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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철학

안티-패션의 다양한 변주와 정치적 가능성에 대하여*

작성자樂民(장달수)|작성시간17.03.19|조회수453 목록 댓글 0

안티-패션의 다양한 변주와 정치적 가능성에 대하여*

 


도 승 연**1)

 


[논문개요]
현대인에게 패션은 더 이상 특정한 신분이나 계급에 관한 지시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욕구와 욕망, 원하는 바의 이미지를 타인에게 대상화시키면서 그 유동성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이해하는 시각적 재현의 활동으로서 간주되고 있다. 이렇듯 인
간의 다양한 실존적 표현 방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패션은 플라톤주의로 대변되는
장구한 철학의 역사 속에서 가상, 변화, 이미지, 현상적인 차원으로 이해됨으로써
지금까지 철학의 연구 대상으로는 부적합한 것으로 폄하되어 왔다. 하지만 실존의
기술, 자유와 의존, 개인적 정체성과 사회적 정체성, 저항과 순응 등 인간 이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실천의 장이 패션인 이상, 이것은 인간 이해를 위해 결코 간과
될 수 없는 필수적인 분석의 주제가 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일차적으로 의복을 통해 드러난 의미가 단순히 사회
적인 관습이나 실행의 소통을 위한 고정된 체계가 아니라는 것, 오히려 기존의 관
습과 실행에 대해 저항할 수 있는 이중적 코드를 가진 상징적 형식이라는 점에 주
목하고자 한다. 나아가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패션과 의복, 패션과 안티-패션의
의미를 보다 적극적으로 규명해 보고자 한다. 이때의 적극적 규명이란 기존의 복식
사에서 이해하는 패션, 오뜨 뀌뜨르, 안티-패션의 한정적 의미를 넘어서 푸코
Foucault가 칸트Kant의 ‘계몽Enlightenment’의 개념을 해석하면서 보여주었던

 

* 본 연구는 광운대학교 2012년 교내학술연구비 지원을 받아 연구되었습니다.
** 광운대학교 교양학부 조교수
234 사회와 철학 제25집

 


방식-그것을 특정한 역사적 사건으로 파악하는 것을 거부하고 태도의 문제로 이해-
을 적극 수용하여 이를 다시 기존의 패션과 안티-패션의 맥락에서 비판적으로 적용
함을 의미한다. 나아가 패션이 디자인 영역의 산물이라면, 과연 디자인이라고 담론
화될 수 있는 조건과 그렇지 않은 조건이 무엇인지, 그것의 절차, 대상, 의미를 디
자인 효과라는 측면에서 검토함으로써 이를 안티-패션의 맥락에서 고찰할 것이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안티-패션이 특정한 양식에 대한 전적인 거부를 넘어서 오히
려 다양한 형식들이 사라지고 순환되는 확장, 변주의 역량을 가진 긍정적인 정치적
공간을 함축하고 있음을 밝히려고 한다.
주제어: 안티-패션, 푸코, 오뜨 뀌뜨르. 칸트, 계몽이란 무엇인가

 


1. 들어가며
현대인에게 패션은 자신이 누구인가를 드러내는 시각적 재현의 양식으로
서 이해된다. 패션은 전근대의 과거에 그러했듯이 더 이상 특정한 신분이
나 계급에 대한 표시적 기능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욕구와 욕망, 원하는
바의 이미지를 타인에게 대상화시키면서 그 유동성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이해하는 하나의 문화적 활동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패션은
자신이 속한 사회적 공간 안에서 개인성을 표출할 수 있는 활동, 혹은 그
것의 성과물로 이해된다. 따라서 패션은 개인이 탄생한 근대 이후 언제나
우리 곁에 존재하는 다분히 근대적인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듯 패션이 인간의 다양한 실존적 표현 방식이었음에도 불구
하고 정작 그것을 학문적 주제로 다루는 철학자가 역사적으로 거의 없다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1) 그것은 다음의 몇 가지 이

 

1) 패션이 철학적 침묵의 대상이 되어왔다는 사실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별반 달라
지지 않았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기타 시각 예술(사진, 미디어, 게임) 이나 건
축 분야가 철학적 논의의 대상이 된 반면 패션은 아직 이와 동일한 인식적 차
안티-패션의 다양한 변주와 정치적 가능성에 대하여(도승연) 235

 

유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철학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가장 설
득적인 이유라면 플라톤주의로 대변되는 장구한 역사 속에서 패션은 가상,
변화, 이미지, 현상적인 차원으로 간주되었다는 지적이다. 즉 철학자들이
사랑해왔던 주제였던 실재, 고정, 실체, 형상과는 대비적인 차원에서 패션
의 속성들은 철학의 연구 대상으로는 부적합한 것으로 폄하되어 왔기 때문
일 것이다.
패션이 철학의 연구 대상으로 ‘자격이 불충분’하다라는 ‘믿음’과는 달리
다른 한편에서는 일견 유사하게 보이지만 또 다른 거부의 논리가 존재한
다. 즉 패션이라는 주제가 그 자체의 보편성으로 인해 철학적 연구와 주목
으로부터 비가시화되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마치 보편적인 존재의 의미
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리의 착각이 오히려 그것의 대한 물
음을 가로막고 있다는 하이데거Heidegger의 주장처럼, 패션 역시 너무나
일상적인 주제이기 때문에 그것의 보편성과 그것에 대한 우리의 소박한 이
해가 오히려 학문적인 주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학이 역사적으
로 보여주었던 패션에 대한 이러한 거리둠의 태도는 필자로 하여금 흡사
존재론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의 존재 이해가 존재 망각의 역사를
불러왔다는 하이데거의 한탄을 연상하게 한다.
만약 패션이라는 이 문화 전 방위적인 사태를 진지하게 이해하지 않고
단순한 옷 입기의 문제, 혹은 시즌을 바꾸면서 전개되는 임의적인 변화,
그에 따른 낭비적 소비와 시장의 논리로만 패션을 이해한다면, 이러한 태
도는 아쉽게도 패션을 통해서만 가장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는 측면들, 이

 

원을 획득하지 못했다고 보인다. 물론 철학자들이 쓴 패션 관련 저술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예외적인 몇 작품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담
스미스, 칸트, 헤겔, 발터 벤야민, 아도르노)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논의가 철
학자들의 일관적 사상 체계 안에서 진지하게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역사
적으로 오직 네 명의 철학자, 게오르그 짐멜(Simmel, Philosophy der Mode
과 롤랑 바르뜨(Bartes, Fashion System) 질 리포베츠키(Lipovestsky, The Empire of Fashion Svenson, Fashion: A Philosophy)만이 패
션이라는 주제에 대해 책 한 권을 할애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할 뿐이다.
236 사회와 철학 제25집

 

를테면 인간의 실존의 기술, 자유와 의존, 개인적 정체성과 사회적 정체
성, 저항과 순응 등 인간 이해를 둘러싼 다양한 입장과 해석들에 대해 질
문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과도 같다.
패션fashion은 단순한 의복clothing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옷 입기에 필요한 일련의 아이템들의 총합으로서 패션을 이해하는 것은 정
말로 ‘패션’을 잘 모르는 것이다. 패션은 의복과 인접한 모든 기호들의 총
체가 되었다. 때로는 의복을 둘러싸고 있는 배경들이 오히려 의복 그 자체
보다 중요한 기호가 되어 특정한 ‘패션’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물론 패션에 대한 태도가 반드시 그것에 대한 열광과 지지로 드러날 필
요는 없다. 때로는 특정한 패션 양식style에 대한 거부로 통해 패션의 효
과가 더욱 강화될 수도 있다. 심지어 자신에게는 패션보다는 생존이 더 중
요하다고 말하는 이들, 혹은 패션으로부터 완벽히 배제되었다고 자조하는
이들에게도 패션의 담론은 여전히 실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세계에
패션의 외부는 없다고 감히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패션을 단순히 신체의 보호, 장식적 본능, 계급의 표시
와 같은 공리주의적 욕구에서 기인한 문화적 체계로 이해하기에는 근대 사
회 이후 그것의 의미와 범위는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해져 버렸다. 근대야
말로 개인으로서의 한 인간의 가치가 공적인 공간에서 등장한 최초의 시
대, 나아가 당대인들이 가졌던 개인적 가치를 공적인 공간에서 발현할 수
있었던 최초의 시대였다는 점에서 패션은 단순한 옷 입기의 방식이 아닌
존재자 그 자체의 실존적 발현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패션’이라는 용
어가 사회적 체계 안에서 분명하게 등장한 것이 산업혁명 이후 근대의 유
럽에서부터였다는 역사적 사실이 결코 우연이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
다. 이처럼 패션은 그들이 속한 사회적 집단과 계층, 동시에 한 개인으로
서 그들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알려주는 가장 강력한 표시였을 뿐 아니라
미학적 전시를 포함하는 중요한 소통의 체계를 기반으로 작동한다는 점에
서 가장 중요한 상징 언어중 하나가 되었다. 우리 현대인들에게는 패션은
이러한 의미로 작동한다.
안티-패션의 다양한 변주와 정치적 가능성에 대하여(도승연) 237

 

따라서 본 연구는 일차적으로 의복을 통해 드러난 의미가 단순히 사회
적인 관습이나 실행의 소통을 위한 고정된 체계가 아니라는 것, 오히려 기
존의 관습과 실행에 대해 저항할 수 있는 이중적 코드를 가진 상징적 형식
이라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나아가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패션과 의
복, 패션과 안티-패션의 의미를 보다 적극적으로 규명해 보고자 한다. 그
동안 문화예술사에 있어서 패션과 안티-패션의 개념은 특정한 역사적 사건
과 경향을 지칭하는 한정적인 의미로 이해되어 왔다. 이른바 패션의 역사
에서 상식화되어 있는 패션의 개념적 모태는 19세기 중엽 창시된 오뜨 뀌
뜨르(Haute Couture)의 탄생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안티-패션이란
기존의 오뜨 뀌뜨르가 지향하는 형식미에 대해 저항하는 특정한 양식으로
서, 보다 구체적으로는 1, 2차 세계대전 이후 당시의 예술 사조인 다다이
즘과 아방가르드 영향을 받아 탄생한 불균형, 부조화, 비대칭을 지향하는
특정 시대의 반동적 패션 경향으로서만 간주되어 왔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푸코Foucault가 칸트Kant의 ‘계몽Enlightenment’
의 개념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그것을 특정한 역사적 사건으로 파악하는
것을 거부하고 사건이 가능했던 태도의 문제로 이해했던 방식을 적극 수용
하여 이를 기존의 패션과 안티-패션의 관계적 맥락에서 비판적으로 적용해
보려고 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패션이 일차적으로 디자인 영역의 산물
이라면, 과연 디자인이라고 담론화될 수 있는 조건과 그렇지 않은 조건이
무엇인지, 그것의 절차, 대상, 의미를 디자인 효과라는 측면에서 검토함으
로써 이를 안티-패션의 맥락에서 비판적으로 적용해보려고 한다.
그리하여 철학과 디자인이라는 이질적인 접근 방식들을 안티-패션에 공
통적으로 적용, 검토함으로써 안티-패션이 특정한 양식에 대한 전적인 거
부를 넘어서 오히려 다양한 형식들이 사라지고 순환되는 확장, 변주의 역
량을 가진 정치적 공간임을 밝히려고 한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특정한
방식의 주류적 옷 입기와 그것에 저항하는 옷 입기의 행위가 지향하는 시
도들, 정치적인 함축들, 실천적인 가능성들을 통해 패션과 안티-패션이 상
호 배타적인 개념이 아님을, 저항적 옷 입기로서의 안티-패션이 시스템으
로서의 패션에 얹힘으로써 주류 문화에 대한 사이공간으로서의 기능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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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긍정적 가능성을 부각시키고자 한다.

 

2. 안티-패션Anti-fashion에 대한 일반적 정의
서구 근대 사회로부터 시작된 패션이라는 이 정치적인 선택에는 언제나
이중적인 코드가 존재한다. 특정한 옷 입기의 방식은 그/그녀가 속한 집단
의 공적 특징들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이지만 동시에 그/그녀라는 사
람이 누구인지 드러내고자 하는 사적인 욕구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개인적
이다. 이때의 공적 특징들은 때로는 시대의 유행일 수도 있고 그가 속한
집단의 공유된 가치일 수도 있다. 따라서 옷을 입는다는 것은 타인과의 소
통이 가능한 공적 공간에서의 특정한 메시지와 의미를 발화하는 활동이므
로 그 사회가 요구하는 일정한 규범적 코드로부터 전적으로 이탈해서는 안
된다. 자칫 지나치게 개성적인 방식의 의복을 취했을 때 이 낯선 이방인은
우리의 시야로부터 지워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옷 입기의 사적 코드는 그/그녀가 원하는 바의 모델, 혹은 그/그녀
의 문화 자본이 보여주는 미적인 선호에 대한 지표, 혹은 그 이상을 의미
한다. 이러한 사적 차원이 상징적으로 드러나기 위해서는 공적으로 부과된
재현의 규칙을 투명하게 반복하는 일은 피해야만 한다. 따라서 ‘패셔너블
fashionable’하다는 것은 어느 정도 공유된 가치의 지반, 상식적인 미의식
밖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그 위에서 자신의 독창적인 개성을 표현하는 이중
적 놀이를 의미한다. 그렇기에 이 이중적 놀이는 개인과 사회, 신체와 문
화, 자유와 의존의 접합점, 혹은 사이 공간에서 발생하는 활동이라는 의미
에서 언제나 긴장적이다. 하지만 이 긴장적 공간 안에서 유영할 때 개인의
기호와 사회적 규칙은 중첩, 분열, 대립, 절충되면서 때로는 우리의 사회
적 위치를, 젠더적 특성을, 때로는 자아의 욕망과 쾌락을 상징적으로 발현
하는 풍부한 언어로서 발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패션과 의복은 사회
가 이상적으로 부여한 계층과 젠더, 성적 특성들의 재현 방식에 도전하고
안티-패션의 다양한 변주와 정치적 가능성에 대하여(도승연) 239
대결하면서 새로운 방식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한 개인에게 있어서 사회적
이며 개인적인 정체성을 드러내는 의사소통의 수단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수단으로서의 패션이라는 상징 언어는 결코 투명하고 중립적인 소통의
수단임을 거부한다.2)
패션과 의복 혹은 스타일이 단순히 투명한 미디어가 아니라는 것, 나아
가 그 재현의 방식에 있어서 유동적이고 변화한다는 특수성으로 인해서 가
벼움, 경박, 소비적, 유혹적인 물질문화라는 부정적인 의미로서만 이해되
어 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그러한 함축을 단순히 경박한 물질문
화로서 치부해 버리기에는 우리의 세계는 이미 패션 그 자체이다. 의복을
통해 기존의 방식을 비판하고 새로운 형식을 창조하는 행위는 분명 정치적
인 함축을 가지며 이것은 우리 시대의 특정한 문화 현상, 나아가 담론의
힘으로서의 권력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 옷을 입음으로써 그/그녀가 말하
고자 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는 특정한 방식의 옷 입기를 통해 기존의 지배문화를 비판하기도
하고 획일적이고 억압적인 문화에 저항하면서 소수의 구성원들과 보다 강
력하게 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징적인 시각 언어는 무언가 분명하게
말하는 듯 보이지만 그 언어의 문법을 알지 못하는 자에게 그 의미는 결코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3) 따라서 이러한 정치적 함축이 구체적

 

2) 사회학자인 다이애나 크레인Diana Crane은 의복을 텍스트로 간주된다고 했을
때, 위계사회에서의 의복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며 고정된 의미를 가진, 소위
‘닫힌 텍스트’로 기능하는 반면, 보다 분화적인 포스트모던 사회에서는 지속적으
로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는 ‘열린 텍스트’로서 기능한다고 보았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동일한 의상 아이템이라도 각기 다른 집단이 사용했을 때 다른 의미가
부여된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어떤 사회에서든 의복은 착용자에 대한 무언
가를 말해주는데 그것은 특정한 의상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공유된 개념
이 전제되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개념들이 지속적으로 변
화한다는 점이다. Crane, Fashion and its Social Agendas: Class, Gender,
and Identity in Clothing, pp.242-243.
3) “엄밀하게 말해서 의복은 언어가 아니다. 물론 종종 의복은 언어로서 이해되긴
하지만 그것은 문법과 어휘를 가지는 그러한 일상적 의미의 언어는 결코 아니
240 사회와 철학 제25집

 

으로 무엇을 의미하려는 것인지 인식하기 위해서는 패션의 문법과 사용의
텍스트와 코드에 대한 배경 지식이 요구되며 나아가 그것을 들으려는 의지
와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패션과 의복을 통한 정치적 함축을 분명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상적으로 혼용되고 있는 패션의 중심적인 용어들의 정의를 우
선적으로 검토하면서 이후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패션과 의복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듯이 과연 동일한 개념인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패션과
안티-패션의 관계 역시 특정한 시대의 옷 입기의 방식과 그것에 대한 거부
라는 도식적 이해를 따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석은 적극
적인 의미에서 패션을 이해하고 그와 관계하여 안티-패션을 파악하려는 본
논의의 전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분석의 실마리를 제공해 줄 것이다.

 

1) 패션과 의복의 개념적 구별에 대하여
패션fashion과 의복clothing, 혹은 스타일style 등의 용어들은 많은 경
우 동의어처럼 쓰이지만 때로는 사용의 맥락에 따라 패션과 의복을 상위와
하위의 범주로 이해한다거나 패션을 동사로 해석하여 스타일과 동일하게
지칭하는 등 여러 다양한 용례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각각의 용어가
가진 어원적 특성을 분석하여 접근할 경우 그것들이 사용되는 맥락의 특성
이 보다 분명히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패션의 경우 라틴어 factio를 어원으로 가지는데 이것은 무언가를 만들
어 냄, 행위함을 의미한다. 정치적 파벌의 의미를 가지는 faction 역시 이

 

다. 의복이 무언가의 의미를 전달하고 소통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소통할 수 있
는 모든 것을 언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의복은 의미론적으로 코드화될 수
있는데 이때 코드는 확고부동한 규준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불안정하며 얄
팍한 의미론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코드에 기반을 둔 언어의 의미는 시간과 장
소에 따라 급격히 변화하고 이러한 의상의 의미론적 변화와 비교했을 때 음성
언어는 상당히 안정적인 구조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L. Svenson, Fashion:
A Philosophy, pp. 70-71.
안티-패션의 다양한 변주와 정치적 가능성에 대하여(도승연) 241

 

것으로부터 파생된 것이다. 즉 factio로서의 fashion은 특정한 행위를 말
한다. 동시에 패션이 명사로 사용될 때 이것은 fetish로서의 대상을 지칭
하기도 한다. 따라서 패션이란 특정한 태도를 통해 무언가 형태를 부여하
는 일련의 활동으로부터 그러한 활동을 통해 형성된 결과물, 대상이라는
동사와 명사의 두 가지 형태를 동시에 가지는 것으로 이해된다. 반면 의복
Clothing의 경우, 이것은 옷감fabric과 텍스타일textile의 관점에서 만들
어진 장식물을 일컫거나 그것을 입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요약적으로
이 둘의 차이를 설명하면, ‘모든 의복은 장식적이지만 모든 장식물이 패셔
너블한 것은 아니다’라는 명제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어떤 장
식물이 지나치게 낯설 때 우리는 패셔너블하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
이다. 또는 ‘모든 패션은 장식적이지만 모든 장식이 의복은 아니다’라는 명
제도 성립할 수 있을 것이다. 의복은 옷감과 텍스타일에 한정되어 지칭되
는 개념이므로 예를 들어 신발과 문신은 패션의 요소일 수 있지만 의복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출생이후 줄곧 특정한 옷(의복)을 입고 생활
하지만 그 변화의 방식 자체는 패션인 것이다.4)
이처럼 패션은 단순히 의복이나 특정한 양식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수반하여 드러내는 특정한 시대의 미적 의식, 혹은 그들의 세계에
대한 견해와 입장, 특징적으로 노출되는 행동의 양식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서구의 복식사에 있어서 패션의 개념은 근대 이후 탄생
한 특정한 경향으로서의 오뜨 뀌뜨르를 중심으로 탄생한 개념으로 알려져
왔으며 안티-패션 역시 그것에 반대하는 저항적 경향의 옷 입기로 한정되
어 이해되어 왔다.

 

2) 오뜨 뀌뜨르적 정형주의에 대한 저항으로서 안티-패션을 정의하는
방식

19세기 중엽의 워스(C.F. Worth)에 의해 창시된 오뜨 뀌뜨르는 유럽

 

4) B. Malcolm, Fashion as communication, pp. 8-11.
242 사회와 철학 제25집

 

의 상류층 소수 고객을 대상으로 그들의 맞춤 의상을 담당하던 최고급의
소비문화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특히 초기의 오뜨 뀌뜨르는 의복의 실용적
기능보다는 독창적이고 미적인 예술성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웠다. 뿐만 아
니라 이러한 가치를 공공연하게 지향하기 위해 시즌별 컬렉션을 개최하고
필요한 경우 부적절한 고객의 요청을 거부하기도 하면서 당시의 유럽의 문
화적 유행을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갔다.5) 오늘날 우리가 패션이라고 받아
들이고 있는 개념적 모태, 이를테면 독창적인 디자이너의 개성적 능력의
소산으로 패션을 이해하는 태도는 서구 근대의 오뜨 뀌뜨르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오뜨 뀌뜨르의 이러한 예술적 지향은 당시의 순수 예술의 특징들
을 적극적인 반영하면서 더욱 발전해 나갔다. 예를 들어 20세기 이전에는
프랑스 미술의 아르누보(Art nouveau)가 표방하는 유미주의 전통에 영향
을 받으면서 장식적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오뜨 뀌뜨르가 유행했는가 하면,
모더니즘적 영향을 받은 20세기 초반부에는 구조적이고 기하학적 절제미
를 강조하면서 당시 유행하던 예술 사조와 병렬적으로 자신들의 미적 형식
들을 발전시켜 나갔다.
하지만 20세기 후반부에 들어와 이성의 권위에 대한 회의가 사상과 문화

 


5) 19세기 초반 유럽의 경우 공적 공간에서 배제되었던 집단으로서의 하위계층의
여성의 경우, 그들에게 패션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위계층의 여성들은 사적 공
간이며 공적 공간인 그들의 일터에서 남성들의 바지를 빌려 입고 노동했지만
당시 상류계층의 여성들의 의상은 오뜨 뀌뜨르는 통해 이전 보다 화려해져 갔
다. 특히 상류 계층 여성들의 화려한 옷차림은 프랑스 혁명 이후 근대로 접어
들면서 유럽의 부르주와 남성들은 예전의 귀족들의 장식적 옷을 벗어버리고 절
제된 옷 입기의 미덕을 보여준 것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혁명 이후 유럽의
부르주와 남성들이 보여준 의복에 대한 절제적 미덕은 공적인 장소에서의 그들
의 부에 대한 지표가 사라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들의 부인들과 아이들의 화
려한 의복으로 전이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사회적인 신분에 대한 과시는
여성과 아이들의 화려한 의복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 수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당시 근대 유럽의 공적 세계에서의 패션의 경향이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
식적인 옷 입기의 성격이 매우 강하였다는 암시하고 있다. 게르트루트 레네르
트, 패션, pp.98-100. (패션에 있어서 여성복의 강조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
으로부터 기인한다)
안티-패션의 다양한 변주와 정치적 가능성에 대하여(도승연) 243

 

의 전 영역으로 전개되면서 고전적 형식미에 저항하는 아방가르드(Avantgarde),
다다이즘(Dadaism) 등의 물결이 예술에 도전적으로 출현하게
되었다. 비형식주의, 파괴주의, 허무주의, 부조화를 표방하는 아방가르드
와 다다이즘의 반 예술적 경향들은 그대로 패션의 영역으로까지 이어져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오뜨 뀌뜨르의 권위와 형식에 저항하는 이러한
흐름들은 패션과 연관된 여러 층위의 정치적 차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표
출되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저항적 경향을 복식의 역사, 패션의 역사에서는
안티-패션으로서 정의하고 있다.6)
안티-패션은 그것이 함의하는 저항의 강조점의 구별에 따라 크게 청년
하위문화subculture로부터 유입된 60년대, 70년대의 펑크룩Punk Look
과 히피룩Hippie Look과 이상적인 젠더룩Gender Look에 저항하는 매
스큘린 룩Masculine Look이나, 유니섹스 룩Unisex Look, 앤드로지너
스 룩Androgynous Look로 구분하기도 한다. 특히 당시 여성주의자들은
기존의 젠더 룩을 여성 정체성에 대한 억압이라고 비판하며 남녀 간의 젠
더의 차이를 위반하거나 무화시키는 양식들로 지지하였다. 그런가 하면 복
식사 내부에서는 의복 그 자체가 재현하는 고전미에 대한 저항으로서 올
풀기, 꼬기, 비틀기, 구기기 등의 해체, 분해, 왜곡의 형태를 통해 이전의
형식미와는 구별되는 새로운 표현의 방식들을 제시하였다.7)
그런데 다양한 특성을 가진 집단들이 보여준 이러한 안티-패션의 경향
은 기본적으로 오뜨 꾸뜨르의 특징과 가치를 인지할 때에만 가능한 반동적
인 활동이다. 그렇다면 소위 전 세계에 3000명 내외의 극소수의 고객들을
상대로 하는 명성 높은 패션 하우스Fashion House들의 폐쇄적인 가치가
어떻게 일상적 수준의 안티 패션의 수행자들에게 전달, 유통될 수 있었는
지, 어떻게 새로운 저항의 방식을 가능했는가에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변화된 소비구조와 도시의 유동성, 과학기술의 발전 등과 함께 수

 

6) 유태순, 홍종대, “대중사회의 안티패션 수용에 대한 연구”, 사회과학연구논집,
2호, p.132.
7) 변영희, 채금석 “현대 패션에 나타난 Anti-Couture경향 연구”, 한국의류학회
지, Vol.33, pp.1098-1108.
244 사회와 철학 제25집

 

반된 1960년대 당시 오뜨 뀌뜨르의 산업적 전환의 배경을 함께 언급해야
할 것이다.
1960-70년대가 되면서 유럽의 최고급 고객의 맞춤의상을 담당하던 오
뜨 뀌뜨르 산업이 침체하면서 패션 사업은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분리되
어 기존의 체계와는 다른 양상으로 변화, 성장하기 시작하였다. 이전의 소
수의 고객을 상대하는 오뜨 뀌뜨르 사업은 그들의 초고가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지만 급변하는 생산과 소비 방식의 변화에 따라 패션 사업에 대한
전략의 변화를 감행하게 된다. 라이선스(license) 정책을 통해 의복만이
아닌 향수, 액세서리, 생활 방식에 관한 모든 제품을 브랜드화 하는 방식
을 택하거나 혹은 메종을 인수 합병함으로써 고급 기성복을 생산하는 프레
타포르테(pret-a-porte)를 통해 방계적으로 전환하면서 오뜨 뀌뜨르는 기
존의 수입을 초과하는 호황기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위에
서 아래로 전달되던 일방적인 유행의 선도는 사라졌지만 오히려 새로움,
진기함, 이질감과 같은 하위문화의 특징들이 아래로부터 위로 전이되었고
이를 오뜨 뀌뜨르가 적극적으로 흡수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발전
하게 된다. 이처럼 오뜨 뀌뜨르는 라이선스(License)산업과 고급 기성복
(Prêt-a-porte)산업과의 연계라는 전략적 변화의 감행을 통해 새로운 시
대에 적응해야 했지만8) 오히려 그러한 전환을 계기로 시장은 세계적으로
확대되었으며 영향력은 더욱 거세졌다.
패션의 시작으로서의 오뜨 뀌뜨르는 집단의 가치를 존중하지만 동시에
개인성의 표출하려는 욕구가 드러난 최초의 의복 양식이라는 점에서 그 태
생에 있어서 전형적인 의미에서의 ‘근대적’인 문화 현상이다. 특히 장인이
지만 유사 예술인quasi-artist을 지향하려는 뀌뜨르 내부의 욕구는 보다

 


8) “시즌마다 선보이는 화려한 캣워크catwalk는 전 세계적으로 패션과 엔터테인
먼트 영역의 변함없는 주목을 받았지만 이것은 오직 3000여 명의 고객만을 가
지는 오뜨 뀌뜨르 그 자체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주목적은 의식적ritual 활동
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상징적으로 강화시키는데 있었으며 이를 통해 과거보다
더욱 강화된 브랜드 가치는 그와 연관된 방계 산업들의 압도적인 수요를 가능
하게 하였다.” 조안 핑겔슈타인, 패션의 유혹, pp.175-176.
안티-패션의 다양한 변주와 정치적 가능성에 대하여(도승연) 245

 

정제된 형식미를 의복에 구현함으로써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았으며 특히
이것을 공적인 공간에서 확인하고 소통하려는 부르주와 고객들의 욕구는
당시의 계층과 신분이 분리되기 시작하는 사회구조와 적합하게 맞아 떨어
지면서 패션과 정체성은 하나로 연결되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포스트모더니즘, 아방가르드와 다다이즘, 안티-패션의 출
현으로 요약되는 일련의 반문화적 경향들은 모두 20세기 근대에서 탈근대
로의 이행하는 유럽의 모습을 다각도로 보여주는 문화 매개적 현상들이며
특히 안티-패션이 특정한 역사적 시기에 발생한 사건으로서 한정적으로 이
해되어 왔다는 사실은 본 논의에 있어서 중요한 시사점을 가진다.

 

3) 변화와 자유에 대한 지속과 전통의 우위로서 안티-패션을
정의하는 방식

 

위의 논의에서처럼 안티-패션을 서구 유럽이라는 특수한 공간 안에서
발생한 사건으로서 이해하지 않고 역사적 사건과는 독립적으로 시간의 지
속성, 혹은 고정적인 의복의 형태를 통해 안티-패션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해석이 존재한다.
이러한 입장은 짐멜(Simmel)의 주장에 기반하고 있는데, 그는 ‘패션은
특정한 집단의 통합적 성격을 강조하여 사회적 정체성을 욕구하는 입장과
동시에 그 안에서 개인의 자율과 독립성을 욕구하는 개인적 정체성이 긴장
적으로 결합할 때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이 두 성향 중 어
느 하나가 부재할 경우 그것은 이미 패션이 아니므로’9), 패션 그 자체는
이미 자유와 의존, 개인과 사회, 공동체의 가치와 개성과 같은 이중성을
내재적으로 함축하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이러한 주장을 받아
들일 때, 패션이 발휘하고 있는 표면적이고 유혹적이고 낭비적인 이 모순
적 효과들이야 말로 패션의 본질적 특성으로부터 기인한 것으로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만약 특정한 지역 내에서 특정한 아이템의 착용이

 

9) G. Simmel, On Individuality and Social Forms, p.301
246 사회와 철학 제25집

 

나 옷 입기의 방식이 지속되는 현상, 혹은 전통적인 가치를 통해 유지, 재
현될 때 이것은 사회통합적인 성격이 지나치게 강한 것, 즉 개인적인 정체
성의 발현이 지나치게 무시된 것이므로 패션이 아닌 것, 즉 안티-패션으로
서 이해된다. 왜냐하면 이것은 패션을 구성하는 필수적인 두 성향 중에서
의도적으로 자유가 아닌 의존을, 개인이 아닌 집단을, 개성이 아닌 규범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패션의 외부에 존재하는 것으로서의 안티-패션이기 때
문이다. 나아가 이러한 안티-패션은 한 사회가 공유하는 의복의 질서를 깨
뜨리거나 부정하지 않고 그러므로 새로운 미의식과 개성적 정체성의 발현
을 이끌어 낼 수 없는 비패션Non-fashion이 되어 버린다.

 

3. 위반을 통한 실천적 감행으로서의 안티-패션을
정의하는 방식

 

1) 푸코의 계몽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짐멜의 입장을 따르자면 패션은 언제나 변화해왔고 앞으로도 변화해야
만 한다. 만약 패션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가장 부정적인 의미에서
의 비패션으로서의 안티-패션이 되어버릴 것이다. 변화하지 않는 것은 고
정되어 있는 것이고 고정된 것은 패션이 아니다. 오직 그 안에 저항과 도
전과 새로운 변주가 발생할 때 비로소 패션은 진정 ‘패션너블’해진다. 하지
만 주어진 담론을 저항하고 이것을 위반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적 한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대상적 한계가 존
재한다는 것을 밝히는 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 오히려 넘어야 할 선
이 존재한다는 인식의 중립성은 우리의 한계가 여기까지라는 것을 명시적
으로 제시하는 부정적 방식의 비판이기 때문이다.
푸코는 이러한 부정적 방식의 비판 개념을 지양하고 보다 적극적인 위
반을 감행하기 위해서 근대 비판 철학의 대명사였던 칸트의 ‘계몽이란 무
안티-패션의 다양한 변주와 정치적 가능성에 대하여(도승연) 247
엇인가’라는 에세이를 통해 그의 비판 개념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푸코
는 칸트의 계몽(Aufklärung)이란 우리를 ‘미성숙’의 상태로부터 탈출하려
는 일종의 출구(Ausgang)를 의미한다고 보았다. 즉, 기존의 칸트적인 맥
락에서의 계몽이란 독단, 혹은 이성의 미성숙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개
인적으로 성취되어야 할 용기 있는 행동’10)으로서, 혹은 프랑스 혁명을 위
시하여 진행된 이성 중심의 시대정신으로서 이해되어 왔다고 푸코는 주장
하고 있다. 하지만 푸코는 계몽에 대한 칸트의 ‘알려고 하는 개인의 용기
있는 행위로서의 이 근대성의 정신’이 특정한 시대를 통한 한정적 해석이
라는 것을 거부하고 한걸음 나아가 그것을 ‘지금, 여기’라는 현대에 대한
비판의 정신, 즉 태도의 문제임을 강조함으로써 칸트적 계몽의 탈역사화를
시도한다.
칸트적 계몽에 대한 푸코의 이러한 해석은 이제 근대를 단순히 역사적
인 시대로 간주하지 않고 영구적으로 현재의 자신의 삶의 방식에 도전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태도나 조건의 문제로서 바라보게 하였다. 즉 푸코는
칸트가 주장한 근대의 정신을 특정한 시대정신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의 현재를 구성했던 한계를 위반하기 위한 태도의 문제로 전환시킴으로써
계몽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푸코는 계몽을 가능한 위
반의 형태를 모색하는 실천적 비판11)으로 이해함으로써 우리의 현재를 지
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상상하기를, 실천하기를 추동시킨다는 점에서 지식
의 한계를 설정했던 칸트식의 부정적 비판 개념을 넘어선 비판의 긍정적인
가치를 강조하고자 했다.
그렇다면 푸코의 ‘태도로서의 비판의 정신’이라는 계몽의 의미를 안티-패
션이라는 본 논의에서 적용해 보았을 때, 안티-패션은 단순히 근대로부터
탈근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매개적 사건으로 이해되어서는 안된
다. 오히려 이것은 주어진 패션에 대한 변주의 역량과 저항으로 기능할 수
있는 모든 시도, 태도라는 보다 적극적인 의미로서 간주되어야 할 것이다.

 

10) M. Foucault, “What is Enlightenment?”, Foucault Reader, p.49
11) 필자 강조
248 사회와 철학 제25집

 


안티-패션은 근대로부터 탈근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하나의 사건
이 아니다. 주류문화에 저항하는 모든 것이 안티패션이 될 수 있지만 동시
에 안티-패션이 상업화에 지나치게 악용되었을 때 그것에 도전하기 위한
또 다른 안티패션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이것은 이전과는 달리 분명 상대적
인 개념으로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생산과 소비의 폐용 기간
이 인위적으로 가속화되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 소비 산업사회로
부터 발생한 패션의 주류적 경향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글로벌한 마케팅이
지역의 문화를 균질화시킬 수 있고 또한 비환경적인 문제를 발생한다면 이
에 저항하여 슬로우 패션Slow Fashion을 안티-패션으로서 제시될 수 있
다. 혹은 지나치게 글래머러스한 페미닌룩Feminine Look이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강화시키고 여성의 신체를 억압했다면 앤드로지너어스 룩
Androgynous Look이 그것의 대척점으로서 작동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안티-패션이 가진 실천적 함의들이 기존의 담론에 저항하고 균
열을 가할 때 비로소 이것은 패션을 배제하는 개념이 아니라 가장 적극적
인 의미에서 패션이라는 이 시스템에 비로소 의미 있게 안착하는 것이
다.12) 만약 패션의 성장이 인류 역사에 있어서 결정적 사건중의 하나라고

 

12) 여성의 젠더 정체성과 관계하는 안티-패션의 경향은 다음과 같은 역사적 흐름
안에서 진행되어 왔다. 앞에서 논의했다시피 근대 유럽의 패션은 오뜨 뀌뜨르
의 탄생과 함께 시작하는데 특히 상류 계층의 여성들의 경우 화려하고 장식적
인 스타일의 공공연하게 과시함으로써 그들의 배우자인 남성들의 보여주었던
절제적 미덕의 대체적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때의 여성 정체성은 사회적 신분
과 젠더적 특성을 뚜렷하게 재현하는 방식을 채택하였으며 바지는 결코 공적
공간에서 입을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었다. 오히려 바지는 1차 세계 대전 이
후 여성 광부, 여성 농부나 여성 어부 같은 하류 계층의 여성들이 남성의 옷
을 일터에서 착용하면서 이후 공장의 여성 작업복으로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20세기 복식의 혁명 중의 하나인 젠더 정체성에 대한 패션의 도전은
남성의 복장을 한 여성의 매스큘린 룩Masculine Look을 통해 안티-패션으
로서 가시화되었다. 이후 스트레이트 박스-스타일의 수트Straight box styled
Suit 차림이나 샤넬Channel의 풀오버Pullover 스타일의 상의 역시 이러한
매스큘린 룩에 대한 변주로서 이해될 수 있으며 특히 매스큘린적 이미지를 모
방하였지만 여기에 여성적 특성인 리본이나 주름으로 장식한 가르손느 룩
안티-패션의 다양한 변주와 정치적 가능성에 대하여(도승연) 249

 

말할 수 있다면 그 이유는 패션이야말로 근대성의 중요한 특징인 전통의
폐지, 개인성의 발현을 가시적 차원에서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패션 안에는 근대성이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반
대적 요소가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즉 근대성이란 이성적인 자기 결
정에 따른 변화를 주장하지만 패션은 특정한 목적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오직 변화를 위한 변화로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패션의 대상은 그 원칙상
새로움 이외의 어떤 특정한 속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패션의 원칙은 속
도감의 증진시켜 다른 새로운 대상이 기회를 가지도록 가능한 한 빠르게
기존의 대상을 잉여적인 것으로 만들어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런데 실제 패션이 추구하는 변화, 잉여를 수반하는 이러한 변화는 어
떤 본질적인 속성과 관계하기 보다는 비본질적 속성에서 기인한다. 즉 긴
치마가 유행하는 시즌 다음에는 짧은 치마가 유행하는 시즌이 도래하는 이
러한 변화에 합리적인 이유 따위는 없다. 이것은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거
나 진보를 지향하는 이성적인 고려와는 무관한, 변화 그 자체를 위한 변화
라는 점에서 비본질적이며 비합리적인 특성을 가진다. 하지만 이제 그 변
화의 주기가 점점 속도를 높이면서 급기야 이전의 스타일과 새로운 스타일

 


(Garconne Look: 빅토르 마르그리트Victor Margueritte의 소설의 주인공
가르손느Gaconne로 부터 파생된 이미지)을 통해 당시의 안티-패션적 접근은
여성의 패션을 보다 다양화되고 기능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1960년대 미국의 히피문화를 포함한 청년 하위문화가 새로운 문화 주역이 되
면서 패션에 있어서도 유니섹스 경향이 탄생하였고 특히 안티-패션의 대표적
인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는 블루진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것은 이전의 이성
의 복장을 모방을 넘어서 서로간의 이질적 요소를 공유하고 상호 결속력과 동
질성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으로써 이후 70년, 80년대의 앤드로지너스 룩
Androgynous look의 모체가 되었다. 앤드로지너스 룩과 유니섹스 룩의 차

이점은 후자는 하나의 성으로서 중립적인 젠더성향을 패션에서 재현하는 것이
었다면 전자는 각자가 지닌 성적인 특성은 부정하지 않으면서 남성 복장이 가
지는 여성적 특성과 여성 복장이 가지는 남성적 특성을 서로 혼용하여 젠더
정체성과 패션의 관계가 단순히 여성적 이슈가 아닌 남성의 문제로 확장되었
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연희, 김영인, “현대 패션 룩
Fashion Look에 표현된 성 정체성” 복식문화연구, 13권 5호, pp.798-802.
250 사회와 철학 제25집

 


이 서로 중첩되는 속도에까지 이르게 되면 급기야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은
부재한 시대가 도래하게 된다. 이미 등장했던 모든 것이 등장하고 각각은
약간의 변주를 통해 짧은 시기동안 유행을 이끌기도 하고, 때로는 각각의
모순적 유행조차 동시적으로 등장하는 이러한 시대는 흡사 유행의 대통합
의 시대라고 일컬을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패션은 이전의 경향을 대
체하고 그것을 잉여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근대적
인 규범 아래 있었으며 그런 의미에서 전통적인 방식에서 이해되는 패션의
논리는 대체replacement의 논리 아래 있었다. 그러나 지난 십년 동안 패
션의 모든 트렌드가 반복적으로 변화하고 새로운 패션은 더 이상 이전의
것들의 대체를 의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패션의 논리는 이제 대체가 아닌
보충supplement의 논리로(축적의 논리라 해도 무방하다) 규정될 수 있을
것이다.13) 대체가 아닌 보충의 논리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낡은 것을 대
체하는 방식이 아닌,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이(때로는 낡은 것과 낡은 것이)
병렬적으로 존재하면서 전개된다. 이제 오늘날 패션은 새로움을 위한 변화
그 자체를 위한 변화가 아니라 모든 스타일, 모든 새로움이 중첩적으로 존
재하면서 각각의 특징들이 서로를 보충하면서 전개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
을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스타일이 중첩되어 버린 현대야말로 안티-패션이 가장
활발하게, 가장 성숙한 토양에서 작동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아닐까? 시
즌마다 등장하는 소위 ‘새로운’ 스타일의 등장은 기껏해야 색상, 커팅, 텍
스타일의 미묘한 차이에 불과하고 주목할 만한 변화라는 것은 기껏해야 기
존의 등장했던 스타일을 얼마나 더 극단적으로 몰아 붙였는가의 강도의 차
이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제 보충의 논리가 작동하는 현대의 패션은 단
순히 패션과 안티 패션의 대결구도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양자가 서로의
강화를 통해 존재하는 상호 의존적인 개념으로 발전하게 된다. 즉 한 개인
의 사상과 가치관, 행동 양식을 패션의 보충적 논리를 통해 재현한다는 의
미에서 안티-패션은 가장 강력한 의미의 ‘패션’이 된다. 그렇다면 기존의

 

13) L. Svenson, Fashion: A Philosophy, pp.33-34.
안티-패션의 다양한 변주와 정치적 가능성에 대하여(도승연) 251

 

저항과 변주로서의 안티-패션의 예들은 패션과 상호배제적인 개념이 아니
라 오히려 패션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하도록 기능하는 내재적 조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안티-패션은 특정 경향을 지칭하는 절대적인
개념이 될 수 없다. 안티-패션으로 출현한 하나의 양식이 어느새 주류로서
기능할 때 그것을 거부하거나 전환할 수 있는 다른 안티-패션이 그 뒤를
이어 제시될 수 있을 때, 패션이라는 전체 시스템은 안티-패션의 공격력을
자신 안으로 수용하면서 더욱 건강하게 순환할 수 있을 것이다.
안티-패션은 변화를 전제하지 않는 패션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해되어서
는 안 된다. 무언가에 대항하여 새로운 형식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담론에 대한 비판이 전제되어야 한다. 자아의식이 발달하지 않은 어린이,
삶의 기본적인 조건이 박탈당한 노숙자, 혹은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나 기
능으로 의복을 이해하는 이들에게 패션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그들에게
는 패션의 내재적 조건으로서의 안티-패션의 가능성이 없다는 것, 즉 삶의
변주가 작동할 수 있는 안티-패션의 노력이 피곤하게 느껴지거나 혹은 아
예 의식조차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유행을 안다는 것은 기존의 주류
담론으로서의 현재 무엇이 유통되고 있는지, 무엇이 유통되고 있지 않는지
에 대한 담론적 차이를 식별하는 일이다. 이들의 차이는 지식의 체계로 치
밀하게 구성되어 있으므로 이것은 일정한 노력과 시간이 투여된 문화 자본
이 있을 때에만 접근될 수 있다. 이처럼 패션의 특정한 경향에 대항, 변
형, 때로는 차용하는 안티-패션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기존의
지식 체계의 코드와 그 한계를 이해하고 그것을 위반하여 체계화할 수 있
는 실천의 능력이 요구된다. 이것은 마치 푸코가 칸트의 계몽을 통해 주장
한 것처럼 한계를 인식한 후 그것의 위반을 감행하려는 비판의 활동과 동
일한 기원을 가진다.14)

 

14) 영국 여왕을 만나려면 정장을 입어야 한다는 주변의 충고에 자신의 터틀넥을
포기해야 한다면 그 만남을 거부하겠다고 말했던 푸코만큼이나 유명했던 그의
터틀넥, “Dress Classy, Dance Cheesy! 옷은 고급스럽게 춤은 저질스럽
게”라고 말하던 싸이의 의상은 색상의 믹스 매치와 과장된 꾸밈을 통한 의도
적인 선택이라는 점에서 안티 패션임이 분명하다. 혹은 완벽히 정장을 입었어
252 사회와 철학 제25집

 


2) 디자인 효과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하지만 모든 의복의 아이템들의 선별적 배치가 디자인적인 효과를 발생
시키는 것이 아니듯 그저 옷을 무질서하게 입었다고 해서 그가 안티-패션
을 수행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상품이
디자인과 잠재적으로 관련되어 할지라도 그것들이 모두 디자인이 아닌 이
유는 디자인은 특정한 효과를 가진 하나의 사건으로 이해되어야 하기 때문
이다. 즉 마구잡이식으로 무질서하게 의복을 입었다고 해서 그것이 특정한
효과를 유발하지 않는 한 이러한 옷 입기를 안티 패션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때 디자인 효과라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그 의미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문장 “디자인은 산업 없이는
존재할 수 없지만 산업은 디자인 없이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라는 말이
선제적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즉, 이 말은 우리 주변의 수많은 기능
을 가진 사물들, 서비스들이 사용되고 각각의 기능을 가지지만 실제로 많
은 사물과 서비스가 디자인적인 관점에서의 절차나 신중한 고려를 통해서
만 만들어지고 사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디자인인
가를 질문하는 메타적인 통찰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어떤 조건에서
디자인된 사물로서 받아들여지는가의 조건을 밝히는 작업과 필수적으로 연
관되어야만 한다. 나아가 이러한 문제의식은 실행적인 관점에서 이것이 디
자인 작업이라고, 어떤 대상에 대해 이것은 디자인된 사물이라고, 취향적
인 차원에서 이것은 디자인된 것이라고 우리가 판단할 수 있다면 그것의
조건이 무엇인가에 대한 통찰적 접근을 요구한다. 즉 디자인이 하나의 효
도 안티 패션이 되는 예도 있다. 생사가 오고가는 절체절명의 기차 위 격투가
끝나자마자 자신의 커프스 단추를 매만지는 제임스 본드James Bond의 태도
는 톰 포드Tom Ford의 멋진 남성 수트를 졸지에 맥락을 파괴하는 안티-패
션으로 변화시킨다. 이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기 위해 필수적인 아이템
을 선별하고 이를 배치, 조합하는 의도적인 선택을 하나의 패션적 효과로서
받아들이려는 태도는 단순히 소비 상품의 선택을 통해서만 획득될 수 없는,
매우 신중한 선택과 맥락이 고려된 실존의 미학적 기술이 된다.
안티-패션의 다양한 변주와 정치적 가능성에 대하여(도승연) 253

 

과라면 그것은 특정 대상이 디자인 되는 과정, 미감의 관점을 모두 고려하
여 디자인과 디자인이 아닌 것의 경계를 묻는 질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디자인과 그렇지 않은 것의 경계를 디자인의 효과
적인 측면에서 설명하는 스텐판 비알Stephane Vial의 언급은 주목할 만
하다.
디자인은 특정한 공간, 제품, 서비스 이전에 그 공간이나 제품, 서비스가
발생하는 ‘효과’이다. 이는 디자인이 존재자가 아니라 ‘사건’이고 사물이 아니
라 ‘반향’이며 소유물이 아니라 ‘파급효과’라는 의미이다. 디자인은 그러한 의
미에서 수행적인 사건으로서 어떤 것이 되기 전에 그 어떤 것으로서 발생한
다. 디자인이 존재한다는 것은 곧 디자인이 발생한다는 의미이고 그렇기에
디자인은 어느 곳에서나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몇몇 조건에서만 나타나는
효과이다.15)
나아가 스테판 비알은 디자인의 효과는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이해된
다고 본다.16)
첫째, 디자인 효과는 형태조화효과이다. 디자인의 첫 번째 조건은 형태
적 아름다움의 효과이다. 그 사물의 선과 면이, 색상과 형태가, 그 덩어리
가 가지는 형태적인 조화가 특정한 디자인의 효과를 형성한다. 하지만 각
기 시대마다 그 형태조화에 대한 해석과 입장은 다를 수 있으며, 때로는
명백히 상반되기까지 하다. 하지만 각 시대가 소위 양식style이라고 지칭
할 수 있는 형태 조화의 입장이 존재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관철되었다는
것, 그것을 지각하고 추구하는 것이 인간 존재의 중요한 인지적, 정서적
차원이라고 했을 때 디자인은 모든 곳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효과로서 발생하는 것이다. 나아가 특정한 사물이 디자인적 효과를 발생시
키는, 인지적 ,정서적 차원의 조건으로서 이해될 수 있다.

 

15) 스텐판 비알, 철학자의 디자인 공부, p.63.
16) Ibid., pp.64-71.
254 사회와 철학 제25집

 

두 번째는 사회조형효과이다. 디자인이 가지는 형태조화에 입각한 효과
는 단순히 인간 정서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의 추구에서 그치지 않는다. 즐
거움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특징은 예술 작품의 창작과 감상에도 적용
되는 특징이다. 하지만 디자인은 예술 작품과 달리 작품의 창작 주체의 개
별적 의지에 의해 추동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대상을 향한objectal
‘필요’에 의해 출발한다. 사용의 목적으로부터 의도적으로 거리를 취하려는
예술 작품과 달리 사용의 목적을 통해 자신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 디
자인이다. 따라서 디자인은 완벽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작업이라기보다
는 기존의 사용가치의 대상이 가진 상징을 보다 나은 상징으로 재창조하는
일이다. 이처럼 언제나 사용자의 관점에서 기존의 문제와 수요를 통찰함으
로써 만들어진 디자인은 사회조형의 효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존재 근거
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휴대폰의 사용 가치를 보완하여 새로운 상
징으로 만들어진 스마트폰이라는 이 사물은 단순히 그것이 가진 미려한 형
태, 햅틱haptic적인 접촉을 통한 지각의 즐거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
라 그것을 사용함으로써 세계를 파악하고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의 사회조
형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세 번째 디자인 효과는 경험효과이다. 경험 효과란 형태조화적인 대상
을 사용자가 경험함으로써 가지는 주관적인 지각과 감정, 표상과 행동의
총체를 말한다. 따라서 이러한 경험의 효과의 누적이 곧 한 사용자의 차원
을 넘어서 사회조형효과를 이끌게 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경험 효과는
형태조화효과와 사회조형효과를 이어주는 매개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양자를 넘어서는 궁극적인 효과로서 디자인의 존재 목적이
된다. 그 이유는 디자인의 출발 자체가 사회를 보다 나은 모습으로 조형하
는 거시적 관점에서가 시작된 것에 있다기 보다는(물론 여기에도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영국에서 윌리엄 모리스를 중심으로 발생한 공예부흥운동은
당시의 대량생산의 산업화체제가 생산품의 조악성에 대한 미적 차원의 비
판만이 아니라 비인간화된 노동 과정에 대한 정치적 차원의 비판이라는 점
에서 명백하게 디자인의 탄생의 배경을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파악하려는
입장이 존재한다.) 기존의 상징을 보다 나은 상징으로 만듦으로서 다양한
안티-패션의 다양한 변주와 정치적 가능성에 대하여(도승연) 255
맥락의 인간 삶을 둘러싸고 있는 사물, 타인, 자신과의 존재를 보다 섬세
한 감각적 그리드를 미세하게 통찰하고 경험하려는 의지야 말로 궁극적 차
원의 디자인의 존재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푸코의 비판적 에토스로서 안티-패션을 대하려는 태도와 디자
인 자체를 효과로서 파악하려는 입장에서 안티-패션에 적용한다는 이 두
개의 이질적인 접근 방식이 의외로 하나의 접점으로 수렴해 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티 패션이 가지는 형태조화 효과, 사회조형 효과, 경험 효
과는 무엇일까?

 

4. 나가며: 안티-패션의 변주적 가능성,
긍정적 효과에 관하여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패션과 안티-패션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적극적인 비판의 태도로서 이들의 개념을 이해하
는 것은 패션과 안티-패션을 상호 배타적인 개념으로 파악하지 않는 것
이었다. 이러한 이해가 주는 장점 중의 하나는 패션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서, 안티-패션을 그러한 시스템 위에서 작동하는 모든 저항적 시도의 총
체로서 정의함으로써 양 자를 한정적 경향, 절대적인 의미로 고정시키지
않기 때문에 패션이라는 텍스트와의 열린 관계가 양자에게 가능하다는 점
이다. 특히 이때의 안티-패션은 단순히 특정 양식에 저항하는 개념이 아
니며 따라서 특정 양식을 무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써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얼마나 다양한 창조적인 안티-패션들이 출현하여 주류적
경향을 변형하고 이를 위반하는가에 따라 하나의 문화로서 패션이라는 시
스템이 수용할 수 있는 관용의 정도, 민주주의의 정도를 증강시켜 줄 수
있다.
패션은 하나의 시스템이다. 그 시스템은 일종의 권력적 네트워크이므로
중 심이 있고 그 중심에 대한 저항이 있지만 그 중심이 저항을 배제하기는
256 사회와 철학 제25집

 

커녕 오히려 저항의 시도들이 누적될 때 시스템은 그 자체를 힘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수없이 많은 안티-패션들이 등장했고 수없이 많은, 자신과
다르게 옷을 입은 자들이 거리를 난무하더라도 패션을 시스템으로 받아들이
는 자들은 타인의 옷차림을 함부로 조롱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시스템
내부에서는 이 무질서와 과잉이야말로 패션의 특징이며 동시에 힘이기 때문
이다. 나아가 이것은 사회의 민주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타인의 옷차림에
대해 조롱하지 않는 태도와 주장은 그 자체로 이미 민주적인 사회조형효과
로서, 경험 효과이며 실천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것은 패션
을 통해 개성과 정체성을 드러내려는 특정 개인에게 있어서도 스스로를 제
시할 수 있는 선택적 가능성과 표현의 방식이 더욱 풍부해졌다는 것을 의미
한다. 따라서 이전에는 포착하기 어려웠던, 그렇기에 잊혀지고 지워졌던 다
양한 영역에 존재하는 소수자들의 정체성들을 더욱 세심하게 다룰 수 있다
는 장점이 있다. 사회와 삶의 민주화에 기여하는 이러한 특성들은 모두 사
이 공간의 정치적 역량의 증강과 관계하는 특징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긍정
적이다.
패션을 특정 문화의 시스템으로, 안티-패션을 그 시스템을 더욱 풍부하
게 만들 수 있는 위반적 가능성으로서 받아들임으로써 얻게 되는 또 하나
의 장점이 있다면 이것이 사회와 인간에 대한 거시적인 이해에 도움을 주
는 접근이라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패션과 안티-패션의 적극적인 의미
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복식의 역사를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할 것이
다. 이것은 특정 시스템의 구성원들의 거주하는 사회, 교환하는 경제, 공
유하는 미의식, 심리와 행동, 가치관 등, 이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접근
할 때에만 파악될 수 있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패션의 의미와 역할을 추적
한다는 것은 곧 사회 변동의 의미를 추적하는 예민한 지표를 다루는 것이
다. 현대 사회의 안티-패션의 경향들이 다양한 정치적 차원에서 전개된다
는 사실을 목격하고 이들 경향들의 욕망과 저항의 코드를 탐구하다 보면
신분사회와는 분명하게 구별되는 현대 사회의 특징들을 패션이라는 지표
를 통해 분명하게 걸러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근대 사회는 그 이
전 시대들처럼 철저한 신분 사회는 아니었지만 의복을 통한 계층이나 성
안티-패션의 다양한 변주와 정치적 가능성에 대하여(도승연) 257

 

별의 분리는 매우 가시적인 사회였다.17) 하지만 현대 사회의 패션은 너
무나 다양하게 분화되어 있어서 의복만으로는 성별, 특히 계층을 안다는
것은 매우 세심한 관찰과 지식을 필요로 하게 된다. 즉 현대 사회가 가지
는 이러한 분화성, 계층, 성별뿐만 아니라 나이, 취미, 직업 등의 활동을
통한 다양한 방식의 모든 특징들이 패션으로 수렴되기 때문에 시스템으로
써 이해된 패션은 사회의 많은 모습들을 읽어낼 수 있는 사회 변화의 바
로미터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18) 분화된 사회는 분화된 정체성을 요구
하며 분화된 정체성은 분화된 패션을 보다 가시적인 방식에서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안티-패션을 위반을 감행하는 실천적인 창조의 태도로서 이해했
을 때 그것의 형식은 무한하게 열려 있다. 하지만 모든 유행과 창조의 형
식이 그러하듯이 완전한 새로운 형식은 우리에게 창조될 수 없고, 즐겨지
지 않고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다. 완전히 새롭다는 것은 공유된 미의식
외부에 있는 것이므로 그것을 인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출현했던 유행이나 양식은 역사로부터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한번
태어난 스타일은 침잠되어 있을 뿐, 혹은 이전보다 잠시 고요히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옷깃collar의 폭과 소매의 넓이, 바지와 상의의 길이, 단추

 

17) 근대 사회에서 일상복으로 여성이 입는 바지가 등장하였을 때 하류 계층의 여
성이 노동하며 입는 바지는 하등의 문제가 아니었지만 상류 계층의 여성이 입
는 바지는 규범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었고 부르주와 남성들의 의복은 절제되
었지만 그와 상응하여 그들의 부인들의 의복은 더욱 장식적으로 변해갔다. 바
지가 상류여성의 의복이 된 것은 1950년대 이후였으며 그것도 공적 영역이
아닌 그들의 여가생활에서 가능한 아이템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그들이 속한
계층과 성별에 따라 공유하는 가치가 분명하고 그것이 패션을 통해 가시적으
로 드러났다는 것을 알려주는 단적인 예가 될 것이다. D. Crane Fashion
and its Social Agendas: Class, Gender, and Identity in Clothing,
pp.122-124
18) 동일한 브랜드의 동일 시즌의 제품이라도 서울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매진되는
아이템과 대구 백화점에서 매진되는 아이템이 확연하게 구분된다.
258 사회와 철학 제25집

 

의 위치와 장식의 강약을 통해 유행은 민감하게 경험되지만 이 모든 것이
부분적 과거의 재편이라고 생각하면 어쩌면 보들리야르Baudrillard의 주
장처럼19) 우리는 과거의 형식이 묻고 간 시체들을 다시 부활시켜 유행이
라는, 혹은 안티-패션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들의 루프적 운동이 영원히
순환한다고 착각하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패션에서 정녕 중요한
것은 누가, 무엇을 바꾸었고 언제 바뀌었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현
재 무엇이 유통하면서 특정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지, 그것을 내가 어떠
한 의미로서 받아들이고 어떠한 의미로서 소통하길 원하는가를 선별하고
실천하는 일, 혹은 과거의 아카이브에서 무엇을 소환시킴으로써 그것이 특
정한 효과를 발휘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전체 시스템 안에서 놀이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더 이상 외부 환경에 대한 보호의
기능, 신분의 표시로서 패션을 이해하지 않으며 오히려 신체를 더 멋있게
보이게 하는 옷을 고르려고 하고, 그를 통해 쾌적한 기분과 새로운 느낌,
변장의 순간을 즐기려는 욕구를 가진 선택적 행위자들이다. 그러한 욕구를
기반으로 패션이라는 언어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자들이다.
우리는 결코 패션의 희생양(fashion victim)이 아니다. 유행의 세심한
조작과 화려한 광고가 허위 욕망을 만들어 낸다고 해도 결코 호락호락하고
무비판적으로 지갑을 열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기를 원하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 때로는 당당하
게 요구하고 저항하기도 하는 선택적 주체는 유행하는 패션에 전적으로 좌
지우지되지 않는다. 그들은 오히려 패션을 삶의 미학으로 받아들일 때 그
과잉과 무질서에 질서를 부여할 수 있는 근본적인 가능성이 생겨난다는 것
을 알고 실행하는 자들이다.
모든 이에게 동일한 도덕의 원리를 강요하는 사회가 끔찍한 것처럼 특
정한 사회 집단이 요구하는 미적 양식의 강요 또한 이에 못지않은 인내를

 


19) Baudrillard, “패션은 마치 기호처럼 시간을 초월하고 창고에 쌓인 죽음과
기호를 새로 창조할 거리를 찾아낸다. 패션은 아주 자유롭게 지금까지의 현재
를 모아놓은 것이다”. Symbolic Exchange and Death, p.89.
안티-패션의 다양한 변주와 정치적 가능성에 대하여(도승연) 259

 

요구한다. 사람들이 가진 미적 감수성은 저마다 다르고 그들이 재현하기
원하는 이미지의 양상 또한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그러한 다양한 감수성과
재현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 선택지는 많을수록 좋다. 안티-패션
은 더욱 증강된 현실을 패션에게 줄 것이다. 그리하여 정체성을 표현하려
는 다양한 사이공간들은 안티-패션이라는 이 증강된 현실을 통해 보다 자
유롭게 확장될 것이라고 믿는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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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패션의 다양한 변주와 정치적 가능성에 대하여(도승연) 261
On a Variety of Variations and Political Possibilities
in Anti-fashion
Dho, Seung-Youn
【Abstract】
Fashion in our times no longer was understood as a function of
expression‎ of class but as visual representation of cultural activities,
which is objectifying one's needs and desire to anyone else and taking
own identity with its liquidity. However, even if fashion has been
considered as various ways of human being's existential expressions, it
had been under-estimated as ‘disqualified’ theme in terms of which
was referred as the level of phenomena, image, and change, speaking
for Platonism in the long history of philosophy. Once fashion is seen
as the field of practices surrounded of the human understanding, such
as the technology of human existence, freedom and dependence, personal
identity and social identity, resistance, and compliance, this theme
should be essentially analyzed than any academic areas.
In this respect, central to this paper are two things: for one thing,
I will see how the meaning through clothing is not fixed system for
social norms and communication, rather symbolic form with dual code,
which can resist existing common sense and practices. the other thing
is to establish the meaning of relation of fashion/clothing and fashion/
anti-fashion with more positive perspective. The concept of positive
perspective is referred in this context to make a closer look into the
idea of anti-fashion with an attitude of ‘Enlightenment’-the way in
which how Foucault interpreted Kant's article “What is Enlightenment?”-
262 사회와 철학 제25집
beyond its limited meaning understood in the sphere of history of
fashion. Furthermore, if it is true that fashion is the product of the
Design, I will call attention to what conditions could make it possible
to prevail specific fashion discourse in our social reality by reviewing
its procedures, target and meanings in terms of design effect .
Ultimately, the purpose of this paper is to unveil the implication of
anti-fashion which could be functioned as the positive political capacity
with circulating various formats as possible, beyond total denial of
specific form.
Key words: Anti-fashion, Foucault, Haute-couture, Kant, What is
Enlightenment?
논문접수일: 2013년 3월 9일 논문심사일: 2013년 3월 23일 게재확정일: 2013년 4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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