을 이르는 말을 불념구악(不念舊惡), 처음으로 만났을 뿐이지만 마음이 맞고 정이 들어 옛날부터 사귄 벗같이 친밀함을 이르는 말을 일견여구(一見如舊) 등에 쓰인다.
▶️ 貫(꿸 관, 당길 만)은 ❶형성문자로 毌(관)과 통자(通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조개 패(貝; 돈, 재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꿰뚫는다는 뜻을 가진 毋(관)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끈으로 꿴 돈이라는 뜻이 전(轉)하여, 금전이나 무게의 단위, 또는 '꿰뚫는다'는 뜻이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貫자는 '꿰다'나 '뚫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貫자는 毌(꿰뚫을 관)자와 貝(조개 패)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毌자는 물건을 고정하기 위해 긴 막대기를 꿰뚫은 모습을 그린 것으로 '꿰뚫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 본래 '꿰다'라는 뜻은 毌자가 먼저 쓰였었다. 그러나 후에 구멍에 줄을 엮어 쓰는 엽전이라는 화폐가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소전에서는 毌자에 貝자를 결합한 貫자가 '꿰다'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그래서 貫(관)은 (1)쾌 (2)무게의 단위(單位)의 하나 (3)본관(本貫) 등의 뜻으로 ①꿰다 ②뚫다 ③이루다 ④달성(達成)하다 ⑤섬기다 ⑥통과(通過)하다 ⑦익숙하다 ⑧이름을 열기한 문서(文書) ⑨조리(條理) ⑩돈꿰미 ⑪명적(名籍: 이름 문서) 그리고 ⓐ당기다(만)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꿸 관(串), 통할 철(徹)이다. 용례로는 꿰뚫는다는 뜻으로 학문에 널리 통함을 관천(貫穿), 자신의 주장이나 방침을 밀고 나가 목적을 이룸을 관철(貫徹), 행동에 따른 위엄이나 무게를 관록(貫祿), 화살이 과녁 복판에 맞음을 관중(貫中), 꿰뚫어 통함을 관통(貫通), 꿰뚫어 흐름을 관류(貫流), 꿰뚫어 들어감을 관입(貫入), 말린 청어를 관목(貫目), 본적지를 이르는 말을 관적(貫籍), 시조의 고향을 관향(貫鄕), 시조의 고향을 본관(本貫), 시조가 난 곳을 향관(鄕貫), 고향이 같음을 동관(同貫), 관향을 바꿈을 개관(改貫),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주의나 방법으로 계속함을 일관(一貫), 경서 따위의 책을 감독하여 익힘을 강관(講貫), 뚫어서 통함을 통관(洞貫), 활을 쏠 때에 잇달아 과녁을 맞힘을 연관(連貫), 구멍 뚫린 엽전을 꿰어 한 뭉치로 만듦을 작관(作貫), 적의 진지로 돌격하여 들어감 또는 단숨에 일을 완성 시킴을 돌관(突貫), 가로 꿰뚫거나 자름을 횡관(橫貫), 교차하여 관통함을 교관(交貫), 처음에 세운 뜻을 이루려고 끝까지 밀고 나감이나 처음 품은 뜻을 한결같이 꿰뚫음을 일컫는 말을 초지일관(初志一貫), 하나로써 그것을 꿰뚫었다는 뜻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음 또는 막힘 없이 끝까지 밀고 나감을 이르는 말을 일이관지(一以貫之),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관철함을 이르는 말을 시종일관(始終一貫),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일을 해 나감을 이르는 말을 수미일관(首尾一貫), 조리가 일관하여 계통이 서 있음을 이르는 말을 맥락관통(脈絡貫通), 환하게 통하여 이치를 깨달음을 이르는 말을 활연관통(豁然貫通)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