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행 제로
[ Zero De Conduite ]
- 프랑스 유성영화 시대 초기에 등장하여 소수의 눈부신 작품을 남기고 요절한 장 비고 감독의 대표작. 기숙학교에서 아이들이 최악의 선생들을 상대로 반역적 혁명을 일으키는 데 성공하는 이야기를 시적이면서도 거의 초현실주의적인 영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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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연도 | 1933 |
|---|---|
| 감독 | 장 비고 |
| 출연 | 장 다스테, 레옹 라리베, 로베르 르 플롱, 두 베롱, 루이 르페브르, 콩스탕탱 골드스타인 켈러, 제라르 드 베다히유, 질베르 프루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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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아이들은 방학을 마치고 새 학기를 맞아 기숙학교로 돌아가는 기차에 오른다. 꼬싸는 기차에서 브뤼엘을 만나 방학 동안 새로 구한 장난감들, 풍선, 담배, 깃털 등을 갖고 장난을 친다. 그러나 종착역에 도착하면 근엄한 표정의 마른 방귀 선생이 기다리고 있다. 기숙사로 인도된 그들은 다시 엄숙한 생활을 강요당한다. 그 가운데 학교의 말썽꾸러기로 낙인찍힌 꼬싸, 꼴랑, 브뤼엘이 규칙에 어긋난 행동들을 하다 혼이 난다.
다음날 아침, 그들은 야외 수업 시간에 따로 모여 학교를 자기들 것으로 만들 음모를 계획한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새로 부임한 위게 선생은 천진난만하게 채플린 흉내를 내고 물구나무서기를 한 채 그림 그리기 등의 묘기를 부리며 아이들의 마음을 얻는다. 반면 다른 선생들은 아이들의 물건을 훔치거나 위게의 행동을 트집 잡으면서 몹쓸 짓들을 일삼는다.
한편 따바르는 브뤼엘과 너무 친하게 지낸다는 이유로 교장실에 불려갔다 아이들에게 배신자로 오해받게 되는데, 브뤼엘이 나서 오해를 풀어내고 자신들의 계획에 따바르까지 끼워주자고 제안한다. 그 와중에 따바르가 과학 선생의 추행의 희생자가 되면서 음모의 주동자로 거듭나게 되고, 아이들은 시장이 참여한 축제행사 날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그들은 기숙사 사감 선생을 묶어둔 뒤 학교 옥상에 올라가 선생들에게 쓰레기를 집어던지면서 승리를 부르짖는다.
작품해설
1. 영원한 반항아, 장 비고 감독
1930년대, 다 합해도 3시간 남짓 되는 단 4편의 영화만을 남기고 29세로 요절한 프랑스 감독 장 비고는 옥사한 무정부주의자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나 장 살레라는 가명 아래 생활했다. 다락방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병을 앓으며 녹록지 않은 생활을 해야 했던 그는 영화감독이 된 뒤에도 아버지의 무정부주의적 성향을 물려받은 것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작품들을 내놓았다.
양아버지의 도움으로 구입한 카메라로 만든 첫 번째 영화 〈니스에 대하여〉(1930)는 풍자적 도시 에세이영화였다. 비고에 따르면 그것은 “도시의 기본적인 측면들, 시험적인 삶의 방식, 역겨울 정도의 도피주의 속에 길을 잃은 사회의 마지막 숨결을 보여줌으로써 혁명적 방안에 대해 공감토록 만드는” 영화였다. 그런 뒤 수영 선수 장 타리스에 관한 다큐멘터리 〈타리스, 물의 왕〉(1931)을 거쳐 그의 더 중요한 2편의 영화 〈품행 제로〉와 〈라탈랑트〉를 만들었다.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만든 〈품행 제로〉는 기숙학교에서 반항을 일삼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한 저항적 성격이 두드러지는 영화였으며 1945년까지 프랑스 내에서 상영금지를 당했다. 그런가 하면 〈라탈랑트〉(1934)는 증기선을 모는 남자와 결혼한 여자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카메라 운동으로 풀어낸 시적 영화로 칭송받았다.
그런 비고와 그의 영화세계에 대해 온라인 평론지 〈센시즈 오브 시네마〉는 다음과 같이 요약, 평가하고 있다. “그는 어떤 영화적 전통으로부터도 물러나 영화계의 변두리에 가난과 싸우며 작업했던 정치적 예술적 반항아였다. (···) 비록 가끔 기술적으로 거칠어 보이더라도 그의 영화들은 특이하고 아름답고 때로는 문제적인 세부들에 생기를 불어넣는 그의 천재성 덕분에 성공적이었다. (···) 이 이유들을 생각하면 비고가 1950년대 프랑스 누벨바그 세대에 의해 위대한 감독들을 모시는 혁명의 신전에서 중요한 인물이 된 건 당연한 일이다.”
2. 영화의 주제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세계와 메시지는 비교적 분명하다. 〈품행 제로〉는 어른들의 세계가 억압하는 유년기의 자유로운 본성을 아름다운 영화언어로 담아내려 했다.
미국의 영화비평가 제임스 모나코가 지적한 대로 “어린 시절이라는 주제는··· 1930년대 장 비고의 작품에서부터 멜빌과 콕토의 〈무서운 아이들〉과 〈400번의 구타〉를 거쳐 모리스 피알라의 〈벌거벗은 유년기〉와 트뤼포의 〈야성의 아이〉에 이르기까지 가치 있는 프랑스적 전통의 일부분”이라 할 만한데, 그 전통의 출발점에 이 영화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유성영화 시대 초기 아방가르드의 선두주자 중 하나였던 비고는 그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해냈다.
비고의 평전을 썼던 파울로 에밀리오 살레스 고메스가 말한 대로 비고는 “어른들의 세계에서 상처받기 쉬운 아이들에 관한 한 엄청난 감수성”과 “아이들과 아이들의 감정에 대한 존중”을 지니고 있었다. 영화평론가 앙드레 바쟁 역시 소년들의 영화에서 “우리가 보고자 하는 건 우리 자신, 우리가 잃어버린 천진성이나 서투름 혹은 소박성 같은 것 이상으로 우리 자신의 모습”임을 지적하며 “〈품행 제로〉가 그러하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 그의 영화세계에 깊은 영향을 받았으며 첫 번째 단편 〈개구쟁이들〉 때부터 비고를 상기시킨다는 평가를 받았던 프랑수아 트뤼포는 〈품행 제로〉에 대해 이렇게 평가하기도 했다. “〈품행 제로〉는 〈라탈랑트〉보다 더 희귀한 무언가를 표현하고 있다. 왜냐하면 유년기를 축성하는 영화나 문학작품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드물기 때문이다. 그 작품들은 자전적, 개인적, 사적 감정이 복합된 심미적 감정을 이끌어냄으로써 우리를 이중적으로 감동시킨다. 그들은 우리를 다시 반바지, 학교, 칠판, 방학, 인생의 시작점으로 되돌려 보낸다.”
3. 제작 과정과 실존 인물을 재창조한 캐릭터들
1932년 말, 비고는 건강상으로나 경력상으로나 불행한 시기에 놓여 있었다. 그때 그는 부유한 사업가이자 독립영화 제작자이자 시네필인 자크 루이 누네즈를 만나게 된다. 그는 제작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저예산의 중편영화들을 찾고 있었고, 그에게 비고는 아버지의 옥중 경험과 자신의 기숙학교 경험을 뒤섞은 영화 〈품행 제로〉를 제안했다.
비고가 직접 쓴 시나리오 속에 등장하는 인물 중 대부분은 그가 주변의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재창조한 캐릭터들이었다. 꼬싸와 브뤼엘은 미요 기숙학교에서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을 모델로 했으며, 비고 자신을 픽션화한 인물은 다름 아닌 따바르였다. 그리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우스꽝스러운 선생들은 비고의 아버지가 수감됐던 르 프티 호케트 소년원의 간수들을 토대로 한 캐릭터들이었다. 그런가 하면 따바르가 선생들에게 “똥 싸고 있네”라고 지르는 대사는 그의 아버지가 프랑스 신문에 전세계 정부를 상대로 냈던 기고문의 제목으로, 한때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됐던 표현이라 한다.
누네즈는 비고의 아이디어를 마음에 들어 하여 제작비를 제공했다. 그리하여 비고는 20만프랑을 가지고 1932년 12월부터 두 달여 정도 영화를 만들었다. 그는 전통적인 영화연출 기법을 따르기보다 대부분 역할에 길에서 캐스팅한 비전문배우를 고용하여 영화를 연출했으며 이 점은 이 영화의 여러 장면에서 신선한 효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촬영을 마친 영화의 분량은 약속한 상영시간을 초과한 상태였다. 누네즈의 요구에 따라 비고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내러티브의 명확성을 살릴 것이냐, 가장 시적인 순간들을 살릴 것이냐의 선택에서 그는 후자를 택했고, 그 선택으로 인해 〈품행 제로〉는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자유롭고 혁명적으로 보이는 고전으로 남게 됐다.
주요 등장인물
위게 선생(장 다스테) : 학교에 새로 부임한 선생으로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처럼 산만하고 자유로운 성격을 자랑한다.
쌍뜨 선생(레옹 라리베) : 아이들 물건을 훔치고 교장 선생에게 다른 선생과 아이들의 행적을 고자질하는 등 문제가 많은 선생 중 하나.
교장(델핀) : 학교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정반대되는 외모를 지닌 난쟁이 선생.
마른 방귀 선생(로베르 르 플롱) : 아이들이 질색하는 엄숙한 인상의 선생.
사감 선생(두 베롱) : 엄하게 굴긴 하나 아이들이 비교적 만만하게 생각하는 선생.
꼬싸(루이 르페브르) : 문제 학생들로 낙인찍힌 무리 중 우두머리에 해당하는 인물.
브뤼엘(콩스탕탱 골드스타인 켈러) : 꼬싸와 비슷한 체격을 지녔으며 따바르를 아낀다.
따바르(제라르 드 베다히유) : 여자애 같은 외모와 성격으로 아이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며 브뤼엘에게 의지를 많이 한다.
꼴랑(질베르 프루숑) : 꼬싸, 브뤼엘보다 체구는 작지만 말썽 피우는 일에 빠지지 않는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