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이화(柳絮梨花)
버들개지 같고 배꽃 같은 흰 눈
柳 : 버들 류(木/5)
絮 : 솜 서(糸/6)
梨 : 배 리(木/7)
花 : 꽃 화(艹/4)
능수버들, 수양버들 등 주변에 흔히 보이는 버드나무는 봄이 되면 하늘하늘한 가지에 눈처럼 씨가 날린다. 꽃이 마치 귀여운 강아지가 꼬리를 흔드는 것 같아 버들강아지, 버들개지로 불린다.
유화(柳花), 양화(楊花), 유서(柳絮) 등의 한자로 나타내고 눈에 비유한 한시의 소재가 많이 됐다.
세상을 하얗게 덮는 눈을 버들개지의 솜(柳絮) 같다고 먼저 표현한 사람은 4세기 중국 동진(東晋)의 사도온(謝道韞)을 꼽는다.
사도온이 어릴 때 멋지게 나타낸 이 말로 영설지재(詠雪之才), 영서지재(詠絮之才), 유서지재(柳絮之才) 등이 여성의 뛰어난 글 솜씨를 가리키는 대명사가 됐다.
사도온은 소녀 때 명망이 높고 강직한 재상이었던 숙부 사안(謝安)의 앞에서 재치 있게 묘사하여 이름이 남았다. 진서(晉書)에도 간단히 전하지만 남조(南朝) 송(宋)나라 문학가 유의경(劉義慶)이 명사들의 언행과 일화를 담은 세설신어(世說新語)에 상세한 전말이 실려 있다. 부분을 보자.
차가운 눈이 내리는 어느 날 사안이 집안의 자녀들을 모아 놓고 '펄펄 내리는 눈이 무엇과 같은가(白雪紛紛何所似)' 읊어 보도록 했다.
형 사혁(謝奕)의 아들 사랑(謝朗)은 "소금을 공중에 뿌리는 것과 비슷합니다(散鹽空中差可擬)"라 했고, 딸 도온이 "버들개지가 바람에 흩날려 춤춘다는 것이 낫겠습니다(未若柳絮因風起)"란 비유로 칭찬을 받았다. 언어편(言語篇)에 있다.
눈을 배꽃에 비유한 것에는 당(唐)나라 잠삼(岑參)의 시가 있다. 서역 소재로 읊은 구절에 '홀연 하룻밤 새 봄바람 불어와(忽如一夜春風來), 천만 그루 나무에 배꽃이 핀 듯하네(千樹萬樹梨花開)'로 나타냈다. 우리 고려(高麗)의 문호 이제현(李齊賢)의 '양화(楊花)'도 그림 같다.
似花非雪最顚狂(사화비설최전광)
꽃잎인가 눈송이런가 어찌 그리 하늘대나
空闊風微轉渺茫(공활풍미전묘망)
넓은 하늘 살랑대는 바람에 아득히 나네
눈은 아니지만 배꽃과 버들개지 같이 등장하는 소동파(蘇東坡)의 시구절도 보자.
梨花淡白柳深靑(이화담백류심청)
배꽃은 담백하고 버들은 짙푸른데
柳絮飛時花滿城(유서비시화만성)
버들개지 날릴 때 배꽃은 성내 가득하네
같은 사물이나 풍경을 보더라도 기막히게 잘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 천재적인 재주가 있거나 예사롭게 보지 않고 어떻게 나타낼까 오랫동안 생각해낸 결과다. 감상하는 사람은 예사롭게 잘 표현 했구나 지나치지만 인구에 회자되는 구절은 그만큼 다르다.
어릴 때부터 문재를 떨친 사도온은 서성(書聖) 왕희지(王羲之)의 아들 왕응지(王凝之)와의 결혼 생활은 일찍 홀로 되는 바람에 평탄하지 못했다. 당시의 시절이 하수상하여 여성의 재주를 펼칠 여건이 되지 못했던 것도 한 원인이었다.
▶️ 柳(버들 류/유)는 ❶형성문자로 栁(류), 桞(류)는 통자(通字), 桺(류)는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나무 목(木; 나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흐르다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卯(묘, 류)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가지나 잎이 바람에 나부끼는 나무, 곧 버드나무를 말한다. ❷회의문자로 柳자는 '버들'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柳자는 木(나무 목)자와 卯(토끼 묘)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卯자는 조그만 간이 문을 열어놓은 모습을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서의 柳자는 木자 아래에로 卯자가 그려진 형태였다. 이것은 치렁하게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 갑골문에서의 柳자는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를 표현했던 것으로 보인다. 버드나무의 부드러움과 연약함은 가녀린 여인을 연상케 했다. 그러다 보니 柳자는 '연약한 여인'이나 '허약함'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柳(류/유)는 ①버들, 버드나무 ②상여(喪輿)의 장식(裝飾), 관(棺)의 장식(裝飾) ③수레의 이름 ④별의 이름 ⑤오음(五音)의 하나 ⑥혹(=瘤) ⑦모이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버들 양(楊)이다. 용례로는 버들가지처럼 가늘고 부드러운 미인의 허리를 유요(柳腰), 버드나무의 잎을 유엽(柳葉), 버드나무 가지를 유지(柳枝), 버드나무의 꽃을 유화(柳花), 미인의 눈썹을 유미(柳眉), 버드나무의 그늘을 유음(柳陰), 버드나무 가지와 같은 고운 맵시를 유태(柳態), 가지가 가는 버드나무를 세류(細柳), 꽃과 버들을 화류(花柳), 강 언덕에 서 있는 버드나무를 안류(岸柳), 여자의 글재주를 기리는 말을 유서지재(柳絮之才), 푸른 버들은 푸르고 꽃은 붉다는 뜻으로 자연의 모습 그대로 사람의 손을 더 하지 않는 것을 이르는 말을 유록화홍(柳綠花紅), 버들은 무성하여 그윽이 어둡고 꽃은 활짝 피어 밝고 아름답다는 뜻으로 강촌의 봄 경치를 이르는 말을 유암화명(柳暗花明), 버들 같은 눈썹에 개미 같은 허리를 일컫는 말을 유미봉요(柳尾蜂腰), 갯버들 같은 모습이라는 뜻으로 허약한 몸을 이르는 말을 포류지자(蒲柳之姿), 갯버들 같은 체질이라는 뜻으로 나이보다 빨리 늙어 버리는 체질이나 몸이 약하여 병에 잘 걸리는 체질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포류지질(蒲柳之質), 길 가의 버들과 담 밑의 꽃은 누구든지 쉽게 만지고 꺾을 수 있다는 뜻으로 기생을 의미함을 일컫는 말을 노류장화(路柳墻花), 마른 버드나무와 시든 꽃이라는 뜻으로 용모와 안색이 쇠한 미인의 모습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패류잔화(敗柳殘花), 바람 앞에 나부끼는 세버들의 뜻으로 부드럽고 영리한 사람이 성격을 평하여 일컫는 말을 풍전세류(風前細柳) 등에 쓰인다.
▶️ 絮(솜 서, 간 맞출 처, 실 헝클어질 나)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실 사(糸; 실타래)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如(여, 서)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絮(서, 처, 나)는 ①솜, 헌솜(옷, 이불 따위에서 빼낸 묵은 솜) ②솜옷 ③두건 ④버들개지(버드나무의 꽃) ⑤장황(張皇)하다, 지루하게 얘기하다 ⑥머뭇거리다 ⑦침체(沈滯)하다, 그리고 ⓐ간을 맞추다(처) 그리고 ㉠실이 헝클어지다(나)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솜이나 눈송이처럼 하얗게 날리어 흩어진다는 뜻으로 버들개지를 이르는 말을 서설(絮雪), 지리하게 이야기함 또는 그 이야기를 서언(絮言), 너절하게 쓸데없이 길게 말함을 서설(絮說), 너절하게 긴 말을 서어(絮語), 솜을 탐을 일컫는 말을 탄서(彈絮), 고치를 펴서 만든 솜을 호서(糊絮), 옷에 솜을 둠을 착서(着絮), 옷이나 이부자리에 두었던 솜을 빼어 냄 또는 그 솜을 퇴서(退絮), 가벼운 솜이나 눈 또는 버들개지 따위의 비유하는 말을 경서(輕絮), 너무 오래 묵어서 못 쓰게 된 솜을 패서(敗絮), 바람에 날리어 떠다니는 버들개지를 비서(飛絮), 버들개지로 버드나무의 꽃을 유서(柳絮), 비단실과 무명실을 일컫는 말을 사서(絲絮), 참대나무의 속 부스러기를 죽서(竹絮), 갈대꽃이나 갈대의 목을 노서(蘆絮), 여자의 글재주를 기리는 말을 유서지재(柳絮之才) 등에 쓰인다.
▶️ 梨(배 리/이)는 ❶형성문자로 梸(리), 棃(리), 樆(리)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나무 목(木; 나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利(리)로 이루어졌다. ❷형성문자로 梨자는 ‘배나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梨자는 木(나무 목)자와 利(이로울 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利자는 곡식을 수확하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수확'이나 '이롭다'라는 뜻이 있다. 그러니 梨자는 '이로운 나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梨자는 쓰임이 매우 적어 주로 지명이나 상호, 배의 종류를 표기할 때만 쓰이고 있다. 그래서 梨(리/이)는 ①배, 배나무 ②늙은이 ③뭇, 모든, 많은 ④나누다, 분할하다 ⑤찢다, 쪼개다, 가르다 ⑥따르다, 쫓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배나무를 이목(梨木), 배나무 꽃을 이화(梨花), 화폐 이용의 대상으로서 지불되는 금액을 이자(梨子), 껍질을 벗긴 배에 후추를 드문드문 밖아 꿀물이나 설탕물에 삶은 음료를 이숙(梨熟), 배나무 동산을 이원(梨園), 산돌배를 산리(山梨), 배나무의 열매를 생리(生梨), 서리를 맞아 얼어서 시든 배 또는 그 배처럼 쇠하고 시들어 검버섯이 난 노인의 피부를 비유하여 이름을 동리(凍梨), 배의 한 가지로 빛깔이 누르고 크며 맛이 좋은 배를 황리(黃梨), 잿불에 배를 구움 또는 그 배를 소리(燒梨), 제사의 제물을 진설할 때 동편에서부터 대추 밤 배 감 순으로 놓으며 그 외의 과일은 순서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조율이시(棗栗梨枾),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의 한역으로 이르는 말을 오비이락(烏飛梨落) 등에 쓰인다.
▶️ 花(꽃 화)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化(화)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초두머리(艹)部는 식물, 花(화)는 후세에 생긴 글자로 본래는 華(화)로 쓰였다. 음(音)이 같은 化(화)를 써서 쉬운 자형(字形)으로 한 것이다. ❷형성문자로 花자는 '꽃'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花자는 艹(풀 초)자와 化(될 화)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化자는 '변하다'라는 뜻을 가지고는 있지만, 여기에서는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본래 소전에서는 땅속에 뿌리를 박고 꽃을 피운 모습을 그린 芲(꽃 화)자가 '꽃'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지금의 花자가 모든 '꽃'을 통칭하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花(화)는 성(姓)의 하나로 ①꽃 ②꽃 모양의 물건 ③꽃이 피는 초목 ④아름다운 것의 비유 ⑤기생(妓生) ⑥비녀(여자의 쪽 찐 머리가 풀어지지 않도록 꽂는 장신구) ⑦비용(費用) ⑧얽은 자국 ⑨꽃이 피다 ⑩꽃답다, 아름답다 ⑪흐려지다, 어두워지다 ⑫소비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꽃구경을 하는 사람을 화객(花客), 꽃을 꽂는 그릇을 화기(花器), 뜰 한쪽에 조금 높게 하여 꽃을 심기 위해 꾸며 놓은 터 꽃밭을 화단(花壇), 꽃 이름을 화명(花名), 꽃처럼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을 화용(花容), 환갑날에 베푸는 잔치를 화연(花宴), 화초를 심은 동산을 화원(花園), 꽃과 열매를 화과(花果), 꽃을 파는 곳을 화방(花房), 꽃병 또는 꽃을 꽂는 병을 화병(花甁), 꽃놀이 또는 꽃을 구경하며 즐기는 놀이를 화유(花遊), 비가 오듯이 흩어져 날리는 꽃잎을 화우(花雨), 온갖 꽃을 백화(百花), 많은 꽃들을 군화(群花), 꽃이 핌으로 사람의 지혜가 열리고 사상이나 풍속이 발달함을 개화(開花), 떨어진 꽃이나 꽃이 떨어짐을 낙화(落花), 한 나라의 상징으로 삼는 가장 사랑하고 가장 중하게 여기는 꽃을 국화(國花), 암술만이 있는 꽃을 자화(雌花), 소나무의 꽃 또는 그 꽃가루를 송화(松花), 시들어 말라 가는 꽃을 고화(枯花), 살아 있는 나무나 풀에서 꺾은 꽃을 생화(生花), 종이나 헝겊 따위로 만든 꽃을 조화(造花),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뜻으로 한 번 성한 것이 얼마 못 가서 반드시 쇠하여짐을 이르는 말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무늬가 같지 않음 또는 문장이 남과 같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화양부동(花樣不同), 꽃다운 얼굴과 달 같은 자태라는 뜻으로 아름다운 여자의 고운 자태를 이르는 말을 화용월태(花容月態), 꽃이 핀 아침과 달 밝은 저녁이란 뜻으로 경치가 가장 좋은 때를 이르는 말을 화조월석(花朝月夕), 비단 위에 꽃을 더한다는 뜻으로 좋은 일에 또 좋은 일이 더하여짐을 이르는 말을 금상첨화(錦上添花), 말을 아는 꽃이라는 뜻으로 미녀를 일컫는 말 또는 기생을 달리 이르는 말을 해어화(解語花), 눈처럼 흰 살결과 꽃처럼 고운 얼굴이란 뜻으로 미인의 용모를 일컫는 말을 설부화용(雪膚花容), 마른 나무에서 꽃이 핀다는 뜻으로 곤궁한 처지의 사람이 행운을 만나 신기하게도 잘 됨을 이르는 말을 고목생화(枯木生花), 달이 숨고 꽃이 부끄러워 한다는 뜻으로 절세의 미인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폐월수화(閉月羞花)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