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와 그의 형제들
[ Rocco e i suoi fratelli ]
- 〈로코와 그의 형제들〉은 루키노 비스콘티가 1960년에 연출한 그의 마지막 네오리얼리즘영화이다. 시칠리아에서 밀라노로 이주한 가난한 한 가족이 산업화된 대도시의 삶에 적응해가면서 어떻게 해체되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루키노 비스콘티가 추구했던 네오리얼리즘, 멜로드라마적 세계, 탐미주의적 예술관이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1960년 제24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협회(FIPRESCI)상과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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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연도 | 1960 |
|---|---|
| 감독 | 루키노 비스콘티 |
| 출연 | 알랭 들롱, 레나토 살바토리, 아니 지라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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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한 가족이 시칠리아 밀라노역에 도착한다. 어머니와 네 아들(둘째 시모네, 셋째 로코, 넷째 치로, 다섯째 루카)은 처음 보는 밀라노의 야경이 아름답기만 하다. 가족은 밀라노에 살고 있는 큰아들 빈센초의 집으로 향한다. 연인 지네타와 약혼식을 올리던 빈센초는 반가이 가족을 맞이하지만, 장모님과 어머니가 말다툼을 벌이면서 약혼식은 엉망진창이 된다.
당장 갈 곳이 마땅치 않은 가족은 밀라노시에서 무상으로 제공하는 아파트에 거처를 마련한다. 가족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도 바쁘지만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시모네는 몸을 팔며 살아가는 윗집 여자 나디아의 권유로 권투를 시작한다. 로코는 세탁소에서 일하고, 치로와 루카도 도시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생활에 힘을 보탠다. 시모네는 권투에 재능을 보이지만, 나디아와 사랑에 빠지면서 조금씩 타락해간다. 그는 나디아를 위해 로코의 월급을 가불하고 세탁소 사장의 브로치까지 훔치지만, 나디아는 로코를 통해 시모네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세탁소를 그만두고 군에 입대한 로코는 우연히 나디아와 마주친다. 나디아는 로코를 통해 타락의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원의 희망을 얻는다. 군에서 제대한 로코는 권투 도장에서 훈련하며 나디아와의 사랑을 가꿔간다. 하지만 둘의 교제를 알게 된 시모네는 로코가 보는 앞에서 나디아를 강간하며 자신의 분노를 폭발시킨다. 로코는 절망한 시모네를 위해 나디아를 양보하기로 결심한다. 나디아는 그런 로코와 시모네를 저주하며 자학하듯 타락한 창녀의 삶으로 되돌아간다.
로코는 시모네가 진 빚을 갚기 위해 그토록 거부하던 복서의 삶을 택한다. 복서가 된 로코가 승승장구하는 동안 시모네는 폐인이 된다. 시모네는 나디아를 여전히 사랑하지만, 그녀는 그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절망한 시모네는 나디아의 몸에 칼을 꽂는다. 나디아가 죽던 날, 로코는 이탈리아 챔피언이 된다. 로코를 축하하기 위한 파티가 열리고, 갑자기 집으로 찾아온 시모네는 가족들에게 자신이 나디아를 죽였음을 털어놓는다. 로코는 여전히 형을 감싸지만, 치로는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집을 뛰쳐나간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 루카는 집을 나간 치로를 찾아간다. 치로는 루카에게 자신이 얼마나 시모네를 사랑했는지 털어놓으며 고향으로 꼭 돌아갈 것을 권한다. 치로와 헤어진 루카가 지나는 길에는 로코의 승리를 대서특필하는 신문이 거리의 벽을 채우고 있다. 루카는 신문 속 로코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작품해설
1. 감독 소개
루키노 비스콘티는 이탈리아에서 손꼽히는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다. 비스콘티는 음악가인 어머니와 공작이자 연출가였던 아버지의 영향하에 어린 시절부터 오페라와 연극을 경험하며 자유롭게 성장했다. 1930년대 프랑스 파리에 체류하며 공산주의자들과 교류하던 비스콘티는 프랑스 영화감독 장 르누아르의 조감독을 거쳐 〈강박관념〉(1942)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비스콘티는 〈흔들리는 대지〉(1948)를 발표하며 네오리얼리즘을 대표하는 감독의 자리에 선다.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어촌 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사실적으로 담은 〈흔들리는 대지〉는 공산주의에 심취했던 비스콘티의 사상적, 예술적 경향을 표출한 작품이다. 하지만 비스콘티는 공산주의자이자 사실주의자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귀족주의자이자 탐미주의자이기도 했다. 〈흔들리는 대지〉가 전자를 대변한다면, 후기작인 〈베니스에서의 죽음〉(1971)은 후자를 대변한다. 그의 영화에서 이 상반된 성향은 곧잘 충돌하곤 했지만, 〈로코와 그의 형제들〉은 이 갈등을 기적적으로 조화시킨 걸작이다.
사실주의자(공산주의자)와 탐미주의자(귀족주의자)의 양 극단을 오갔지만, 멜로드라마에 대한 비스콘티의 애정만큼은 한결같았다. 비스콘티는 “나는 멜로드라마를 좋아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바로 삶과 연극의 경계에 위치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비스콘티의 영화적 행보는 네오리얼리즘 시기(1940년대), 멜로드라마 시기(1950년대), 탐미주의 시기(1960년대 이후)로 나뉘곤 한다. 하지만 비스콘티에게 멜로드라마는 언제나 극을 이루는 기본 뼈대로 위치했다. 〈애증〉(1954)은 멜로드라마와 탐미적인 예술관과 결합하기 시작한 작품이다. 비스콘티는 귀족 출신답게 귀족 사회에서 발견한 극적 요소를 멜로드라마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한 귀족 가문이 역사의 수레바퀴에 밀려 차츰 조락해가는 과정을 그린 〈레오파드〉(1963)는 이러한 그의 성향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시칠리아 3부작 중 〈레오파드〉가 가장 탐미주의적인 작품이고, 〈흔들리는 대지〉가 가장 사실주의적인 작품이라면, 〈로코와 그의 형제들〉은 사실주의, 탐미주의, 멜로드라마가 적절히 조화된 비스콘티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된다.
〈로코와 그의 형제들〉 이후 비스콘티는 탐미주의자로서의 성향을 보다 노골적으로 표출한다. 사실주의를 배신했다는 이유에서 후기작들이 곧잘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염세적 비관주의와 퇴폐적 탐미주의가 조화를 이룬 〈망령들〉(1969)과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비스콘티의 예술적 역량을 확인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작품들이다.
특히 토마스 만의 소설을 각색한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동성애자였던 비스콘티의 자전적 영화이자 그의 마지막 걸작으로 손꼽힌다. 비스콘티는 〈순수한 사람들〉(1976)의 촬영을 끝낸 뒤 편집을 남겨놓은 채 1976년 의문의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그의 마지막을 함께한 것은 브람스 교향곡 2번이었다.
2. 네오리얼리즘
네오리얼리즘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결합하고자 했던 이탈리아의 리얼리즘 운동이다. 루키노 비스콘티의 〈강박관념〉이 최초의 네오리얼리즘영화로 언급되긴 하지만, 그 정신과 지향성을 최초로 실현한 작품은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무방비 도시〉(1945)이다.
〈무방비 도시〉는 전후 이탈리아의 혼란스런 현실을 다루는 영화적 방법을 제시했고, 이후 비토리아 데 시카, 루키노 비스콘티 등이 이러한 경향의 작품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네오리얼리즘이라는 하나의 흐름이 형성된다. 로베르토 로셀리니는 〈무방비 도시〉, 〈전화의 저편〉(1946), 〈독일영년〉(1947)으로 이어지는 전쟁 3부작으로 네오리얼리즘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잡았고, 비토리오 데 시카는 〈구두닦이〉(1946), 〈자전거 도둑〉(1948), 〈밀라노의 기적〉(1950), 〈움베르토 D〉(1952)를 통해 네오리얼리즘의 이상을 가장 잘 구현한 작가로 인정받았으며, 루키노 비스콘티는 〈흔들리는 대지〉와 〈벨리시마〉(1951)를 통해 민중주의적인 관점의 네오리얼리즘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인정받게 된다.
네오리얼리즘은 당시 이탈리아의 혼란스러운 사회를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 즉 허구적 토대보다는 사실적인 사건에 기초한 영화를 선호했다. 네오리얼리즘의 영화적 특징 역시 사실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결과였다. 먼저 네오리얼리즘은 실제 공간을 담기 위해 로케이션 촬영을 강조했다. 이는 정부가 운영하던 치네치타(Cinecitta) 스튜디오가 전쟁 중에 파괴되어 실질적인 제작 지원이 힘들었던 탓도 있지만, 공간의 사실성을 담으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네오리얼리즘이 전문 배우가 아닌 비직업 배우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자전거 도둑〉의 아버지는 철공소에서 일하는 기계공이었고, 아들은 로마의 신문 배달 소년이었다(네오리얼리즘의 배우 전체가 비직업 배우였던 것은 아니며, 대사는 전문 배우의 더빙에 의존했다).
스토리의 전개 역시 할리우드의 고전적 스토리텔링과 차이를 보였다. 할리우드적인 인과율보다는 연대기적 구성을 지향했고, 극의 절정부를 가볍게 다루거나 일상적 사건을 중요하게 여기는 등의 느슨한 극적 구성을 선호했다. 특히 이들 작품은 전후의 사회적 문제들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다. 〈자전거 도둑〉 〈움베르토 D〉 등에서 드러나듯, 인물의 성격과 그 행동 속에 사회적 문제가 자연스럽게 묻어나도록 하는 방식과 열린 결말을 선호했다.
이탈리아 중하층의 삶을 소재로 사회적 문제의식을 표출했던 네오리얼리즘은 이탈리아가 점차 부흥의 길에 들어서면서 재현 대상을 상실하고 급격히 위축된다. 로셀리니는 〈이탈리아 여행〉(1953)을 연출하며 부르주아의 삶으로 관심을 돌리고 비스콘티 역시 〈센소〉를 통해 멜로드라마와 귀족주의적 성향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한다.
혹자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움베르토 D〉를 끝으로 네오리얼리즘이 막을 내렸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네오리얼리즘의 잔영과 영향력은 1960년대를 지나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에르마노 올미, 타비아니 형제 등은 네오리얼리즘의 직접적인 계승자이며,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의 초기 영화에서도 그 잔영을 확인할 수 있다.
3. 주제
〈로코와 그의 형제들〉은 루키노 비스콘티가 연출한 마지막 네오리얼리즘영화이다. 그는 이 작품을 끝으로 탐미주의적 예술가의 길을 간다. 네오리얼리즘 계열의 작품이라 해도 〈흔들리는 대지〉가 세미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작품이라면, 〈로코와 그의 형제들〉은 멜로드라마를 기반으로 한 탄탄한 극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
주로 도시 하층민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려 했던 네오리얼리즘의 일반적 경향처럼, 〈로코와 그의 형제들〉 역시 시칠리아에서 밀라노로 이주한 가난한 한 가족의 해체와 타락의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의 중심을 이루는 인물은 로코와 시모네이다.
산업화는 전통적인 도덕적, 윤리적 가치의 붕괴를 잉태하기 마련이다. 〈로코와 그의 형제들〉은 아버지의 부재라는 설정을 통해 사회적 삶의 이정표가 무너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로코와 그의 형제들〉은 산업화된 대도시의 삶에 의해 순수한 내면이 파괴된 자들의 고통스러운 삶과 그 방황을 보여주고 있다.
어머니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밀라노로 향했다고 말하지만, 대도시의 행복은 누군가의 희생을 그 대가로 요구한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얼핏 이러한 희생은 술과 담배, 여자 등의 쾌락에 빠져 타락해버린 시모네에게만 해당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스스로를 자본의 노예로 팔아 가족을 지키려 하는 로코 역시 희생자이긴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죽음을 맞이하는 나디아의 모습(그녀는 죽기 전 십자가를 형상화한 자세를 취한다)에서는 종교적 순교 같은 뉘앙스가 감돌기까지 한다. 이처럼 산업화된 대도시의 삶은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기 마련이고, 이는 가족들에게 결코 아물지 않을 상처를 남긴다.
〈로코와 그의 형제들〉은 이러한 희생양에 대한 성찰을 통해 (표면적으로는) 순수한 자들의 타락을 이야기하면서도, 현대 도시인의 내면에는 무의식적인 ‘죄의식’이 필연적으로 내재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행복이 누군가의 희생을 대가로 이뤄진다는 자각은 필연적으로 죄의식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로코와 그의 형제들〉에서 동생의 사랑을 짓밟으며 죄의식에 시달리는 시모네, 그리고 시모네의 여자를 사랑하며 그를 폐인으로 만들어버린 로코, 형을 고발한 치로와 동생들의 타락 앞에 무능으로 일관한 빈센초 역시 죄의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로코는 석공이 집을 지을 때면 첫 번째로 지나가는 사람의 그림자를 향해 돌을 던졌던 고향의 풍습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은 튼튼한 집이 지어지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산업화된 대도시라는 튼튼한 집은 바로 이러한 희생의 결과물인 것이다. 그것이 대도시의 삶에 죄의식이 유령처럼 떠돌아다니는 이유일 것이다.
주요 등장인물
로코(알랭 드롱) : 형 시모네를 사랑하지만, 또한 형의 여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권투 선수로서 승승장구하지만 자신이 꿈꿨던 삶에서 멀어져야 한다.
시모네(레나토 살바토리) : 권투 선수로서의 성공을 꿈꾸지만 나디아와 사랑에 빠지며 점점 타락해간다.
나디아(아니 지라르도) : 도시의 창녀. 사랑하는 로코를 통해 구원의 가능성을 발견하지만, 로코가 시모네에게 자신을 양보하자 자학하듯 타락한 삶으로 되돌아간다.
명장면 명대사
- 로코 : “석공이 집을 지을 때면 첫 번째로 지나가는 사람의 그림자를 향해 돌을 던졌던 거 기억해?”
- 루카 : “왜?”
- 로코 : “집을 튼튼하게 짓기 위해서는 희생물이 필요하니까.”(화면에 시모네의 사진이 보인다)
로코가 이탈리아 챔피언이 된 뒤 타락한 시몬을 떠올리며 내뱉은 대사로, 영화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
다섯 형제가 다섯 손가락처럼 다 모였으면 좋겠구나.
- 어머니아들들이 다시 모이는 것은 어머니의 유일한 바람이다. 하지만 대도시의 삶은 이 바람을 결코 허락하지 않는다.
관련정보
수상
1960년 제24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FIPRESCI)상, 심사위원특별상
연관 영화
〈레오파드〉(1963, 루키노 비스콘티) : 한 가족의 몰락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조망하는 비스콘티의 또 다른 작품.
〈영자의 전성시대〉(1975, 김호선) : 대도시의 삶이 한 개인의 삶을 어떻게 짓밟는지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