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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자수첩] 예천 충혼탑 이전 논란 1년, 이제는 기억과 통합의 공간으로

작성자초록물고기|작성시간26.06.09|조회수5 목록 댓글 0


[기자수첩] 예천 충혼탑 이전 논란 1년, 이제는 기억과 통합의 공간으로

장광현 기자 | 기사입력 2026/06/08 [10:33]

 



▲ 민선 9기 예천군수 안병윤 당선인이 현충일 추념식에서 분향하고 있다. [사진=예천군 제공]  ©

 

경북 예천군 현충일 추념식이 6일 오전 10시 새롭게 조성된 예천읍 서본공원 충혼탑에서 거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역대 가장 많은 참배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넋을 기리고 숭고한 애국정신을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이 됐다.

 



▲ 추념식 행사에서 김학동 예천군수(왼쪽 다섯 번째)가 보훈단체 회장단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예천군 제공]  ©

 

기존 남산공원에 위치했던 충혼탑은 가파른 계단과 협소한 공간으로 인해 고령의 보훈가족들과 군민들이 이용하는 데 적지 않은 불편이 있었다. 현충일 행사 때마다 일부만 참석해야 하는 아쉬움도 뒤따랐다.

 

그러나 이전 공사 착공 이후 약 5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낸 서본공원 충혼탑과 추모의 벽은 기존의 불편함을 상당 부분 해소하며, 군민 누구나 일상 속에서 쉽게 찾고 기억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 예천읍 서본공원 충혼탑 ‘추모의 벽’ 앞에서 참배객들이 호국영령들의 이름을 바라보며 넋을 기리고 있다. [사진=장광현 기자]  ©

 

본 기자도 이날 추념식에 참석했다. 과거 남산공원 충혼탑에서는 힘든 몸을 이끌고 계단을 오르다 중간에 쉬어가며 거친 숨을 고르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은 계단 없는 산책로를 따라 편안하게 행사장에 들어서는 보훈가족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예천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서본공원 정상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고, 보훈가족들은 대형 그늘막 아래에서 편안하게 참배할 수 있게 됐다며 이전하길 잘했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 추념식 행사장에 참석한 유가족과 내빈들이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장광현 기자]  ©

 

이날 추념식에는 과거와는 다른 장면들도 눈에 띄었다. 캘리그라피 퍼포먼스와 헌시 낭독, 주제 공연 등이 함께 어우러지며 추념식의 분위기를 한층 깊게 했다.

 

사실 충혼탑 이전 문제는 지난 1년여 동안 예천지역 사회의 적지 않은 논란거리였다.

 



▲ 서본공원에 새롭게 조성한 충혼탑에서 현충일 추념식 행사를 위해 대형 그늘 천막이 설치됐다. [사진=장광현 기자]  ©

 

본 기자 역시 지난 1월 17일 본지 기자수첩을 통해 '예천 남산공원 충혼탑 이전, 훼손이 아니라 존중의 문제다'라는 글을 기고한 바 있다.

 

이후에도 충혼탑 이전을 둘러싼 찬반 의견은 계속 이어졌다. 어떤 이는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추모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했고, 또 다른 이는 역사성과 상징성을 이유로 원상복구를 주장했다. 본 기자에게도 "충혼탑 이전은 잘못됐다"며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장문의 글이 전달되기도 했다.

 



▲ 예천읍 충혼탑 ‘추모의 벽’에 조국을 위해 산화한 호국영령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사진=장광현 기자]  ©

 

그만큼 충혼탑은 단순한 시설물이 아니라 군민들의 기억과 역사, 그리고 호국영령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담긴 상징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추념식을 지켜보며 한 가지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현충일 행사는 1년에 한 번이지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을 기억하는 일은 365일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 현충일 추념식에서 김학동 예천군수가 추념사에 앞서 충혼탑 이전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예천군 제공]  ©

 

특히 습하고 좁은 실내 공간에 모셔져 있던 위패가 추모의 벽에 새겨지면서, 이제는 특별한 날에만 찾는 공간이 아니라 누구나 언제든 찾아와 이름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게 됐다.

 

예천군 충혼탑 및 추모의 벽 건립사업은 2024년 기본구상 수립을 시작으로 실시설계와 원가심사 등을 거쳐 추진됐다. 이 과정에서 보훈단체와 관계 공무원들은 직접 타 지역 충혼탑을 견학하며 의견을 모았고, 수차례 협의를 거쳐 현재의 모습을 완성해 냈다.

 



▲ 현충일 추념식에서 조명선 시조시인이 추모헌시 ‘넋은 별이 되고’를 낭송하고 있다. [사진=예천군 제공]  ©

 

추념식이 끝난 뒤 본 기자는 추모의 벽에 새겨진 호국영령들의 이름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누군가의 남편이었으며, 누군가의 아버지였을 이름들.

 

그 이름 하나하나를 따라가다 보니 지난 1년여 동안 충혼탑 이전을 둘러싸고 이어졌던 논란과 갈등의 시간들이 떠올랐다. 군민들의 마음이 나뉘고 때로는 날 선 의견들이 오갔던 과정 속에서 혹여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뜻에 누가 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잠시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 예천읍 서본공원 충혼탑 앞에서 참배객들이 호국영령들에게 헌화하고 묵념하고 있다. [사진=장광현 기자]  ©

 

이날 추념사에 나선 김학동 군수의 모습에서도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듯했다.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컷오프된 뒤 안병윤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불출마를 선택한 김 군수는 민선 8기 군정의 사실상 마지막 현충일 추념사를 읽어 내려갔다.

 

도청신도시 조성과 각종 현안사업, 그리고 적지 않은 논란 속에서 추진된 충혼탑 이전까지 지난 8년 동안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내려야 했을 것이다. 담담하게 추념사를 이어가는 모습 속에서는 군정을 이끌어 온 책임감과 함께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과제들에 대한 아쉬움도 엿보였다.

 



▲ 현충일 추념식 행사에서 보훈단체 회장단이 헌화 및 분향을 하고 있다. [사진=예천군 제공]  ©

 

변화에는 늘 찬반이 따른다. 김 군수가 추념사에서 언급했듯 변화되지 않는 결과는 없다. 낯선 과정을 거쳐야 변화는 완성된다.

 

충혼탑 이전 역시 누군가에게는 아쉬움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작으로 기억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새롭게 조성된 충혼탑과 추모의 벽이 더 많은 군민들이 찾고 기억할 수 있는 열린 추모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 서본공원에 새롭게 조성한 충혼탑 모습. [사진=장광현 기자]  ©

 

이제 충혼탑 이전을 둘러싼 논란도 역사의 한 과정으로 남게 될 것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민선 9기 역시 갈등과 분열보다는 통합과 화합의 길로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군민들의 선택을 받은 안병윤 당선인이 내세운 ‘예천 대전환’의 비전이 군민들의 기대 속에서 실현되고, 예천이 더 큰 도약의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며 더 큰 예천, 더 나은 예천을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현충일을 맞아 새 충혼탑 앞에서 우리가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의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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