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와 정의의 철학적 기초*1)2)
목 광 수*
[논문개요]
본 논문의 목적은 장애(인)에 대한 부정의(injustice)를 제거할 수 있는 현실성
을 담보한 이상론(ideal theory), 즉 비이상론(non-ideal theory)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통합적 정의론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본 논문은 기존의 장애인에
대한 정의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기존의 장애인에 대한 정의론은 존 롤즈
(John Rawls)의 계약론적 정의론이나 마사 누스바움(Martha Nussbaum)의 역
량 중심 접근법(capability approach)에 토대를 두고 있는데, 기존의 정의론들은
원칙의 정당화와 재화의 분배 과정에서 장애인을 결여되고 의존적인 존재로 폄하하
는 인식적 부정의(epistemic injustice)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사회적 주체에서
배제하여 차별과 착취를 고착화하는 부정의를 초래한다. 왜냐하면 기존의 논의는
장애에 대한 의료적 모델(medical model of disability)이나 사회적 모델(social
model of disability)이 전제하는 정상성(normality) 개념을 토대로 하기 때문이
다. 본 논문은 이러한 기존 정의론의 한계와 문제점을 극복하면서도, 현실성과 정
당성을 담지한 장애인에 대한 정의론을 제시하기 위해, 수정된 역량 중심 접근법에
입각한 정의론을 제안한다. 수정된 역량 중심 접근법에 입각한 장애인에 대한 정의
론은 상호의존적(interdependent) 인간관에 기반을 두고, 정의를 위해 제도적 측
면과 비제도적 측면인 문화와 태도 등의 통합적 접근을 강조하면서도, 장애인을 정
* 이 논문은 2011년 정부(교육과학기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
아 수행된 연구임(NRF-2011-327-A00122).
** 본 논문의 발전을 위해 조언해 주신 익명의 심사위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경상대학교 철학과
148 사회와 철학 제23집
당화와 분배의 주체로 인정하여 그들의 정체성과 문화를 존중한다. 이러한 정의론
은 장애(인)에 대한 부정의를 제거할 수 있는 현실성을 담보한 이상론으로, 점진적
인 개혁을 통해 정의로운 사회를 확립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주제어: 장애, 정의론, 계약론, 역량 중심 접근법, 자존감
1. 들어가는 글
2011년 개봉된 영화 “도가니”(감독 황동혁)는 장애(인) 문제에 무관심
했던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2000년부터 5년간 광주의 청각장애인
학교인 인화학교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들이 가벼운 처벌을
받았던 실화를 토대로 쓰여진 공지영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도가니”는
600 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장애인들이 부당하게 외면되는 한국 사회의
부정의(injustice)를 고발하였다.1) 이러한 영향으로 2011년 장애인 여성
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를 없애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특례법 개정안”(일명 ‘도가니법’)이 통과되는 성과가 있었다. 장애(인)
에 대한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 특례법이 제정되는
등의 부정의를 제거하려는 시도는 그 나름대로의 의의가 있지만, 최근 이
1) 공지영, 2009. 본 논문에서 “장애인”이라고 할 때, 그 의미는 선천적이든 후천
적이든 관계없이 사회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들 모두를
지칭한다. 의료 기술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장애인 인구는 선천
적인 경우보다 후천적인 경우가 더 많으며, 장애인의 영역 또한 확장되고 있다
(Nussbaum, 2011, p. 151). 2011년 한국 사회의 장애인 통계에 따르면,
장애범주 확대로 인해 2010년 12월 말 등록 장애인은 2,517,312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5%를 차지하여 2000년 2%보다 2.5배 증가하였다(고용개발원,
2011, p. 25). 2008년을 기준으로 장애 발생 원인을 살펴보면, 질환 및 사고
의 후천적 원인이 90%이고 선천적 원인이 4.9%, 원인 불명이 4.6%, 출산
시 원인이 0.5% 순으로 나타난다(고용통계원, 2011, p. 44).
장애(인)와 정의의 철학적 기초(목광수) 149
상론(ideal theory)과 비이상론(non-ideal theory)의 논쟁에서 나타난
것처럼 이러한 부정의 제거가 바로 정의(justice)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
며, 또 다른 부정의를 산출할 위험마저 있기에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2)
왜냐하면 무분별한 장애에 대한 논의와 활동이 오히려 의도하지 않은 결과
(unintended result)인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편견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3) 따라서 장애인에 대한 정의는 임기응변적인 비이상론적
접근이 아닌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의론을 통해 접근되어야 한다.
본 논문의 목적은 장애(인)에 대한 부정의를 제거할 수 있는 현실성을
담보한 이상론, 즉 비이상론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통합적 정의론을 제시하
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본 논문은 장애에 대한 기존의 모델들에 기반을 둔
장애인 인권 운동의 이론적 토대인 정의론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수정된 역량 중심 접근법(capability approach)에 입각한
정의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역량 중심 접근법은 상호의존적(interdependent)
인간관에 기반을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의를 위해 개인적 차원, 제도
적 측면과 비제도적 측면인 문화와 태도 등의 통합적 접근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몇 가지 이론적 수정이 가해진다면 장애 문제에 대한 바람직한 이
론적 틀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2) 목광수, 2011a, pp. 213-214.
3) 김두식, 2010, p. 152. 우리 사회의 교육, 고용 등 생활 전반에 걸친 장애인
차별 정도를 조사한 결과, “사회”의 장애인 차별에 대해서 “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76.4%인 반면, “자신”은 장애인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
이 92.4%로 사회의 장애인 차별에 대한 인식과 자신의 주관적 인식 간에 큰
차이를 보여준다(고용통계원, 2011, p. 214). 이러한 인식의 차이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부정의를 산출하는 경우와 관련된다. 김형수는 “장애인에 대한 편
견과 그에 따른 차별과 소외 징벌은 오히려 사랑과 희생, 봉사 그리고 때로는
인간애라는 것으로 보다 정교하고 세밀하게 가면을 만들면서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힘과 권력으로 가해진다”고 언급하면서 선의를 가지고 시작한 장애인 봉사
활동이나 정책이 얼마나 심각한 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지를 언급한다(김형수,
2002, p. 164).
150 사회와 철학 제23집
2. 장애(인)에 대한 기존의 정의론 검토
수용 정도에 따라 양자 사이에 다양한 모델들이 존재하겠지만, 장애
(disability)에 대한 논의는 의료적 모델(medical model of disability)
과 1990년대 이후 이를 비판하면서 대안으로 제시된 사회적 모델(social
model of disability)로 대표된다. 의료적 모델에서 장애는 건강함이라는
“정상성”(normality)에서 벗어나는 개인적 차원의 신체적 손상(impairment)
과 질병과 같은 “부적격 또는 일탈,” 즉 “비정상”을 의미하는 반면에, 사회
적 모델에서 장애는 사회 제도나 환경이 특정한 사람들, 즉 손상이 있는
사람들의 사회 활동에 불이익이 되고 제약을 주는 방식으로 구조화된 사회
적인 것으로 간주된다.4) 이러한 모델들은 장애에 대한 인식을 형성할 뿐
만 아니라, 이를 토대로 장애 문제에 대한 대응 방식을 제시한다. 장애 문
제에 대한 초기 대응 방식이었던 사회 복지학에서는 의료적 모델을 토대로
장애에 대한 의료적 개입과 재활 정책을 제시하였다.5) 반면에, 최근의 장
애인 인권 운동(the disability right movement)이나 관련 정책은 장애
가 억압적인 사회 환경과 제도를 통해 구성되었다는 사회적 모델에 입각하
여, 이러한 억압 기제들을 타파하려는 사회 제도 개혁 정책을 제시하고 있
다.6) 본 절은 이러한 정책들의 이론적 토대가 되는 기존 논의인 장애인에
대한 계약론적 정의론과 비계약론적 정의론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자 한
다.7)
4) 김도현, 2009, pp. 56-63. 의료적 모델과 사회적 모델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
한 모델들에 대해서는 아래의 논문들을 참조하기 바란다(Pfeiffer, 2001;
Mitra, 2006; Smith, 2008).
5) Morris, 1991, p. 180.
6) Foucault 1980; Oliver, 1990: 1996.
7) 장애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전개한 선구적 인물인 에바 페더 키테이(Eva Feder
Kittay)의 돌봄(care) 중심적 정의론은 장애인을 돌보는 사람 특히 여성에 대
한 정의 문제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본 논문에서는 다루지 않는다(Kittay,
장애(인)와 정의의 철학적 기초(목광수) 151
2.1 계약론에 입각한 장애인에 대한 정의론 검토
존 롤즈(John Rawls)의 정의론(1971)이 출판된 이후, 롤즈의 정의
론은 부정의를 제거하고 사회 정의를 확립하려는 다양한 정의 논의들, 즉
추상적 차원의 논의들뿐만 아니라 의료 분배 정의 등의 구체적인 차원의
논의들의 이론적 토대가 되고 있다.8) 비록 롤즈는 정의론(1971)과 정
치적 자유주의(1993)에서 장애인에 대한 논의를 자신의 정의론에서 제외
하고 있지만, 계약론을 옹호하는 많은 학자들은 롤즈의 정의론을 토대로
자신들의 장애인에 대한 정의론을 제시하고 있다.9) 본 절은 이러한 논의
들을 “계약론에 입각한 장애인에 대한 정의론”으로 명명하고, 계약을 통한
정당화 과정과 분배 과정을 중심으로 비판적 관점에서 고찰하고자 한다.
1999: 2001: 2005).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논문의 논의와 관련해서 간단하
게 언급해 본다면, 돌봄(care) 중심의 논의는 장애인을 돌봄의 대상인 의존적
존재로만 한정짓는다는 점에서 권력(power) 관계에 입각한 간섭주의
(paternalism)라는 비판과 물질적 측면에 국한된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렵다
(Tronto, 1994, pp. 169-174).
8) 평생을 “정의”라는 단일 주제 연구에만 몰두한 학자로 유명한 롤즈는 정의론
(1971) 이후에도 정치적 자유주의(1993), 만민법(1999) 등 정의와 관련
된 저서를 발표한다. 정의론 논의에서 롤즈의 논의가 갖는 중요성과 영향력은,
대표적인 롤즈 비판자인 로버트 노직(Robert Nozick)의 말에 잘 나타나 있
다: “정의론은 정치 철학과 도덕 철학 영역에서 존 스튜어트 밀(John Struat
Mill)의 저술들 이래로 비견될만한 저술이 없을 만큼, 강력하면서도 깊이 있으
며 정교하게 광범위한 주제들을 다루는 체계적인 저서이다 … 정치철학자들은
이제 롤즈의 정의론 틀 내에서 논의를 전개하거나 [그렇지 않을 생각이라면]
왜 그렇지 않을지를 설명해야 한다”(1974, p. 183).
9) 롤즈는 사회적 기본 구조에 대한 정의론을 제시하려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일
시적인 장애와 일반적인 의미에서 너무 심각해서 사회의 협력적 구성원이 되기
어렵게 하는 지속적 장애나 정신 장애에 대한 논의는 당분간 제쳐두고자 한다”
고 언급한다(Rawls, 1993, p. 20).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시아 스타크(Cynthia
A. Stark, 2007), 로렌스 베커(Lawrence C. Becker, 2005), 크리스티 하
틀리(Christie Hartley, 2009) 등은 롤즈 계약론을 토대로 자신들의 장애 정
의론을 제시한다.
152 사회와 철학 제23집
2.1.1 계약을 통한 정당화 과정에 대한 비판적 고찰
롤즈 정의론은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하는 다원주의 사회에서 설득력 있
는 정치철학적, 그리고 도덕철학적 정의론을 제시하기 위해, 특정 형이상
학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회계약론(social
contract)적 전통을 고도로 추상화한 합의 방법을 사용한다. 이러한 계약
론 방식이 장애인에 대한 정의 논의에 적절한지의 논란이 있다.
2.1.1.1 계약 정당화 과정에서 장애인 배제의 문제
계약론에 입각하여 장애인에 대한 정의론을 제시하려는 논의들이 정당
화 과정에서 장애인을 배제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10) 롤즈에게 있어서
계약 참여자인 시민들은 두 가지 도덕 능력에 입각해 합리적이고 합당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지적 능력을 소유하고 “평생에 걸쳐 사회에 충분히
협력할 수 있는 구성원들”로 제한된다.11) 롤즈에게 있어서 이러한 두 가
지 도덕 능력은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평등의 조건인 동시에, 자유의 근거
로 칸트적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다.12) 따라서 롤즈 정의론에 따르면, 이
러한 두 가지 도덕 능력을 갖추지 못한 장애인, 특히 지적 장애(cognitive
disability)를 가진 사람들은 사회 계약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다. 이러한
배제는 계약론 전통의 다른 학자들에게도 동일하게 발견된다. 예를 들어,
데이비드 고티에(David Gautier)는 특별한 필요나 손상이 있는 사람들은
10) 계약론적 정의론이 장애인, 여성, 인종 등의 소수자와 관련하여 “배제의 문
제”(the outlier problem)를 야기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오고 있지만, 기존
논의들은 본 논문과 달리 계약 과정에서의 배제와 분배 과정에서의 배제에 대
한 구분 없이 전체적인 관점에서 배제를 다루고 있다(Silvers and Francis,
2005, p. 41). 비슷한 맥락에서 마사 누스바움(Martha Nussbaum)은 롤
즈 정의론이 장애 문제를 어떻게 배제하고 있는지를 롤즈의 인간관, 칸트적
인간의 존엄성 개념, 흄의 정의의 여건 등을 통해 논증하고 있다(2006,
chapter 2 and 3).
11) Rawls, 1971/1999, pp. 123-130; Rawls, 1993, p. 16.
12) Rawls, 1993, p. 19.
장애(인)와 정의의 철학적 기초(목광수) 153
“계약론에 의해 근거 지워지는 도덕적 관계의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주장
한다.13)
장애인을 계약 과정에서 배제하는 인식은 서구 정치철학에 뿌리 깊은
심리학적 인간관(psychological personhood)과 관련된다. 정치철학 영
역에서 장애인을 생물학적 존재인 사람(human being)으로 간주하는 데
에는 이견이 없지만, 도덕적 책임을 감당하고 자율적인 판단을 내리는 도
덕적 그리고 법적 존재인 인간(personhood)으로 간주할 것인가에 대해서
는 논란이 있다.14) 에바 페더 키테이(Eva Feder Kittay)에 따르면, 아
리스토텔레스부터 롤즈까지의 철학 전통은 합리적 추론 능력 즉 지적 능력
을 인간의 조건으로 중시하는 심리학적 인간관이었다.15) 이러한 전통적
정의에 입각해서, 제프 맥마한(Jeff McMahan)은 고도의 심리학적 능력
인 자기의식과 합리성을 포함하는 지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 즉 지적
장애가 심각한 사람은 인간의 최소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주장한
다.16)
계약을 통한 정당화 과정에서 장애인을 배제하고, 더 나아가 장애인을
도덕적 그리고 법적 존재인 사람으로 간주하지 않으려는 심리학적 인간관
은 의료적 모델의 “정상성”(normality) 개념에 기반을 둔다. 의료적 모델
은 정상 상태에서 벗어난 손상(impairment)을 장애로 규정하고, 이를 경
험하는 장애인들은 “아프고, 비통하고, 병들고, 고통스럽다”고 규정한다.17)
이러한 정상성 개념은 자본주의적 사회 구조로부터 구성된 것으로 이를 통
해 자본주의 경제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능률성이 높지 않은 사람들을
13) Gautier, 1986, p. 18.
14) Kittay, 2005, p. 101.
15)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면, 존 로크(John Locke)의 인간관은 “이성과 반성
능력을 가지고 사고하는 지적 존재”였으며, 칸트의 인간관은 인간의 존엄성을
도덕법을 산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인간 즉 합리적 행위 주체(rational
agency)였다(Kittay, 2001, p. 563).
16) McMahan, 2010.
17) Barnes, 1996, p. 17.
154 사회와 철학 제23집
통제하고 지배하기 위해서 이데올로기적으로 구성된 개념이라는 비판이 제
기되고 있다. P. 핸들리(P. Handley)는 장애를 근본적으로 의학적 차원
에서 접근하는 “장애에 대한 상식적 견해”를 견지하는 롤즈식의 계약론자
들은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인식, 즉 장애인은 결여되고 의존적인 존재라
는 인식을 전제하고 있다고 분석한다.18) 이러한 왜곡된 인식과 편견은 장
애인을 주체로서의 정의의 대상이 아닌 돌봄과 사랑의 대상 즉 주체 능력
을 상실한 의존적 존재인 객체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부정의일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인식에 기반을 둔 정책들은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과
착취를 고착시킨다는 점에서 부정의이다.19) 예를 들어, 법정에서 장애인
들, 특히 지적 장애인들의 진술에 신빙성을 의심하는 인식적 부정의
(epistemic injustice)가 성폭력 재판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은 이러한 차별과 착취의 부정의를 잘 보여준다.20)
2.1.1.2 계약 정당화 과정에서 장애인 배제의 문제에 대한 반론
계약 정당화 과정에서 야기되는 장애인 배제의 문제에 대해 두 가지 반
론이 제기된다. 첫 번째는 롤즈 계약론은 상호 존중(mutual respect)에
입각한 계약론(contractualism)이지 상호 이익(mutual advantage)에
입각한 계약론(contractarianism)이 아니기 때문에 장애인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반론이다.21) 롤즈 정의론에서 사회 구성원들은 “[상호 이익인]
18) Handley, 2003, p. 109.
19) Kittay, 2003, p. 257.
20) Fricker, 2007, p. 1. 인터넷 장애인 신문인 “에이블뉴스”는 전국 성폭력상
담소〮 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가 2010년 한 해 동안 전국의 경찰서, 검찰청, 법
원에서 진행한 성폭력 사건의 수사와 재판 과정을 모니터링 결과에서 장애인
부분을 소개하고 있다.
(ht tp:/ /ablenews.co.kr/News/NewsPrint /Print .aspx?NewsCode=
001420110218180302953125)
21) Hartley, 2009, p. 18. 계약론(contractarianism)은 홉스(Hobbes)에 대
한 전통적인 해석에 토대로 상호 이익에 기반을 둔 계약을 의미하는 반면에,
계약론(contractualism)은 칸트(Kant)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에 기반하여
장애(인)와 정의의 철학적 기초(목광수) 155
모든 사람의 복지조차도 압도할 수 없는 … 정의에 입각한 불가침”의 요소
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러한 주장은 롤즈 계약론이 상호 존중에 입
각한 논의임을 보여준다.22) 따라서 롤즈 정의론에서 장애인에 대한 상호
존중 아래, 장애인의 이익은 충분히 대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계약론에서
장애인에 대한 배제가 없다고 계약론자들은 주장한다. 이러한 반론은 롤즈
식의 계약론이 장애인에게 이익이 되는 사회적 기본 구조를 제공할 것이라
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23) 왜냐하면 롤즈는 모든 시민들은 그들의 능력
과 관계없이 정의론에 의해 평등하게 보호 받는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각 개인이 아마도 [두 가지 도덕적 능력의 하나인] 정의감에 대한 다양한
능력을 가질 것이지만, 이러한 사실이 더 적은 능력을 가진 사람을 정의의
충분한 보호로부터 배제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24) 설령 이러한 믿음과
주장이 실현되어 본 반론이 성립된다고 하더라도, 계약론에서 장애인이 계
약의 주체에서 제외된다는 배제의 문제는 유효하다. 더욱이 장애인을 계약
과정에서 배제하면서도 장애인에 대한 이익을 보장하겠다는 시도는, 그 자
체로 장애인을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실질적
이익도 보장하지 못한다. 제니 모리스(Jenny Morris)와 아이리스 영
(Irish Young)이 지적하는 것처럼 비장애인은 장애인의 경험과 인식에
접근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장애인의 이익을 충분히 그리고 실질적
으로 대변할 수 없기 때문이다.25)
도덕적으로 정당화된 상호 존중에 기반을 둔 계약을 의미한다(Darwall, 2003,
pp. 1-8.). 누스바움(Nussbaum)은 롤즈의 정의론에는 이런 두 가지 의미
의 계약론이 혼재되어 있다고 지적한다(2006, p. 13).
22) Rawls, 1999, pp. 24-25.
23) Becker, 2005, p. 17.
24) Rawls, 1999, p. 443.
25) 모리스(Morris)는 “장애를 가진 남자와 여자 모두 자신들의 경험을 일반적인
문화 내에서 기술할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한다 … 장애인들의 경험은 고립되고
… 이러한 고립은 장애가 없는 사람들이 장애인들의 현실을 자신들의 연구와
이론 속에 포함시키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고 기술한다(1999, p. 8). 아이리
스 영(Iris Young)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인정한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
156 사회와 철학 제23집
두 번째는 롤즈 정의론에서 두 가지 도덕 능력은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한 충분조건은 될 수 있지만 필요조건은 아니기 때문에 롤즈 계약론은
장애인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반론이다. 롤즈 논의에서 두 가지 도덕 능력
은 그 자체로 중요하다기 보다는 사회 협력을 위해 중요하게 간주되었던
것이기에, 어떤 식으로든 사회 협력에 기여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사회 구성
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롤즈는 “[두 가지 도덕 능력이] 필요조
건인지 여부는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 설령 필요조건이라고 하더라도 이
를 근거로 정의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현실에서 현명하지 않을 것이다”고
언급한다.26) 이런 점에서 장애인은 부분적으로라도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고 심각한 장애의 경우에조차 “신뢰의 당사자”(parties to trust)라
는 점에서 관계를 맺고 사회 협력, 특히 가족 관계나 시민 사회에 참여하
기 때문에 롤즈 정의론에서 사회 구성원에 포함될 수 있다고 주장된다.27)
이러한 반론이 타당한지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이러한 반론은 롤즈의 인간
관이 장애인을 배제하는 심리학적 인간관이 아니라는 반론에 국한될 뿐,
롤즈 정의론이 계약 과정에서 장애인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반론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해석의 롤즈 정의론에서도 여전히 계약 과정의 주체는 합
리적이고 합당한 존재로 한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의 논의는 계약론 자체가 특정한 인간의 지적 능력을 전제하고 있
다는 점에서, 이러한 지적 능력을 소유하지 못하거나 불충분하게 소유한
사람들을 필연적으로 배제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상성 개념에 입각해
애인의 관점에 자신의 관점을 투영해 보라고 요청받았을 때, 장애가 없는 사
람은 그러한 관점을 상상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들의 두려움이나 자
신들의 공상(fantasies)을 장애인에게 투영한다”(1997, p. 344).
26) Rawls, 1999, pp. 442-443.
27) Silvers and Francis, 2005, p. 69. 실버스와 프랜시스는, 롤즈 계약론이 장
애인을 배제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롤즈식이 아닌 흄(David Hume)식의
묵계(convention)적 의미로 수정된 계약론은 장애인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주
장한다(2005, p. 73). 이러한 수정된 계약론은 본 논문이 제기한 비판에 대한
반론이라기보다는 대안을 제시하는 논의이기에 자세하게 검토하지 않는다.
장애(인)와 정의의 철학적 기초(목광수) 157
서 장애인을 책임 있는 존재로부터 배제하는 계약론은 장애인을 주체 능력을
결여한 의존적 존재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장애인의 자존감(self-respect)을
상실시킬 뿐만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착취와 차별을 고착화하는 부정의를
초래한다.
2.1.2 계약론의 분배 과정에 대한 비판적 고찰
계약의 정당화 과정을 포함하든 포함하지 않던, 장애에 대한 기존 정의
론들의 주된 관심은 재화를 어떻게 분배하는가이다.28) 이러한 정의론은
그 내용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장애인에 대한 개인적 보상을
중심으로 제시되는 정의론이고 둘째는 사회 제도 개혁을 중심으로 제시되
는 정의론이다.
2.1.2.1 개인적 보상 중심의 분배 정의론 검토
장애인에 대한 개인적 보상을 중심으로 제시되는 분배 정의론은 장애가
개인적 차원의 비극인 고정된 의학적 상태라는 의료적 모델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정의론은 장애인들이 경험하는 “본질적인 나쁨”(intrinsically
bad)에 대한 전통적인 대응 방식으로 의료적 개입과 재활 정책을 제시한
다.29) 예를 들어, 리차드 아너슨(Richard Arneson)은 “분배 정의론은
신체적 장애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개인들을 위한 특별한 보상(compensation)
을 합당하게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30) 로버트 비치(Robert Veatch)
28) 장애인에 대한 정의론을 제시하는 학자들 가운데 계약의 정당화 과정에서 제
기되는 앞 절의 비판을 고려해서인지 아니면 정당화 과정을 무시해서인지 모
르겠지만, 정당화 과정에 대한 논의는 생략한 채, 분배 논의만을 제시하는 경
우가 적지 않다. 데이비드 와서만(David Wasserman)은 이러한 정의론을
“직접 분배 정의론”(direct distributive theory)으로 명명한다(2006, p.
217).
29) Morris, 1991, p. 180.
30) Arneson, 1990, p. 184.
158 사회와 철학 제23집
는 “정신적 그리고 신체적 장애인은 … 자신들의 장애를 보상하도록 공공
자원을 사용하도록 사회에 정의를 요구한다”고 언급한다.31) 계약론 전통
에 입각한 롤즈 정의론에서 장애인들은 사회적 기본 재화(social primary
goods)의 재분배를 통해 그들의 자연적, 사회적 우연성이 완화되어지는
존재이다. 따라서 정상인들의 사회계약을 통해 비정상인인 장애인들의 개
인적 비극이 극복될 수 있도록 재분배가 시행되어야 하며, 이러한 재분배
정책에는 비정상인인 장애인들이 의료적 개입과 재활 교육을 통해 정상인
들처럼 생활할 수 있도록 보상(compensation)하는 방식이 포함된다.
개인적 보상 중심의 정의론엔 두 가지 비판이 제기된다. 첫째, 보상 중
심의 정의론은 추구해야할 정의의 목표로 특정 정형(pattern)인 정상성
(normality)을 상정함으로 정상성에서 벗어난 존재인 장애인을 열등하고
의존적 존재로 폄하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32) 예를 들어, 정상성 개념인
“정상적인 종 기능”(normal species functioning)을 중심으로 정의론을
제시하는 노만 대니얼즈(Norman Daniels)는 “질병(나는 여기에 트라우
마로부터 초래된 장애와 기형(deformities)을 포함한다)은 인간 종의 전
형적 구성원이 갖는 자연스러운 기능적 조직으로부터 벗어난 것이다”라고
주장한다.33) 대니얼즈에 의하면 어떤 개인이 정상적인 종 기능을 유지하
지 못하면, 그 개인이 추구하는 인생 목표의 기회들이 감소되어 공정한 기
회를 갖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사회는 이러한 기회를 갖도록 분배 정의를
통해 도와야 한다. 장애인에게 이러한 기회(opportunity)의 평등을 보장
하려는 대니얼즈의 시도는 소수자인 장애인의 정체성을 그대로 인정하기보
다는, 지배적인 정상적 인간 속으로 편입시키려는 강제적인 간섭이라는 점
에서 그 자체로 부당하다. 실버스가 잘 지적하는 것처럼, 많은 장애인들의
장애는 정상성 개념에 부합되게 회복되거나 재활되지 않으며, 정상성 개념
에 근거한 재활 및 치료 정책 하에서 이러한 사람들은 “실패자”로 불리게
31) Veatch, 1986, p. 140.
32) Oliver, 1996, p. 88.
33) Daniels, 1987.
장애(인)와 정의의 철학적 기초(목광수) 159
된다.34) 이러한 개인적 차원의 보상 중심의 정의론은 장애인을 정상성에
서 벗어난 결여된 존재로 폄하하여, 수혜자인 장애인들의 자존감을 훼손하
는 부정의를 야기한다.
둘째, 개인적 차원의 보상 중심의 정의론은 장애인들의 문화와 정체성을
훼손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상성 개념에 따르면 장애인들의 정체성
과 문화를 형성하는 특성은 비정상적이며 보상되어 교정되어야 한다. 보상
중심의 정의론에 입각한 정책, 예를 들어 청각 장애인들을 말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은 청각 장애인을 교정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청각 장애인이 말
하지 못하는 “특별한 계층의 일원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인류의 모든 비
극을 경험하는 것이며, 다른 어떤 불행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
이다.35) 그러나 역사가 보여주는 것처럼, 청각 장애인들은 소리 언어
(oral language)보다 수화(sign language)를 선호하며 이를 통해 충분
히 의사소통을 할뿐만 아니라, 이를 토대로 자신들의 고유한 정체성과 문
화를 형성하고 있다.36) 따라서 이러한 분배 정책은 정당화되지 않은 정상
성 개념에 입각하여 이에 벗어난 특성을 갖고 있는 소수자인 장애인의 공
동체 문화와 정체성을 강제로 파괴하고 훼손한다는 점에서 부정의를 야기
한다.
2.1.2.2 사회 제도 개혁 중심의 분배 정의론 검토
사회 제도 개혁 중심의 정의론은 장애에 대한 사회적 모델에 토대를 두
고 있다. 사회적 모델은 장애의 요인을 장애인들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상
태로부터, 소수자인 장애인이 갖고 있는 어떤 특징에 불이익을 야기하는
사회 제도나 환경으로 전환시킨다. 이러한 사회적 모델은 장애인을 “환자”
34) Silvers, 1998, p. 66; p. 95.
35) Baynton, 1996, p. 145.
36) Baynton, 1996, p. 151. 나오미 선더랜드(Naomi Sunderland) 등은 오
스트레일리아의 장애 관련 담론에 장애로 인해 경험하는 즐거움이나 행복에
대한 논의가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Naomi Sunderland, Tara Catalano
and Elizabeth Kendall, 2009).
160 사회와 철학 제23집
가 아닌 “권리를 가진 사람”으로 규정한다.37) 따라서 사회적 모델에 입각
한 정의론은 권리를 가진 사람인 장애인을 억압하는 사회적 제도와 여건들
을 제거하고 개혁하는 정책을 제시한다. 장애에 대한 사회적 모델은 롤즈
정의론의 기본 정신과 일치한다. 롤즈는 개인의 신체적 조건, 상황 등의
자연적 우연성은 그 자체로는 정의롭다거나 부정의하다고 가치 부여할 수
없지만, 이를 토대로 생산된 이익과 손해를 사회가 어떻게 제도적으로 분
배하는가에 따라 정의 여부가 결정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38) 롤즈 계
약론을 계승 발전시켜 “자원 분배론”(Resourcism)을 제시하는 토마스 포
기(Thomas Pogge)가 잘 지적한 것처럼, 롤즈의 계약론은 사회 제도 개
혁에 치중하기 때문에, 앞에서 제기되었던 장애인에 대한 폄하나 의존적
존재로의 낙인찍기(stigmatization) 등의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으
로 보인다.39) 롤즈의 제도 중심의 분배 정의론을 장애에 대한 논의로 확
장한 대표적인 학자는 장애인에 대한 “형식적 정의론”(formal justice)을
제시한 안티아 실버스(Anita Silvers)이다. 실버스가 자신의 형식적 정의
론을 개인적 보상 중심의 분배 정의론과 차별화하는 이유는, 후자가 “결여
되어 있고 따라서 상업적이며 공적인 주류의 삶으로부터 배제된 장애인을
유지시키기 위해 특별한 혜택과 수혜권(entitlement), 그리고 면제
(exemption)를 받아야 하는 존재로 간주"하기 때문이다.40) 실버스는 장
애인의 자존감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차원의 보상을 배제하고, 장애인을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는 사회적
제도들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애에 대한 제도 중심적 정의론엔 세 가지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첫
37) Silvers, 1998, p. 75.
38) Rawls, 1999, p. 87.
39) Pogge, 2002. 포기는 역량 중심 접근법(capability approach)이 수혜자들
의 자존감을 훼손한다고 비판하며, 사회 제도 개혁에 중점을 두는 롤즈식의
분배 정의론이 이러한 비판에서 벗어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된 포기와 역
량 중심 접근법 옹호자들의 논쟁은 목광수(2010)를 참조하기 바란다.
40) Silvers, 1998, p. 286.
장애(인)와 정의의 철학적 기초(목광수) 161
째, 제도 중심적 정의론 또한 정상성 개념에 근거하고 있어 간접적으로 장
애인을 결여된 존재로 폄하한다는 비판이다. 제도 중심적 정의론의 토대가
되는 사회적 모델은 장애를 사회적, 제도적 환경에 의해 구성된 것으로 간
주하기 때문에, 만약 사회적, 제도적 환경이 장애인에게 편리하게 개혁된다
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사회적 모델
이 제시하는 개혁의 방향성은 비장애인들의 삶에 장애인들의 삶을 맞추려
는 것, 즉 정상성을 목표로 사회적 제도를 개혁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모델에 입각한 제도 중심적 정의론은 역설적이게도 장애인이 정상성에서
벗어난 결여된 존재라는 인식을 전제하고 있기에, 개인적 보상 중심적 정
의론에 제기되었던 장애인에 대한 비판이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이런
비판에 대해 로렐라 터지(Lorella Terzi)는 장애에 대한 정의(justice) 논의
에서 정상성 개념을 거부하는 것이 가져올 이론적 그리고 실천적 결론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지적한다.41) 왜냐하면 이러한 비판을 고려한 사
회적 모델은 정상성 개념 없이 사회적 제도와 환경을 장애인들에게 유리하
게 제공하려고 하지만, 만약 정상성 개념 자체가 없다면 이러한 제도적 개
혁 요구 자체가 역설적이게도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
상성 개념과 관련된 사회적 모델의 역설은 제도 중심적 정의론이 장애인을
결여되고 의존적인 존재로 폄하한다는 비판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제도 중심적 정의론은 장애인이 경험하는 개인적 손상(impairment)
을 무시한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다. 제도 중심적 정의론은 장애
자체가 결여나 손상이 아닌 그 자체로 존중되고 가치 있는 특성으로 간주한다.
구이 카하네(Guy Kahane)와 줄리안 사부레스쿠(Julian Savulescu)는
자신의 자녀가 청각 장애인이 되길 원했던 레즈비언 부부의 이야기, 자신
들의 자녀가 난쟁이가 되길 원했던 난쟁이 부부의 이야기 등을 제시하며,
어떤 결함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장점이자 우호적인 재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42) 동일한 맥락에서 제니 모리스(Jenny Morris)는 “나
41) Terzi, 2004,
42) Guy Kahane and Julian Savulescu, 2009, p. 14. 실제로 최근 조사에
162 사회와 철학 제23집
에게 있어서 장애는 정신적, 철학적, 그리고 심리학적인 유익함이다. 만약
우리가 [장애인인] 이방인이 되는 것이 하나의 선물(gift)이라는 것을 이
해할 수 있다면 우리는 단지 다른 사람들의 시각에서만 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언급한다.43) 이러한 입장은 청각 장애와 같은 몇몇
특정한 장애나 개인적 종교심 등에 의해서는 수용될 수 있지만 일반화되기
는 어려워 보인다. 리즈 크로우(Liz Crow)는 “우리의 손상이 우리의 삶
대부분의 영역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개인으로서 우리 대부분은 확신을
갖고 손상이 우리의 삶과 관계없는 척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44) 설사
선천적인 장애에 대해서는 손상을 무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후천적인
장애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그럴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각주 1에서 언급한
것처럼, 통계에 따르면 오늘날 장애의 대부분이 후천적인데, 이러한 사람
들에게 후천적으로 얻은 손상이나 결여가 장점이라고 말하고, 그러한 이유
로 치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장애인들이 경험하
는 손상과 장애 가운데는, 크로우가 지적하는 것처럼 분명한 손상도 있을
것이고, 장애에 대한 사회적 모델이 지적하는 것처럼 어떤 것은 손상으로
보이지만 사회적, 문화적 환경과 제도 속에서 조성된 것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개인적 손상이나 결여에 대해서 민감하기 보다는 무시하려는 제도
중심적 정의론은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의 실질적인 문제를 외
면한다는 점에서 차별과 착취를 야기할 수 있다.
세 번째 비판은 장애인에 대한 제도 개혁 중심의 정의론은 불충분하다
는 비판이다. 사회적 모델은 장애를 사회적 환경과 제도에 의해서 인위적
으로 형성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은 사회적 환경과 제
도 개혁을 통해 부정의를 산출할 수 있는 물질적 토대를 제거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정의론은 자본주의적인 경제 체제를 전제한 물질주
의적 측면만 주목할 뿐, 제도 외적인 사회 문화라든지 개인의 정체성 등의
따르면 미국의 190개의 병원에서 청각과 난쟁이 배아를 선택하려는 부부들이
5%에 이른다(Baruch and Hudson, 2007).
43) Morris, 1991, p. 187.
44) Crow, 1992, p. 7.
장애(인)와 정의의 철학적 기초(목광수) 163
비물질적 영역에서 야기되는 장애의 문제, 예를 들면 앞에서도 언급했던
자존감 훼손 등의 인식의 차원을 간과한다는 점이다.45) 아무리 사회적 제
도가 장애에 대한 차별을 야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상적으로 개혁된다고
하더라도, 사회 구성원들과 장애인 자신의 인식에서 야기되는 장애에 대한
편견과 왜곡이 여전하다면 자존감 훼손이나 인식적 부정의의 문제는 여전
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낸시 프레이저(Nancy Fraser)는 택시 승차를
거부당하는 흑인 은행장 사례를 통해, 물질주의적인 사회 제도적 개혁만으
로는 정의를 이룩할 수 없고 제도 외적인 사회 문화와 개인의 정체성 등의
인식론적 차원이 중요함을 강조한다.46)
이상의 논의는 계약론 전통에 입각하여 장애인에 대한 정의를 제시하는
논의들이 분배 과정에서 장애인을 결여되고 의존적인 객체로 폄하하거나
장애인의 정체성과 문화를 무시하는 부정의를 산출함을 보여준다. 또한 계
약론에 입각한 장애인에 대한 정의론은 물질주의적 측면에만 치중하여 정
의를 확립하기에 불충분함을 보여준다. 따라서 계약론에 입각한 장애인에
대한 정의론은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편견, 그리고 착취와 차별의
부정의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애인에 대한 정의론으로 부적절해 보
인다.
2.2. 비계약론에 입각한 장애인에 대한 정의론 검토
계약론에 입각한 장애인에 대한 정의론이 비록 전통적으로 우세한 논의
임에도 불구하고, 2.1절에서 검토한 것처럼 정당화 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분배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지적되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최근에 역량 중심 접근법(capability approach)에 입각한 장애에 대한
비계약론적 정의론이 제시된다.47) 본 절은 이러한 대안 논의에서 가장 활
45) Terzi, 2004, p. 147.
46) Fraser and Honneth, 2003, p. 34.
164 사회와 철학 제23집
발하게 학문적 논의를 전개하는 마사 누스바움(Martha Nussbaum)의
논의를 중심으로 비계약론적 정의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2.2.1 누스바움의 정당화 과정에 대한 비판적 고찰
역량 중심 접근법(capability approach)은 경제학자이면서 윤리학자인
아마티아 센(Amartya Sen)에 의해 시작되었고 마사 누스바움(Martha
Nussbaum)이 아리스토텔레스 이론을 가지고 철학적 기초를 강화한 이론
체계이다. 1979년 센에 의해서 제기된 “평등 논쟁”(equality of what?)
은 당시의 지배적인 평등 논의였던 롤즈나 공리주의자들의 평등 논의가 인
간의 다양성(human diversity)을 무시하고 획일적인 평등만을 강조한다
고 비판하면서 자신의 역량 중심 접근법을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역량 중
심 접근법은 인간의 다양성에 주목하여 각자의 역량(capability)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함으로 평등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
시하였다. 역량 중심 접근법(capability)은 그 명칭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하나의 이론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이론들의 토대를 제공하는 관점을 제공해
준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역량 중심 접근법은 평등 평가의 기준이 역량
이 되어야 한다는 핵심 특징을 토대로 다양한 실천 영역에 적용되고 있다.
역량 중심 접근법이 적정수준의 정의로운 사회(decently just society)
를 위한 이론적 토대가 되기 위해 추구해야할 기준으로서 역량의 목록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를 제시하는 방법에 있어서 센
과 누스바움은 차이를 보인다.48) 누스바움은 수정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구체적인 핵심 역량(The Central Human Capabilities) 목록을 제시하
는 반면에, 센은 역량의 목록이 필요하지만 이는 개별 사회의 공적 추론
(public reasoning)에 맡겨져야지, 학자들에 의해 구체적이고 보편적인
역량의 목록이 제시되면 역량 중심 접근법이 강조하는 다양성과 자유를 훼
47) Nussbaum, 2006; Terzi, 2009; Burchardt, 2004; Mitra, 2006.
48) Nussbaum, 2003; Sen, 2004.
장애(인)와 정의의 철학적 기초(목광수) 165
손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한다.49)
누스바움이 제시하는 10가지 핵심 역량 목록은 생명(life), 신체적 건강
(bodily health), 신체적 통합성(bodily integrity), 감각(senses)/상상
력(imagination)/사고(thought), 감정(emotions), 실천적 이성(practical
reason), 소속(affiliation), 다른 종들(other species), 놀이(play), 환
경에 대한 통제(control over one's environment) 등이다.50) 누스바움
은 이를 기준으로 장애인에 대한 정의론을 제시하는데, 누스바움에 따르면
이러한 역량 목록은 인간의 존엄성(human dignity)에 대한 직관적 관념
(intuitive idea)을 통해 직접적으로 정당화되지만, 간접적으로는 롤즈의
중첩적 합의(overlapping consensus) 방법과 토마스 스캔론(Thomas
Scanlon)의 도덕에 입각한 계약론(contractarianism) 등에 의해 정당화
된다.51) 먼저 간접적 정당화 방식은 롤즈의 계약론적 방법과는 다른 방식
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계약론적이며, 이러한 방식은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
럼 분배 과정에서의 차이는 있겠지만 정당화 과정에서는 계약론이 직면했
던 문제, 즉 장애인 배제의 문제에 대한 비판에 마찬가지로 직면한다. 왜
냐하면 롤즈의 중첩적 합의를 통해 보편적 기준을 제시하려는 누스바움의
시도는 그 과정에서 추상화와 환원의 과정이 불가피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
해 배제가 야기되기 때문이다.52) 또한 누스바움의 직관적 관념을 통한 정
49) Sen, 1994, pp. 78-79.
50) Nussbaum, 2011, pp. 33-34.
51) Nussbaum, 2006, p. 156.
52) Nussbaum, 2000, p. 157. 누스바움은 자신의 역량 목록이 실질적인 중첩
적 합의 과정에서 어떻게 도출되는지를 보이기 위해 실제적인 사례를 제시한
다. 누스바움은 실제 과정에서, 목록에 대한 불일치가 있음을 인정하지만 어
떻게 특정 입장이 결정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예를 들
어 초기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던 “다른 종들”(other species) 목록은 합의 과
정에서 스칸디나비아의 참석자들에 의해 지지되었던 반면에 남아시아의 참석
자들에 의해 반대되었지만, 어떻게 스칸디나비아의 입장이 채택되고 남아시아
의 입장이 배제되었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앨리슨 자가(Alison Jaggar)는
이러한 배제가 정당화 과정의 부적절함을 보여준다고 주장하며, 롤즈의 중첩
166 사회와 철학 제23집
당화는 아리스토텔레스 논의에 토대를 두고 있는데, 이러한 본질주의적 입
장은 특정한 형이상학에 입각하였다는 점에서 2.1.1절에서 검토했던 “정상
성” 전제로 인한 문제, 즉 장애인을 결여된 존재이며 의존적인 존재로 간
주한다는 장애인 배제의 문제에 동일하게 노출되어 있다. 다원주의 사회에
서 특정한 형이상학에 대한 정당화 없이 직관에 호소하는 방식은 그러한
형이상학을 옹호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부당하기 때문이다.
2.2.2 누스바움의 분배 과정에 대한 비판적 고찰
누스바움은 자신의 논의가 간섭주의(paternalism)라는 비판을 받더라
도, 역량의 목록을 제시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고 자유를 위한
토대를 마련한다는 입장을 강조한다.53) 누스바움은 자신의 10개 핵심 역
량 개념을 토대로 장애인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물질적 재화를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누스바움은 센과 마찬가지로 역량과 기능의 차이를 인정
하지만, 센과 달리 장애인에 대한 분배 정책은 역량이 아닌 기능
(functioning)을 토대로 이루어져야한다고 명시한다.54) 장애인은 선택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장애와 관련된 분배 과정은 자유로운 선택 보다
는 강제적인 분배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누스바움의 분배 정의론은 먼저 수혜자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장
애인의 자존감을 훼손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토마스 포기(Thomas
Pogge)는 역량 중심 접근법이 자연적 우연성에 입각한 차이를 다양성
(horizontal)으로 간주하기 보다는 서열화된 등급(vertical)으로 간주하
적 합의 개념을 통해 자신의 초기 입장인 본질주의적 방법론을 벗어나려는 누
스바움의 시도가 성공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한다(2006, p. 314).
53) Nussbaum, 2011, p. 26. 와서만(wasserman)은 간섭주의라는 비판을 받
는 누스바움의 역량 목록이 약점이라기보다는 두터운(thick) 정의론을 제시하
여 실질적인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라고 평가한다(2006, p.
229).
54) Nussbaum, 2006, p. 171.
장애(인)와 정의의 철학적 기초(목광수) 167
기 때문에, 수혜자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수혜자의 자존감을 훼손한다고 비
판한다.55) 개인은 역량 중심 접근법의 수혜자가 되기 위해서, 자신의 자
연적 특성이 열등함을 입증해야 하며 사회로부터 공식적으로 열등한 존재
로 선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장애인은 자신의 정체성과 문화
를 형성하는 자연적 특성에 대해 스스로 “정상성”에서 벗어나 결여되어 있
음을 인정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아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은 필연적으로
장애인의 자존감을 훼손시킨다.
더욱이 이러한 역량 중심 접근법은 역량 강화 과정 즉 분배 과정에서도
장애인을 폄하하고 의존적 존재로 배제한다. 누스바움은 비계약론적 방식
을 통해 제시되는 장애에 대한 자신의 역량 중심 접근법은 정당화와 논의
과정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분배 과정에서는 롤즈의 정의론과 동일하다고
주장한다.56) 앞 절에서 롤즈의 정의론에 입각한 장애인에 대한 정의론들
이 장애인을 의존적이며 결여된 존재로 폄하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는데,
이러한 비판이 누스바움의 논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누스바움에 의하면,
장애인은 역량이 부족한 의존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역량 강화를 통해 회복
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주장은 앞 절에서 “정상성” 개념을 토대로 보상 중
심적 정의론이 제기했던 주장과 동일하다.57) 실버스도 비슷한 맥락에서
누스바움의 역량 중심 접근법이 “정상인”을 산출하는 것을 평등의 목표로
삼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은 장애인을 열등한 존재로 간주하게 만들 수 있
다고 우려를 표명한다.58)
55) Pogge, 2002, p. 205.
56) Nussbaum, 2006, p. 179.
57) Nussbaum, 2001a. 이에 대해 데이비드 페이퍼(David Pfeiffer)는 누스바
움이 장애인을 폄하하고 의존적 존재로 전락시킨다고 비판한다(2001).
58) Silvers, 1998, p. 137.
168 사회와 철학 제23집
3. 수정된 역량 중심 접근법에 입각한 장애인에 대한 정의론
장애인에 대한 기존 정의론인 계약론적 정의론은 정당화 과정에서 장애
인을 배제할 뿐만 아니라 분배 과정에서도 장애인을 결여되고 의존적인 존
재로 폄하하였다. 더욱이 계약론적 정의론은 사회 제도 외적인 문화나 인
식 등의 차원에 대해서 주목하지 못하고 물질주의적 분배에만 국한되는 한
계를 보였다. 이러한 문제점과 한계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누스바움의
비계약론적 정의론은 토대가 되는 역량 중심 접근법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역량의 목록과 기능(functioning)에 대한 강조로 인해 계약론적 정의론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적절한 대안이 되지 못했다. 따라서 본 절은 기존
논의의 한계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센의 역량 중심 접근법에 몇 가지
수정을 가하고, 이를 토대로 장애인에 대한 정의론을 제시하고자한다.
3.1 센의 역량 중심 접근법이 장애인에 대한 정의론에서 갖는 장점
센의 역량 중심 접근법은 누스바움과 달리 역량의 구체적인 목록을 제
시하지 않으며, 모든 영역에서 기능(functioning)의 분배가 아닌 역량
(capability)의 분배를 옹호하여 해당 개인과 사회의 자유를 중시한다. 이
러한 역량 중심 접근법은 장애에 대한 논의에서 기존의 논의들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이론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몇 가지 장점들을 갖는다.
첫째, 역량 중심 접근법은 개인의 선택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간섭주의라
는 비판을 피할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센의 역량 중심 접근
법은 누스바움과 달리 기능(functioning)의 분배가 아닌 역량(capability)
의 분배를 중시한다. 센에 의하면 역량은 “가치 있는 상태들과 행위들”
(functionings)을 성취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59) 이러한 역량이 갖는
자유의 성격은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는 동일한 상태인 굶주림(starvation)
59) Sen, 1993, p. 3
장애(인)와 정의의 철학적 기초(목광수) 169
과 금식(fasting)의 구별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60) 후자는 충분히 영양
을 공급받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다른 가치 - 예를 들어 종교적 신념 - 를
위해 굶주림과 동일한 상태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굶주림과는 구별되어 센
의 역량 중심 접근법에서 허용된다. 따라서 센의 역량 중심 접근법은 장애
인에 대한 정의론에서 수혜자의 기능(functioning) 충족을 위해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기능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이를 수혜자 스스
로 선택하도록 맡긴다. 예를 들어, 언어 발성에 어려움이 있어 수화를 배
우는 사람에게 발성 기능을 할 수 있게 하는 약품이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자신의 정체성과 문화를 선호하여 약품 대신에 수화를 배우고자
한다면 역량 중심 접근법을 이를 옹호한다.
둘째, 역량 중심 접근법은 “장애인”이라는 범주를 제거하여 인식론적 차 별
의 토대를 제거할 수 있다.61) 역량 중심 접근법이 전제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인간관에 따르면 인간은 모두 상처받기 쉬운 존재(human vulnerability)라
는 점에서 의존적인 동시에 독립적인 상호의존적(interdependent) 존재이
다.62) 상호의존적 인간관에 따르면, 장애인이라고 명명된 사람들이나 비-
장애인이라고 명명된 사람들 모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의존적인 동시
60) Sen, 1999, p. 19.
61) 익명의 심사위원께서는 장애인을 “정상인”과 구분하고 정상인의 수준으로 돕
는 관점이 장애인의 인격을 폄하하고 열등한 존재로 간주하는 것은 아니라
는 반론을 제기하였다. 더 나아가 익명의 심사위원께서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
적/가치론적 왜곡을 피하려는 필자의 시도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외면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의문은
2.1.2.2절에서 언급했던 터지(Terzi)의 “사회적 모델의 역설”이나 각주 63에
서 언급될 로버트 비치(Robert Veatch)의 “평등주의의 딜레마”의 문제제기
와 유사하다. 필자는 이러한 역설과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구
성된 “장애인”이라는 범주를 제거하고, 여기서 언급되는 상호의존적 인간관을
토대로 “사회적 약자”라는 포괄적인 범주로 대체하자고 제안한다. 필자는 이
러한 사회적 약자라는 새로운 범주 속에서 세심하게 전개되는 지원과 배려를
적극적으로 옹호한다.
62) Nussbaum, 2011, p. 127.
170 사회와 철학 제23집
에 독립적이다.63) 스티븐 스미스(Steven Smith)는 자본주의 시장 중심
적 경제학이 인간의 독립성을 전제하고 있는데, 이러한 인간의 독립성은
신화에 불과하며 모든 인간은 의존적이라고 주장한다.64) 역사적 해석에
따르면 “장애인”이라는 범주가 등장하고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구분되는 의
존적인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자본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야기되었
다는 논의는 스미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역량 중심 접근법의 상
호의존적 인간관에 따르면 현재 장애인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더 의존적
이라는 의미의 사회적 약자(the socially vulnerable)로 재분류될 수 있
다. 이러한 재분류에 따르면 장애(disability)는 사회적 약자를 판단하는 요
소 중 하나이지 전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장애인에 대해 인식
론적 차별의 토대가 제거될 수 있다.
셋째, 역량 중심 접근법은 제도와 태도의 통합적 구조를 통해 장애 정의
를 실현하기에 효과적이다. 역량 중심 접근법에 의하면 한 개인의 역량은
어떤 한 가지 개인적 특성에만 의거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에 의
해서 영향 받는다. 센은 인간의 다양성(human diversity)에 영향을 미치
는 다섯 가지 요소들 - 개인적 차이(personal heterogeneities), 환경적 다
양성(environmental diversities), 사회적 환경에서의 다양성(variations
in social climate), 관계적 관점에서의 차이(differences in relational
perspectives), 가족 내에서의 분배(distribution within the family)
- 을 제시한다.65) 이러한 다섯 가지 요소들 가운데 장애와 관련된 요소를
63) 로버트 비치(Robert Veatch)는 장애 정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야기되는 자
존감 훼손이나 수치(stigma)를 평등주의의 자기 파괴인 “평등주의의 딜레마”
로 표현한다(1986, p. 190). 이러한 평등주의의 딜레마는 2.1.2.1절에서 언
급된 정상성 개념이 초래하는 사회적 모델의 역설과 유사하다. 비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분배를 제공하는 우리(we)와 수혜 받는 그들(they)의 구분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1986, pp. 199-202). 그러나 비치는 이러한 구분
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지 않는데, 본 절에서 제시하는 역량 중심 접
근법의 상호의존적 인간관이 이러한 구분을 없애는 이론적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64) Smith, 2001.
장애(인)와 정의의 철학적 기초(목광수) 171
중심으로 재분류하면, 개인적 측면(개인적 차이), 제도적 측면(사회적 환
경에서의 다양성), 제도 외적 측면(관계적 관점에서의 차이와 가족 내에
서의 분배)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측면들은 각 개인이 재화를 역량으로 변
환시키는 차이를 각 영역별로 구체화하여 인간의 다양성을 설명할 뿐만 아
니라, 역량을 평가하고 강화하는 토대를 마련한다. 예를 들면, 자연적 우
연성이 다른 건장한 사람과 휠체어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동일한 재화를
균등하게 분배한다고 하더라도,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이동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각자의 기능을 평등하게 발휘할 수 없다는 논의는
개인적 측면과 관련된 인간의 다양성을 설명한다.66) 휠체어 이용 시설이
구축되어 있지 못한 사회에서는 이동과 관련하여 휠체어 이용자가 다른 사
회보다 더 많은 재화를 필요로 한다는 사례는, 제도적 측면과 관련된 인간
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제도 외적 측면은 사회적, 종교적, 문화적 규범이
나 관습, 인식과 권력 관계 등과 관련된다. 장애인을 결여되고 의존적인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는 문화 속에서 장애인들은 동일한 재화를 가지고도
사회 진출을 하는 데 심각한 제약을 받는다는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
럼, 제도 외적 측면은 동일한 재화가 역량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러한 인간의 다양성에 대한 논의는 신체적 요인뿐만 아니라
제도적 요인과 제도 외적 요인 등의 다양한 요인과 관련된 장애 개념을 이
해하는 효과적인 설명 방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제도와 태도의 통합적
접근을 통해 장애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대응 방안 또한 제공해 준다.
이러한 통합적 접근 방식은 기존의 정의론이 간과했던 제도 외적인 영역인
문화와 정체성 등의 비물질적인 영역을 포함한다는 장점이 있다.
65) Sen, 1999, pp. 70-71. 센의 분류를 목광수(2010)는 관점의 차이를 중심
으로 네 가지로 재분류한다(p. 221).
66) Sen, 1980. p. 218.
172 사회와 철학 제23집
3.2 수정된 역량 중심 접근법에 입각한 장애인에 대한 정의론
3.1절에서 언급된 센의 역량 중심 접근법이 갖는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누스바움 논의에서 제기되었던 비판들을 고려할 때, 센의 역량 중심 접근
법이 장애인에 대한 정의론의 이론적 토대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수정
이 필요하다. 첫째, 역량 중심 접근법은 추구해야할 이상적 목표 정당화
과정에서 장애인을 배제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앞에서도 언
급했던 것처럼 센의 역량 중심 접근법은 누스바움과 달리 보편적 역량 목
록을 제시하기 보다는 각 사회의 다양성과 특수성을 보장하기 위해 구체적
인 목록을 제시하지 않는다. 센 역시 정의 실현을 위하여 추구해야할 기본
적인 역량(basic capabilities)이 이상적 목표로 설정되어야 함을 인정하
지만, 이러한 보편적 목록 규정이 각 사회 나름대로 갖고 있는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윤리적 관점에서 정당화되기 어렵기 때문이
다.67) 센은 각 사회가 민주적 과정을 통해 역량의 목록을 각각 정하라고
제안하는데, 센의 민주주의(democracy) 개념은 특정 형태의 정치 형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전통과 문화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인간
의 공적 추론(public reasoning)을 의미한다.68) 만약 센의 공적 추론의
의미가 합리적이고 합당한 토론 능력 등으로 좁게 해석되면 누스바움에게
제기되었던 장애인 배제의 문제에 대한 비판이 동일하게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공적 추론의 의미를 실질적인 개인들의 추론 과정으로 국한하기 보
다는 공적 추론의 의미를 넓게 해석하여, 공적 문화와 역사 속에서 형성되
고 구체화되어온 공적 의미로 확장해야 한다.69) 이렇게 수정된 역량 중심
67) Sen, 2009, p. 242.
68) Sen, 2009, pp. 329-335. 센은 자신의 민주주의 개념인 공적 추론이 모든
문화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을 규명하기 위해, 아프리카, 중동, 동양권 등 다양
한 문화와 역사 속에서 공적 추론의 사례들을 찾아 제시한다.
69) 익명의 심사위원께서는 필자의 넓은 의미의 공적 추론 대신에 합리적이고 합
당한 토론에 참여할 수 없는 장애인들은 최선의 대리인을 통해서 그들의 이해
관계를 “직접” 대리하는 합의방식을 제안하였다. 이러한 제안은 실제로 누스바
장애(인)와 정의의 철학적 기초(목광수) 173
접근법은 이상론적 기준이 되는 역량의 목록을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장애
인을 배제하지 않을 수 있다.
둘째, 역량 중심 접근법은 분배 과정에서 수혜자인 장애인의 자존감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포기가 제기했던 것처럼 역량
중심 접근법은 개인적 보상(compensation) 중심의 분배 정의의 측면이
있기 때문에 수혜자의 자존감을 훼손한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따라서 역량
중심 접근법이 수혜자의 자존감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적/문화적
관습 속에서 열등하다고 평가되는 자연적 우연성, 즉 장애의 원인이 되는
특성을 평가와 분배 과정에서 제외해야한다.70) 그러나 이러한 수정이 만
약 개인적 측면을 포기하고 제도와 제도 외적 측면에만 주목하는 논의를
의미한다면, 2.1.2.1절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수정된 역량 중심 접근법도
개인적 손상을 무시하는 비현실적 논의라는 또 다른 비판에 직면하게 된
다. 이러한 딜레마는 수정된 역량 중심 접근법을 이상론과 비이상론의 통
합된 구조로 이해할 때 해결될 수 있다.71)
수정된 역량 중심 접근법에 입각한 장애인에 대한 정의론은 각 사회와
문화의 다양성 속에서 사회적으로 추구해야할 역량의 목록을 공적 문화와
역사 속에서 채택하고, 인간의 다양성을 토대로 다양한 방식을 통해 역량
움(2010)에 의해 이미 제기되었고 이에 대한 논쟁이 활발하다(Bérubé,
2010). 필자는 2.1.1.2절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대리인에 의한 계약 참여는
경험과 인식의 한계로 인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필
자의 넓은 의미의 공적 추론은 직접 토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 문
화와 역사에 내재된 가치들을 발견하여 합당한 근거(reason to value)를 통
해 정당화하고 구현하는 것을 의미한다(Sen, 1999, p. 18).
70) 목광수, 2010, p. 235. 역량 중심 접근법이 인정(recognition) 또는 자존감
개념을 포함할 수 있는지 여부의 논쟁은 목광수(2010)을 참조하기 바란다.
본 논문에서는 목광수(2010)의 논의의 결과를 토대로 논의를 전개한다.
71) Sen, 2009. 센은 자신의 정의론이 비이상론적인 비교적 정의론(comparative
perspective of justice)이라고 주장하지만, 역량 중심 접근법을 토대로 센
의 논의를 검토할 때 센의 논의 역시 이상론과 비이상론의 통합적 구조를 갖
춘 정의론으로 볼 수 있다(목광수, 2011b, pp. 153-161).
174 사회와 철학 제23집
의 평등과 정의를 추구하는 이상론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론을
실현하기 위한 비이상론은 모든 정책을 동시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현
실적 부정의를 고려하여 수혜자인 장애인의 자존감을 보존하는 순차적이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적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상론으로서의 수정된 역
량 중심 접근법에 입각한 정의론은 현재 사회에서 어떤 지적 장애가 있다
고 인식되는 사람을 위해 사회 제도적 측면, 제도 외적인 문화와 인식의
측면, 그리고 개인적 측면에서 역량을 강화하고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그
러나 이러한 세 가지 측면이 동시에 적용된다면, 사회적/문화적 관습 속에
서 지적 장애는 열등하게 평가되기 때문에 수혜자인 장애인을 선별하여 직
접적으로 역량 강화하는 치료나 재활 등의 정책은 수혜자인 장애인의 자존
감을 훼손할 수 있다. 따라서 비이상론으로서의 수정된 역량 중심 접근법
에 입각한 정의론은 먼저 현실에 존재하는 부정의를 제거하기 위해 제도적
측면과 제도 외적인 문화와 인식의 측면에서 정의를 추구한다. 즉 지적 장
애가 있다고 인식되는 사람을 공적 영역에서 차별하고 배제하는 사회 제도
를 개혁하고, 비제도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사람에 대한 교육 등을 통해 사
회적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인간은 상호의존적 존재이며
어떤 사람들은 더 의존적이라는 의미에서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다는 인
식을 확장시켜 장애인에 대한 인식적 편견을 제거하고, 장애의 특성으로
인해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사회 기반 시설에 대한 개선을 추
구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현재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불리는 사람들의 자존
감이 강화되고 정체성이 바람직하게 형성된다면, 이후 자연적 우연성에 대
한 개인적 차원의 역량 강화가 수혜자의 자존감 훼손 없이 개인적 선택을
통해 적용될 수 있다.72) 이러한 역량 중심 접근법에 입각한 정의론은 실
72) 익명의 심사위원께서는 필자가 사회 제도적 측면, 제도 외적인 문화와 인식의
측면을 통해 먼저 역량을 강화하고 정의를 실현한 이후에 개인적 측면에서 역
량을 강화하고 정의를 실현을 제시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왜냐하면 익
명의 심사위원께서는 수혜자인 장애인의 자존감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개인
적 측면에서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들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
자는 사회 문화적 편견이 제거되지 않은 현실에서, 이러한 방안들이 성공적일
장애(인)와 정의의 철학적 기초(목광수) 175
제로 장애인들의 원하는 삶과도 부합한다. 데브라 캐플란(Deborah Kaplan)
은 장애인들이 원하는 정의로운 사회는 자신들에 대한 낙인을 제거하는 사
회 구조를 갖춘 인정(recognition)과 존중(respect)이 이루어지는 사회라
고 주장한다.73)
수정된 역량 중심 접근법에 입각한 장애인에 대한 정의론은 역량 중심
접근법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수용하면서도 장애인에 대한 정의를 실현
하기 위한 이상론과 비이상론의 통합적 구조를 갖고 있다. 이상론으로서의
정의론은 추구할 정의의 방향성과 목표를 설정하여, 부정의를 발견하고 이
를 제거하여 정의를 실현하는 비이상론의 정책들이 의도하지 않은 부정의
를 야기하지 않도록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 준다. 비이상론적 정의론은 이
상론이 제시한 정의의 목표와 방향성을 추구하면서도 현실적인 상황들을
고려하여 순차적이며 점진적인 개혁을 추구한다. 기존의 이상론 없는 비이
상론이 임기응변적인 부정의 제거 정책으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또 다른
부정의를 야기했던 것과 달리, 수정된 역량 중심 접근법에 입각한 장애인
에 대한 통합적 정의론은 이상론과 비이상론의 통합적 구조 아래 체계적이
고 실질적인 정의를 추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필자는, 2000년대 전후로 악셀 호네트(Axel
Honneth)와 낸시 프레이저(Nancy Fraser)가 형성했던 재분배-인정 논쟁
(the redistribution-recognition debate), 그리고 토마스 포기(Thomas
Pogge)와 엘리자베스 앤더슨(Elizabeth Anderson)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역량 중심 접근법과 인정에 대한 논쟁이 보여주는 것처럼, 사회 문화적인 측
면과 인식 측면에서의 부정의 제거 없는 물질적 분배는 불충분할 뿐만 아니라
의도하지 않은 불인정(misrecognition) 또는 자존감 훼손을 야기한다는 입장
을 지지하기 때문이다(목광수, 2010). 더욱이 제도적 부정의와 인식적 부정
의가 만연한 상황 아래 이루어지는 개인의 선택이나 자유는, 가부장제 사회와
문화에서 여성들의 “순응된 선호”(adaptive preference)에서 볼 수 있는 것
처럼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Nussbaum, 2001b, pp. 67-88; Sen,
1999, pp. 62-63).
73) Kaplan, 2000.
176 사회와 철학 제23집
4. 나오는 글
본 논문은 장애(인)에 대한 부정의를 제거할 수 있는 현실성을 담보한
이상론, 즉 비이상론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정의론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
를 위해 본 논문은 기존의 장애인에 대한 정의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였
다. 기존의 계약론적 정의론이나 누스바움의 역량 중심 접근법은 정당화와
분배 과정에서 장애인을 결여되고 의존적인 존재로 폄하하는 인식적 부정
의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사회적 주체에서 배제하여 차별과 착취를 고착화
하는 부정의를 초래하였다.
본 논문은 이러한 기존 정의론의 한계와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으면서
도, 현실성과 정당성을 담보한 논의를 제시하기 위해 수정된 역량 중심 접
근법에 입각한 정의론을 제시하였다. 수정된 역량 중심 접근법은 상호의존
적(interdependent) 인간관에 기반을 두고 정의를 위해 제도적 측면과
비제도적 측면인 문화와 태도 등의 통합적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장애인을
정당화와 분배의 주체로 인정할 뿐만 아니라 자존감을 존중할 수 있다. 이
러한 정의론은 장애(인)에 대한 부정의를 제거할 수 있는 현실성을 담보한
이상론, 즉 비이상론의 추구 방향성을 제시하는 정의론을 제시하여, 점진
적인 개혁을 통해 정의로운 사회를 확립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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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ability and Justice: Focusing on A Revised
Capability Approach
Mok, Kwang-Su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paper is to suggest a theory of justice concerning
disability, which is not only justifiable from an ethical perspective, but
is also feasible for removing injustice from disability. I examine two
prior theories of justice on disability: a contractarian theory based on
John Rawls’s theory of justice and a non-contractarian theory based
on Martha Nussbaum’s capabilities approach. While Rawls’ approach is
prevailing, his theory tends to result in injustice. This is because it
excludes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from the process of justification,
defining that a contractor should have the cognitive ability to enter
into a contract, which many individuals with cognitive disabilities lack.
In addition, because it considers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as recipients
of distributive justice, the theory considers such individuals as inferior
and dependent upon the distribution process. At the same time, despite
non-contractarian features, Nussbaum’s capabilities approach excludes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from the justification process and considers
such individuals as inferior and dependent. This is because Nussbaum
proposes a list of capabilities for justice, which is not justifiable for its
tendency toward essentialism. In addition, this is because it considers
the metric of justice as a functioning, which results in paternalistic
distribution, rather than capability as freedom. Despite some limitations
184 사회와 철학 제23집
and problems, the capability approach has some merit for a theory of
justice concerning disability when it comes to the perspective of
interdependent personhood and human diversity, the priority of capability
as freedom, etc. Thus, I suggest a theory of justice concerning disability
based on a revised version of the capabilities approach. This theory, which
respects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without exclusion, would help realize
an ideal and just society for such individuals, guiding a social system
and culture to be favorable toward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through
a gradual process.
Key words: disability, justice, contractarianism, capability approach, self-respect
논문접수일: 2012년 3월 29일 논문심사일: 2012년 4월 9일 게재확정일: 2012년 4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