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군(細君)
본래는 제후의 부인을 일컫던 말인데, 남에게 자기의 아내를 말하거나, 남의 아내를 말할 때 이렇게 불렀다.
細 : 가늘 세(糹/5)
君 : 임금 군(口/4)
출전 : 한서(漢書) 동방삭전(東方朔傳)
이 말은 본래는 제후의 부인을 일컫던 말인데, 남에게 자기의 아내를 말하거나, 남의 아내를 말할 때, 한문 편지 따위에서, 자기의 아내를 이르는 말이다. 동방삭(東方朔)이 그의 아내를 농담 삼아 부른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한무제(漢武帝) 때 관리(官吏) 가운데 동방삭(東方朔)이라는 자가 있었다. 그는 재치(才致)와 기지(奇智)가 남달리 뛰어났다. 사실 그가 관리(官吏)로 등용(登用)된 것도 뻔뻔스러우리 만큼 배짱 좋은 기지(奇智) 때문이기도 하다.
한무제(漢武帝)가 천하의 재능있는 자들을 구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치 문제에 관해 논의했던 것과 달리, 동방삭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자랑만 늘어 놓았었다. 그러나 한무제는 그런 동방삭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그 당시는 한여름 복날이 되면 상시랑(常侍朗; 시종관)들에게 고기를 나누어 주는 관례가 있었다. 이날도 상시랑들은 임금이 내린 고기를 나누어 줄 관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관리가 저녁 늦도록 오지 않자, 동방삭은 주위에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직접 칼을 들고 고기를 잘랐다.
주위에 있던 관리들이 그의 뜻밖의 행동에 당황해 하자, 동방삭은 태연히 농담 섞인 어조로 말했다. “복날이라 빨리 집으로 가야 합니다. 하사품은 잘 받아 갑니다.” 그리고는 집으로 내달려 갔다.
다음날, 고기 분배를 담당했던 관리는 동방삭이 형식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하사품을 가져간 것을 한무제에게 보고했다. 한무제는 그 당장 동방삭을 불러 무례함을 꾸짖고 직접 자기를 비판하도록 했다.
그러자 동방삭은 두번 절하고 이렇게 말했다. “삭(朔)이여, 삭(朔)이여, 어명을 기다리지 않고 하사품을 받아 갔으니 아주 무례하구나! 칼을 빼어 고기를 자르다니 정말 용감하구나! 고기를 자르되 많이 갖지 않았으니 정말로 깨끗하구나! 집에 가지고 가서 세군(細君)에게 주니 인정이 넘치는구나!”
한무제는 동방삭이 처음에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듯하여 고개를 끄덕였지만, 끝까지 듣고 보니 도리어 자신을 칭찬하고 있음에 그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처럼 동방삭은 기지(奇智)가 넘쳐 흘렀다. 한무제는 그런 동방삭에게 술 한섬과 고기 백근을 내렸다.
細君洗爵開新醞, 稚子挑燈讀古書.
세군세작개신온, 치자도등독고서.
아내는 잔 씻어 새로 빚은 술독을 열고, 어린 아들은 등불 돋우며 옛글을 읽네.
- 성석린(成石璘) 기제길재야은(寄題吉再冶隱)
세군(細君)
제후의 부인, 또는 한문 편지 따위에서 자기의 아내를 이르는 말이다. 동방삭이 그의 아내를 농담 삼아 부른데서 유래한다.
삼천갑자(三千甲子) 동방삭(東方朔)으로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한나라 무제(武帝) 때 동방삭의 이야기다. 그는 기지가 뛰어나고 주위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특별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익살꾼으로 누구든지 그에게는 화를 내지 않았다. 하급관리로 재직하면서 황제를 만나기 위해 무제가 총애하는 난쟁이들을 이용하기로 했다.
어느 날 난쟁이들에게 "황제께서 밭도 못 갈고 군대도 못 가며 관리도 되지 못하는 너희들이 먹을 것만 축내니 세상에 쓸모가 없다고 모두 죽이겠다고 하셨다." 난쟁이들은 모두 울며 동방삭에게 살아날 방도를 구했다. 동방삭은 난쟁이들에게 "황제께서 오시면 무조건 무릎을 꿇고 빌어라. 그러면 죽음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상황을 모르는 난쟁이들은 동방삭이 시키는 대로 했다. 무제는 깜짝 놀라며 그 이유를 물었다. 동방삭이 거짓말했음을 알고 당장 불러 들였다.
안으로 들어간 동방삭은 "신은 살든 죽든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그들은 키가 3척 밖에 되지 않으나 조 한 자루와 240전을 받는데 소신은 9척이 넘는데도 조 한 자루와 240전을 받습니다. 난쟁이들은 배가 터질 지경인데 저는 배가 고파 죽을 지경입니다. 폐하께서 저를 쓸 만하시면 봉록(俸祿)을 더해주시고 그렇지 못하면 고향으로 보내시어 장안의 쌀을 축내는 일이 없도록 하시옵소서!"
무제는 웃음을 터뜨리며 그를 가까이에 있게 하고 봉록도 더 올려주었다. 그 후 어느 삼복 날 황제는 고기를 하사했다. 그러나 고기를 관리하는 대관승이 저녁이 되도록 나타나지 않자 동방삭은 검으로 고기를 잘라서 가지고 먼저 가면서 "복날은 일찍 집에 가는 것이 마땅합니다. 저는 고기를 받아 먼저 갑니다" 하며 유유히 자리를 떴다. 나중에 나타난 대관승은 화를 내며 누가 고기에 손을 댔냐고 호통을 치자 주위에 사람들이 동방삭이 잘라갔다고 했다.
이튿날 대관승이 황제에게 고소장을 올리자 황제는 동방삭을 불러 꾸짖었다. 동방삭은 넙죽 절을 하고 일어나 목청을 가다듬고 만조백관이 보는 앞에서 자기의 잘못을 큰 목소리로 말한다. "삭아, 삭아, 어명을 기다리지 못하고 하사품을 가져가다니 무례 막심하구나. 칼을 빼어 고기를 자르다니 정말 용감하도다. 고기를 잘라도 자기 몫 이상을 가지지 않았으니 청렴하도다. 집에 가지고 가서 세군(細君)에게 주었으니 참 인정스럽도다. 이 얼마나 어진 성품인가."
잘못을 뉘우치는 말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교묘하게 에둘러 자기를 변호하며 칭송까지 하는 소리였다.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던 무제는 동방삭의 능청과 기지에 감복하고 기가 차다는 듯 껄껄껄 웃으며 "짐이 스스로의 잘못을 뒤 돌아 보라고 했더니 그대는 스스로를 칭송하는구나" 하며 술 한 섬과 고기 1백 근을 내려 사가에 가져다주도록 했다.
동방삭은 유머러스하고 말솜씨가 뛰어나 지혜롭고 익살스러워 항상 무제 옆에서 즐겁게 했다. 그러나 아첨이 아니고 황제의 기분을 봐가며 때맞추어 쓴 소리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동방삭을 미워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강력한 군주제 하에서 살면서 시대의 모순과 문제점을 통찰하고 풍자와 해학으로 시대상을 잘 지켜냈던 현인으로 꼽힌다.
아내
아내는 어머니와 같은 고귀한 이름
세상이 어떻게 변한다 해도 '아내'란 참으로 고귀하고, 소중하며, 가장 아름다운 이름이다. 반댓말로 남편이 아니라 아내의 상대를 남편이라 해야 한다. 한자로 남의 아내와 남의 남편을 부인(夫人)과 부군(夫君)이라 높여 말하지만 우리말로 '아내'라는 이름은 생각할수록 소중한 사람이라 아니할 수 없다.
사극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신의 아내에게 '부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원적으로 맞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내가 남편에게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것 또한 맞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부군'이라고 부를수는 더욱 없지 않은가.
일반적으로 부부간 호칭으로 '여보(어원에는 '여보시오'를 줄인말이라 함)'와 '당신(부부사이에 상대를 높여 부르는 말이라 함)'이라 부르는데, 인터넷 글 중에 보면 '여보(如寶; 당신은 보배와 같다)와 당신(當身; 당신은 내 몸과 같다)'을 좀 다르게 깊은 의미로 전해지고 있다. 필자는 후자의 의미가 더 맞다는 생각이다.
'여보와 당신'은 남편과 아내의 구분없이 서로를 호칭하는 말로서 '부부는 보배와 같고, 내 몸과 같이 아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본다. 요즘은 젊은 세대들 간에도 '여보, 당신' 하며 부르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세상은 변해도 남녀의 사랑하는 마음은 가슴이 만들어 가는 에쁜 세상인 듯하다.
아내 다음으로 어머니란 이름을 듣기만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은 '아내로부터 시작되는 마음의 고향'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편의 존재를 알게 하는 '아내' 그리고 나를 낳아 키워준 '어머니'란 이름은 가족이 살아가는 형용할 수 없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전적 정의는 남편의 짝으로서의 여자, 남편은 아내의 짝으로서의 남자이다.
여자는 일생을 살아나가면서 딸· 아내· 며느리· 어머니· 시어머니· 할머니 등 여러가지의 지위(위치)를 경험하게 된다. 거기에는 독특한 권리와 의무가 따르고, 각기 상응하는 행위규범이 요구된다. 그 중에서도 '아내'라는 신분은 '남편과 함께 한 쌍의 부부의 한 짝'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에 부부관계라는 맥락에서 고려돼야 할 것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가족제도가 부계제이고 남자중심적인 성격을 띠고 있었기 때문에 아내는 항시 남편에 딸린 제이차적인 사람이거나 심지어는 예속적인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 간주됐다. 그러기에 남편과 아내 사이의 관계는 대등한 인간관계에 기초한 것이라기보다는 남편은 한 가정의 주인으로, 그리고 아내는 그를 내조해주는 '안사람' 또는 '집사람'으로 양자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리하여 전통사회의 관념으로는 남편과 아내의 지위가 대등하게 되게끔 아내의 주장이 강화되는 것 자체가 오히려 가정의 균형을 깨는 것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다시 말해 가정의 화합은 남편에 대한 아내의 철저한 예속과 희생에 의해서만 이룩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남편과 아내 사이의 관계가 결코 대등한 인간관계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우리의 친족 호칭 체계에서도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아내에 대한 호칭과 관련해 특히 주목을 끌고 있는 점은 아내를 직접 부르는 친족용어가 발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여보' '당신' '자기' 등으로 아내를 부르기도 하지만, 사실 이것이 엄밀한 의미에서 친족호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러는 '애기엄마' '마누라'라고도 부르지만, 이것 역시 아내를 부르는 궁색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임자'라는 호칭이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남편이 아내에게 존댓말 또는 반존댓말과 함께 이런 호칭을 사용하면서 약간의 거리를 두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고 생각된다. 근래에는 특히 젊은 부부들 사이에 아내의 이름을 직접 부르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 이들도 혼인 후 시간이 흐를수록 아내의 이름을 직접 부르는 경향은 줄어든다.
여하튼 이런 경향은 우리의 전통사회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 관계지시호칭의 경우에는 아내를 가리키는 다양한 호칭이 있다. 처(妻), 내자(內子), 내권(內眷), 실인(室人), 형처(荊妻), 내상(內相) 등을 비롯해 부인(夫人), 현합(賢閤), 망처(亡妻), 망실(亡室), 가인(家人), 존합(尊閤), 영부인(令夫人), 합부인(閤夫人), 사모님, 고현합(故賢閤), 고영부인(故令夫人), 고실(故室), 졸처(拙妻), 세군(細君), 집사람, 안댁, 마누라, 계집, 아내, 안사람, 색시, 여편네 등이다.
이것은 자신의 아내를 일컫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아내를 일컫는지, 또는 윗사람의 아내를 지칭하는지 아니면 아랫사람의 아내를 지칭하는지 등의 사용하는 맥락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여기에 사용되는 맥락을 몇 가지로 구분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자신의 아내를 지칭하는 경우
①생존하고 있는 아내: 처, 내자, 내권, 졸처, 형처, 가인, 집사람, 마누라, 아내, 안사람, 여편네
②아내가 사망한 경우: 망처, 망실
(2) 다른 사람의 아내를 지칭하는 경우
(존칭어)
①생존하고 있는 아내: 현합, 존합, 영부인, 합부인, 세군, 사모님
②아내가 사망한 경우: 고영부인, 고현합, 고실
(3) 다른 사람의 아내를 지칭하는 경우
(비존칭어)
①생존하고 있는 아내: 처, 내자, 실인, 내상, 부인, 아내, 안댁, 집사람, 안사람, 마누라, 계집, 색시, 여편네
②아내가 사망한 경우: 망처, 망실
우리의 친족 호칭에서는 누구의 친족원을 지시하거나, 직접 부르는 것인지, 그것이 존댓말로 사용되는 것인지, 그 친족원의 생사 여부 등 사용되는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아내의 경우에도 이런 경향이 잘 반영돼 있다.
이상의 아내에 대한 직접호칭과 관계지시호칭을 비교해보면, 직접호칭은 별로 발달되지 않았으나 관계지시호칭은 비교적 풍부하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또한, 아내에 대한 관계지시호칭에서는 내자, 실인, 아내, 안댁, 집사람, 안사람, 마누라, 계집, 색시, 여편네 등과 같이 존댓말의 표현으로 사용되지 않는 호칭이 오히려 더 발달됐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윗사람의 아내를 가리키면서 이런 호칭들을 사용하는 것은 무례한 표현으로 간주된다. 아마도 이런 현상은 남편과 아내간의 관계가 아니고 아내를 상대적으로 낮추어보는 남성 또는 남편 중심의 가족제도를 그대로 드러내보이고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의 전통사회에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속담에는 아내에 관한 것이 많다. 여기에는 아내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모두 포함돼 있다. 남성중심의 가족제도하에서의 아내는 남편에 대해 종속적이고 예속적인 지위를 감수해야만 하였고, 아내가 똑똑하다든가 주장이 강하다는 것 자체가 가정의 화평에 위협적인 것으로 간주돼 경계의 대상이 됐다.
아래의 속담들은 이런 측면을 잘 드러내고 있다. '아내는 남편을 따라야 한다女必從夫]', '아내가 남편보다 너무 똑똑해도 집안이 안된다', '아내가 비록 어질지라도 바깥일에 참여해서는 안된다', '아내는 장님이어야 하고 남편은 귀머거리여야 한다', '여편네는 돌아다니면 버리고 그릇은 빌려주면 깨진다', '여편네 벌이는 쥐벌이다', '여편네 소리가 지붕을 넘으면 집안이 망한다', '여편네 팔자는 가락과 같다.' 이밖에도 '여자가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 경우에도 역시 '여자'란 아내 또는 부인을 뜻하는 것이었다.
위의 속담에서는 어느 경우에도 아내는 남편에게 종속적이어야 하고, 남편의 영역에 간섭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아내의 운명은 남편에게 달려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성의 역할은 별 것이 아니어서 무시할만한 정도이고, 아내는 너무나도 연약한 존재여서 마치 그릇을 빌려주면 깨지기 쉽듯이 보호되어야 할 대상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여성의 지위가 남성에 비하면 종속적이고 예속적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가정생활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애정을 느끼고 아내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혼인생활을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하겠다. 그리하여 남편이 아내에게 느끼는 애정은 아내 본인뿐만 아니라 아내의 행동 일체 및 아내와 관련이 있는 모든 것으로 확대돼 적용된다.
또한 '아내가 귀여우면 처갓집 문설주도 귀엽다', '아내가 귀여우면 처갓집 쇠말뚝 보고도 절한다', '아내가 귀여우면 처갓집 지붕에 앉은 까마귀도 귀엽다', '아내가 예쁘면 개죽을 쒀줘도 맛있다고 한다', '아내가 예쁘면 처갓집 울타리까지도 예쁘다', '아내가 예쁘면 처갓집 호박꽃도 곱다고 한다.' 등이 있다.
이 속담들은 표현 그대로는 모두 아내에게 애정을 느끼는 남편의 행동 및 태도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내에게 빠진 남편을 나무라면서 냉소적으로 이런 속담이 사용되기도 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즉, 남편이 아내를 너무 귀여워해 감싸준다면 집안꼴이 어떻게 될 것이냐는 등으로 애정에 치우치지 말고 이성적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일종의 경고로 사용되기도 한다.
우리의 속담에는 아내에 대한 사랑이 지나치다고 생각되는 남편을 경멸하는 것들이 적지않다. 즉, 자기 아내를 자랑하는 행동은 무언가 좀 모자라는 사람의 짓이라든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행동을 할 수 없다는 식이다. '아내 자랑은 반놈이나 한다', '아내 자랑하는 놈 치고 변변한 놈 없다', '아내 자랑하는 놈은 팔불출(八不出)의 하나다.' 여기서도 역시 남편과 아내간의 관계를 대등한 것으로 간주하기를 거부하는 우리의 전통적인 가치관이 잘 드러나 있다.
이와 같은 태도는 자신의 남편 자랑을 늘어놓는 아내에 대해 이 정도의 심한 평가를 내리지는 않는다는 점과는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한편, 전통사회에서는 아내의 남편에 대한 예속적인 지위를 당연시한 나머지, 아내의 행동은 남편에게 그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것으로 간주됐다. 그리하여 남편은 아내를 잘 다스려야 하고, 이런 행동양식은 아예 신혼초부터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래의 속담들은 이런 가치관을 보여주고 있다.
'아내는 남편 손에 달렸다', '아내와 집은 가꿀 탓이다', '아내는 처음 시집와서 잘 가르쳐야 한다', '아내는 다홍치마 때 길들여야 하고 자식은 열 살 안에 길들여야 한다', '아내는 다홍치마 적에 가르치랬다.' 이런 속담들은 아내를 하나의 독립적인 개체로 인정하기보다는 남편이 어떻게 가르치고 길들이는지에 따라 아내의 행동이 달라지게 마련이라는 것이고, 또한 이를 위해 신혼초부터 아내에 대한 고삐를 졸라매야 한다는 식의 표현이다.
그러나 이상에서 살펴본 속담들과는 달리 아내가 남편의 행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가 있고, 어떤 성격의 아내를 만나는지에 따라 남편의 운명이 크게 좌우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속담도 적지 않다.
'아내의 행실이 어질면 남편의 화가 적어진다', '아내가 착해야 남편도 착하게 된다', '아내 잘 만나는 것도 큰 복이다', '아내 잘 만나면 평생 복이다', '된장 신 것은 일년 원수요 아내 못된 건 평생 원수다', '아내를 잘못 얻으면 대들보가 부러진다', '여편네 잘못 만나면 백년 원수다', '여편네 잘못 얻으면 등골 빠진다', '여편네가 활수(물건을 아끼지 않고 씀)면 벌어들여도 시루에 물 붓기다.'
이런 속담들은 모두 남편에게 미치는 영향의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가계의 운영에서 아내의 구실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다른 것이라면 혹시 잘못된 경우 대체가 가능하기도 하지만, 아내의 경우에는 한번 잘못 만나게 되면 일생을 그르치게 된다는 것으로 그만큼 아내의 구실이 중요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결국 남편과 아내는 일생의 반려자로 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것임은 당연한 것이고, 두 사람은 결코 독립적인 개체일 수가 없다. 아무리 자신의 아내에게 군림하는 남편일지라도 아내의 조언과 견해를 일방적으로 무시해버리는 독선적인 남편의 행동은 화를 자초할지도 모른다.
다음의 속담들에는 이런 교훈이 담겨 있다. '아내의 말도 들어야 할 말은 들어야 한다', '아내 말을 안 들으면 망신하고 잘 들으면 남을 도둑 만든다', '아내 말을 잘 들으면 패가하고, 안 들으면 망신한다', '여편네 말 잘못 듣다가는 남의 여편네 도둑년 만든다.'
위의 사례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하나의 흥미 있는 교훈은 아내의 조언을 존중한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적이어서는 오히려 화를 자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러는 아내 말을 너무 잘 들어 화를 입은 경우를 두고 ‘귀가 너무 얇아서’ 그런 일을 당하였다는 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결국 이러한 속담들은 남편과 아내 사이는 너무 가까워도 탈이고, 또 너무 멀리해도 안되는 등 절도있는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이상으로 우리는 친족호칭과 속담을 통해 전통사회에서의 아내의 지위 및 성격에 대해서 알아봤다. 전통사회에서의 아내는 남성 중심의 부계가족제도와 관련하여 이해돼야 할 것이다. 이 제도의 기초는 우리의 전통적인 농경생활이었다.
현대사회에서는 가족제도의 기초가 되는 생활양식에 현저한 변화가 일어났다. 또한,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사회참여가 활발해졌으며, 따라서 여성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개선됐다. 이와 함께 가족생활에서도 아내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 및 태도에 있어서도 상당한 개선이 있었다고 하겠지만, 아직도 여전히 그 전통적인 틀이 뿌리깊이 남아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 細(가늘 세)는 ❶형성문자로 细(세)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실 사(糸; 실타래)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田(전, 세)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돼지해머리(亠; 머리 부분, 위)部+凶은 아직 잘 굳어지지 않은 아기의 머리뼈 모양으로, 나누어져 있다, 자잘하다가 田(전)자가 되고, 실 사(糸; 실타래)部, 絲(사)는 실, 실이 가느다랗다, 잘다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細자는 ‘가늘다’나 ‘작다’, ‘드물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細자는 糸(가는 실 사)자와 田(밭 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細자의 소전을 보면 田자가 아닌 囟(정수리 신)자가 쓰여 있었다. 囟자는 아이의 정수리에 있는 혈 구멍을 표현한 것이다. 옛사람들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사람의 머리에는 미세한 기가 흘러나온다고 믿었다. 囟자가 쓰인 腦(뇌 뇌)자가 만들어진 형태만 봐도 그러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이렇게 미세한 기의 흐름을 연상케 하는 囟자에 糸자가 결합한 細자는 본래 ‘가는 실’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다. 이러한 뜻이 확대되면서 지금은 ‘작다’나 ‘드물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細(세)는 ①가늘다 ②자세(仔細)하다, 잘다 ③미미(微微)하다 ④작다 ⑤적다 ⑥드물다 ⑦장황(張皇)하다, 번거롭다 ⑧천(賤)하다 ⑨가는 실 ⑩소인(小人) ⑪자세(仔細)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작을 소(小), 작을 미(微), 가늘 섬(纖),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클 대(大), 클 거(巨)이다. 용례로는 생물체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를 세포(細胞), 마음을 쓰는 것이 꼼꼼하고 자세함을 세심(細心), 자세한 부분을 세부(細部), 자세하고 빈틈없이 꼼꼼함을 세밀(細密), 글에 맛을 들여 자세히 읽음을 세독(細讀), 작은 얼음의 결정이 공중에 떠 있는 현상을 세빙(細氷), 세밀하고 자세하게 가름을 세분(細分), 가느다란 허리를 세요(細腰), 가지가 가는 버드나무를 세류(細柳), 잔손이 많이 가는 수공 또는 그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 작은 물건을 만드는 일을 세공(細工), 가랑비로 가늘게 내리는 비를 세우(細雨), 잔물결로 자잘하게 이는 물결을 세파(細波), 아주 작고 하찮은 부분까지 구체적이고 분명함을 자세(仔細), 작고 가늘어 변변하지 못함 또는 살림이 보잘것없고 몹시 가난함을 영세(零細), 자세하고 세밀함을 상세(詳細), 가냘프고 가늚을 섬세(纖細),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매우 작음을 미세(微細), 분명하고 자세한 내용을 명세(明細), 자지레하고 대수롭지 않은 일을 세미지사(細微之事), 매우 꼼꼼하고 자세한 일의 형편이나 곡절을 세세사정(細細事情), 세력이 서로 엇비슷하며 힘이 서로 비슷함을 세균역적(細菌力適), 농사를 적게 지어 겨우 살아가는 가난한 농민을 영세농민(零細農民), 바람 앞에 나부끼는 세버들의 뜻으로 부드럽고 영리한 사람이 성격을 평한 말을 풍전세류(風前細柳) 등에 쓰인다.
▶️ 君(임금 군)은 ❶형성문자이나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뜻을 나타내는 입 구(口; 입, 먹다, 말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尹(윤, 군)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음(音)을 나타내는 尹(윤, 군)은 손에 무엇인가를 갖는 모양으로 천하를 다스리다는 뜻과, 口(구)는 입으로 말, 기도하다의 뜻의 합(合)으로, 君(군)은 하늘에 기도하여 하늘의 뜻을 이어받아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을 말한다. ❷회의문자로 君자는 '임금'이나 '영주', '군자'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君자는 尹(다스릴 윤)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尹자는 권력을 상징하던 지휘봉을 들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다스리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직책이 높은 사람을 뜻하는 尹자에 口자가 결합한 君자는 군주가 명령을 내리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君(군)은 (1)친구나 손아랫사람을 친근하게 부를 때에 그 성이나 이름 아래에 붙여 쓰는 말 (2)조선시대, 고려 때, 서자(庶子) 출신인 왕자나 가까운 종친이나 공로가 있는 산하(傘下)에게 주던 작위(爵位). 고려 때는 종1품(從一品), 조선시대 때는 정1품(正一品)에서 종2품(從二品)까지였으며, 왕위(王位)에 있다가도 쫓겨나게 되면 군으로 강칭(降稱)되었음. 이를테면, 연산군(燕山君), 광해군(光海君) 등이다. 이와같은 뜻으로 ①임금, 영주(領主) ②남편(男便) ③부모(父母) ④아내 ⑤군자(君子) ⑥어진 이, 현자(賢者) ⑦조상(祖上)의 경칭(敬稱) ⑧그대, 자네 ⑨봉작(封爵) ⑩군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백성 민(民), 신하 신(臣)이다. 용례로는 세습적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최고 지위에 있는 사람을 군주(君主), 군주가 다스리는 나라를 군국(君國), 임금의 명령을 군령(君令), 임금의 자리를 군위(君位), 학식과 덕행이 높은 사람을 군자(君子), 처방에 가장 주되는 약을 군제(君劑), 임금의 총애를 군총(君寵), 임금의 덕을 군덕(君德), 임금으로써 지켜야 할 도리를 군도(君道), 임금으로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군림(君臨), 임금과 신하를 군신(君臣), 남에게 대하여 자기의 아버지를 이르는 말을 가군(家君), 엄하게 길러 주는 어버이라는 뜻으로 남에게 자기의 아버지를 일컫는 말을 엄군(嚴君), 남의 남편의 높임말을 부군(夫君), 남의 부인의 높임말을 내군(內君), 거룩한 임금을 성군(聖君), 어진 임금을 인군(仁君), 재상을 달리 일컫는 말을 상군(相君), 임금께 충성을 다함을 충군(忠君), 포악한 군주를 폭군(暴君), 임금의 신임을 얻게 됨을 득군(得君), 덕행을 베푸는 어진 임금을 현군(賢君),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이라는 뜻으로 첫째는 부모가 다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 둘째는 하늘과 사람에게 부끄러워할 것이 없는 것 셋째는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군자삼락(君子三樂), 임금과 신하와 물과 물고기란 뜻으로 떨어질 수 없는 친밀한 관계를 일컫는 말을 군신수어(君臣水魚), 임금은 그 신하의 벼리가 되어야 함을 이르는 말을 군위신강(君爲臣綱), 임금과 신하 사이에 의리가 있어야 함을 이르는 말을 군신유의(君臣有義),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는 똑같다는 말을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임금과 신하 사이에 지켜야 할 큰 의리를 일컫는 말을 군신대의(君臣大義), 군자는 근본에 힘쓴다는 말을 군자무본(君子務本), 군자는 큰길을 택해서 간다는 뜻으로 군자는 숨어서 일을 도모하거나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고 옳고 바르게 행동한다는 말을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 군자는 일정한 용도로 쓰이는 그릇과 같은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군자는 한 가지 재능에만 얽매이지 않고 두루 살피고 원만하다는 말을 군자불기(君子不器), 군자는 표범처럼 변한다는 뜻으로 가을에 새로 나는 표범의 털이 아름답듯이 군자는 허물을 고쳐 올바로 행함이 아주 빠르고 뚜렷하며 선으로 옮겨가는 행위가 빛난다는 군자표변(君子豹變),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아서 백성은 모두 그 풍화를 입는다는 뜻으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말을 군자지덕풍(君子之德風), 임금이 치욕을 당하면 신하가 죽는다는 뜻으로 임금과 신하는 생사고락을 함께 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군욕신사(君辱臣死)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