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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설 연구

중국 문학의 자국화에 대한 일고찰― 소설 《허삼관 매혈기》와 영화 <허삼관>을 중심으로

작성자낙민|작성시간16.06.02|조회수478 목록 댓글 0

중국 문학의 자국화에 대한 일고찰
― 소설 《허삼관 매혈기》와 영화 <허삼관>을 중심으로

 


1)陳 性 希*

 

< 目 次 >

1. 들어가기
2. ‘허삼관’의 매혈기와 ‘아버지’의 매혈기
3. 현재와 소통 불가능한 아버지의 과거
4. 나오며

국문제요
이 글은 중국의 당대 작가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와 이것을 각색한 한국 영화 <허삼관>
을 대상으로 외국 문학이 자국의 문화 텍스트로 전환되는 양상에 대해 탐색한 것이다. 영화
는 사회의 가치 체계와 문화적 기호를 담아내는 텍스트이기 때문에 대중의 취향과 시대적
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생산된다. 더불어 외국 문학을 영화화한 작품은 자국의 문화적
영토에 적응하기 위한 독특한 각색 전략을 취하게 되고 이 전략은 당대의 사회 담론 및 문화
적 코드, 각색 영화를 둘러싼 산업 환경적 요소 등에 의해 결정된다.
이에 영화 <허삼관>은 과거를 향한 감수성을 소환하고 있는 문화적 분위기에 기대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간 아버지 이야기를 중심서사로 삼았다. 또한 대중의 정서를 의식해 원
작 소설의 배경이 되는 중국의 특정한 역사적 시기를 정치, 사회적 이슈가 부재한 한국의
시공간으로 압축했다. 이로 인해 원작 소설 《허삼관 매혈기》와 영화 <허삼관>의 주제 의식과
* 崇實大學校 中語中文學科 硏究重點敎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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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를 둘러싼 담론에 차이가 발생하였다. 원작은 중국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개인에게
부여되는 삶의 무게를 매혈이라는 기제로 버텨내고, 매혈로 또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
해 나간 역사 속 한 남성에 대해 말하고 있는 반면 영화 <허삼관>은 과거의 시대와 역사에
관한 어떠한 가치 판단도 품지 않은 채, 아버지 허삼관의 가족을 위한 희생을 부각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와 같이 원작 소설과 각색 영화가 묘사한 세계의 다름에 의해 외국 문
학을 자국화 한 텍스트가 문화적 전환 과정을 거치며 지향하고자 한 바와 품고자 한 담론에
대해 고찰할 수 있었다.
중심어: 소설 《허삼관 매혈기》, 영화 <허삼관>, 외국문학, 자국화, 대중, 문화적 전환

 

1. 들어가기
소설과 영화가 각각 문자와 영상이라는 이질적 표현매체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호 텍스트적 영향 관계가 가능한 것은 두 매체 모두 서사를 전달시키는 예술이기 때문이
다. 로버트 리처드슨은 《영화와 문학》에서 문학의 문자언어 역시 독자의 심상 속으로 이입
되는 순간 일정한 시각적 이미지를 구성한다1)고 하였다. 이에 따르면 문학과 영화 모두 시
각성을 가진 매체라는 점에서 또한 동질성을 지닌다. 따라서 두 예술 장르는 영화 탄생 초기
부터 조우해왔고 그 만남의 방식은 주로 영화가 소설을 각색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문화 텍스트를 생산시키는 방면에서 발전을 거듭하고 다양한 예술 매체들이 공존
하는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문학과 영화가 만나는 방식 또한 다양해졌다. 예를 들어 2014년
에 개봉된 <황금시대, The golden era>(2014)는 중국의 현대 여류작가의 삶에 대해 조망한
영화이고 인기 작가이자 카레이서인 한한(韓寒)은 <기약없는 만남, 後會無期, The
Continent>(2014)으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텍스트 생산 주체들의 예술 영역을 넘나드
는 작업도 늘고 있는 추세다. 위화(余華)는 문학 작가로서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뉴욕
타임스에 칼럼을 싣거나 한국의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북경 상연에 직, 간접적 행사를2)

 

1) 로버트 리처드슨, 이형식 역, 《영화와 문학》, 동문선, 2000, p. 19.
2) (<지하철 1호선>의 중국 상연은) 위화가 1999년 이 작품을 보고 적극 추천하여 이루어졌다. 위
화는 “<지하철 1호선>은 서울의 화려한 이면에 사람들을 슬프게 하는 사회의 모습을 담았다”며
‘한국 예술의 최고 수준’이라고 추켜세웠다. 자본주의의 첨병으로 여겼던 뮤지컬에서 서민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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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예술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영화 <허삼관>의 감독이자 주연배우인 하정우 또
한 <롤러코스터, Fasten Your Seatbelt>(2013)로 이미 영화 연출가로 데뷔한 바 있으며,
화가로서 전시회를 열고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등 다양한 예술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더하여 문학과 영화의 만남의 장은
중국 문학의 국내 영화로의 전환에
의해 더욱 폭넓어지고 있다. 국내에
서 중화권 문학을 각색한 역사는 80
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가 타이완
작가 황춘밍(黃春明)의 <두 페인트
공>이란 소설을 <칠수와 만수>라는
연극과 영화로 번안한 것으로부터 시
작된다.3)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역
시 영화로의 전환 전 극단 미추에 의
해 연극 <허삼관 매혈기>(2003)로 각
색된 바 있고4), 옌렌커(閻連科)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爲人民服務)》(2005) 또한 장철수
감독에 의해 영화화될 예정이다. 이처럼 하나의 서사가 다양한 예술 장르로 전환되고, 서사
를 만들어낸 주체를 재서사화하며, 외국의 문자 언어로 이루어진 서사가 자국의 영상 언어
로 각색되는 것과 같은 문학과 영화를 둘러싼 문화 환경이 변화, 확장되는 시점에서 두 예술
장르의 상호텍스트성에 대한 새롭고 다양한 논의가 요구된다.
진솔한 삶을 본 중국 아티스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박병성, <중국 땅을 밟은 한국뮤지컬>,
《THE MUSIAL》, 2003.9, p. 58.

 

3) 연극 <칠수와 만수>(1986), 극단 연우무대 제작.
영화 <칠수와 만수>(1998), 박광수 감독, 안성기⋅박중훈 주연.
4) 2003년 배삼식이 각색을 하고 강대홍이 연출한 연극 <허삼관 매혈기>는 당시 평단으로부터 좋
은 평가를 받았고 2004년 연극열전 시리즈 중 하나로 무대에 올라 현재까지 상연되고 있다. 평
론가 이경미는 《연극평론》 2003년 여름호에서 “연출을 맡은 강대홍은 원작이 지닌 (이러한) 특
색을 매우 충실하고도 정확하게 무대의 문법으로 소화해 냈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평론가 노이
정 《한국연극》 2004년 8월호에서 “극단 미추의 연극 <허삼관 매혈기>는 소설의 촌철살인을 놓치
지 않았다. 배삼식이 각색하고 강대홍이 연출한 연극에서 소설의 분위기를 살아 있었다.[…] 무
대 위에서 허삼관의 일대기라는 긴 시간의 진행을 지루하기 않게 볼 수 있었던 것은 각색의 힘으
로 보인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 외에도 《객석》 2003년 5월호의 이미원의 평론이나 《한국연극》
2003년 5월의 이영미의 평론, 그리고 《객석》 2004년 7월호의 이선형의 평론에서도 대체 (연극)
<허삼관 매혈기>에 대해 우호적인 시선을 견지하고 있다. 김숙경, <서사물의 매체 변환 양상 연
구 - 《허삼관 매혈기》를 중심으로>, 《한극연극학》 제24호, 2004, pp.148~149.

 


[감독 하정우는 <허삼관>의 시나리오에
직접 그림을 그려 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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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허삼관>(2015)은 위화의 장편소설 《허삼관 매혈기(許三觀賣血記)》를 영화화 한 것
이다. 중국의 당대 문학가 중 국내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위화의 작품이 영화화되었다
는 것, 이를 한국 영화계에서 입지를 다진 배우이자 감독인 하정우가 연출했다는 점에서 대
중의 이목을 끌었다.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는 일제 말기, 국공내전, 문화대혁명 등의 중국
현대사의 굴절 속에 생존해야만 했던 한 개인의 인생을 해학어린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
다. 이러한 소설을 한국의 많은 감독들이 각색하려 했지만 제작사의 권유에 의해 하정우가
연출하게 되고, 허삼관의 부인 허옥란 역과 마을 사람들로 분하는 조연들까지 모두 명망 있
는 출연진들로 캐스팅 되어 더욱 주목 받았다.
그간 소설을 각색한 영화에 관한 연구는 주로 영화 텍스트가 원작을 어떻게 변용했는가에
초점을 두었고 이루어져 왔으며, 문학과 영화의 상호텍스트성에 대한 문화사적 탐색과 문화
텍스트와 대중과의 소통에 관한 논의는 소홀히 하였다. 우선, 문화사적 탐색이란 소설의 영
화화에 미치는 사회적 역학들과 각색된 영화가 대중에게 어떻게 수용되고, 사회적 담론으로
기능하는 가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다. 메츠에 의하면 영화는 영화 언어 그 자체뿐만이 아니
라 문화 안의 다른 곳에서 작동해온 수천 개의 사회적이고 인간적인 의미화 작용이다. 따라
서 소설의 영화적 재생산은 영화 제작을 둘러싸고 있는 문화적 장과 특정한 시대적 코드라
는 맥락들이 모두 고려되며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각색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특
수한 시대적 동력이 작용하고 있음을 간파해야 한다. 또한 소설을 각색한 영화에 대한 대중
의 기호 및 의식은 일반 영화에 대한 그것과는 다르다. 대체로 각색 영화는 문학 제도 내에
서 호평을 받고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은 소설들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원작을 향한
대중의 경의는 각색된 이차 텍스트와 관련된 담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물론 영화의
대중적 파급력에 의해 원작 소설이 더욱 부각되고 독자/관객에게 오래 기억되는 효과를 낳
아 역으로 문학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5) 이에 대중들은 소설을 접한 경험에 의해 혹은
5) ‘2015년에도 스크린 셀러 강세 이어진다. 《핑거스미스》⋅《허삼관 매혈기》 판매 상승’, 개봉 앞둔
한국영화의 외국원작 소설 판매 호조. 개봉을 앞둔 한국영화들의 외국원작 소설들의 판매량이
모두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문고가 30일 발표한 판매량 자료에 따르면 <개
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핑거스미스>, <허삼관 (매혈기)>의 개봉소식이 전해진 몇 달 전부터
2.4배에서 최대 33배가 늘어났다. 이들 도서의 판매량을 각각 살펴보면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지난 11월 개봉 소식 후 직전 1년간 월 평균 65권이 판매되던 것이 310권으로 4.7배
올랐다. 또 9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제작 발표 후 원작 소설인 《핑거스미스》가 관심을 끌면
서 직전 1년간 월 평균 4.75권이 판매되던 것이 158권으로 33배 올랐다. 내년 초 개봉을 앞둔
<허삼관 (매혈기)>는 직전 1년간 월평균 241.8권이 판매되던 것이 581권으로 2.4배 올랐다. 이
번 미디어 셀러의 특징은 원작 소설이 모두 외국소설이면서 국내감독들이 한국작품으로 재해석
하여 영화화한다는 점이다. 해당 영화인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올해 12월 31일에,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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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을 접하지 못한 대중들은)원작의 존재를 인식함에 의해 각색 영화와 관련된 담론을 형
성한다. 특히 외국 문학이 국내의 영화로 각색될 때 각색자는 영화 텍스트의 일차 소비자인
국내 관객들의 호응 및 자국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게 되기 때문에 외국 문학의 자국화
방식을 살펴보는 것은 당대 사회와 현실의 단면을 조망하는 일과 맞물린다. 그렇게 때문에
소설의 영화화에 대한 논의는 원작을 의식하는 영화의 태도, 서사의 영화적 재서사화, 사회
적, 문화적 담론으로서의 문학과 영화의 기능이라는 국면을 모두 고찰하며 이루어져야 한
다.
이 글에서는 소설 《허삼관 매혈기》와 영화 <허삼관>을 구체적인 비교분석 대상으로 삼아
문학과 영화를 둘러싼 컨텍스트를 파악함으로써 원작 소설을 각색한 감독이 영화 텍스트를
통해 지향하고자 한 주제 및 담론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이에 외국 문학
을 자국의 언어로 영화화하는 작업에 국내의 시대적, 문화적 코드, 대중의 취향 및 영화 제
작 환경 등의 요소들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논의의 전제로 삼아 각색자가 취한 자국화
전략에 대해 살필 것이다.

 

2. ‘허삼관’의 매혈기와 ‘아버지’의 매혈기
원작 소설과 각색 영화는 스토리를 공유하지만 스토리 흐름과 인물 형상이 어떻게 재현되
느냐와 원작이 지닌 주제 의식을 각색자가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즉 서사를 주조시키
는 방식에 의해 ‘텔링 telling’이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원작 소설보다 예술적 성취가 떨어
지는 영화’라는 문학과 영화의 상호텍스트성에 대한 전제는 서사를 전달하는 다양한 매체가
출현하고 문학과 영화의 다층적 만남이 가능해진 현재의 문화적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진부
씨> 내년 중에, 《허삼관 (매혈기)》는 내년 1월 15일에 각각 개봉할 예정이다. 한편 이들 책을
찾는 독자들의 연령대와 성별은 다양하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40대가 50%에 달하며,
《핑거스미스》는 20~30대 여성이 65%가 넘는다. 《허삼관 매혈기》는 30대-40대-20대 순으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교보문고 이수현 브랜드관리팀장은 “원작 소설의 성격이나 내용에 따라 성
별 연령별로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이중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성장소설로 부모가
아이들에게 사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나라 감독들이 만든 영화를 통해 숨겨져
있던 양서들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하게 됐다”며 “영화가 연말과 연초에 개봉할 예정이라 원작
소설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영화 흥행과의 시너지도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
다”고 덧붙였다. 강인귀, ‘2015년에도 스크린 셀러 강세 이어진다. 《핑거스미스》⋅《허삼관 매혈
기》 판매 상승’, 머니위크 2014/12/31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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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논의다. 각색 영화와 원작 소설은 별개의 작품으로 인식해야 하며 각색은 또 하나의 텍스
트를 탄생시키는 창조적 작업에 다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의 논의의 중점은 영화가
얼마나 원작 소설을 잘 반영하였는가에 의한 각색 텍스트의 가치 유무를 판단하려는 데 있
지 않다. 필자가 관심을 두는 것은 유사 스토리를 공유한 양자의 텍스트가 품고자 한 주제의
식은 무엇이며, 컨텍스트가 텍스트의 telling을 어떻게 변형시키는가, 이러한 텍스트의
telling은 대중과 어떻게 소통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원작 《허삼관 매혈기》는 중국의 일제 말기부터 문화대혁명에 이르기까지 현대사의 주요
시기들을 이야기 흐름의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를 영화 <허삼관>에서는 1950년대의 충남
공주라는 시공간으로 소환한다. 원작이 다루고 있는 30여년의 시간을 1950년대로 한정하니
시간은 압축되고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이해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감독은 이와 관련하여 “위
화의 또 다른 작품으로 만든 영화 <인생>을 보니 원작의 10%만 취사선택했더라.”며 “원작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되 한국 정서에 녹여내고자 노력했다”6)고 밝힌 바 있다. 원작에 대한
정보가 부재한 또한 원작을 접한 국내 관객들에게도 국공내전, 신중국 수립, 대약진운동 및
문화대혁명 시기와 같은 중국의 역사적 사건은 낯설다. 또한 30여년의 세월은 지면상으로는
전개가능한 시간이나 영화의 2시간 남짓의 러닝타임 속에 담기엔 다소 방대하다. 따라서 영
화가 선택한 중국적 특수성을 한국의 압축된 시공간으로 변화시킨 방식은 일견 타당해보이
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압축은 원작 《허삼관 매혈기》와 영화 <허삼관>의 품고 있는 주제 의식의
결을 다르게 한다. 영화 <허삼관>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는 허삼관과 허옥란의
결혼, 일락이가 하소용의 아들임이 밝혀지고 허삼관이 다른 아들과 일락이를 차별하는 일,
허삼관이 일락이를 자신의 아들로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후반부에서는 병에 걸린
일락이를 살리기 위한 허삼관의 매혈기가 전개된다. 영화 내의 갈등이 극대화되기 전까지의
부분이기도 한 영화 전반부에서는 원작 소설의 묘미를 살린 문어체 사용이 두드러진다.7)
6) 민경원, ‘다시 들어도 뭉클한 ‘아버지’’, 중앙선데이 매거진 제410호 감독 하정우 인터뷰 기사
이와 관련한 “별 짓을 다했어요. 처음에는 한국정서로 가져와서 7-80년대 정치적 이슈들을 한
번씩 대입시켜봤어요. 가장 유력했던 버전은 광주민주화운동이었어요. 일락이가 학생운동을 하
는 인물인데 허삼관이 그 안으로 들어가는 설정으로도 시나리오를 써봤었죠. 문제는 작위적인
코드를 많이 사용하게 됐어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될까 하다가 장이머우 감독의 ‘인생’이란 영화
를 떠올리면서 재창조를 결심했어요. 다른 것들을 끌어안아서 어설퍼질 바엔 캐릭터와 소소한
드라마에 집중하는 것이 경쟁력이 될 수 있겠다 싶었죠.” 김은애, ‘‘허삼관’ 감독 하정우, 의아함
을 미안함으로 바꾸다’, 스포츠투데이 2015/1/29 감독 하정우 인터뷰 기사.
7) 감독은 원작의 문체를 살리고 싶어 했다. “위화 원작 그대로의 문체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어
요. 소설만의 맛이 있었거든요. 그 문체를 살리려면 동화적인 느낌이 조화롭겠다고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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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체 대사에 의해 마치 연극을 보고 있는 것과도 같은 낯설 감정이 일기도 하며, 마을 사
람으로 분한 여러 조연급의 배우들이 문어체 대사를 주고받을 때는 한 편의 소동극을 보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소동극 분위기는 하소용의 병을 낫게 하려 일락이를 일종의 제
물로 놓고 벌인 굿 신(scene)에서 절정에 달하고, 굿 신 이후로 일락이를 향한 허삼관의 태
도가 돌변하고 영화의 분위기 또한 급격히 전환된다. 친부 하소용을 위해 벌인 굿판에서 일
락이는 허삼관에게 ‘자신에게 진정한 아버지는 당신뿐이다’는 식의 인정투쟁을 벌이고 결국
허삼관은 일락이의 호소를 받아들인다. 일락이가 병들어 죽어가는 친부를 절대적으로 거부
했기 때문에 이제 자신에게 완전히 귀속된 아들임을 확인하였고, 허삼관은 자신의 가족 권
역 안으로의 일락이의 진입을 재허가했다. 이후 영화 후반부에서는 일락이를 향한 허삼관의
애절한 부성애가 발휘된다. 즉 허삼관의 부성애는 매혈기로 펼쳐지는데 그러한 허삼관의 매
혈에 대중은 쉽사리 공감할 수 없다.
사실 원작 소설과 각색 영화 양자 모두에서 허삼관이 매혈을 하는 목적은 비교적 명확히
드러난다. 허옥란과의 결혼을 위해, 건강한 남자만이 피를 팔 수 있다는 마을의 통념 때문
에, 일락이가 이웃집 아이의 머리를 다치게 해 돈을 물어줘야 할 상황에 이르러, 일락이가
큰 병에 걸렸을 때 등 삶의 고비마다 허삼관은 매혈을 했다. 그러나 위화의 원작에서 우리
는, 인민공사 시절과 문화대혁명 시기 옥수수죽만으로 연명하는 가족들에게 밥을 먹이기 위
해 피를 파는 허삼관의 모습을 통해 국가에서 배급을 해줘도 굶주려 신체의 일부를 훼손시
켜 생존을 유지하는 아이러니하고 야만적인 시대의 공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원작에서
가족에게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도구로써만 허삼관의 매혈이 요구되었던 것은 아니다.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자신과 같은 사람도 폭압의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게 해주고
그 과정에서 존재 가치 또한 확인시켜주는, 허삼관에게 매혈은 삶의 전반을 관장하는 기제
였다. 노인이 된 허삼관은, 어느 날 피를 팔고 난 후 먹었던 볶은 돼지간과 황주가 생각난다.
그는 그것을 먹기 위해 다시 피를 팔려한다. 가족을 위한 돈이 더 이상 필요치 않을 때 이제
야 비로소 자신만을 위한 매혈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노쇠해진 탓에 허삼관은 매
혈에 실패하고 더 이상 매혈이 불가능한 자신의 모습에 절망한다. 매혈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허삼관에게 산다는 것에
대한 의미는 학식이나 도덕 따위가 아닌 가족에게 만두를 사줄 수 있고, 볶은 돼지간을 먹고
황주를 마실 수 있게 해주는 매혈의 행위로만 확인된다.8) 따라서 피를 팔기 전 물과 소금
권혁기, ‘ ‘허삼관’ 하정우 “감독과 주연 겸하게 된 얘기 좀 들어보실래요?” ’ 아주경제 2015/1/14
감독 하정우 인터뷰 기사.
8) 백원담, <화(和)의 두 양상- 최인석과 余華>, 《중국현대문학》 제19호, 2000.12, p. 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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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취하기와 피를 판 후 볶은 돼지간 먹기와 황주 두 잔 마시기와 같은 행위는 생존을 위해
역설적으로 자기를 (신체)파괴한 이에게 제공되는 존재확인의식이기도 하다. 이처럼 원작
에서의 허삼관의 매혈은 자기의 생존과 타자와의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삶의 과정에서 인
간답게 존재할 수 있음과 그렇지 못함을 묘사하는 중층적 문학적 기제로 소용된다.
그런데 영화 <허삼관>에서의 매혈은 어떠한 시대적 환경 하에서 가능했던 것인지에 대한
설명 또는 은유도 없이, 아버지의 부성애를 표현하기 위해 제시된 영화적 장치이다. 영화는
허삼관이 살아간 당대의 시공간에 대한 언급을 삭제시켜버리고 매혈이라는 생존 기제가 등
장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현실에 대해 말하기를 거부했다. 위화의 원작에서는 중국의 현
대사의 흐름을 하부 서사로 삼고 있기 때문에 허삼관이라는 개인이 정치적, 사회적 환란 속
에서 국가에 의한 폭력을 어떻게 견뎌내었는가, 왜 매혈이라는 생존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
한 당위성을 성
립시키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한국적 정서에
맞춰 원작의 시
공간을 전환시
킨 부분 마저
모호하게 처리
하였다.
마을 쇼트들
에서 마을의 분
위기와 시대적
맥락을 단적으
로 드러내줄 수
있는 색채는 유사한 톤으로 처리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허삼관과 마을 사내들이 노동하는
공사장은 잿빛을 띠고 있는데 그 옆의 트럭은 선명한 푸른빛이다. 아이들의 뛰어 노는 곳은
녹색 풀밭으로 하소용의 집 앞 골목은 흐드러지게 핀 꽃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마을 전반을
훑는 부감 쇼트의 주조색은 회색이다. 이렇게 <허삼관>은 영화적 주조색을 한 톤으로 하지
않고 혼합톤으로 모호하게 처리한다. 허삼관의 마을 쇼트는 영화의 배경이자 이와 관련된
영화 밖 역사적, 시대적 정서와 분위기를 가늠하게 해주는 장면이기 때문에 여기서 영화가
[영화 <허삼관>의 혼합된 주조색]
중국 문학의 자국화에 대한 일고찰 / 237
(원작의)역사적 배경에 향한 의식을 어떻게 변환시키려 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대신 <허삼
관>은 영화 전반에 익살스러운 분위기를 흐르게 했다. 이에 허삼관과 마을 사내들의 매혈을
하러 가는 여정은 유머러스하게 제시될 뿐이며 매혈을 한 후 행해지는 볶은 돼지간 먹기와
황주 마시기 의식 또한 그 유명한 (영화에서는 한국적 상황에 맞춰 순대 먹기와 막걸리 마시
기로 전환되었다)허삼관/하정우의 ‘먹방 시퀀스’로밖에 기억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영화에서는 아버지의 부성애에 관련된 이야기가 중심 서사로 자리 잡게 된다.
원작의 인간 허삼관의 매혈 여정이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마저 자아냈다면 영화는 부성애를
앞세운 아버지 허삼관 매혈기가 부각된다. 때문에 영화 전반부에서나마 다소 입체적 인물로
보였던 허삼관은 후반부로 갈수록 (‘아들 인정 의식’을 겪은 후 피가 달라도 아들이기는 한
일락이를 위한)
맹목적 부성애
만 품은 단편적
인물로 묘사된
다. 앞서 언급했
듯이 굿 신 이후
로 일락이를 향
한 허삼관의 심
경은 급격히 변
화되는데 이는
일락이가 혈연
적 친부인 하소
용을 거부하고
자신을 절대적 아버지로 호명해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락이의 투쟁에 보답하듯 허삼관
은 팔에 상처를 내며, 일락이를 자신의 아들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처럼 상처를 입게
238 / 中國小說論叢 (第 45 輯)
될 것이라는 엄포까지 놓고 대내적, 대외적 아들 인정 의식을 마친다. 원작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다소 과장되고 억지스런 이 의식에 의해 일락이는 허씨 가문의 계보 안으로 완벽하게
진입한다. 동시에 영화적으로 고조된 갈등을 해결하고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의 서사로 넘어
갈 수 있는 단서를 얻는다. 이후 그렇게 아버지가 된 허삼관은 영화 전반부에서 보이지 않던
비장함까지 드러내며 매혈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피를 파느라 산송장이 되어가
는 마치 십자가를 짊어진 것9) 같은 허삼관의 모습은 안쓰러움만 자아낼 뿐 대중들로 하여금
공감대를 조성하지는 못한다. 원작의 허삼관이 궁핍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비겁함과 능청
스러움 마저 지니게 된 힘없는 소시민이었다면 영화 속의 그는 다혈질이자 감정 기복도 심
한, 그렇지만 영웅의 형상에 가깝게 그려진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적 정서에 부합해야 한다는 미명 하에 영화 <허삼관>은 원
작에서 묘사된 중국의 시대적 공기를 걷어내었으나 영화가 그렇게 제거한 부분은 온화하게
그려졌지만 여전히 아픈 역사적 현실이다. 영화 탄생 이후로 많은 영화들에서 가족은 시대
의 고민을 덮고 보편적 윤리로 봉합하는 장치였다. 그러나 어느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가
족이 언제나 세계의 중심적 가치일 수는 없다. 모든 가족의 삶이 같은 모양을 가질 수는 없
으며 아버지의 모습 또한 그러하다. 더불어 시대의 자장을 벗어나 존재할 수 있는 가족은
없기에 가족 이야기는 현실 안에서 진행되어야만 진실에 가까워진다. 이에 역사적 현실에
대한 논의가 빠진 가족 서사는 허구이자 판타지일 뿐이다.
3. 현재와 소통 불가능한 아버지의 과거
영화 <허삼관>은 역사적 시공간과 시대적 공기에 대한 모호한 자세를 취한 덕에 현재 한
국 문화계의 ‘아버지 열풍’과 ‘복고 소환’이라는 유행 대세에 편승하게 되었다. 2012년 천만
관객을 넘긴 <7번방의 선물, Miracle in Cell No.7>(2012)과 2014년 연말 극장가를 휩쓴
영화 <국제시장, Ode to My Father>(2014)을 비롯해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빠 어디가>,
<아빠를 부탁해>와 같은 오락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아버지는 중심 문화 코드로 자리 잡았
다. 그간 한국의 문화계에서 어머니의 삶을 조망하는 것은 다수였던 반면 아버지의 삶과 부
9) 영화 후반부에서 차 안의 흔들리는 십자가, 교회 앞에서 쓰러진 허삼관 등 종교적 색채를 띠는
장면들이 있는데, 이는 가족은 아버지가 마땅히 짊어져야 할 십자가와도 같은 존재임을 상징하
는 시퀀스로 보이기도 한다.
중국 문학의 자국화에 대한 일고찰 / 239
성애에 대해 말하는 작품은 비교적 많지 않았다. 그것은 유교사상에 근거한 가부장적 정서
가 지배한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가족을 위해 절대 헌신하는 어머니라는 존재와는 달리 아
버지는 절대 무너지지 않을 가부장제 속에서 권력을 휘두르던 가족 구성원들과 가까워지기
힘든 오히려 위협적이고 불편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 위기가 닥치고 맞벌이 부
부가 증가하는 등 경제 환경의 변화에 의해 가정을 위해 돈을 벌어오는 유일한 주체였던
아버지의 권력은 상실되었고, 가족 구성원들의 평등한 지위 확보 요구에 의해 아버지의 절
대적인 권위라는 말은 이미 유명무실한 것이 되었다. 이렇듯 가정 단위로부터 시작된 중심
권력의 해체는 앞으로 나아가려는 것을 막는 사회 전반의 기존 체제에 대한 회의와 부정으
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중문화에서 현재 재현되고 있는 아버지 코드는 ‘상실된
권위와 차단된 (세대 간의)감성교류를 회복하려는 문화적 흐름으로’ 보인다.10) 또한 경기
침체와 가족 해체, 이렇다 할 사회적 정신마저 부재한 한국의 사회 문화적 현실은 대중들로
하여금 과거를 추억하도록 하고 권위 있는 존재의 출현을 기다리게 한다. 따라서 아버지 코
드는 복고 열풍과 맞물려 ‘과거의 아버지’ 이야기에 호응하도록 하는 모종의 효과를 낳고 있
다.
영화 <써니, Sunny>(2011), <건축학개론, Architecture 101>(2012)을 필두로 하여 TV
시리즈 <응답하라 1997>(2012), <응답하라 1994>(2013), 90년대 가요를 추억하는 오락 프
로그램과 영화 <국제시장>(2015), <쎄시봉 C’est Si Bon>(2015)에 이르기까지 복고 코드
또한 현재 한국 문화계의 뜨거운 화두이다. 특정 시기의 과거를 추억하는 문화 텍스트들은
현 세대들에게는 현실에서 채워지지 않는 욕망과 현재에 대한 불만족스러움으로부터 잠시
나마 탈피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후속 세대에게는 간접적으로 과거를 학습, 경험할 수
있게 하는11) 문화적 감수성을 공유하도록 한다. 다시 말해 동시기를 살아가는 여러 세대들
에게 과거를 향한 기억을 매개로 하여 일정한 공감대를 조성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영화 <허삼관>은 한국 전쟁 직후의 폐허, 국가 주도 하 재건사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
는 가난하고 굶주렸던 1950년대 충남 공주의 한 마을을 영화의 배경으로 삼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역사적 시공간에 대해 영화는 어떠한 입장과 견해도 견지하지 않
는다. “가장 사회적 이슈가 없었던 시대”를12) 택해 “허삼관이라는 캐릭터(와), 가족, 이 드라
10) 조흡, < <7번방의 선물>: 가부장적 부성애 다시 쓰기>, 《영화이야기》 제61권 제6호, 2013.6, p.
132.
11) 졸고, <봉합된 청춘 서사와 세대- 영화 <우리가 잃어버릴 청춘(致我们终将逝去的青春)> 읽기>,
《중국소설논총》 제44집, 2014.12, p. 341.
12) “가장 사회적 이슈가 없었던 시대”라는 1950년대에 관한 감독의 언급으로부터 영화 <허삼관>이
240 / 中國小說論叢 (第 45 輯)
마에 더 집중”13)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 상황에 대한 이해와 판단, 조망이 삭제된
채 재현된 과거는 영화 밖에서도 박제된 역사로만 남겨질 뿐이다. 이에 박제된 시대 안에
나열된 인물의 행위와 감성, 인생 여정은 그 시기를 이미 과거의 시간으로 경험했던 다시
말해 영화 안의 시공간을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세대들에게만 특별하게 수용될 뿐이다.
<허삼관>과 <국제시장>은 동시
기에 개봉된 유사 메커니즘에 의
한 영화로 볼 수 있는데 영화가
어떠한 맥락으로 아버지의 과거
를 재현해내는가를 살펴보며 두
영화들이 내포하고자 한 유사 담
론을 유추할 수 있다. <허삼관>과
<국제시장>은 한국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내며 한 평생 가족
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배
제시켜버린 일방적 희생 주체의 삶을 그린 영화다. 그렇지만 <허삼관>과 <국제시장> 모두
그러한 아버지가 거쳐 온 세월에 대한 어떠한 가치평가도 담지 않는다. 아버지들이 왜 매혈
이라는 생존 방식을 선택해야만 했을까, 어떻게 파독 광부가 되고,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고,
기술자가 되어 외국으로 파견되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는다. 아니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시대적 공기가 어떻게 성찰되었는가에 대한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영화 안의 아버지
들조차 자신들이 어떻게 그러한 인생을 살아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전혀 질문하지 않는다.
따라서 두 영화에는 가치 판단 없는 판타지적 전경에 스펙터클이 난무하는 시공간이 있을
뿐이며 가족을 먹여 살리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평면적 인간만 존재한다. <허삼관>의
한국적 가옥과 미군의 잔재들, 다소 이질적인 문어체 말투가 모호하게 뒤섞인 시대를 가늠
품고 있는 역사의식에 관한 유추가 가능하다. (배경을 1950~60년대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묻
자 “가장 사회적 이슈가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때는 나라 재건에 집중돼 있었어요. 제가
조사한 바로는 미스코리아 대회가 신설되고 삼양라면이 출시되는 등 일상생활 관련 이슈가 많았
어요. 원작의 문화대혁명을 빼버리고 가족의 갈등이라는 드라마로 만들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했죠.” 아주경제 2015/1/14 감독 하정우 인터뷰 기사.
13) 박록삼, ‘우디 앨런 같은 감독 되고파’ 연합뉴스 2015년 1월 12일 기사.
이와 관련하여 감독은 “단순한 복고적 정서 되살리기를 피하기 위해 인물의 관계와 갈등에 더욱
집중하고, 미술과 음악 등 감각의 차이를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하정우 “대중과 함께 웃을 수
있는 영화란 무엇인지 감독 입장에서 알고 싶었죠.” ’ 서울신문 2015년 1월 14일 21면 기사.
중국 문학의 자국화에 대한 일고찰 / 241
할 수 없는 시공간은 역사 속의 사람이 살았던 주거지가 아닌 매끄럽게 다듬어진 민속촌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마을에서 펼쳐지는 허삼관과 마을 남성들의 매혈 시퀀스는 신체를 유
린하는 선혈이 낭자한 (원작의)음울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고난을 자처한 이들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롤러코스터를14) 타는 듯 흥미롭게 전개되어 극의 흐름 상 이질적으로 느
껴지는 장면이다. <국제시장>의 아버지가 거쳐 온 세월 또한 중공군의 흥남 폭격, 탄광의
무너짐, 폭탄 테러를 당한 베트남 USO와 같은 스텍터클로 전시되는 데 그친다. 이처럼 역
사적 사건이 지니는 의의와 과거가 현재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 대한 고려 없이 묘사된
인물은 과거 속 인물로만 박제되고, 그러한 인물이 살아간 시대에 대해서도 현재의 대중들
은 이해할 수 없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과거 시간에 대한 견해를 드
러내지 않는 텍스트들은 수용자들의 관점에 맞춰 작품의 본질적 의도와 맞지 않게 해석될
가능성도 농후하다는 것이다.15)
영화라는 매체는 현재를 기록하며 지금의 대중심리와 사회의 프레임을 담는다. 영화 <허
삼관>은 아버지가 중심이 된 가족 질서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은 사회적 분위기와
불안한 현재에서 벗어나고픈 복고 열풍 대세에 적응하는 방식으로 자국화 된 텍스트다.16)
더하여 대중의 관심 유무에 의해 생사를 달리하는 상업영화가 유행 코드에 반응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이에 역사적 현실에 억눌린 비극적 인생을 골계와 해학으로 버텨낸 ‘인간 허삼관’
의 이야기는 절절한 부성애가 장착된 ‘아버지의 과거’ 이야기로 재서사화 되었다. 그러나 허
삼관이 세월의 무게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단서들은 제공하지 않은 채 그의 아들을
살리기 위한 부정은 더없이 숭고한 것이고 ‘어디까지나 우리는 한 가족이니까’를 강조하는
<허삼관>의 메시지는 공허하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원작의 유머러스한 상황극과 허삼관의
14) 주목해볼만한 것은 하정우 감독의 전작 <롤러코스터>와 <허삼관> 모두 한 편의 소동극과 같은
유사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롤러코스터>에서 많은 조연배우들이 등장했던 것처럼,
<허삼관>에서도 극의 흐름상 그다지 필요하지 않을 만한 인물들이 대거 출현하여 다소 과장된
익살스럽고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15) 예를 들어 <국제시장>에서 국가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을 요구하는 시대에 대한 은유가 되었던
국기 하강식 시퀀스는 어떤 이들의 입장에선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국기에 대한 경례는 하는 장
면’으로 치환되어 애국심 고취의 본보기로 읽히기도 한다.
16) 이미 대중은 부성애를 내재한 아버지 이야기에 호응한 바 있고 이를 인지한 문화 텍스트들은
아버지, 부성애 코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6세 지능의 아버지가 감옥 안의 유사 아버지들과
함께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딸을 지켜내는 이야기(<7번방의 선물>), 가족을 위해 압축적 자본
주의의 폭력을 맨몸으로 받아낸 불굴의 아버지 이야기(<국제시장>), 지금 당장은 부족해도 훈련
하면 부성애가 생긴다는 오락 프로그램의 기조(<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빠 어디가>)에 천만이
상의 관객과 많은 시청자들이 호응했다.
242 / 中國小說論叢 (第 45 輯)
느긋한 말투는 옮겨왔지만 원작의 주제의식과 페이소스는 담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각
색 텍스트가 원작을 반드시 의식할 필요는 없지만 텍스트가 어떠한 사회적 환경에도 얽매이
지 않고 시대와 역사, 인간에 대해 자유롭게 응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현재와 소통 가능한
문화적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허삼관>에 의해 한국인에게는 보편적으로
낯선 ‘매혈’이라는 단어가 역사적 사실로 소환되었다. 그러나 (영화에서)허삼관의 매혈이 아
버지 노릇을 하기 위한 것만이 아닌 그의 인생 전반을 이해 가능케 하는 장치로 소용될 때
‘허삼관만의 매혈 로드 무비’가 탄생될 수 있고, 현재와 소통 가능한 역사 속 아버지 형상이
주조될 수 있을 것이다.
4. 나오며
혹시 영화가 “이것은 평등에 관한 이야기”라는 위화의 말을 의식해서였을까. 영화는 아주
극적인 ‘평등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영화 후반부에서 허삼관이 뇌염에 걸린 일락이를 살리
기 위해 온갖 역경을 헤치고 피를 팔아 서울에 있는 병원까지 도달했지만 그러한 그를 기다
리고 있는 것은 아내의 장기 매매에 의한 돈으로 이미 치료를 받은 일락이다.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채 허삼관과 결혼한 허옥란은 그동안 그녀만의 자식임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키워준 남편에게 빚을 갚기라도 하는 듯 매혈과는 견줄 수도 없는 수준의 장기 매매라는
방식으로 신체를 훼손한다. 허삼관의 매혈 희생, 허옥란의 장기 매매 희생이 어우러져 가족
은 비로소 평화를 되찾고 다함께 외식을 하는 훈훈한 장면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노쇠해
서 더 이상 매혈을 할 수 없음에 절망하는 허삼관과 그러한 남편을 이해하는 아내의 모습으
로 끝을 맺는 원작의 마무리에 비하면 영화의 엔딩은 매우 (자)극적이며 봉합의 묘미 또한
제대로 살리고 있다. 한국 대중들의 중국을 향한 불편한 인식에 종종 등장하는 ‘장기 매매’는
매우 자극적인 소재다. 자극적인 것은 가치 판단을 불문하고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효과적
이다. 이를 의식했던지 아니었던지 간에, 어떠한 방식이던지 간에 영화 또한 ‘평등’에 관해
말하긴 한 것이다.
중국 문학의 자국화에 대한 일고찰 / 243
이 글에서는 중국 소설 《허삼관 매혈기》가 국내 영화 <허삼관>으로 영화화되는 양상을 탐
색하며 외국 문학이 어떠한 전략에 의해 자국화되며, 도착어권의 사회 문화와 관련하여 어
떠한 문화적 자장을 조성하는지에 대해 논하였다. 이로 인해 외국 문학이 자국의 영상 매체
로 전환되는 방식의 한 단면을 살펴볼 수 있었다. 영화 <허삼관>은 원작 《허삼관 매혈기》에
서 ‘매혈기’를 도려내고 한국적 정서와 시대적 유행 대세에 편승하는 각색 방식을 택했는데
이는 이전 시기의 감수성을 불러일으키려는 한국 문화계의 요구에 부합하고 결과적으로는
상업영화로써의 미덕을 갖출 수 있는 전략을 취한 것과 다름없다.
영화는 중국의 현대의 주요한 역사적 사건들을 단기간의 한국적 시공간으로 압축했고,
질곡의 인생을 독특한 기제로 버텨낸 인간 허삼관의 이야기를 삭제시킨 부분에 맹목적으로
헌신하는 아버지 이야기를 이식하였다. 다시 말해, 중국적 특수성에 대한 낯설음을 걷어내
기 위한 것이라는 명목 하 어떠한 가치판단도 개입되지 않은 판타지적 시공간과 가족을 위
해 철인이 된 아버지의 형상을 재현한 것은 기성 체제의 존속을 위한 복고 열풍과 아버지
코드가 유행하고 있는 문화적 환경을 의식하며 대중의 감성적 측면에 소구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와의 소통 맥락을 찾지 못한 <허삼관>의 세월과 애절한 부성애는 과거 세대와
그들이 살아간 폭압적 시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세대들에게는 환영 받지 못하는 진부한
감성으로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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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his study was to explore the aspects of the conversion of a foreign literary work
into a localized cultural text, targeting Chronicle of a Blood Merchant by Yu Hua
(余華), a Chinese writer of the time and Xu Sanguan, a Korean film adapted on
this novel. Films are produced sensitively responding to the tastes of the public
and the atmosphere of the times, since they are the texts that carry the value
systems of the society and the cultural symbols. In addition, films adapted on
foreign literary works are given their unique adoption strategies to adapt them to
the locally cultural territories, and these strategies are decided on by taking into
account the social discourses of the time, the cultural codes and the elements of
중국 문학의 자국화에 대한 일고찰 / 245
the industrial circumstances around such films.
Thus, the film Xu Sanguan used the stories of a father devoting his life for his
family as the central structure of the narration, leaning against the wall of a
cultural atmosphere that summons the sensitivity towards the past. Also, aware of
the emotions of the public, a specific historic time in China which constitutes the
background of the original novel was compressed into a certain space and time in
Korea which lacks political and social issues. This has brought about the difference
in the discourses surrounding the thematic consciousness and the text of the
original novel, Chronicle of a Blood Merchant and the film, Xu Sanguan. The
former tells the stories of a man who, with the mechanism of selling the blood, not
only endures the weight of life given to him in the stream of China’s modern
history, but confirm‎s his existence values, while the latter puts its emphasis on the
sacrifice of the father, Xu Sanguan who devotes his life for the good of his family,
without passing any value judgment on the past era and history. Like the above,
a consideration could be made about what the localized text were aimed at and the
discourse that it was intended to hold through the process of the cultural
conversion of the foreign literary work, because difference arose between the two
worlds described by the original novel and the film adapted on it.
Keywords: The Novel, Chronicle of a Blood Merchant, the Film, Xu Sanguan, a Foreign
Literary Work, Localization, the Public, Cultural Conversion
투고(접수)일 2015년 3월 10일 심 사 일 2015년 3월 23일
수 정 일 2015년 4월 3일 게재확정일 2015년 4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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