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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해설

음애집[ 陰崖集 ] -한국 이자(李耔, 1480-1533)

작성자낙민|작성시간16.11.25|조회수62 목록 댓글 0

음애집

[ ]
저자 이자(, 1480-1533)
국가 한국
분야 산문
해설자 김경수(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음애() 이자()의 문집인 ≪음애집≫은 저자가 직접 정리한 것이 분실된 후 6대 서손()인 도흥()이 집에 보관하고 있던 초고본 및 여러 전적에서 자료를 모으고 연보를 첨부해 편찬했다. 이후 종후손() 경상도관찰사 이장()이 1754년에 목판으로 간행했다. 분량은 모두 4권 2책 166판이다.

권1에 시() 178수, 부() 2편, 권2에 책() 1편, 소() 5편, 서계() 1편, 서() 4편, 기() 3편, 발() 2편, 잠() 1편, 상량문() 2편, 비문() 1편, 권3에 일록()과 잡저() 6편, 권4에 부록으로 행장()ㆍ묘갈음기()ㆍ기ㆍ상량문ㆍ소ㆍ제문() 각 1편, 축문() 2편, 언행척록(錄) 1편, 시 9수, 연보() 등이 수록되어 있다.

5언율시 <현덕왕후의 현릉 합장 만사( )>는 현덕왕후의 복위에 대한 감흥이 있어서 “이치는 지극한 곳으로 돌아가고 / 하늘은 사심 없이 비춰 보는 법. / 종사()에 새로운 경사 열리고 / 건곤()에 예전의 법도 안정되었네”라고 노래했다. <못가에서()>와 <지팡이 멈추고()>는 연못, 냇물, 구름, 하늘 등 자연을 소재로 하여 자연을 노래하며 시름을 씻어버리는 즐거움을 노래했다.

7언고시 <제비()>는 참신한 현신()을 제비에 비유하고 간악한 권신()을 주인에 빗대어서 제비가 둥지를 못 틀게 박대하는 주인을 풍자적으로 노래했다.

<왕패부()>는 왕도()와 패도()를 논하면서 ‘왕도를 하늘처럼 여기면서도 왕도로 나아가는 단계를 수용하지 못하며 패도를 땅처럼 여기면서도 이를 행하는 데 오히려 종종걸음을 치는’ 말세를 한탄하며 기묘사화 이후에 조광조, 조광보, 조광좌 등의 죽음을 서러워하는 내용이다. <상우당 시 발문()>은 상우당() 허종()의 시집에 쓴 발문이다.

<자서()>는 자서전적인 글로서 조상부터 유년 시절과 관직 생활에 대한 회고, 그리고 기묘사화 이후의 적막하고 가난한 전원생활과 자신의 무능함, 조상의 제사를 받들 만한 아들이 없음을 한탄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종룡에게 보내는 편지()>는 부친 상중()에 1512년 12월에 유운()에게 보낸 것으로 단종(노산군) 어머니 현덕왕후의 복위에 관한 일을 논한 편지다.

<몽암기()>는 토계()를 유람한 후 은자가 살기에 좋은 곳이라 하여 집을 짓고 택호()를 ‘몽암()’이라 하여 자호()로 삼고 과거의 삶을 회고하며 지은 글로서, “무릇 꿈이란 생각한 일에 대해서 꾸고 생각은 마음에서 나오는 법이다. 그러므로 지극한 경지에 오른 사람은 꿈꿀 일이 없고 그 다음가는 사람은 꿈속의 일이 정당하고 최하급 사람은 꿈이 혼란스럽다” 하여 꿈을 통하여 사람을 3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다.

≪음애집≫에는 나라에 어진 보상()이 없어 정사가 어지러워짐을 파악한 <보상책()>과 1513년 11월에 홍문관 동료와 함께 유자광의 간악한 죄를 논하여 그의 익대훈록()을 삭탈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청한 상소문인 <청환삭유자광익대훈록소()> 등 이자의 예리한 시국관과 현실을 보는 안목이 반영된 글이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문집에 수록된 다른 내용보다 본 역본에서 가장 중요하게 취급한 것은 권3에 수록된 <일록>이다. 이는 조선 중기 사림파 인사의 현실 인식과 역사관을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주목된다. 특히 조선 왕조의 대표적인 관찬 사서였던 실록의 편찬 자료로 이용되었기 때문에 실록의 편찬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상당히 크다.

<일록>은 이자가 홍문관의 수찬이었던 30세 때인 중종 4년(1509) 윤 9월부터 시작하여 같은 왕 11년 12월까지의 사실 중 일부만을 기록한 일기체의 저술이다. <일록>을 작성하던 당시 그는 수찬ㆍ응교ㆍ부교리 등 주로 홍문관의 직책을 수행했다. 중종 4년부터 11년까지의 기록 중에서 6년ㆍ7년ㆍ11년의 기사는 누락되어 있다. 그것은 친가와 처가에 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자가 31세 때인 중종 5년 11월 22일에 아버지 예견이 사망해, 이듬해 정월 용인에서 장례를 치르고 12월에 서울로 돌아왔다. 그리고 중종 6년 9월 8일에 부인 김씨가 돌아갔고, 이듬해 11월에는 장인 채수가 돌아갔던 것이다.

<일록>의 작성 목적은 수록된 내용이 시정의 득실, 인물의 현부, 천재지변 등인 것을 볼 때, 당대의 정치ㆍ문화ㆍ사회ㆍ인물을 기록해 역사의 교훈을 삼고자 한 것이다. <일록>은 사관들이 지녔던 사초의 작성 원칙과 범례를 준수하고 있다. 비록 전임 사관을 역임하지는 않았지만, 사관들의 수사() 태도를 견지했으며, 전해지지는 않지만, ≪사평≫과 같은 저서의 편찬 목적이 후세에 감계()를 주기 위해서였다고 <자서>에서 밝힌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록>에는 특히 조선 당대사의 이해에 가장 중요한 사서인 실록에 수록되지 않은 사실이 기록되어, 당대 역사를 광범하게 살필 수 있기 때문에, 역사서(야사)의 성격을 견지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없다. 그리고 동서(김안로)와 장인(채수)이 야사를 남긴 인물이라는 점에서, 조선 전기 야사 찬자의 상호 연관성을 살필 수 있는데, 이런 점에서 <일록> 역시 가학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한편 <일록>을 작성할 때 연ㆍ월까지는 기록하고 있으나 날짜는 상당 부분 빠뜨리고 있으며, 기상의 변화는 부분적으로 기재했다. 그런데 상당 부분의 내용이 실록에 수록되었음은 매우 주목된다. 일반적으로 실록의 편찬 자료가 되는 것은 사관의 사초와 시정기() 및 각사등록1)등 관변 자료 외에 개인이 작성한 일기나 문집 등이었다.

하지만 이제까지 개인 문집에 수록된 기사가 실록의 편찬 자료로 이용되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일록>의 내용 중 상당 부분이 <중종실록>에 수록되었다는 점은 이러한 사실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그가 작성한 기사 중에서 실록에 사론으로 구성된 것이 9편이나 된다는 것은, 사론을 당대에 활동했던 인사들이 남긴 문집에서도 발췌하여 작성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일록>은 홍문관 재임 시, 즉 겸춘추()의 임무 수행 중에 작성한 기록이기 때문에, 사초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것은 물론이다. 더욱이 그가 청요직을 두루 역임하면서 정국 운영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견문한 바를 기록한 것이 현실 정치의 시비와 정부 요인 및 야인들의 행적과 일상의 활동, 대외 관계(왜와의 교섭) 등에 대해서도 상세하다는 사실은, <일록>이 실록의 편찬 자료로 이용되는 데 전혀 하자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자가 사망한 것은 중종 28년(1533) 12월이고, <중종실록>이 편찬된 것은 명종 원년부터 5년 사이다. 따라서 실록의 편찬 기간에 그의 문집이 편찬되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실록의 편찬 자료로 이용된 것은 그가 최초로 작성한 필사본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는 실록에 수록된 기사와 현전하는 <일록>의 상호 비교를 통해 원본에 가까운 기사를 얻을 수도 있다는 가설의 성립을 가능케 한다.

<일록>을 비롯해 ≪음애집≫에 수록된 전반적인 내용을 볼 때, 이자의 현실 인식은 상당히 예리하고 구체적이었다. 다만 훈구파 주도의 정치에서 야기된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대안을 제기하기보다는, 이들과 어느 정도 절충하려는 입장을 견지함으로써 일정 부분 한계점을 지니기도 했다. 그러나 치인()의 입장에서 현실을 보는 감각은 훈구파와 일정한 거리를 두었음이 분명하며, <일록> 및 책()과 소() 등에 반영된 현실 인식 태도 역시 이와 다르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자는 사림파의 한 사람이었으나 성품이 온유하고 교유 관계가 넓어 남곤()ㆍ김안로() 등 훈구 세력과도 원만하게 지낼 정도였다. 두 세력의 중간에서 반목과 대립을 해소하고 온건한 정책으로 유도하고자 했으나 급진 사림파의 반발로 실패하는 등 자신만의 정견을 피력하고자 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아쉬움도 컸다. ≪음애집≫에서는 이러한 이자의 구체적인 현실관과 역사의식을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할 수 있다.

각주

  • 1) 각사등록(各司騰錄): 각 관청에서 시행했던 사항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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