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섹션은 2014년 6월 29일 연재 종료되었습니다.
위험과 마주하는 스턴트의 세계
액션영화에서 기본이자 필수는 말할 것도 없이 액션입니다. 액션영화에는 당연히 액션이 있어야 합니다만, 비단 장르에 구애를 받지 않고 이 액션만을 위해서 노력하고 희생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스턴트 연기자들입니다. 스턴트맨과 스턴트우먼들은 영화의 주연배우가 다칠지도 모를 위험천만한 장면을 찍기 위해서 심할 때는 죽음을 무릅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간혹 스턴트맨과 스턴트우먼이 소화해야 할 액션마저 직접 해내는 배우들도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그처럼 담대한 면을 가지고 배우들과 스턴트 연기자들이 찍었던 장면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글ㅣ 발없는 새 구성ㅣ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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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터 키튼 - [스팀보트 빌 주니어](Steamboat Bill, Jr.)
버스터 키튼은 찰리 채플린과 더불어 무성영화시대를 대표하는 배우 겸 감독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찰리 채플린보다는 거의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라 낯선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잠깐, 스턴트 액션에 웬 무성영화시대의 배우를?"이라는 의문도 가지는 분이 계시겠죠? 물론 버스터 키튼은 찰리 채플린처럼 슬랩스틱 코미디로 유명합니다만 스턴트에서도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평판이 자자합니다. 그는 늘 영화라는 신종예술에 대해서 고민하고 다양한 실험정신을 보여줬습니다. 코미디영화라고 해도 액션이 필요한 장면은 종종 있기 마련이라서 버스터 키튼은 자신의 영화에서 과감한 시도를 수 차례 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인정을 받는 것 중 하나가 [스팀보트 빌 주니어]에서 보여준 스턴트입니다. 이 영화의 버스터 키튼은 자기 위로 쓰러지는 집에 깔릴 것만 같은 장면에서 창문이 난 자리에 정확히 위치하여 화를 모면하는 연기를 선사했습니다. 그 자신도 "두 번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예나 지금이나 정말 아찔한 연기입니다.
* 해롤드 로이드 - [안전불감증](Safety Last!)
버스터 키튼이 나온 김에 해롤드 로이드도 소개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해롤드 로이드는 더 인지도가 낮은 인물이지만 당대에는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습니다. 셋 중에서는 역시 유성영화시대에서도 살아남았던 찰리 채플린이 현재도 독보적이고, 버스터 키튼과 해롤드 로이드는 국내에서 미약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게 아쉽습니다. 해롤드 로이드는 굉장히 다작하면서 수백 편의 영화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시에 스턴트에 욕심이 많아서 버스터 키튼처럼 관객에게 스릴을 안겨주는 걸 즐기는 배우였습니다. [Haunted Spooks]라는 영화를 찍을 때는 소품용 폭탄이 갑자기 터져서 손가락이 날아가는 사고마저 겪었습니다. 그의 영화 중 스턴트로 지금까지 기억되는 것은 단연 [안전불감증]입니다. 작년 제천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던 [안전불감증]을 보면 해롤드 로이드가 고층빌딩의 시계초침에 매달린 채로 있는 장면이 있습니다. 당연하고도 놀랍지만, 특수효과 없이 진짜 매달려서 촬영한 것입니다.
* 성룡 - [폴리스 스토리](Police Story)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스턴트 액션에서의 성룡은 단순히 배우로서 가지는 위상을 넘어서 스턴트맨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습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그의 영화를 보면 항상 엔딩 크레딧과 함께 촬영과정에서 생긴 크고 작은 사고를 보여주는 것은 그래서 더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았습니다. CG가 어지간한 인간의 영역을 대신하고 있는 지금은 성룡처럼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이 더 가치를 부여받고 있습니다. 사실 앞에서 버스터 키튼과 해롤드 로이드를 소개한 건 성룡 때문이기도 합니다. 무성영화시대의 두 거장은 성룡에게 많은 영감을 줬습니다. 아시다시피 성룡의 액션에 코미디 요소가 짙은 것도 그런 영향 중 하나일 겁니다. 성룡의 모든 영화에는 스턴트 액션이 빠지지 않지만 역시 압권은 [폴리스 스토리]에서 펼친 쇼핑몰 격투입니다. 이 장면에서 그는 5~6층 높이에서 뛰어 봉을 잡고 내려오는 연기를 선보였는데, 국내 모 프로그램에 나와서 말하길 상당히 위험했으며 부상도 입었다고 했습니다.
* 양자경 - [폴리스 스토리 3](Police Story 3)
동양의 남성 스턴트 액션에 성룡이 있다면 여성으로는 단연 양자경을 꼽을 수 있습니다. 서양에서도 홍콩영화의 붐이 일어났을 때부터 양자경은 여전사 이미지를 각인시켰습니다. 그걸 발판으로 근래에는 할리우드에도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스 마담 - 황가사저]를 필두로 전성 시절에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었습니다. 양자경은 말레이시아 미인대회 출신에다가 어릴 적부터 무용과 발레를 해서 액션 연기에 최적화된 배우였습니다. 심지어 무술이라곤 전혀 배워본 적이 없었는데도 어렵지 않게 익히고 소화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와호장룡]에서 보여준 연기는 바로 그런 재능과 소질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었습니다. 양자경이 액션 연기에 얼마나 열정적인지를 알 수 있는 예는 [폴리스 스토리 3 - 초급경찰]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양자경은 달리는 기차를 오토바이를 타고 쫓아가다가 점프하여 안착하는 장면을 무사히 해냈습니다. 이전까지 한 번도 오토바이를 타본 적이 없었으나 자신이 직접 찍기 위해 2주간 연습한 결과였습니다.
* 조 캐넛 - [벤허](Benhur)
[벤허]는 종교적인 면에 인해 비판의 여지를 남기긴 했으나 그마저 뛰어넘을 수 있는 영화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입니다. 특히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전차경주는 지금까지도 칭찬이 자자할 만큼 파격적이었습니다.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에서 '포드 레이스'는 누가 봐도 [벤허]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윌리엄 와일러 감독은 당시 이 장면을 찍기 위해 3개월 동안 세트를 만들고 수천 명의 엑스트라와 말을 동원하면서 엄청난 공을 들였습니다. 주연배우였던 찰톤 헤스톤과 스티븐 보이드는 더 리얼한 장면을 위해서 전차를 모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 결과로 [벤허]의 전차경주는 액션과 스턴트를 논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영화로 등극했습니다. 조 캐넛은 찰톤 헤스톤의 대역으로 출연했던 스턴트맨입니다. 마초로 이름이 자자했던 찰톤 헤스톤이 연기를 직접 하긴 했으나 위험한 장면은 조 캐넛이 대신했습니다. 경주 도중에 부서진 전차와 충돌해 앞으로 튕겨 나갈 때의 [벤허]도 바로 조 캐넛의 스턴트입니다.
* 테리 레오너드 - [레이더스](Raiders Of The Lost Ark)
[레이더스]는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의 합작품으로 널리 흥행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1편입니다. 지금은 어드벤처 장르의 대명사로 불리면서 여러 영화에 두루 영향을 끼쳤습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는 모험영화답게 각종 난관을 헤치는 장면이 많습니다. 개중에는 갖가지 기발하고 해괴한 함정도 등장해서 관객들로부터 더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주인공인 인디아나 존스를 연기했던 해리슨 포드는 자신의 스턴트를 가능한 한 직접 소화하는 배우입니다. 가장 최근작인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에서도 90%가량을 대역 없이 해냈습니다. 우리 나이로 무려 환갑을 훌쩍 넘었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벤허]의 찰톤 헤스톤이 그랬던 것처럼 [레이더스]에서도 해리슨 포드에게 맡기기는 위험천만한 장면이 있었습니다. 인디아나 존스가 말을 타고 쫓아가서 트럭에 탔다가 다시 떨어지는 장면인데, 여기서 스턴트맨인 테리 레오너드가 밑으로 기어들어가서 트럭 뒤로 나와 다시 올라타는 살벌한 스턴트를 연기했습니다.
* 빅 암스트롱 -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Indiana Jones And The Last Crusade)
[인디아나 존스]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스턴트가 있습니다. 시리즈 3편인 [인디아나 존스 - 최후의 성전]은 성배를 찾아서 또 한 번 험난한 여정을 떠난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이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두고두고 회자가 되고 있는 스턴트는 인디아나 존스가 말을 타고 달리며 나치의 탱크를 쫓다가 그 위로 점프하는 장면입니다. 말과 탱크가 각기 달리는 속도를 조율해서 정확한 타이밍에 뛰어야만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땅바닥에 곤두박질쳐서 중상을 입을 수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무사하게 이것을 성공시킨 사람은 최고의 스턴트맨으로 몇 년 전에 자서전을 출판하기도 했던 빅 암스트롱입니다. 그는 [인디아나 존스]만이 아니라 [007] 시리즈, [슈퍼맨] 삼부작, [블레이드 러너] 등의 숱한 영화에서 스턴트를 연기했던 베테랑입니다. 근래에는 [로빈 후드], [솔트], [토르: 천둥의 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그린 호넷], [잭 라이언 : 코드네임 쉐도우] 등의 영화에서 스턴트 코디네이터로 참여하면서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할 니드햄 - [화이트 라이팅](White Lightning)
작년에 세상을 뜬 할 니드햄은 빅 암스트롱보다 먼저 스턴트 세계에 입문하여 전설로 남은 인물입니다. 그는 1950년대부터 스턴트맨으로 뛰어들어 할리우드만이 아니라 TV 쇼에서도 놀라운 스턴트 연기를 수없이 남겼습니다. 할 니드햄은 버트 레이놀즈의 대역으로 여러 작품에서 스턴트를 하면서 그와 각별한 사이가 됐습니다. [화이트 라이팅]도 두 사람이 함께 출연하여 탄생한 영화 중 하나로, 강변을 떠나고 있는 바지선을 향해 차를 몰고 약 10m 가량을 날아서 가까스로 내려앉았습니다. 이때 완전히 안착한 게 아니라 중간 정도 걸치는 바람에 더 짜릿한 장면이 됐습니다. 이 솜씨를 살려 할 니드햄은 [캐논볼]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2012년에는 아카데미 협회에서 수여하는 명예상을 받으면서 척추를 포함해 56개의 뼈가 부러졌었고, 폐에 구멍도 났던 데다가 어깨탈구와 치아에도 잦은 부상을 당했던 과거를 털어놓았습니다.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트위터를 통해 할 니드햄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 그와 함께 작업했던 것에 감사한다고 밝혔습니다.
* 릭 실베스터 - [007 제10탄 -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
자그마치 50년 이상 장수하고 있는 [007] 시리즈에 주목할 만한 스턴트 액션이 없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어떤 걸 제일 먼저 떠올려야 하는지 고민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굳이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역시 스턴트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장면이 있는 [007 제10탄 - 나를 사랑한 스파이]입니다. [007] 시리즈 중 10편에 해당하는 이 영화는 오프닝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시작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제임스 본드가 여자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스키를 타면서 설산을 내려가는 장면입니다. 이때 그를 뒤쫓는 악당들과 곡예를 벌이는 것만 해도 스키를 타고 따라가면서 촬영한 화면 덕분에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백미는 역시 깎아지른 절벽에서 제임스 본드가 몸을 던진 후에 영국의 국기가 그려진 낙하산이 펼쳐지는 대목입니다. 캐나다에서 촬영한 이 장면에서 로저 무어를 대신해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사람은 스턴트맨인 릭 실베스터입니다. 공중에서 벗은 스키 하나와 낙하산이 펼쳐질 즈음에 부딪혀 비극이 발생할 뻔도 했습니다.
* 웨인 마이클스 - [007 제17탄 - 골든 아이](GoldenEye)
[007] 얘기가 나왔으니 하나 더 보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007 제17탄 - 골든 아이]는 티모시 달튼에 이어 피어스 브로스넌이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최초의 영화입니다. 아무래도 관객에게 첫 인사를 하는 입장이니 그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고 싶었을까요? 마틴 캠벨 감독은 [007 제10탄 - 나를 사랑한 스파이]처럼 도입부부터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제임스 본드는 소련의 무기제조시설에 잠입하라는 임무를 받았습니다. 당연하게도 삼엄한 경비로 인해 함부로 침투하기는 힘든 상황에서 색다른 돌파구를 찾습니다. 바로 번지점프를 하는 것입니다. 이 장면을 위해서 제작진은 스위스의 수력발전용 댐에 가서 촬영했습니다. 높이는 약 230m로 당시에는 세계 최고의 높이에서 시도하는 번지점프였습니다. 뛰어내리는 것도 뛰어내리는 거지만 아시다시피 번지점프를 하면 나중에 반동으로 공중에서 휘청거리기 마련입니다. 하마터면 댐의 벽에 부딪혀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를 피하고자 특수장비를 사용하여 스턴트맨인 웨인 마이클스가 단 한 번에 성공했습니다.
* 피터 켄트 - [터미네이터 2](Terminator 2: Judgement Day)
전편보다 나은 속편도 있다는 걸 만천하에 알린 [터미네이터 2]는 아직 최고의 SF 액션영화 중 하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상영시간 내내 도망가는 코너 모자와 그들을 보호하려는 T800, 그리고 오로지 셋을 쫓아서 처단하려는 T1000은 관객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의 긴장을 선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스턴트 중에서도 크게 인정을 받고 있는 건 트럭과 바이크의 추격전에서 나왔습니다. 여기서도 존 코너는 모터사이클을 타고 도망가며 T1000은 옵티머스 프라임처럼 생긴 대형트럭을 몰고 그를 쫓아갑니다. 트럭이 다리의 난간을 부수고 폭우용 배수로로 떨어지는 장면의 스턴트도 대단했지만, 하이라이트는 역시 T800의 몫이었습니다. 뒤에서 따라가며 T1000을 저지하려고 했던 T800은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위에서 점프하여 배수로에 안착했습니다. 케이블에 매달린 채로 한 스턴트였지만 상당한 충격이 가해졌음에도 피터 켄트는 멋지게 성공했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대역을 했던 스턴트맨입니다.
* 조셉 브라운 - [스피드](Speed)
최근 개봉한 [트랜센던스] 이전에 촬영감독에서 연출자로 변신하여 성공적으로 데뷔한 인물이 바로 [스피드]의 쟝 드봉입니다. 지금은 이름 듣기조차 어렵지만 [트위스터]까지만 해도 경력에 걸맞은 영화를 선보였던 감독입니다. 그의 데뷔작인 [스피드]는 속도를 낮출 수 없는 버스라는 설정으로 인해 수많은 스턴트가 있습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중간에 끊긴 다리를 버스가 점프하여 반대편에 착지하는 장면입니다. 당연하게도 실제로 버스가 그렇게 점프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CG를 동원하여 다리가 끊어진 것처럼 보이게 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 커다란 대형버스가 점프하는 장면만큼은 진짜로 촬영했습니다. 스턴트맨인 조셉 브라운은 충격완화용 장비를 갖추고 100km/h 이상의 속도로 버스를 몰아서 점프했습니다. 자칫하면 뼈가 박살이 나는 건 물론이고 앞으로 튕겨져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은 원래 각본에는 없었습니다. 쟝 드봉이 별안간 아이디어를 제안한 걸 스턴트 팀이 받아들이고 실현했습니다.
* 데이빗 벨 - [13 구역](Banlieue 13 , District 13)
데이빗 벨은 좀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신종 운동(?)의 일종인 파쿠르를 창안한 사람 중 한 명인 그는 특기를 살려서 [13 구역]을 통해 배우로도 이름을 떨쳤습니다.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파쿠르가 어떤 것인지 아실 것 같습니다. 파쿠르는 도심지에서 건물과 건물 사이를 마치 스파이더맨이라도 된 것처럼 거침없이 달리는 모습으로 젊은 층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었습니다. 보는 사람마저 아연실색하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파쿠르 자체는 무조건 위험을 무릅 쓰는 걸 지향하진 않는다고 합니다. [13 구역] 이전에는 먼저 [야마카시]가 개봉하여 파쿠르가 아닌 [야마카시]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실 [야마카시]는 데이빗 벨이 속했던 팀의 이름으로 여기서 동료들과 함께 파쿠르를 창안했습니다. 데이빗 벨은 최근 할리우드에서 [야마카시]를 리메이크한 [브릭 맨션]에도 출연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작년에 세상을 떠난 폴 워커도 볼 수 있습니다. [브릭 맨션]은 폴 워커가 죽기 전에 촬영을 완료하고 완성한 마지막 영화로 남았습니다.
* 조 벨 - [데쓰 프루프](Death Proof)
조 벨은 이 방면에서 최근 가장 잘 알려진 대표적인 여성 스턴트 연기자입니다. 그녀는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체조와 무술을 익힌 경력을 살려서 스턴트 연기자로 데뷔했습니다. 첫 작품은 TV 드라마인 [스콜피온 퀸]에서 제나로 출연한 루시 롤리스의 대역이었습니다. 이것을 마치고 할리우드 영화에서 처음으로 스턴트 연기자로 데뷔했던 게 조 벨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꿨습니다. 그 영화는 다름 아닌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이었습니다. 우마 서먼만큼은 아니지만 조 벨도 키가 커서 대역을 맡기에는 딱 맞았고, 쿠엔틴 타란티노가 함께 작업했던 것이 마음에 든 나머지 조 벨을 아예 [데쓰 프루프]에 캐스팅하면서 배우로 데뷔시켰습니다. 이 영화를 보셨다면 조 벨이 커트 러셀의 자동차 보닛에 매달려서 위험한 질주를 하던 장면을 기억하실 겁니다. 당연히 조 벨이 직접 스턴트 연기를 했습니다. 이것만이 아니라 [데쓰 프루프]에서의 모든 스턴트를 자신이 했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로서는 제작비를 아끼는 일석이조의 캐스팅이었겠군요.
* 톰 크루즈 -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Mission: Impossible: Ghost Protocol)
엄연히 스턴트 연기자가 있지만, 때론 배우 스스로 몸을 사리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렇다고 몸을 사리는 배우를 비난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턴트 연기자가 존재하는 이유란 게 있고, 배우가 다쳤을 시에 제작이 지연됨으로 인해 부수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물론 지나치게 까다로운 배우는 예외겠죠?) 위에서 언급한 배우들 외에도 제이슨 스타뎀, 맷 데이먼, 키아누 리브스 등이 자신의 스턴트 연기를 직접 소화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톰 크루즈도 여기에 속하는 배우인데, 역시 압권은 뭐니뭐니해도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부르즈 할리파에 매달려 보여준 스턴트입니다. 개봉 당시에는 엄청난 화제와 더불어 합성논란(?)까지 있었지만, 그 장면은 실제로 톰 크루즈가 위험을 무릎 쓰고 촬영한 것이었습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관객은 영화로 보는 것만 해도 오금이 저렸을 겁니다. 제아무리 안전장치가 있다고 해도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높이에 매달려 본인이 직접 촬영했다는 것에 놀라고 또 놀랐습니다.
한국영화계의 스턴트 연기자가 궁금하다면?
[우린 액션배우다]
원래 이 글에서는 배우를 완전히 제외하고 스턴트 연기자에만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저도 액션영화를 좋아하고 매번 즐기면서 보지만, 배우와 달리 우리 눈에 띄지 않도록 애를 쓰면서 갖은 고생과 희생을 감수하시는 분들을 조금이나마 조명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많은 자료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 읽으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여기에 최근 영화가 거의 없는 것이 그래서입니다. 할리우드조차 이런 상황이니 우리나라에서는 더 찾기 어려웠습니다. 할리우드에는 2001년부터 스턴트 연기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Taurus World Stunt Awards'가 있습니다. 이 시상식의 홈페이지도 어떤 영화의 어떤 장면에 대한 수여인지는 나오지만 그걸 촬영한 스턴트 연기자에 대한 소개는커녕 이름도 없습니다. 항상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그림자로서 영화를 위해 숨어서 일한다는 철학이라도 있는 걸까요? 만약 한국영화를 위해서 몸을 내던지며 일하는 스턴트 연기자가 궁금하다면 [우린 액션배우다]를 보시길 권합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두홍 무술감독이 설립한 서울액션스쿨의 신입생들이 훈련하는 과정과 일상 등을 담고 있습니다. 각양각색의 외모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자신의 꿈을 향해 땀을 흘리고 있는 걸 봐주세요. 잠시라도 노고를 알아주는 것만 해도 그들에겐 큰 보람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