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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설 연구

《搜神記》고사의 진화와 그 소설적 성격.

작성자낙민|작성시간15.11.20|조회수36 목록 댓글 0

 

첨부파일 《搜神記》고사의 진화와 그 소설적 성격.hwp

 

≪搜神記≫고사의 진화와 그 소설적 성격

 

 

전성경*

────────────────◁ 목  차 ▷────────────────

                1. 서언

                2. 주제 강조를 위한 ≪수신기≫고사의 진화

                3. 오락성 강화를 위한 ≪수신기≫고사의 진화

                4. 결어

──────────────────────────────────────

 

 

 

 

1. 서언

 

 

 

중국소설사에서 魏晉南北朝의 귀신지괴서는 이전의 신화나 전설 등의 이야기거리를 계승하면서, 후대 소설 발아의 토양을 이루는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은 ≪中國小說史略≫에서 말하길, “대개 이런 것들은 귀신을 떠들어대고 신령함을 말하는 것으로, 이런 까닭에 진대에서 수대에 이르기까지 특히 귀신지괴의 글들이 많다. …… 문인들의 작품은 비록 불교도나 도교도처럼 그 의도가 스스로 자신의 종교를 신성시하는 데에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역시 의식적인 소설의 창작은 아니었다.1)

대개 위진남북조의 지괴서는 고대의 신화와 전설을 계승하고 아울러 무속과 종교적인 환상성분을 더하여 일종의 원시적인 허구의 이야기를 지어낸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문학사에서 이를 소설의 한 형태로 보는 경향도 있어서, 위진남북조의 “志怪小說”이란 명칭도 혼용되어 왔다. 그러나 노신이 그의 저서에서 오로지 “志怪書”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지괴소설”이란 말을 하지 않은 것은 또한 소설의 의식적 창작이란 기준에 입각한 것이라 하겠다. 노신은 또 말하였다. (이 작품들로써) 세속을 깜짝 놀라게 하고, 공경하여 믿게하는 마음을 일으키니, 도리어 후세에 혹은 소설로 여기기도 하였다.2) 즉 후세에 위진남북조의 지괴서를 소설로 보게 된 원인이 바로 작품을 통해 사회와 인간에 영향을 준다는 기능에 연유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그 이야기가 단순히 기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주제를 가지고 독자에게 이 주제를 전파하는 작품으로 인정되기도 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의 작자들은 아직 소설이라는 개념을 확립하지 못하였고, 그 저작도 소설을 창작한다는 의식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 작품내의 내용은 여전히 온전한 작자의 허구가 아닌 기록의 성격을 유지하게 될 수밖에 없고, 서술의 대상도 대단히 방잡하여 순수하게 문학 영역 내의 소설로 산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로 인하여 비록 위진남북조의 지괴서가 “이야기”라는 소설의 근원적 성격을 적지 않게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설이라는 명칭에 완벽히 부합된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이야기”에 확실히 그 밖의 소설적 성격을 지닌 작품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흔히 위진남북조의 지괴서의 대표로 ≪수신기≫를 거론한다. 작자는 干寶로 동진 시기에 사관을 역임하였고, “훌륭한 사관(史)”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수신기≫를 지은 데에는 다음과 같은 동기가 있다.

 

 

 

지금 모아놓은 것 중에 설사 이전의 기재에서 이어서 부연한 것이 있다하더라도 나의 죄는 아니다. 가령 근세의 일을 취재한 것에 헛되고 잘못된 것이 있더라도, 원컨대 선현들과 그 비방을 나누고자 한다. 그 저술에 대해서는 또한 신도가 거짓이 아님을 밝혀낼 수 있는 것이다. 백가의 많은 말들을 다 훑어 볼 수 없고, 이목이 듣고 본 것도 다 기재할 수 없다. 지금 대략 팔략을 풀어 낼 수 있는 것들을 취하여 작은 이야기꺼리를 만들 뿐이다. 장래의 호사가들이 그 근본을 기록하여 그 가운데에서 마음을 풀고 눈을 즐겁게 하면서 근심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3)

 

 

“신도가 거짓이 아님을 밝혀낸다.”는 말을 통해 우리는 간보가 자신이 믿는 신도의 실재를 증명하기 위해 ≪수신기≫를 지었다는 그 저술의 동기를 엿볼 수 있다. 그는 이를 위해 과거의 기록을 표절했다거나, 근세의 일을 잘못 기록했다는 비방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신도란 무엇인가? ≫에 말하길, “하늘의 신도를 우러러 살피니 사시가 어긋나지 않는다. 성인이 신도로써 교화를 펴시니 천하가 복종하는도다.4) 孔穎達疏에서는 “미묘하여 형태가 없고, 이치로 알 수 없으며, 눈으로 볼 수 없으며, 그렇게 되는 까닭을 알지 못해도 그렇게 되는 것을 신도라고 한다.5)라고 풀었다. 신도란 바로 인간의 경험세계 이외의 불가해한 주재적 존재를 일컫는 것이다. 인간이 증험하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것이 모두 포함되니, 귀신이 화복을 내린다는 미신사상도 당연히 이에 포함되게 된다. 확실히 간보는 귀신의 실재를 믿었으니, 비록 ≪晉書≫본전에 있는 그의 아버지를 모시는 시녀와 형이 죽었다가 부활한 기록을 믿을 수 없다 할지라도, 그 자신이 매우 음양술수를 좋아하여 미신적인 경향이 농후했음은 분명하다. 이렇게 ≪수신기≫의 대부분이 “고금의 신령스럽고 기이한 사람과 사물의 변화”6)를 서술한 내용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많은 미신과 신기한 고사들은 사실상 목적을 갖고 찬술된 것으로, 비록 이 내용들이 주제의식을 가진 소설작품으로 볼 수는 없을지라도, 기재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주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의 자료가 ‘이전의 기재를 부연한 것’이나 ‘근세의 일을 취재한 것’을 막론하고, 서술의 목적이 신도를 선양하는데 있음으로, 수집된 자료는 적지 않이 작자의 의도적인 가공을 거쳤을 것이고, 이는 당연히 당시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필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작자인 간보가 이미 “바르고도 완곡하게(直而能婉)” 역사를 서술하는 글재주를 갖추었으니, 자신의 재주로 신괴한 이야기들을 지어내는 것도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검국은 ≪唐前志怪小說史≫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설사 이전의 기재를 부연한 것이라도 간단하게 베껴 쓴 것이 아니고, 여러 기재나 세간에 전하는 바에 근거하여 보충과 가공을 행하였다.7) 이는 바로 이러한 점을 지적한 것으로 그 ‘보충과 가공’이라는 작업을 통해서 기존의 고사들은 한층 더 진화하게 되는 것이다.

≪수신기≫고사의 진화는 단지 상술한 일면에서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면에서 간보는 이미 이야기의 “마음을 풀고 눈을 즐겁게하는(游心娛目)” 기능에 주목하고 있으니, 이는 결코 홀시할 수 없는 중요한 점이다. 왜냐하면 이는 특히 소설의 주요 기능 중의 하나인 오락적 기능과 상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 자체의 재미라는 특성이 독자를 흡인한다는 것을 작자들은 당연히 인식하고 있어서, 위에서 얘기한 서술의 ‘보충과 가공’이라는 과정 중에서 어떻게 해야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를 고려하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앞에서 말한 대로 지괴서 편찬의 최대목적은 작자의 종교사상을 선전하는 것이지만, 독자를 매료시켜야 한다는 것도 바로 이 목적에 부합되는 우선 조건이 될 것이고, 재미의 성분을 더욱 증가시켜야 한다는 것이 그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이렇게 작자가 선전을 목적으로 이야기의 흡인력을 강조한 것이 의도적이지는 않지만 자연히 작품의 문학성을 강조하게 되었으니, 이런 점에서 후대의 소설문학의 한 기초가 되었다는 평가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상 ≪수신기≫고사의 취재원은 대단히 많아서 총 20여 종이 넘는 고적에서 인용한 부분들을 찾을 수 있다.8)

이상에서 밝힌 것처럼 신화나 전설, 민간고사 등을 막론하고 지괴서의 취재근원들은 작자의 ‘보충과 가공’이라는 과정을 거쳐 이야기로서 한 단계 더 진화하게 되고, 이 고사들은 그 과정 중에 독자를 고려한 오락성이라는 성격이 작자에 의해 의식적으로 첨가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지괴서가 소설문학으로 발전하게 되는 하나의 원인으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본고는 ≪수신기≫에 수록된 작품 중에서 기존의 원형고사나 유사한 조기의 기록보다 더 진화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별하여 기존 고사와의 차이점을 찾아 ‘보충과 가공’이라는 점이 어떻게 이야기의 진화를 이루었는가를 확인해 볼 것이고, 아울러 오락성이 풍부한 작품들은 어떤 방법으로 그 오락적 성격을 부여하게 되었는지를 살펴 볼 것이다. 이를 통해서 지괴서의 대표작인 ≪수신기≫가 점차 소설로 변모되는 기점에 놓여있음도 확인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2. 주제 강조를 위한 ≪수신기≫고사의 진화

 

 

 

신도를 선양하기 위해 지어진 수신기는 그 내용이 귀신의 실재를 증명하는 무수한 고사로 채워져 있다. 이 고사의 제재를 선택하는 데에 있어서 기준은 당연히 귀신의 등장과 인간세계에서의 활동을 그려낸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작자는 손쉽게 고사를 윤색하여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그 윤색의 흔적을 훑어보아 진화의 면모를 알아보기로 한다. ≪수신기≫卷十六에 이와 같은 이야기가 있다.

 

 

낭야의 진거백은 나이가 육십인데 술을 마시고 밤에 가다가 길에서 사당을 만나게 되었다. 갑자기 두 손주가 맞이하러 나와 백여 걸음을 부축하여 걷다가 진거백의 목을 잡아 땅바닥에 내리누르며 욕하여 말하길, “늙은 놈, 네가 어느 날에 나를 때렸으니 오늘 죽여야겠다!” 진거백은 내가 언제 이 손주를 마구 때렸나하면서 죽은체하니 놔두고 가버렸다. 진거백은 귀가하여 두 손주를 혼내려하니 두 손주가 깜짝 놀라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였다. “자손이 되어서 어찌 이렇게 하겠습니까? 아마도 도깨비가 한 짓일 터이니 시험해보십시오.” 진거백이 깨달았다. 며칠이 지나 취한체하고 그 사당으로 가니, 다시 두 손주가 나타나 진거백을 부축하려 하였다. 진거백이 재빨리 잡으니 도깨비는 움직일 수 없었다. 집에 이르러보니 두 사람이었다. 진거백이 불로 태우니 등과 배가 다 문드러져 터졌다. 마당에 내어놓으니 밤에 다 도망가 버렸다. 진거백은 죽이지 못한 것을 한스럽게 여겼다. 한 달 쯤 지나서 또 취한체하고 밤에 가면서 칼을 가지고 갔으나 집에서는 알지 못하였다. 밤이 깊도록 돌아오지 않으니, 그 손주가 또 귀신에게 곤욕을 치를까 걱정하여 같이 진거백을 마중나갔는데, 진거백은 결국 진짜 손주들을 찔러 죽였다.

 

 

琅琊秦巨伯, 年十, 嘗夜行飮酒, 道經蓬山廟. 忽見其孫迎之, 扶持百餘步, 便捉伯頸着地, 罵 : “老奴, 汝某日捶我, 我今當殺汝!伯思惟某時信捶此孫, 伯乃佯死, 乃置伯去. 伯歸家, 欲治孫, 孫驚惋, 叩頭言 : 爲子孫, 寧可有此? 恐是鬼魅, 乞更試之.伯意悟. 數日, 乃詐醉, 行此廟間. 復見孫來, 扶持伯. 伯乃急持, 鬼動作得. 達家, 乃是人也. 伯着火炙之, 腹背俱焦坼. 出着庭中, 夜皆亡去. 伯恨得殺之. 後月餘, 又佯酒醉夜行, 懷刃以去, 家知也. 極夜不還, 其孫恐又爲此鬼所困, 乃俱往迎伯, 伯竟刺殺之.

 

 

 

진거백이란 인물이 도깨비에 미혹되어서 친 손주들을 잘못 죽인 괴이한 일을 기록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이미 ≪呂氏春秋疑似에 보인다.

 

 

 

양의 북쪽에 여구부가 있는데, 그곳에 기이한 귀신이 있어서, 남의 자질이나 형제의 모습을 흉내내기를 좋아하였다. 읍의 어르신 중에 시장에 갔다가 취해서 돌아오는 사람이 있었는데, 여구의 귀신은 그 자식의 모습을 흉내내어 부축하다가 길에서 괴롭혔다. 어르신이 돌아와서는 술이 깨어 그 자식을 야단치며 말하길 “내가 네 애비인데 어찌 이리 못되었느냐? 내가 취했다고 길에서 괴롭히다니, 무슨 까닭이냐?” 그 자식이 울며 땅에 엎드려 말하였다. “억을합니다!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이전에 동쪽 읍에 채무를 받으러 갔으니 물어보십시오.” 그 아버지가 믿으며 말하였다. “아하! 이는 필시 그 기이한 귀신이로구나. 내가 들어본 적이 있다. 내일 시장에서 다시 술을 마시고 만나면 찔러 죽여야지!” 다음날 시장으로 가서 취하였는데, 그 자식이 아버지가 돌아오지 못할까 걱정하여 마침내 마중을 나갔다. 그 아버지가 멀리서 진짜 자식을 보고는 칼을 뽑아 죽였다. 그 아버지의 지혜는 그 자식과 비슷한 것에 미혹당하여 진짜 자식을 죽인 것이다.

北有丘部, 有奇鬼焉, 喜效人之子侄昆弟之狀. 邑丈人有之市而醉歸者, 黎丘之鬼效其子之狀, 扶而道苦之. 丈人歸, 酒醒而誚其子曰 : 吾爲汝父也, 豈謂慈哉? 我醉, 汝道苦我, 何故?其子泣而觸地曰 : 孽矣! 無此事也! 昔也往責于東邑, 人可問也.其父信之曰 : 嘻! 是必夫奇鬼也. 吾固嘗聞之矣. 明日, 端飮于市, 欲遇而刺殺之!明旦之市而醉, 其子恐其父之不能反也, 遂逝還之. 丈人望其眞子, 拔劍而刺之. 丈人智惑于似其子者, 而殺其眞子.

 

 

 

이 두 편의 이야기는 대단히 유사하여, ≪수신기≫의 진거백 고사가 ≪여씨춘추≫에서부터 변화되어 나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편에는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 ≪수신기≫의 고사는 인물을 위주로 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진거백을 주인공으로 하는 사건의 경과이며, 아울러 정절이 더욱 세밀히 묘사되어, 진거백과 도깨비 사이의 사건을 자세히 서술해서, 진거백이 차츰차츰 자손을 誤殺하게되는 결말을 이끌어내고 있다. 독자들은 이야기의 진행을 따라가는 중에 쉽사리 진거백이 취하지 않고도 자손을 죽이게 되는 사건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중간에 진거백이 귀신을 잡았다 놓치는 장면을 삽입하여 정절을 좀 더 복잡하고 생동감있게 만들었다. ≪여씨춘추≫는 이와는 다르다. 비록 인물의 행위가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서두에서 바로 귀신의 성격을 적나라하게 설명하고, 아울러 조금의 숨김도 없이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 귀신임을 알려주고 있어서 전혀 아무런 맛도 느낄 수 없다. 더욱이 결미부분에서 “그 아버지의 지혜는 그 자식과 비슷한 것에 미혹당하여 진짜 자식을 죽인 것이다.”라고 다시 요점을 정리한 것은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의 전혀 필요 없는 사족이니, 독자들은 이미 이야기의 전모를 알고 있기 때문에 다시 부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서두와 결미 부분의 서술은 아마도 역사 전기문, 史傳文의 서술형식에서 계승된 것일 것이다.

다시 예를 하나 더 들어본다. ≪수신기≫卷十一에 있는 ‘三王墓’ 고사의 한 단락이다.

 

 

밤낮으로 초왕에게 복수하려 하였다. 왕이 꿈에 한 소년을 보았는데 미간이 한 척이나 되었고 복수한다고 말하더라. 왕이 바로 천금으로 현상을 걸었다. 소년이 듣고 도망가 산에 들어가며 노래를 불렀다. 우연히 만난 객이 말하길 “그대 아직 어린데 어찌 그리 슬피 우는가?” 소년이 말하였다. “나는 간장과 막야의 아들이오. 초왕이 우리 아버지를 죽여서 내가 복수하고자 하오!” 객이 “왕이 그대의 머리에 천금의 현상을 걸었다고 들었는데, 그대의 머리와 칼을 주시오, 그대를 위해 복수해주겠소.” 소년이 말하였다. “다행입니다.” 바로 스스로 목을 찔러 죽고는 두 손으로 머리와 칼을 움켜쥐고 받들어 올렸는데 선 채로 빳빳하게 굳어있었다. 객이 “그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오.”하니 그제야 시신이 쓰러졌다. 객이 머리를 가지고 초왕을 뵈러가니, 초왕이 크게 기뻐하였다.

日夜思欲報楚王. 王夢見一兒, 眉間廣尺, 言欲報仇. 王卽購之千金. 兒聞之, 亡去, 入山行歌. 客有逢者, 謂 : 子年少, 何哭之甚悲耶?曰 : 吾干將·莫邪子也. 楚王殺吾父, 吾欲報之!客曰 : 聞王購子頭千金, 將子頭與劍來, 爲子報之.兒曰 : 幸甚!卽自刎, 手捧頭及劍奉上, 僵. 客曰 : 不負子也.于是尸乃仆. 客持頭往見楚王, 王大喜.

 

 

이 단락은 ≪史記刺客≫중의 荊軻 부분과 매우 유사하다. 여기에서 인용하여 서로 비교해 보기로 한다.

 

 

 

형가는 태자가 차마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는 이에 마침내 몰래 번어기를 만나 말하였다. “진나라가 장군에게 대한 것은 너무 지나치다고 하겠소, 부모 종족을 다 죽였으니 말이오. 지금 듣자하니 장군의 머리에 천근의 금과 만호의 읍을 현상걸었다는데, 장차 어찌하시려오?” 번어기가 하늘을 우러러보다 크게 탄식하며 울며 말하였다. “제가 이 일을 생각할 때마다 골수에 사무칩니다만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형가가 말하였다. “지금 연나라의 근심을 풀고, 장군의 원수를 갚을 한마디 말이 있는데 어떻습니까?” 번어기가 이에 다가서며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형가가 말하였다. “원컨대 장군의 머리를 얻어 진왕에게 바치겠소. 진왕은 반드시 기뻐하며 저를 만날것입니다. 저는 왼손으로 그의 소매를 잡고 오른손으로 그의 가슴을 찌를 것이니, 그렇게 된다면 장군의 원한도 갚아지고 연나라가 당한 수모도 없어질 것입니다. 장군께서는 뜻이 있으신지요?” 번어기가 어깨를 벗고 손목을 움켜잡고 나서며 말하였다. “이것이 제가 밤낮으로 절치부심하던 것인데, 이제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마침내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다.

荊軻知太子不忍, 乃遂私見樊於期曰 : 秦之遇將軍可謂深矣, 父母宗族皆爲沒. 今聞購將軍首金千斤, 邑萬家, 將奈何?於期仰天太息涕曰 : 於期每念之, 常痛於骨髓, 顧計知所出耳!荊軻曰 : 今有一言可以解燕國之患, 報將軍之仇者, 何如?於期乃前曰 : 爲之奈何?荊軻曰 : 願得將軍之首以獻秦王, 秦王必喜而見臣, 臣左手把其袖, 右手揕其匈, 然則將軍之仇報而燕見陵之愧除矣. 將軍豈有意乎?樊於期偏袒搤捥而進曰 : 此臣之日夜切齒腐心也, 乃令得聞敎!遂自剄.

 

 

 

비록 두 편의 고사가 내용은 다르지만 읽어보면 매우 흡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購之千金’과 ‘購將軍首金千斤, 日夜思欲報楚王’과 ‘日夜切齒腐心, 自刎’과 ‘自剄’ 등에서는 서술된 문자에서의 동일한 점을 볼 수 있다. 당연히 이 두 문장에는 神怪색채의 유무라는 커다란 차이점이 존재하고 있다. 진왕이 번어기의 목에 천금의 현상금을 건 것에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으니, 이전에 번어기가 진나라를 떠나 연나라로 망명을 한 사실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초왕이 간장의 아들을 죽이려 하는 것에는 오로지 꿈에서 소년이 복수한다고 말한 황당한 이유 밖에는 없는 것이다. 또한 이미 스스로 목을 찔러 죽은 시체가 어떻게 자신의 목을 손으로 잡아 바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신괴한 내용만으로 서술되었다면 ‘삼왕묘’의 이야기는 단순히 황당무계한 내용으로 근본적으로 ‘형가’고사의 예술성취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삼왕묘’의 작자는 그 이후에 굳었던 시신이 안심하고 쓰러지는 장면을 더 삽입하여 작품의 신괴한 색채 뿐 아니라, 복수를 위해 죽음마저도 초월하는 불굴의 의지를 표현해 내었던 것이다. 이로써 이야기의 정절은 더욱 감동적으로 변하였고 비장감마저 가지게 된 것이다.

≪수신기≫卷十六에 기재된 ‘紫玉韓重’의 이야기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검국의 ≪당전지괴소설사≫의 연구에 의하면 이 이야기의 추형은 원래 ≪吳越春秋≫와 ≪越絶書≫에 기록된 것이고, 특히 ≪越絶書≫의 기록은 ≪수신기≫에 이미 상당히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이검국은 이 이야기는 구시대 청년들의 애정에 대한 추구와 봉건혼인제도에 대한 반항을 표현한 것으로 보았다. 확실히 ≪수신기≫에서 표현된 내용은 남녀의 지고지순한 애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비록 이런 내용을 위주로 서술되었지만, 또한 ≪수신기≫의 이야기 속에 여전히 ≪吳越春秋≫에서 나타낸 주지를 보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봉건군주의 잔학무도한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다. 우선 ≪吳越春秋≫에 기재된 후단부분을 보도록 한다.

 

 

 

이에 백학을 오나라 시중에 춤추게 하여, 온 백성들이 따라다니며 구경하게 하였다. 드디어 남녀들이 학과 함께 선문으로 들어서니, 바로 기관을 발동시켜 문을 덮어버렸다. 산사람을 죽여 순장을 하니, 온 나라 사람들이 이를 비난하였다.

乃舞白鶴于吳市中, 令萬民隨而觀之, 遂使男女與鶴俱入羨門, 因發機以掩之, 殺生以送死, 國人非之.

 

 

 

오왕은 순장을 위하여 교묘하게 간계를 부려 무고한 일반백성들을 죽인 것이다. ≪오월춘추≫의 곳곳에서 오왕의 무도한 형상을 묘사해내고 있는데, ‘자옥한중’의 이야기에서도 또한 오왕 부차의 무정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중이 자옥이 건네준 명주를 가지고 와서 사정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오왕의 반응은 선명하게 몰인정한 성격을 나타내고 있다.

 

 

나갈 때, 한 치 크기의 명주를 한중에게 건네며 말하길, “그 이름도 훼손되고 그 바램도 끊어졌으니, 다시 무엇을 말하리오! 때마다 스스로 아끼시고, 만일 우리집에 가게 되면 대왕께 바쳐주오.” 한중이 떠나가서 마침내 왕을 뵈고 그 사정을 설명하니, 왕이 크게 노하여 말하였다. “우리 딸이 이미 죽었는데, 다시 이런 거짓말을 꾸며대어, 그 죽은 영혼을 더럽히다니. 이는 무덤을 도굴하고는 귀신이라 변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한중을 잡아들였다.

出, 取徑寸明珠以送重, 曰 : 旣毁其名, 又絶其願, 復何言哉! 時節自愛. 若至吾家, 致敬大王.重旣出, 遂詣王, 自說其事. 王大怒曰 : 旣死, 而重造訛言, 以玷穢亡靈. 此不過發冢取物, 托以鬼神.趣收重.

 

 

 

딸이 죽은지 이미 오래되었으니 그 혼령이 다시 돌아왔음을 믿기는 어려운 법이다. 그러나 부모의 심정이란 언제나 기적을 바라는 법이니, 환생의 환상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오왕은 오히려 크게 화부터 내면서 한중을 도적으로 몰아가고 있다. 만약 한중이 도굴한 도적이라면 결코 오왕에게 명주를 바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아주 상식적인 추리인데도 오왕은 이러한 일반적인 상식조차도 무시해버린 것이다. 무도하고 무정한 오왕의 모습은 “밖으로 나와 껴안는(出而抱之)”부인의 태도와 선명하게 대비된다. ‘자옥한중’의 이야기는 ≪오월춘추≫의 滕玉自盡하는 사건의 개작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여전히 그 본래의 포악한 군주의 형상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상술한 ‘진거백이 귀신과 싸우다’ ‘삼왕묘’ ‘자옥한중’이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수신기≫의 고사에는 神怪性이 증가되어있다. 당연히 이것은 작자의 사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그 서술의 목적이 여전히 “신도가 거짓이 아님을 밝히는 데” 있기 때문이다. 둘째, 비록 귀신이나 혼령이 자주 출현하지만, 이것들이 자못 사람의 형상과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 이로 말미암아 고사의 신괴성도 신화처럼 모호하거나 獸性을 가진 것이 아니라 선명한 실체를 지닌 이야기 진행에 있어서의 조연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신괴적인 조연의 등장은 고사의 재미를 더해주고 곡절과 생동감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지게 된다. 셋째, 가공이나 보충으로 개작된 고사에도 여전히 원형고사의 의미가 잔류하고 있다. 넷째, 편폭이 늘어나고 정절이 복잡해지면서 이야기 구조의 완정성과 묘사의 발달을 필요로 하게 된다.

요컨대, ≪수신기≫의 많은 고사들이 비록 괴이한 일이 실제로 있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 기록이지만, 이미 이전의 이야기보다는 훨씬 인간적 형상을 주요 캐릭터로 삼고, 작자도 사람의 입장에서 귀신의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취재의 근원이 되는 기존의 짧고 단순한 괴이한 기록들이 황당무계하고 알 수 없는 낙서 따위에서 귀신의 실재를 믿고 공경하게 만드는 뚜렷한 주제를 가지는 이야기로 진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서 작자는 기존에 있던 고사들의 원형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분량을 증가시키고 구성을 더 짜 맞추고 신이한 부분을 더 강화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이는 결국 고사의 이야기적인 진화를 이루어내게 되는 것이다.

 

 

3. 오락성 강화를 위한 ≪수신기≫고사의 진화

 

 

 

이상으로 수신기 고사 중에 주제를 강화하기 위한 고사의 진화된 모습을 살펴보았다. 기존의 이야기를 계승하여 작자의 재능으로 변화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작업을 통해 작자는 좀 더 고사의 구성을 다듬을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게 되고, 아울러 이야기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 내는-창조하는 기능을 발견하게 되었을 것이다. 독자들에게 재미를 제공하는 이야기가 인구에 회자되고 널리 유행하게 된다는 사실을 통해 작품에 대한 보충과 가공은 좀 더 작자의 창조적 능력을 요구하게 되었다. 다음으로 오락성이 뛰어난 몇 편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보기로 한다. ≪수신기≫卷一의 ‘劉根召鬼’는 특이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유근은 자가 군안으로 경조 장안 사람이다. ……마침내 신선의 경지를 얻어 능히 귀신을 부를 수 있었다. 영천태수 사기는 요망하다고 여겨서 사람을 보내 유근을 불러 죽이려 하였다. 관청에 도착하니 태수가 말하길, “그대가 능히 사람들로 하여금 귀신을 볼 수 있게 한다니, 모습을 보이게 해보시오, 그렇지 못하면 죽임을 당할 것이오.” 유근이 말하였다. “대단히 쉬운 일입니다. 태수님 앞의 문필도구를 좀 빌리겠습니다.” 그리고서는 탁자를 두드리니 순식간에 대여섯의 귀신이 두 죄수를 묶어다가 사기 앞에 대령하는 것이었다. 사기가 자세히 살펴보니, 바로 자신의 부모였다. 그 부모가 유근에게 절을 하며 말하기를, “이놈이 무식해서이니, 죽어 마땅합니다.” 바로 사기를 꾸짖었다. “너 이놈은 선조를 빛내지도 못하면서, 어찌 신선에게 죄를 지어 이처럼 부모에게 연루되게 하는 것이냐!” 사기가 깜짝 놀라 구슬피 울면서 머리를 조아리며 죄를 청하였다. 유근은 말없이 있다가 홀연히 사라지니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根字君安, 京兆長安人也. ……, 遂得仙. 能召鬼. 潁川太守史祈以爲妖, 遣人召根, 欲之. 至府, 語曰 : 君能使人見鬼, 可使形見. 者加.根曰 : . 借府君前筆硯書符.因以叩几. 須臾, 忽見五鬼, 縛二囚于祈前. 祈熟視, 乃父母也. 向根叩頭曰 : 小兒無狀, 分當萬死.叱祈曰 : 汝子孫不能光榮先祖, 何得罪神仙, 乃累親如此!祈哀驚悲泣, 頓首請罪. 根黙然忽去, 知所之.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인물태도의 변화이다. 태수는 본래 죽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고의로 조건을 내걸어 참형에 처하려 하였다. 그러한 행위는 세상에 귀신이 없다는 믿음에 근거한 것으로 유근이 단지 요망하다는 것을 밝히려 한 것이다. 그런데 그 부모의 영혼을 보자마자 ‘깜짝 놀라 구슬피 울면서 머리를 조아리며 죄를 청하게’ 된 것이니, 도리어 스스로 자신이 벌인 일로 인한 죄를 받게 된 것이다. 도술이 고명한 신선 유근이 불러온 귀신은 절묘하게도 태수의 부모를 묶어서 대령하게 하였으니, 고사의 진행은 이 부분에 이르러 갑자기 전환되어 앞부분의 긴장감을 해소하고 코믹한 희극적 연출로 끝맺게 된다. 여기에서 우리들은 작자의 교묘한 구성력을 엿볼 수 있다. 동시에 독자들은 우스운 태수의 형상을 통해서 일종의 통쾌감도 느낄 수 있으니, 이는 문학의 대리만족의 기능과 유사한 것이다.

비교적 널리 알려진 卷十六의 ‘宋定伯賣鬼’고사는 재미와 동시에 서술자의 치밀한 구성력을 더욱 느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송정백이 밤에 귀신을 만나서 귀신을 속여 자신도 귀신이라고 하고는, 시장에 도착할 때까지 귀신을 속여, 마침내 양으로 변한 귀신을 팔아버리는 이야기에서는 줄곧 유지되는 팽팽한 긴장감을 통한 작품의 몰입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이야기에서 주목할 부분은 우선 총명하고 대담한 주인공의 형상이다. 송정백은 처음부터 끝까지 몇 차례에 걸쳐 귀신에게 의심을 받고, 계속해서 자신도 귀신이라고 속이게 된다.

 

 

첫 번째) 귀신이 말하였다. “나는 귀신이다.” 귀신이 물었다. “너는 누구냐?” 송정백은 속여서 말하였다. “나도 귀신이다.

두 번째) 귀신이 말하였다. “그대는 너무 무거운데, 귀신이 아니지?” 송정백이 말하였다. “나는 방금 죽어서 몸이 무거울 뿐이야.

세 번째) 귀신이 다시 말하였다. “어째서 소리가 나냐?” 송정백이 말하였다. “방금 죽어서 물을 건너는 게 익숙하지 않을 뿐이야. 나를 탓하지 말라

 

 

.

 

一)鬼曰: 我是鬼.鬼問:汝復誰?定伯誑之,言:我亦鬼.

二)鬼言: 卿太重,將非鬼也?定伯言:我新鬼,故身重耳.

三)鬼復言: 何以有聲?定伯曰:新死,不習渡水故耳.勿怪吾也.

 

 

 

귀신의 신임을 얻기 위해서 송정백은 계속해서 자신이 귀신이라고 주장하는데, 윗 예문에서 보다시피 그의 변명은 횟수가 거듭될수록 그 길이가 더 증가하고 있다. 아울러 중간에 그는 대담하게도 귀신에게 꺼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는데, 이는 결말을 이끌어내는 복선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처럼 이야기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귀신과 송정백의 동행은 일관되게 진행되어 독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특히 이 이야기는 송정백과 귀신이라는 두 주연의 대화와 행위로만 진행되어서, 인물과 고사가 비교적 정밀하게 구성되고 묘사도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산만하고 간단하기만 한 괴이한 사건의 기록과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卷十八의 ‘宋大賢殺鬼’고사도 인물의 언행으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해 차츰 고사의 긴장감을 높이는 효과를 사용하고 있다. 귀신은 송대현의 반응을 보려고 여러 차례 괴이한 짓을 벌여 도발하지만, 송대현은 이미 준비가 되어있어서 여유만만하게 대응하다가 마침내 귀신을 잡게 된다.

 

 

 

밤이 깊어지자 갑자기 귀신이 나타났다. 사다리를 올라와 대현과 얘기하는데 눈을 치켜뜨고 이를 가는 것이 형모가 몹시 흉악하였다. 대현은 이전처럼 금을 연주하였다. 귀신이 이에 떠났다가 시중에서 죽은 사람의 머리를 가져와서 대현에게 말하였다. “어찌 잠을 좀 자야하지 않겠어?” 그리고는 죽은 사람의 머리를 대현 앞에다 던졌다. 대현은 말하였다. “아주 잘되었네. 내가 저녁에 누우니 베개가 없어서 마침 이것이 필요했거든.” 귀신이 다시 떠나서 한참 있다가 돌아와 말하였다. “어찌 두 손으로 싸워볼까?” 대현이 말하였다. “좋지.”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귀신이 앞에 나타나니, 대현이 바로 그 허리를 거꾸로 잡아채었다. 귀신이 급하게 말하길, “죽겠다.” 대현이 마침내 귀신을 죽여 버렸다.

至夜半時, 忽有鬼來, 登梯與大賢語, 盯目磋齒, 形貌可惡. 大賢鼓琴如故. 鬼乃去, 于市中取死人頭來, 還語大賢曰 : 寧可少睡耶?因以死人頭投大賢前. 大賢曰 : 甚佳. 吾暮臥無枕, 正欲得此.去, 久乃還, 曰 : 寧可共手搏耶?大賢曰 : 善.語未竟, 鬼在前, 大賢便逆捉其腰. 鬼但急言 : 死.大賢遂殺之.

 

 

 

이 이야기의 호흡은 상당히 빠른 편으로 독자들은 눈을 돌릴 겨를도 없다. 주인공이 귀신을 마주하는 것은 모두 세 차례인데, 그러나 이 세 차례의 장면에서 경과된 시간은 모두 다르다. 처음에는 ‘갑자기 귀신이 나타났고’, 두 번째는 ‘귀신이 이에 떠났다가 시중에서 죽은 사람의 머리를 가져왔고’, 세 번째는 ‘귀신이 다시 떠나서 한참 있다가 돌아왔으니’, 이렇게 갈수록 시간이 오래 걸렸으나, 최후에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귀신이 앞에 나타나’ 순식간에 속도감있는 결투로 간결하게 이야기를 끝내버렸던 것이다. 귀신은 매번 출현할 때 마다 다른 방법으로 주인공을 위협하였지만, 주인공은 예상을 초월한 언행으로 오히려 귀신을 공박하여 언제나 주도권을 놓지 않고 있다. 이렇게 귀신은 결국 어쩔 수 없이 주인공에게 맨손으로 대들게 되었고 마침내 죽임을 당한 것이다.

이상의 세 가지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점을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비록 짧은 글이지만 이야기의 구성이 상당히 치밀하게 꾸며졌다. 복선, 반전 등의 방법을 통해 단순한 기록이 아닌 이야기의 얼개를 만들어 낸 것이다. 둘째, 이야기의 속도를 조절하여 리듬감을 부여하고 있다. 셋째, 복잡하고 리듬감 있는 이야기의 전개는 자연히 독자들로 하여금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는 모두 이야기를 이전보다 훨씬 재미있게 만들어내는 일종의 창조적인 작업에 속하여, 작자를 기록자의 입장에서 진정한 작자로서의 위치로 변하게 하는 動因이 되는 것이라고 하겠다.

 

 

 

4. 결어

 

 

 

≪수신기≫에는 매우 많은 사람과 귀신이 서로 싸우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당연히 이는 모두 작자가 귀신의 실재를 증명하기 위해 쓴 것이다. 그러나 이 귀신들의 형상은 자못 개성을 갖추고 있어서, 신화나 전설에서의 괴기하기만 한 이해불가능의 형상들은 아니고, 이미 인격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야기의 서술도 인간이 중심이 되고 귀신은 보조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귀신의 실재를 밝히는 목적임에도 불구하고 지괴서에 서술된 것은 인간사회이지 귀신의 세계가 아닌 것이다. 이것이 바로 ≪수신기≫가 이전의 신화전설과 확연히 다르면서, 동시에 소설로서 접근해가는 지괴서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유일 것이다.

위진남북조의 지괴서는 대강 줄거리를 서술한 것으로 아직 소설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국소설사에서 분명히 소설의 발생에 지대한 공헌을 하는 지위를 갖게 되는 것은 바로 위와 같은 소설 문학상의 기초적 성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이를 정리해 보면, 첫째, 비록 소설을 창작한다는 개념이 아직 성숙되지는 못하였지만, 작자는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사용하여 기존의 전해져오는 사건을 보충하거나 가공하여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하여 주지를 표현해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대부분의 지괴고사들은 영성한 몇 마디 말로 이루어져 있어서 이야기라고 할 수도 없는 단편적인 기재이지만, 그러나 몇몇 우수한 작품들은 비교적 완정한 구조와 서술기교를 갖추고 있어서 심심풀이로 낙서처럼 써낸 소견거리는 아니다. 둘째, 고사의 서술이 사람을 중심으로 하여, 인물의 언행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하기 시작하였다. 이로 인하여 더욱 인물의 형상화를 중시하게 된다. 사실상 지괴서는 대부분 서사를 상용하여 인물의 활동범위는 제한적이지만, 소수 작품은 비교적 인물의 개성을 중시하여 대화나 동작으로 인물의 성격을 나타내고자 하였으니, 어느 정도에서는 전형성의 기초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셋째, 작자는 이야기의 재미라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환상적인 미신색채의 밀도를 막론하고, 풍부하고 다채로운 신기한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독자들에게는 상당한 오락거리이며, 아울러 귀신들이 인간과 어울려 사랑하고 싸우는 내용들은 독자들에게 광대한 상상의 공간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이런 점이 지괴서가 후대의 소설작품에게 제시한 기본적인 성취라고 할 것이다. ≪수신기≫의 우수한 작품들은 모두 독자를 흡인하는 요소들을 갖추고 있는데, 곡절있는 이야기 정절, 개성적인 인물, 생동적이며 세밀한 묘사 등을 작자는 교묘히 짜 맞추어서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편술해 낸 것이다. 소설예술의 발전각도에서 보자면 ≪수신기≫는 지괴서 자체의 기초적 성과 위에 새로운 공헌을 했다고 할 수 있는데, 가장 큰 특징은 편폭이 증가하고 각종 표현수단으로 예술성을 높였으며, 인물형상의 묘사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9) 이러한 특징적인 성취는 대개 이야기의 완정성과 정절의 풍부함에서 그 뚜렷한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인데, 결국 후대 소설문학으로의 발전의 계기는 이야기의 진화라는 면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후 唐代傳奇小說의 출현으로 비로소 중국문학에서 진정한 의미의 소설이 시작되고 명청대의 작품으로 발전하게 되는 노정에서 우리들은 이러한 이야기의 진화형태를 계속 추적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차후의 지속적인 연구과제로 삼고자 한다.

 

 

 

 

【參考文獻】

 

 

 

司馬遷 史記, 中華書局校點本, 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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劍國 唐前志怪小說史, 南開大學出版社,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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王國良 魏晉南北朝志怪小說史, 臺灣文史哲出版社,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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程毅中 怪情俠的藝術世界-中國古代小說派漫話, 中共中央黨校出版社, 1994

袁師世碩 馮沅君古典文學論文集, 山東人民出版社, 1980

聶石樵, 鄧魁英 古代小說戱曲論叢, 中華書局, 1985

徐岱 小說形態學, 杭州大學出版社, 1992

吉林大學中文系 中國古典小說講話, 吉林人民出版社, 1981

譚正璧 中國小說發達史, 臺灣啓業書局, 1978

 

 

 

【中文提要】

在中國小說史上, 六朝之鬼神志怪書占着承先啓後的地位. 蓋六朝志怪書承襲古代神話傳說, 加以巫風與宗敎之幻想色彩, 成爲一種原始小說形態. 然迅先生但稱志怪書而不稱爲小說, 這亦有由. 卽後世將六朝志怪書看成小說的原因就在它有影響人世之文學固有的功能. 但當時作者不太知道小說這一個詞的槪念, 而且並沒有創作小說的意識. 所以其內容很龐雜, 不象唐代以後小說那樣的較爲純粹的小說. 因此雖然六朝志怪書裏有不少的小說因素, 但是還不够完全稱爲小說.不過有些故事可算小說作品,較具小說的性格,這也値得注意.

常言六朝志怪書以搜神記爲代表. 六朝志怪書是粗陳梗槪之作, 未爲小說. 但是在中國小說史上有一定的地位. 通過搜神記可以知道其小說史上的成就. 第一, 雖然創作小說的槪念還沒成熟, 也沒有小說的主題意識, 但作者運用自己的藝術的才能編造故事, 或者進行補充和加工, 以呈現作品的主旨. 當然大部分的作品是叢殘小語的形態, 基本上是不能說成故事的片段記載. 但是有些作品具備比較完整的結構和敍述技巧, 不是墨玩筆的一時之作. 第二, 故事的敍述以人爲中心, 通過人物的言行進行故事. 因此更重視人物的形象化, 其實志怪書常用敍事, 人物的活動範圍也有限, 可是少數作品比較注重人物的個性, 用對話與動作表現人物的性格, 在某種程度上帶有典型性. 第三, 作者注意故事的有趣性. 無論幻想的迷信色彩或多或少, 豊富多彩的奇聞怪事給讀者提供娛, 給後代的小說家提示小說的基本功能. 搜神記的佳作都有吸引讀者的要素, 波瀾曲折的故事情節, 有個性的人物, 生動細致的細節描寫, 作者把這些巧妙地組織, 以編述可泣可笑的故事.

 

 

【主題語】

 

지괴, 진화, 변용, 가공, 오락, 서사, 소설

zhi-guai, evolution, transform, processing, amusement, narrative, novel

투고일: 2008. 10. 29 / 심사일: 2008. 11. 1411. 30 / 게재확정일: 2008. 12. 10  


* 경원대학교 교양대학 전임강사
1) 凡此, 皆張皇鬼神, 稱道異, 故自晉訖隋, 特多鬼神志怪之書.……文人之作, 雖非如釋道二家, 意在自神其敎, 然亦非有意爲小說.

2) ……, 以震聳世俗, 使生敬信之心, 顧後世則或視爲小說.

3) 干寶. 搜神記序. 今之所集, 設有承于前載者, 則非余之罪也. 若使采訪近世之事, 苟有虛錯, 願與先賢前儒分其譏謗. 及其著述, 亦足以發明神道之不誣也. 群言百家, 不可勝覽耳目所受, 不可勝載. 今粗取足以演八略之旨, 成其微說而已. 幸將來好事之士錄其根體, 有以游心寓目而無尤焉.

4) 觀天之神道, 而四時不忒, 聖人以神道設敎, 而天下服矣.

5) 微妙無方, 不可知, 目不可見, 知所以然而然, 謂之神道.

6) ≪晉書干寶傳. 古今神祇異人物變化

7) 李劍國. 唐前志怪小說史. 卽使是承於前載, 也常常不是簡單地抄襲, 而是根據同的記載或世間所傳, 進行補充和加工

8) 王國良. 魏晉南北朝志怪小說硏究. 孝經右契, 孝經援神契, 竹書紀年, 史記, 漢書, 續漢書, 謝承後漢書, 三國志, 華陽國志, 三輔決錄, 東觀漢記, 孝子傳, 仙傳, 吳錄, 陳留耆舊傳, 益部耆舊傳, 魏氏春秋, 氏春秋, 淮南子, 說苑, 衡, 風俗通, 傅子, 古文瑣語, 異傳, 博物志等二十餘種.臺灣文史哲出版社. 1984

9) 李劍國. 前揭書.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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