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야 카바코프의 ‘총체적 설치’*
- 아방가르드 예술가의 꿈과 소비에트 삶의 예술
18)
이 지 연
(한양대학교)
국문초록
본고는 망명 예술가 일리야 카바코프(Илья Кабаков)의 작품들, 특히 그의 설치 미
술 작품들에 반영된 포스트-소비에트적 의식, 즉, 탈소비에트적 꿈으로서의 러시아 아
방가르드로의 회귀와 이와 동시에 그의 작품 속에서 또 다른 중요한 축을 이루는 소비
에트의 일상에 대한 향수라는 이중적인 지향의 문제를 고찰한다. 특히 카바코프의 초
기 앨범 장르로부터 최근의 총체적 설치 미술 작품에 이르는 진화의 과정을 살펴보고
그 속에서 아방가르드의 예술적 기호들과 소비에트 삶으로부터 가져온 사물들이 기호
화되는 메커니즘을 주목한다. 논문의 서론격인 1장에서는 카바코프에 대한 소개와 함
께 그의 작품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이루는 두 요소로서의 아방가르드적인 것과 소비
에트적인 것의 문제를 개괄하고 특히 그것을 러시아 아방가르드와 사회주의 리얼리즘,
언더그라운드와 포스트-소비에트에 이르는 20세기 러시아 문화사 전반에 대한 연속적
인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고찰한다. 논문의 2장에서는 특히 그의 설치작품의 기호학적
인 측면에 주목하면서 그가 기호를 다루는 방식을 개념주의적인 관점에서 분석한다.
이 때 카바코프 설치 작품들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되는 서사성의 문제 역시 그의
채택하는 새로운 재현의 패러다임과 구축의 문제를 통해 조명된다. 논문의 3장에서는
* 이 논문은 2007년 정부(교육과학기술부)의 재원으로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KRF-2007- 362-B0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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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대표적인 총체적 설치 작품인 「10명의 사람들(10 персонажей)」의 내용과 구조를
통해 그의 작품 속에 그려진 두 개의 이질동상적이며 동시에 반목하는 두 개의 유토피
아로서의 소비에트의 이상과 아방가르드 예술가의 은밀한 삶이 이루는 역설을 고찰한
다.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된 모티브로서의 쓰레기와 폐허의
문제를 다루고 이에 대한 작가의 양가적인 태도를 조명함으로써 그가 러시아-소비에
트적인 연속체로서의 20세기 러시아 문화에 대해 보여주는 노스탤지어를 지적하고,
더 나아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러시아-소비에트의 기억을 박물관의 공간 안에 구축
하는 그의 창작 행위에 내재하는 존재론적인 지향과 예술적 공간 속에서의 현존의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주제어
일리야 카바코프, 모스크바 개념주의, 총체적 설치(total installation), 러시아
아방가르드, 소비에트적 物, 유토피아의 예술
I. 일리야 카바코프와 ‘포스트-소비에트’의 예술
이 논문은 망명 예술가 일리야 카바코프(Илья Кабаков)의 작품들, 특히 그
의 설치 미술 작품들에 관한 것이다. 무엇보다 논문에서 주목하는 것은 그의
대부분의 설치 미술 작품 속에 반영된 포스트-소비에트적 의식, 더 정확히
말해서 탈소비에트적 꿈으로서의 러시아 아방가르드로의 회귀와, 이와 동시
에 그의 작품 속에서 또 다른 중요한 축을 이루는 소비에트의 일상에 대한
향수라는 이중적인 지향의 문제이다. 이 때 ‘포스트-소비에트적’ 의식이란 소
련의 붕괴나 카바코프의 망명이라는 역사적, 전기적 상황으로부터 촉발된 것
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반드시 구체적인 현실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의식은 소비에트 언더그라운드 예술가의 삶과 예술을 규정하
는 내적 망명의 존재론적 상황으로부터 이미 규정되었다. 그가 ‘소비에트’의
예술가로 활동하던 1960년대로부터 1987년 망명 전까지 이미 그의 작품은
일리야 카바코프의 ‘총체적 설치’ 153
포스트-소비에트적 의식과 그에 대한 예술적 형상들로 넘쳐난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소련이 붕괴된 이후 카바코프는 여전히 자신을 러시아 예술가도, 우크
라이나 예술가도, 그렇다고 유태인 예술가도1) 아닌 ‘소비에트’ 예술가라 칭한
다.2) 이때의 ‘소비에트적’이란 형용사는 그의 국적이나 인종이라기보다, 오히
려 그의 예술의 태생적 근원을 암시한다. 언더그라운드 예술가로서 소비에트
적 일상 너머를 꿈꾸었지만 동시에 소련의 붕괴 이후 여전히 소비에트 예술가
라는 정체성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던 카바코프 삶의 역설은 그의 앨범과
설치미술 작품들에 그대로 반영된다.
일리야 카바코프는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태어났지만, 모스크바에서 그래
픽 디자인을 전공하였고 1987년 러시아를 떠나 오스트리아에 정착할 때까지
모스크바에서 활동하였다. 따라서 그의 작품의 주된 모티브들은 이미 소련
시절에 완성된 것이다. 특히 화장실과 부엌을 비롯한 공공주택의 삶이나 일상
의 사물들 같은 소비에트적인 모티브들은 그의 평생의 작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의 그를 있게 한 ‘총제적 설치(total installation)’라는 장르
역시도 그것을 구성하는 많은 부분은 그가 이미 소련 시설 피보바로프(Пивоваров)
등과 함께 고안한 ‘앨범(альбом)’ 장르의 작품들에 포함된 삽화와 이야기들
로 이루어져 있다. 러시아를 떠날 때까지 그는 불라토프(Булатов), 피보바로
프 등과 함께 ‘스레텐스키 거리(сретенский бульвар)’의 멤버로, 그로부터
발전된 ‘모스크바 개념주의(Московский концептуализм)’, 즉, ‘소츠 아
트(соц-арт)’ 및 이후 결성된 ‘집단 행동(коллективное действие)’ 그룹
을 이끄는 대표로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된다.3)
1) 일리야 카바코프는 현재 우크라이나 지역에 해당하는 드네프로페트롭스크
(Днепропетровск)에서 태어났다. 드네프로페트롭스크에는 다른 어떤 지역보
다 러시아인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이후 그는 어머니와 함께 교육을 위해 모스크바로
옮겨오고 망명 전까지의 대부분의 삶을 모스크바에서 보내게 된다. 또한 소련 여권의
‘5번째 줄’, 즉, ‘국적(гражданство)’과 구별되는 ‘민족(национальность)’
으로 보자면 그는 유태인이었다.
2) Boym, S. "On Diasporic Intimacy: Ilya Kabakov's Installations and Immigrant
Homes," Critical Inquiry. 24(Winter 1998): 504.
3) 일리야 카바코프의 작품들은 그의 홈페이지 http://www.ilya-emilia-kabakov.com
를 통해 볼 수 있다. 이 글 속에 포함된 카바코프의 그림과 사진들은 많은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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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활동 외에도 그는 생계를 위해 아동용 서적의 삽화를 그렸다.
이 일은 매우 성공적이었으며 오히려 카바코프는 삽화가로 인정받는다. 그는
일 년 중 3-6개월을 삽화 그리는 일에, 나머지 기간을 자신의 고유한 작품
활동에 할애하였다. 이 때 그가 그린 아동용 서적의 삽화가 소비에트 공식예술
의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한다면, 그 외의 그의 고유한 프로젝트들은
공식 예술의 경계 외부에 버젓이 존재하고 있었던 비순응적 예술, 러시아 언더
그라운드 문화를 대표하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카바코프 없는 러시아 현대
미술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그는 모스크바 개념주의를 비롯하여 러시아
언더그라운드 미술의 발전에 있어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그의
앨범 장르와 이후의 총체적 설치작품들의 형성과 발전 과정에 있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영향을 준 것은 다름 아닌 그가 공식 예술의 테두리 안에서 창조한
아동용 서적들의 삽화였다. 마찬가지로 그의 작품의 소재가 되는 것은 대개의
경우 지나칠 만큼 자질구레한 소비에트 일상으로부터의 사물들이었다.
그의 서구에서의 성공은
러시아에서 하나의 신화가
되었다. 사실 러시아 예술가
가 서구 미술의 흐름을 주도
한 경우는 드물었다. 혹자는
그의 성공이 러시아 폄하적
인 작품 경향 때문이라고 말
한다.4) 그의 설치미술 작품
의 하나인 「공공 화장실」,
쓰레기 더미들로 가득한 소
위 홈페이지로부터 가져왔다. 그의 생애와 전기적 사실들 또한 위의 홈페이지의
연보를 참고하였으며, 그 외에 그의 전기와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는 책 Groys,
B., Ross, D. A., Blazwick, I.(ed.), Ilya Kabakov. London, 1998; Тупицын,
В. Коммунальный (пост)модернизм: Русское искусство второй
половины XX века. М.: Ad Marginem, 1998 등을 참조하였다.
4) Boym, S. "Ilya Kavakov's Toilet," The Future of Nostalgia. New York, 2001,
p. 31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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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트 공공주택의 형상들을 보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러시아인들 역시
존재한다. 70년대부터 주택관리소(ЖЭК: Жилищно-эксплуатационные
конторы)의 예술가라 불릴 만큼 공공주택의 리얼한 삶을 그대로 보여주었던
그의 작품들은 설치미술이라는 장르에 힘입어 더욱 리얼한 소비에트적 삶에
대한 재현이 되었다. 사실상 그것은 재현이라기보다 구축이었다. 실제 소비에
트의 삶을 박물관의 공간 안에 옮겨 놓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설치미술 작품들은 그것이 보여주는 리얼리티에도 불구하고
환상적이다. 공공주택 거주자 10인의 이야기들에 대한 텍스트들로 이루어진
그의 대표작 「10명의 사람들(10 персонажей)」은 바로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이다. 우주로 날아가기를 꿈꾸는 사람, 자신의 그림을 응시하면서 어
느새 그 안으로 날아 들어간 사람, 재능 없는 예술가, 어떤 물건도 버릴 수
없었던 수집가 등. 그러나 설치된 작품 속에 이러한 등장인물들의 실제 형상
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콘텍스트를 통해 재현될
뿐이다. 이들을 설명하는 이야기가 작품에 붙여짐으로써 관객은 그들의 모습
과 삶을 재구해 낸다. 오히려 이들의 존재는 이들의 부재와 이들을 기억하는
이야기를 통해 재현된다. 이러한 공공주택 거주자들의 이야기는 소비에트 공
간 속에서 늘 그 공간 외부를 꿈꾸었던 내적 망명자들의 삶을 형상화한다.
특히 이들 내적 망명자들의 삶은 많은 부분에서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삶의
흔적을 담는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소비에트 폄하적’이라는 혹평에도 불구
하고 다른 어떤 것보다 러시아와 소비에트에 대한 강한 낭만적 지향을, 노스
탤지어를 드러낸다. 그가 설치미술을 통해 구축하는 소비에트의 사물들과 쓰
레기들, 공공주택의 일상의 삶의 형상은 소비에트적인 것에 대한 해체의 기획
에 연장선상에 있으며 그의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의
해 거부된 아방가르드 예술을 여전히 꿈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
들 속에서 아방가르드의 미학적 기획은 예술적 이상인 동시에 아이러니의 대
상이 되며 소비에트적인 일상 역시 그것의 키치적 속성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유년의 기억을 대표하는 사물들로서 재의미화된다. 이러한 관
점에서 그의 예술은 소비에트적인 것에 대한 해체와 탈신화화를 꾀했던 1970
년대 소츠-아트의 기획을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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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츠-아트와 모스크바 개념주의 예술가들은 소비에트 시대의 대표적인 기
호들을 전혀 새로운 콘텍스트에 위치시킴으로써 그러한 이념적 기호들을 희
화화하고 탈신화화하였다.5) 그러나 이들의 작품에서 역시 1980년대 중반 이
후 소비에트적인 것들은 양가적인 의미를 지니게 된다. 그것은 해체의 대상이었
지만 동시에 노스탤지어의 대상이기도 하였다. 리포베츠키(М. Липовецкий)
는 브로드스키의 1980년대 말에 쓰여진 서사시 「공연(Представление)」을
분석하는 논문에서 러시아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현상이 늘 돌아갈 수 없는
문화적 유토피아로서의 20세기 초반의 러시아 모더니즘에 대한 향수를 드러
낸다고 지적하였다.6) 특히 흥미로운 점은 브로드스키의 이 작품이 그의 일반
적인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구성과 내용의 많은 부분에서 모스크바 개념주의
시학의 요소들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서사시는 소비에트 일상으로부
터의 사물들의 목록을 열거하는 루빈슈테인(Рубинштейн)의 카드시와 유
사하다. 그러나 이 작품의 마지막에서 모든 혼란스러운 소비에트 사물들의
목록은 자장가를 불러주는 어머니의 노래로 수렴된다. 이는 브로드스키의 위
작품과 거의 유사한 시기에 씌어졌으며 그와 유사한 감상성을 드러내고 있는
모스크바 개념주의 시인 키비로프(Кибиров)의 1990년작 서사시 「작별의 눈
물 사이로(Сквозь прощальные слезы)」에서 또한 반복된다. 스스로를 개
념주의자들로부터 분리시키려 하였던 키비로프의 경우, 소비에트의 기호들을
열거하고 희화화하는 개념주의적 기법들과 기획들은 이미 1980년대 중반에
이르면 사라진 것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비가적 감상성에 의해 대체된다.
카바코프의 설치작품「공공 화장실」역시 마찬가지였다. 1992년 카셀 도
큐멘타(Kassel Documenta)전의 박물관 뜰에 설치된 카바코프의 공공 화장
실에는 익숙한 러시아의 문 없는 화장실 옆에 나란히 소비에트 삶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부엌 공간이 설치되어 있다. 카바코프 스스로 지적하고 있듯이
공공주택의 부엌에는 당시의 삶의 모든 것들, “저열한 것과 위대한 것, 일상적
5) 소츠-아트와 모스크바 개념주의에 관해서는 이지연, 「해체와 노스탤지어: 소츠-아
트와 소비에트 문화」, 러시아어문학연구논집. 21(2006): 97-125 참조.
6) Липовецкий, М. "Культура как хаос (Метаморфозы диалогической
поэтики и эволюции русского постмодернизма," Россия/Russia.
Vol. 8. № 1/2(1993):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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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것과 낭만적인 것, 사랑, 그리고 깨진 접시를 두고 벌이는 싸움, 후한 인심
과 전기 요금의 1-2 코페이카 때문에 벌어지는 인색한 다툼들, 그리고 방금
구운 커틀렛을 나누는 것과 쓰레기를 내다 버리는 문제로 인한 신경전”이 공
존하고 있었다.7) 카바코프는 지저분하고 낙서로 뒤덮힌 화장실과 나란히 방
금 식사를 마친 부엌의 테이블을 위치시킴으로써 소비에트적 공간 속에서 계
속된 삶의 형상을 복원한다.
특히 그의 화장실에는 작가 자신의 경험이 반영되어 있다. 그가 모스크바
예술학교 기숙사에 입학한 후 그의 어머니는 드네프로페트롭스크에서의 일을
그만두고 아들을 위해 모스크바로 상경한다. 그러나 거주등록을 할 수 없었던
그의 어머니는 그가 다니는 기숙학교의 세탁실에서 살게 된다. 특히 과거 화장
실로 사용되었던 그 세탁실에는 여전히 변기들을 비롯한 화장실의 흔적이 남
아 있었다. 이후 그의 어머니는 밀고자로 인해 그곳에서 쫓겨나게 되며 카바코
프는 그 때 자신이 받은 상처에 대해 회상한다. 그 사건은 카바코프로 하여금
‘집없음’의 느낌을 갖게 하였다. 그의 설치 작품 화장실의 공간은 바로 이러한
작가의 유년의 기억을 함축한다.8) 설치된 화장실의 공간 속에서 그가 느끼는
‘집없음’의 감정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어머니와 고국의 형상으로 확대된
다.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샘」을 연상시키는 새로운 예술적 재현
의 시도와 소츠-아트의 소비에트적 기호들의 해체라는 예술적 실험을 넘어
카바코프의 「공공 화장실」은 소비에트의 삶과 기억을 문제를 가장 전면으로
부각시킨다. 브로드스키와 키비로프의 서사시가 그러했듯이 소용돌이치는 소
비에트적 기호들이 이루는 카오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삶에 대한 향수와
그 중심에 있는 사랑의 대상으로서의 어머니와 고국의 형상으로 수렴된다.
이처럼 포스트-소비에트 러시아 예술은 러시아 아방가르드 문화에 대한 지
향과 함께 소비에트적 삶에 대한 지향을 동시적으로 드러낸다. 1998년 러시아
출신의 미국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콘스탄틴 보임(Константин Бойм)은 일련
의 잃어버린 기념비(монумент)들의 모형으로 기념품(сувенир)을9) 제작하였
7) Кабаков, И. "Коммунальная кухня," Три Инстолляции. М.: Ad
Marginem, 2002, С. 275.
8) Boym, S.(1998): 508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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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10) 그가 제작한 모형에는 타틀린(Татлин)의 탑과 소비에트의 전당, 솔로몬
의 성전이 포함되어 있다. 이 때 타틀린의 제 3 인터내셔널 기념탑과 소비에트
의 전당은 포스트-소비에트 러시아 예술을 가능하게 한 러시아 아방가르드와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바쳐진 기념비였다. 타틀린의 탑은 늘 러시아 비공식
예술 전통의 중심에 존재했다. 많은 모스크바 개념주의 예술가들에게 있어서
타틀린의 탑은 영감의 원천으로서 그들의 작품 속에 계속적으로 등장했다.
때로 그것은 버려진 어린 아이의 장난감과 병치됨으로써 희화화되었고, 때로
폐허가 된 아방가르드 예술에 대한 애도를 담았다. 이들에게 타틀린의 기념비
는 1920년대의 유토피아의 꿈에 대한 상징물로서 문화적인 신화와도 같았다.
위대한 소비에트의 꿈을 상징하는 소비에트의 전당 역시 이들 예술가들에게
있어 이중적 의미를 지녔다. 그것은 실현되지 못한 소비에트 이념의 허구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아방가르드를 계승한 유토피아에 대한 향수를 내포하였다.
카바코프에게서 소비에
트의 전당은 타틀린의 기
념비의 연장선상에 있었으
며 그 둘은 교묘하게 하나
를 이루었다(예를 들어 옆
의 설치 작품 「프로젝트의
전당(Palace of Projects)」
를 보라). 그것은 분명 소
비에트 전당의 수직적 형
상을 반복하면서 동시에 타틀린의 기념비의 나선형 구조를 반복하였다. 그
안에는 소비에트의 이념적 상징물들과 삶으로부터의 사물들, 쓰레기와 폐허
가, 더 나아가 작가 자신의 이전 시기의 작품들에 이르는 소비에트적인 ‘모든
것’이 공존하였다. 이러한 ‘모든 것’이 곧 카바코프의 ‘총체적 설치’를 이룬다.
9) 기념비가 시간적, 역사적 콘텍스트를 잃고 기념품이 되는 과정에 관하여서는 Ром
ашко, C. "Монумент – сувенир – улика: временная ось мегаполиса,"
Логос. № 3-4(http://magazines.russ.ru/logos/2002/3/rom.html)을 보라.
10) Boym, S. Architecture of the Off-Modern. New York, 2008, p. 28-34.
일리야 카바코프의 ‘총체적 설치’ 159
그의 설치 미술이 ‘총체적(тотальный)’인 것은 그것이 소비에트의의 ‘전체
주의적(тоталитарный)’ 삶을 재현하고 있기 때문일 뿐 아니라, 또한 소비
에트 삶의 ‘모든 것’, 그것의 이념과 일상, 언어와 상징을 포괄하는 모든 것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11) 마치 아방가르드와 스탈린주의, 더 나아가
현대 포스트모더니즘의 연속성을 지적하고 있는 그로이스(Гройс)의 이론적
작업의 예술적 구현으로도 보이는 카바코프의 ‘총체적 설치’는 20세기 러시
아 문화 전체에 대한 포스트-소비에트적 평가와도 같았다.
모더니즘의 정점을 이루는 아방가르드 예술이 진부한 예술형식이 되어버
리고 그것을 대체하는 대중문화의 성장에 의해서 포스트모더니즘의 흐름으로
나아간 서구의 문화 패러다임의 교체와는 달리 러시아에서는 모더니즘이 완
결되어 ‘박물관화’ 되어버릴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그것
을 강제적으로 대체하게 된다.12)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러시아 언더그라운
드 예술로부터 현대 러시아 포스트-소비에트 문화에 이르는 과정 속에서 모더
니즘 예술이 이미 완결된 예술사의 한 지점으로서가 아니라 끊임없이 살아있
고 새롭게 해석되는 미학적 원칙으로 사유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즉,
아방가르드 예술을 단절시킴으로써 러시아 문화 속으로 침투해 들어온 소비
에트 예술은 곧 러시아 포스트모더니즘이 아방가르드 예술에 대해서 일방적
부정이나 거부가 아닌 양가적인 태도를 취하고, 더 나아가 오히려 그것을 계
승하고 지향하게 된 역설적인 동인이 되었다.
그로이스는 자신의 명저 총체적 예술작품으로서의 스탈린 - 러시아의 분
열된 문화(Gesamtkunstwerk Stalin-Die gespaltene Kultur in der
Sowjetunion)13)에서 예술의 정치화로서의 아방가르드 예술과 정치의 예술
화로서의 스탈린 시대의 문화를 연속성이라는 측면에서 조명하였다. 그는 아
방가르드와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하나의 거대한 문화로 간주하며 이 두 문화
가 모더니즘이라는 거대한 사조의 두 문화적 단계임을 암시한다. 이 경우 러
11) Деготь, Е. Террористический натурализм. М.: Ad Marginem, 1998, С.
176.
12) Генис, А. Иван Петрович Умер. М., 1999, С. 114-119.
13) 여기서는 보리스 그로이스, 아방가르드와 현대성 - 러시아의 분열된 문화. 최문
규 역, 서울: 문예마당, 1995를 참조했다.
160 비교문화연구 제13권 제1호 (2009)
시아 문화사는 20세기 초의 아방가르드와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통합하는 모
더니즘과, 그것의 뒤를 잇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연속체로서 서구의 문화 패러
다임 교체 모델과 유사한 형태를 띠게 된다. 결국 아방가르드와 소비에트의
문화적 전통은 현대 러시아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의 준거이자 극복의 대상으
로 존재하게 된다.
카바코프의 총체적 설치는 바로 이러한 현대 러시아 문화의 역설적인 상황
을, 그것의 부정될 수 없는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흔적과 소비에트적 삶의 지
속성을 포괄하며 포스트-소비에트적 예술의 정체성을 총체적으로 구축해 낸
다. 그가 단순히 반소비에트적 예술가로 비난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카바코프는 스스로 강조하고 있듯이 분명 ‘소비에트’의 예술가였
다. 소비에트적 삶의 시간을 살면서 동시에 아방가르드의 문화적 유토피아를
꿈꾸었던 카바코프의 예술은 모더니즘으로부터 소비에트의 삶에 이르는 20
세기 러시아 문화에 대한 평가적 발화와도 같다.
본 논문에서는 카바코프 예술세계에 대한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의
작품, 특히 그의 총체적 설치 작품들 속에서 아방가르드의 예술적 기호들과
소비에트 삶으로부터의 사물들이 의미화/재의미화 되는 메커니즘을 고찰하고
더 나아가 이러한 기호의 재의미화와 구축의 작업 속에서 드러나는 그의 예술
적 존재론, 즉, 재현의 한계를 극복하고 예술적 공간을 총체적 삶의 공간으로
체험하도록 함으로써 시간에 의해 사라지는 것들을 그 안에 현존하게 하는
카바코프의 설치의 기획에 내재하는 존재론적 지향을 밝히고자 한다.
II. 재현의 문제와 총체적 설치
프란시스 베이컨은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고 그 얼굴을 지워버린다. 얼굴이
없는 자화상이란 그 자체로 모순형용이다. 이에 대해 베이컨은 자신이 그리고
있는 것이 얼굴이라기보다 그 얼굴을 지워버리는 순간의 힘의 작용이라 말한
다. 들뢰즈는 그의 그림을 분석하면서 감각작용에 대한 표상의 메커니즘을
고찰한다. 이처럼 전통적인 재현적 회화가 그려낼 수 없었던 것들을 표상하려
일리야 카바코프의 ‘총체적 설치’ 161
는 지향은 러시아 아방가르드를 비롯한 현대 회화의 가장 큰 특징의 하나였
다. 광선주의자들은 빛에 의해 현현하는 대상이 아닌 빛의 작용 그 자체를
그리고자 했으며 절대주의자들은 형과 색을 초월하는 비구상성의 절대를 형
상화하고자 했다. 이처럼 대상을 재현하기보다는 재현될 수 없는 것, 혹은 존
재하지 않는 것을 재현하려는 현대 예술의 시도는 모스크바 개념주의를 비롯
한 현대 러시아 예술에서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때로 이러한 시도는 역설적
으로 재현성의 극한을 드러내는 시도와 결합되었다.
가령 소츠-아트와 모스크바 개념주의가 그려낸 극고전적인 사회주의 리얼리
즘의 기호들은 그것이 전혀 다른 콘텍스트 속에 위치하게 됨으로써 전혀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었다. 결국 이들이 재현하려는 것은 극단적으로 재현적인 스탈
린의 형상이 아닌 그러한 재현적 기호작용의 메커니즘 자체였다. 오히려 이들이
창조하는 것은 그러한 재현적 기호를 둘러싸고 있는 새로운 콘텍스트였으며
그 속에서 신화화된 극재현적 이데올로기의 기호는 해체되었다.
이는 카바코프의 작품에서 역시 반복되었다. 그의 설치 미술 작품들 안에
존재하는 오브제들은 사물 그 자체이며 따라서 완전한 도상성을 지니는 기호
들이다. 게다가 이러한 사물들에는 그것의 이름표가 붙어 있다. 명백한 오브
제와 그 오브제에 대해 붙여진 이름이라는 잉여적 기호작용은 오히려 그러한
도상성을 위협한다. 더욱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배경 속에 위치하게 된 사물
들은 모스크바 개념주의자들의 스탈린 신화 해체 작업에서와 같이 이질적인
콘텍스트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된다. 오브제 고유의 의미는 사라지게
되고 대신 오브제에 붙여진 서사적인 텍스트에 의해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새로운 이야기가 작품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카바코프의 작품에서 서사적인 텍스트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그의 초기 작품부터 최근의 설치 미술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의 초기 앨범 작품들은 대개의 경우 그림과 그 그림에
대한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그의 텍스트는 그림에
대한 보충적인 설명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텍스트는 그림을 창조한다. 옆의
그림을 보자. 이 때 그의 조형적 공간 속의 사물은 언어 기호 없이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꿈’이라는 그림에는 텅 빈 백색의
162 비교문화연구 제13권 제1호 (2009)
공간만이 존재한다. 그것이 ‘꿈’이 될 수 있는 것은
‘꿈’이라는 언어기호에 의해서이다. 이처럼 카바코
프의 그림에서 재현되는 대상은 언어에 의해 비로소
그 형상을 명백히 드러낸다. 따라서 그의 그림은 단
순히 언어를 회화적 기호로 환원하는 시도에 머무르
지 않는다. 그의 그림에서 전혀 재현적이지 않은 회
화적 기호들은 텍스트에 의해 명명됨으로써 존재하
게 된다.14)
이러한 경향은 카바코프가 재현될 수 없거나 재현되
지 않는 대상을 다루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그의
작품 속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과 사물들은 그것에 붙여진 텍스트에 의해 존재하게
된다. 예카테리나 됴고찌는 카바코프를 비롯한 20세기 러시아 미술을 지배하고
있는 “기의에 대한 향수(тоска по означаемому)”를 지적한다.15) 말레비치의
사각형으로부터 모스크바 개념주의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작품 속에 그들이
의미하고자 하는 것은 늘 존재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재현하
려는 그들의 시도는 예술을 넘어 종교와도 같은 것이 되었다. 모스크바 개념주의
의 경우 그들의 작품은 다분히 기호적이다. 즉, 그들의 예술에는 기의가 부재하며
이러한 부재하는 기의를 대신하여 그들의 작품의 중심에 들어서는 것은 바로
해체와 탈신화화를 위한 전략으로서의 예술이었다. 이는 카바코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그의 작품 속에서 의미되는 것들은 자주 존재하지 않았다. 혹은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하였다. 가령 그는 공공주택의 가구들과 가재도구를
설치하듯이 천사의 날개를 설치하였다. 공공주택의 삶 속의 익숙한 사물들과
천사의 날개는 그의 작품 속에서 동일한 오브제로 전시되었다. 실제 오브제를
표방하는 천사의 날개와 나란히 존재하는 삶 속의 사물들은 일상의 관례화된
의미를 잃게 된다. 대신 그러한 일상의 사물들에는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다.
14) 카바코프 작품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재현의 문제에 관해서는 이지연, 「재현에 관
하여: 20세기 러시아 문학과 회화를 중심으로」, 러시아어문학연구논집』
22(2006): 311-342 참조.
15) Деготь, Е.(1998), С. 147.
일리야 카바코프의 ‘총체적 설치’ 163
앞서 언급한 설치 미술 「10명의 사람들」속에는 전혀 사람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들은 이름 또한 갖고 있지 않다. 이 작품의 전신이 된 망명
전 창작된 동명의 앨범(1972-1975)에서는 각각의 주인공들에게 이름이 부여
되어 있다. 그러나 앨범에도 이들 10명의 사람들은 직접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 존재하지 않는 10인의 형상은 그들이 창조한 작품과 그에 대한 설명을
통해 존재하게 된다. 앨범에 등장하는 각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 그들
의 죽음을 형상화하는 듯 보이는 백색의 빈 공간으로 끝이 난다. 이들의 작품
들과 삶 속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의 백색 죽음의 형상을 통해 카바코프가
형상화하려는 것은 지금까지 예술이 재현할 수 없었던 그들의 공간적인 탈주
의 꿈이라는 정신성의 형상이었다.
따라서 카바코프의 초기 회화 작품들은 자주
회화적 평면 너머를 상정하게 한다. 예를 들어
빈 종이와 사람들의 이름의 목록으로 이루어진
작품 「그들은 어디에 있는가」는 필연적으로 그
들이 부재하는 회화적 평면과 동시에 그들이 존
재하고 있을 회화 공간 너머를 전제로 한다. 옆
의 그림 속에서 시골 풍경의 단순화된 이미지와
작은 점에 해당하는 숫자들로 이루어진 그림은
표의 형식으로 되어 있는 사람들의 이름의 목록
과 결합한다. 그림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사람들
의 존재는 표로 만들어진 목록과 그림 속의 점들을 반복적으로 대응시키는
관례화되고 기계적인 행위에 의해 실현된다. 계속해서 “누가 어디에 있는지”
라는 문장이 반복되는 작품 「그들은 어디에 있는가」에서 역시 텅 빈 화폭은
그들의 부재를 드러낸다. 대신 반복되는 표형식의 이름들은 존재를 강요한다.
이처럼 부재를 폭로하며 동시에 존재를 지향하는 것, 때로 그것에 대한 노스
탤지어를 드러내는 것은 모스크바 개념주의를 비롯한 러시아 포스트모더니즘
의 일반적인 특징이었다.16)
16) 카바코프의 작품 속의 물들에 내재하는 노스탤지어의 시학과 기억의 문재에 관하
여는 Boym, S. "From the Toilet to the Museum: Memory and
164 비교문화연구 제13권 제1호 (2009)
옙슈테인(Евштейн)이 지적하고 있듯이 자주 그의 작품 속에서 텍스트는
이미지처럼 공간 속에 고정되어 있는 반면 이미지는 마치 텍스트처럼 시간
속에서 움직인다.17) 고정된 텍스트의 존재를 통해 부재를 드러내는 텅 빈 공
간은 명명 행위와 그에 의한 현존의 가능성을 향해 열린다.18) 카바코프 작품
속에서는 때로 언어 기호마저 사물화 된다. 그러나 그의 설치 작품 속의 언어
기호는 사물 속에 언어 고유의 시간적인 속성으로서의 기억과, 서정성을 침투
하게 한다. 이처럼 의미의 해체를 겪은 무의미한 사물을 지금 여기 현전하는
물로 치환하는 것, 그러한 물들의 박물관을 만들어내는 것, 사라져 버린 물들
의 기억을 언어행위를 통해 사물 속에 불러오는 것. 이를 위해 카바코프는
때로 대상으로서의 물을 완전히 비운다. 대신 그의 작품에서 언어는 로고스적
인 것이 된다. 초기의 소츠-아트의 작업이 소비에트의 언어적 기호들의 허상
을, 그것의 비어있음을 드러내는 해체적 작업이었다면 ‘서정적인 물’들의 박
물관으로서의19) 후기 카바코프의 기획은 이러한 포스트-유토피아의 無속에
서의 새로운 창조행위였다. 그의 이후의 총체적 설치는 바로 이러한 그의 창
조적 지향의 정점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카바코프의 초기 앨범은 이처럼 회화적 평면을 통해 고유한 하나의 세계를
Metamorphosis of Soviet Trash," Consuming Russia. Duke Univ. Press,
1999, p. 383-396 참조.
17) Epshtein, M. "Emptiness as a technique: work and image in Ilya Kabakov,"
Russian Postmodernism: New perspectives on Post-Soviet culture. New
York, Oxford, 1999, p. 309 참조.
18) 이지연(2006)의 2장 참조.
19) 투픠친은 카바코프의 작품을 “공공주택의 개념주의(коммунальный
концептуализм)”라 칭한다. Тупицын, В. Коммунальный (пост)
модернизм: Русское искусство второй половины XX века. М.:
Ad Marginem, 1998, С. 97 참조. 그의 설치미술 작품들에는 소비에트의 일상을
이루는 다양한 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소비에트의 부엌과 화장실은 잡동사니, 때로는
쓰레기와 같은 소비에트 일상으로부터의 다양한 물건들로 메워진다. 옙슈테인은
카바코프의 작품을 채우는 다양한 사물들을 박물관에 전시된 일반적인 물들의
속성으로서의 ‘서사성’이 아닌 ‘서정성’을 띠고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Epshtein,
M. "Things and words: toward a lyrical museum," Tekstura. Univ. of Chicago
Press, 1993, p. 152-157.
일리야 카바코프의 ‘총체적 설치’ 165
창조한다. 작가는 수집가처럼 그 세계를 구성하기 위한 기억을 불러들인다.
그의 회화적 평면에는 가공의 청중이 존재하며 그의 수집품에 대해 평가하고
설명하는 가공의 화자가 존재한다. 앨범은 존재하지 않게 된 소비에트 예술가
의 작품 세계를 여러 화자들의 평가와 회상을 통해 재구하는 작업과도 같았
다. 따라서 그에게 텍스트의 역할은 점차 더 증대되었으며, 텍스트는 재현된
그림을 넘어서는 새로운 상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굳어진 이미지들을 새로운
대상으로 창조해 내었다. 이렇게 해서 그의 작품은 비회화적 콘텍스트로서의
시간성을 포함하게 된다. 이미지는 말에 의해 새롭게 재탄생한다.20)
그의 초기 작품들은 자주 말에 의해 명명되는 순간, 즉, 재현 그 자체를
그려내었다. 앞서 살펴본 카바코프의 그림들은 바로 그러한 가능성을 보여주었
다. 일상화된 것, 사라진 것, 존재하지 않는 것을 명명함으로써 그것을 현시하는
것. 이러한 카바코프의 창조전략은 무의미한 사물들을 회화적 공간 안으로
불러들이고 그것을 다시금 살려내는 새로운 재현 행위 자체를, 그 순간을 문제
삼는다. 회화적 공간에 시간성을 부여함으로써 그의 작품은 극장적인 것이
된다. 그의 초기 앨범이 마치 지문과 대사, 무대 장치에 대한 설명을 갖춘
희곡과 같은 것이라면 그의 총체적 설치는 그러한 희곡을 직접 무대에 올린
극과도 같았다. 카바코프 역시 자신의 총체적 설치가 극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지적하였다.21) 그에 의하면 영화나 연극에서 관객은 그 세계 속에 더
깊이 빠져든다. 그림을 감상하는 관객이 그림으로부터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게
된다면 연극과 영화에서 관객은 그것이 재현하는 세계를 ‘살게’ 된다. 카바코프
가 자신의 총체적 설치를 통해 추구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체험의 순간이었다.
즉, 그는 총체적 설치의 극적 공간을 통해 관객이 그 속에 재현된 삶을 직접
감각하도록 하려 했다. 그것이 순간적이고 허구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그는
자신의 총체적 설치를 통해 이러한 감각의 순간을 보존하고자 했다.
그가 서구로 망명하여 처음 선보인 총체적 설치 「10명의 사람들」은 소비에
20) Rappaport, A. "The Ropes of Ilya Kabakov: An Experiment in Interpretation
of a Conceptual Installation," Tekstura. Univ. of Chicago Press, 1993, pp.
173-200 참조.
21) Кабаков, И.(2002), С. 26-27.
166 비교문화연구 제13권 제1호 (2009)
트의 공공주택을 그대로 박
물관 안에 옮겨놓은 것이다.
물론 이 설치 작품 안에 10명
의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으
며 그들의 삶의 이야기들만
이 오브제와 내러티브를 통
해 표현된다. 옆의 평면도를
통해 볼 수 있듯이 각각의 공
간은 10명의 사람들의 개인
적인 이야기들을 순서대로 보여준다. 관객들은 작가가 의도한 동선을 따라
공간을 옮겨간다. 음악이나 조명, 시간의 흐름까지도 모두 철저하게 작가의
의도에 따라 기획된다. 관객은 각각의 방을 둘러보면서 그 옆에 붙어 있는
주인공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읽는다.’ 각각의 방을 옮겨가는 움직임은 연극의
막의 진행과도 같다. 관객은 장소를 옮길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관객들에게 카바코프의 설치미술 작품은 하나의 ‘사건’으로 체험
된다. 음악과 빛, 서사와 조형적인 구조물이 하나로 결합하여 그의 작품은 그야
말로 ‘총체적인’ 설치를 만들어 낸다. 망명 예술가로서의 카바코프 자신에게
이제는 기억으로만 남겨진, 이미 돌아갈 수 없으며 시간적, 공간적으로 단절된
소비에트의 삶은 이러한 방식으로 복원되어 박물관 안에 ‘지어진다.’
앞서 지적하였듯 이 작품은 카바코프의 초기 작품인 앨범으로부터 발전된
것이다. 물론 앨범과 총체적 설치 사이에는 많은 차이점들이 존재한다. 앨범
의 주인공들이 이름을 가진 것과 달리 설치 작품의 주인공들은 이름을 갖고
있지 않다. 앨범이 주로 환한 백색을 배경으로 하는 삽화들로 이루어져 있다
면 설치에서는 어두운 조명과 바로크적인 분위기가 공간을 지배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두 장르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앨범이 존재하지 않는 예술가의
형상을 창조하고 있는 것에 반해, 설치 작품은 그러한 예술가가 살았던 ‘집’의
형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즉, 전자인 앨범이 소비에트 공간 속에서
그 곳 너머를 지향하며 다른 세계를 꿈꾸어 온 예술가에 관한 이야기라면,
후자는 그 예술가가 떠나 버리고 남겨진 집과 그 안에서의 예술가의 삶과 꿈
일리야 카바코프의 ‘총체적 설치’ 167
에 관한 총체적인 이야기이다. 앨범은 총체적 설치의 부분을 이룬다.
스베틀라나 보임이 지적하고 있듯이 카바코프가 설치하는 것은 곧 “집 밖
에 존재하는 집”의 형상, 즉, 소비에트의 이후 혹은 외부로부터 바라본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소비에트적 삶의 형상이었다.22) 카바코프의 설치 「10명
의 사람들」에 존재하는 소비에트 프로파간다의 기호들과 소비에트의 저열한
삶의 모습이 아이러니의 대상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것
은 스베틀라나 보임이 망명자들의 집의 선반을 장식하는 조야한 소비에트 일
상의 기념품들, 러시아에서라면 절대 장식품이 될 수 없는 키치적 사물들 속
에서 지적하고 있는 노스탤지어의 메커니즘을 반복한다. 이처럼 카바코프의
설치 작품 속의 사물들은 모스크바 개념주의의 해체적 기호작용의 한계를 뛰
어 넘는다. 해체와 아이러니가 그리움과 노스탤지어와 공존하는 것, 소비에트
공간 속 예술가의 실패한 삶을 애도하면서 동시에 예술가의 소비에트적인 일
상의 상실을 슬퍼하는 것, 이처럼 ‘모든 것’을 아우르는 소비에트의 양가적인
삶을 종합예술로서의 극적 체험의 순간을 통해 박물관이라는 특수한 공간 안
에 현존하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야말로 카바코프의 설치작품을 ‘총체적’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라 할 것이다.
III. 「10인의 사람들」과 메타적 자기 서술(автометаописание)
카바코프의 총체적 설치 「10명의 사람들」은 공공 주택에 거주하는 10명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 때 각각의 설치된 공간에 첨부된 텍스트들은 하나
의 옴니버스 소설을 이룬다.23)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림
속으로 날아간 사람,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수집하는 사람, 자신의 방에서 우주
로 날아간 사람, 재능 없는 예술가, 키 작은 사람, 수집가, 작곡가, 아무 것도
버리지 못하는 사람,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들을 통해 묘사하는 사람, 니콜라이
22) Boym, S.(1998)을 보라.
23) 「10명의 사람들」의 텍스트는 Кабаков, И.(2002), С. 43-176을 보라. 이후 이
텍스트로부터의 인용은 본문 중에 괄호와 페이지 수로 표기한다.
168 비교문화연구 제13권 제1호 (2009)
빅토로비치를 구한 사람. 이 10명의 사람들의 이야기는 가상의 화자에 의해
제시된다. 때로 주인공은 그의 주변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묘사되며,
때로는 편지나 기타 이질적인 텍스트들에 의해 간접적으로 제시된다.
이 때 등장하는 10명은 마치 작가 자신의 분신들과도 같다. ‘키 작은 사람’
이 암시하듯이 이들은 소비에트를 살아가는 ‘작은 인간’들이며, 거주자들로
붐비는 공공주택 속에 주어진 자신만의 작은 공간에서 내밀한 자신만의 우주
를 꿈꾸는 낭만주의자들이다. 카바코프가 자신이 그러했듯이 이들은 일상의
쓰레기까지도 버리지 못하고 모두 수집하며, 주변에서 들리는 모든 이야기들
을 기록한다. 이들은 소비에트 공식 예술의 규범에 따라 현수막의 일회용 그
림을 그리며 자신의 재능 없음을 탓하는 화가이자, 자신이 그린 절대주의적
사각형의 공간을 응시하다 결국은 그 너머의 세계로 사라져 버리고 마는 비극
적인 아방가르드 예술가이고, 또한 음악을 조형적인 것과 결합하여 총체적
예술을 만들어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음악가이다. 즉, 이 작품을 구성하는
10개의 이야기는 곧 이야기와 사물들, 언어들을 수집하고 그것에 음악과 조형
성을 결합시킴으로써 창조된 이 작품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이
때 10개의 이야기들은 아방가르드 예술로부터 총체적 설치로 이행해 가는
카바코프 자신의 예술적 진화의 과정을 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장 처
음 등장하는 이야기 「자신의 그림 속으로 날아간 사람」이 절대주의적 예술의
세계로 사라져버린 아방가르드 예술가의 형상을 묘사하고 있으며, 「우주로
날아간 사람」이 이 세계 너머의 다른 세계를 꿈꾸는 20년대와 60년대의 낭만
주의자들의 형상에 가깝다면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그러한 삶 속의 언어와 사
물들을 수집하고 그것을 종합하여 총체적 설치를 창조해 가는 작가 자신의
창작의 여정을 반영한다. 특히 9번째 작품인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들을 통
해 묘사하는 사람」은 명백히 이 작품 「10명의 사람들」에 대한 메타적 서술임
을 드러낸다.
그는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삶을 묘사하려 마음먹었다. 이는 무엇보다
이미 긴 세월을 살아온 그 자신이 과연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서였다. 그는
찬찬히 모든 것들에 대해 묘사하면서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지난 시간동안
일리야 카바코프의 ‘총체적 설치’ 169
그를 둘러싸고 있던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풀어내고 또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사건들을 선별해 내려고 했다. 그러나 그 긴 시간 동안 사실 그에게
일어난 사건이란 별 게 없었다. 기껏해야 2-3가지 정도가 고작이었다. 지금까지
의 모든 삶은 이런 저런 사람들과 사물들, 대상들로부터 받은 인상들로 수렴되
었다... 그러나 이러한 인상들을 선별하지 않고 쭉 적어가는 과정에서 그는
갑자기 이러한 많은 기억의 조각들이 그 자신만의 의식과 기억에 속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서로 다른 많은 의식들, 어쩌면 서로 아무런 관계도 맺지
않고 있는 서로 너무도 다른 개인들 각각에 속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159)
이 이야기를 여는 위의 인용문이 말해주고 있듯이 「10명의 사람들」은 작가
자신의 기억에 관한 것이자 동시에 소비에트의 공통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총체적인 기억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특히 이 9번째 이야기에서는 카바코프의
앨범의 탄생 관정에 대한 설명이 제시된다(160-161). 10명의 사람들이 무엇을
표상하며, 앨범이라는 장르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가 직접적으로 언급된
다. 심지어 「10명의 사람들」의 앨범과 설치 작품의 차이점이 암시되기도 한다.
화자가 밝히고 있듯이 앨범은 어두운 공간 속에서 더 강하게 관객을 사로잡는
현대의 영화라기보다는 마치 옛 영화와도 같다(161). 이 때 ‘더 강하게 관객을
사로잡는 어두운 공간 속의 영화’라는 표현은 이전의 앨범에서와는 달리 어둡
고 바로크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던 설치작품 「10명의 사람들」을 가리킨다.
화자는 카바코프의 초기 앨범에 등장하는 각각의 관념을 표상하는 10명의
주인공들의 이름을 직접 나열함으로써 이 이야기를 맺는다. 앞서 지적하였듯
이 카바코프의 앨범은 총체적 설치의 한 부분을 이룬다. 즉, 총체적 설치를
구성하는 10개의 이야기 중 하나를 차지하는 것은 곧 앨범을 창작할 당시의
카바코프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반면 이어지는 10번째 이야기 「니콜라이 빅토로비치를 구한 사람」은 보다
분명하게 총체적 설치 「10명의 사람들」과 같은 설치 작품의 의미에 대한 물
음을 담고 있다. 이야기의 마지막 방에는 로프에 매달려 있는 다양한 사물들
과 그 사물들을 움직여 물에 빠지기 직전의 니콜라이 빅토로비치를 구해내는
방법에 대한 교시를 담고 있는 글이 존재한다. 줄에 매달린 사물들을 좌우로
움직이는 것이며, 그 중에 특히 배 모양의 물건을 골라 니콜라이 빅토로비치
170 비교문화연구 제13권 제1호 (2009)
의 보일 듯 말 듯한 형상과 수평이 되게 그 배를 움직여 그 앞으로 가져가는
것 등, 마치 복잡한 기계장치의 사용법을 연상시키는 그 글은 그러한 양식화
로 인해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준다. 화자는 10번째 이야기에서 공동주택의
집단적인 삶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간의 단절과 소외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 이야기 안에는 윤리적인 문제의식을 넘어서는 삶과 예술에
관한 성찰이 반영되어 있다.
옛 주인이 사라져 빈 방에 새롭게 비행사가 들어와 살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가 한 이틀 정도 보이지 않는 동안 옛 주인이 나타나게 되고 이들 옛 주인과
새 주인은 마치 하나의 인물의 두 분신처럼 서로 한 번도 마주친 적 없이 하나
의 방을 나누어 살게 된다(175). 화자의 설명은 여러 가지로 불완전하다. 왜
옛 주인이 사라졌었는지 어떻게 그가 다시 나타났는지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주어져 있지 않다. 이 불완전한 화자는 그가 방에서 본 이상한 교시를, 두
주인의 기묘한 공존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그 방에 설치된 줄과 매달려
있는 사물들은 새로운 입주자에게는 ‘아무것도 아닌’(175)것과 다름없다. 그
에게 이 방 안에 설치된 것들은 아무 의미를 지니지 않으며 따라서 그는 삶을
위한 ‘물건을 가지러’(175) 어딘가로 나간다. 즉, 이 방에 공존하는 두 주인은
서로 다른 차원의 삶에 속해 있다. 옛 주인에게 그 방에 설치된 물건들이 그의
삶을 의미하는 것이었다면 이 공간으로부터 언젠가 다시 ‘날아가 버릴’ 비행
사에게 이 방에 설치된 사물들은 삶을 위한 사물들은 아니다. 즉, 이 두 주인
을 통해 두 가지 차원의 삶이 암시된다. 옛 주인이 설치된 공공 주택의 삶의
주체였다면 새 주인은 그것을 삶으로부터 유리된 허구적인 것으로 인식한다.
이 이야기에서 물에 빠져 거의 보이지 않게 된 니콜라이 빅토로비치를 구하는
것이란 화자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실제의 삶으로부터 유리되어 있으며 단지
‘시각적인’ 것을 통해 가능하다. 어쩌면 새 주인인 비행사는 그러한 유희적인
장치를 움직임으로써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물에 빠져 죽음의 문턱에 이르는
니콜라이 빅토로비치를 구해낸 것일 수도 있다. 사라진 옛 주인이 다시 나타
난 것은 새로운 주인의 그러한 시각적이고 유희적인 구원 행위에 의한 것일지
도 모른다. 이처럼 화자는 이 글의 마지막에서 이러한 “어린이들의 장난과도
같은, 이상하고 때로 병적이며 환상적인 방법을 통해”(176) 존재를 복원해내
일리야 카바코프의 ‘총체적 설치’ 171
는 가능성에 대해서 지적한다. 그의 의미심장한 이 마지막 말은 카바코프의
설치미술이 지향한 궁극적인 목표를 드러낸다.
여기서 이야기의 두 주인 중 하나가 ‘비행사’라는 점은 흥미롭다. 카바코프
의 주인공은 자주 하늘을 날고 있으며 현재 그들이 처한 공간 너머로 날아가
기를 원한다. 첫 번째 이야기의 「그림 속으로 날아간 사람」과 세 번째 이야기
「우주로 날아간 사람」의 주인공들이 그러했다. 1900년대 초반 러시아를 지배
한 항공열병이나 1960년대 소비에트 세계에 만연했던 해빙기의 새로운 공간
에 대한 낭만적 동경이 그러했듯이 20세기 러시아 문화 속에서 경계 너머의
세계에 대한 지향은 매우 강했다. 그리고 특히 러시아인들은 그러한 지향을
실제 속에 실현하고자 했다.
가령 러시아의 위대한 로켓학자이자 러시아의 신비주의적 우주철학의 전
통을 계승하는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К. Циолковский)는 지구 너머의 세계
를 꿈꾸는 SF소설과 에세이들을 썼을 뿐더러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로
켓을 연구하였다. 이 때 그의 SF소설과 에세이는 단순히 허구의 영역에 머물
지 않다. 그것은 그의 종말론적, 신학적 에세이였으며 철학적 과학적 테제이
기도 했다. 그가 표도로프(Федоров), 솔로비요프(Соловьев)를 계승하는 신비
주의적인 러시아 우주론을 대표하는 철학자로 간주되는 것 역시 이러한 이유
에서다. 즉, 그에게 자신의 텍스트 속의 현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반드시
존재한다 믿었던 신과도 같이 지구 너머에 분명히 존재하는 새로운 세계의
원리였다. 따라서 그러한 지상 너머의 새로운 세계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것은 그에게 당위적이었다. 그 결과 치올코프스키는 로켓 연구에
있어 선구적인 역할을 한 과학자로 더 잘 알려지게 된다. 혁명 이후 그는 본격
적으로 로켓 연구에 착수하여 다단식 로켓과 제트 엔진의 이론을 완성하고
세계 최초로 우주 정거장을 고안해 내었다. 이처럼 치올코프스키의 생애를
통해 본다면 러시아 우주 개발의 근원에는 러시아의 신비주의적 우주철학이
존재하는 셈이다.
사실 러시아 우주철학은 서양철학에 익숙한 우리들의 관점에서 볼 때 철학
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SF의 상상력과 종교적 메시아주의를 닮았다. 러시아
철학사에 데카르트적 코기토의 전통은 설 자리가 없었다. 때로 러시아 철학은
172 비교문화연구 제13권 제1호 (2009)
현상보다는 당위를 말하는 신학적 윤리학과도 같았다. 인간의 이성에 대한
믿음은 우주적 차원의 신학적 세계관 아래 종속되었다. 서양철학의 전통 속에
서 분리되었던 정신과 물질, 인간과 자연은 러시아 철학의 우주적 규모 속에서
하나로 결합되었다. 인간의 이성을 도구로 한 새로운 세계건설과 부활의 과정
을 통해 인간은 우주와 함께 진화하며 신성에 다가간다. 러시아 우주 철학은
신이 창조한 자연의 현상을 탐구하고 그 본질을 밝히며 그 속에서 신성을 발견
하는 서양의 자연철학과 인식론으로부터 벗어나, 보이지 않는 세계를 적극적
으로 지향하고 그것을 창조함으로써 인간이 신인(神人)으로 진화해 가기를
갈망하였다. 세계 속의 고통과 혼돈을 마주한 러시아 철학자들은 그것의 원인
을 인식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해결하려 했다. 표도로프는 부족한
석탄을 보충하기 위해 태양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대기를 제어하려 했으며 가
뭄과 기아로 고통 받고 죽어가는 인간을 보면서 모든 인간의 부활을, 은유적인
의미에서가 아닌 문자 그대로 인간의 죽은 몸의 되살아남을 꿈꾸었다.
이처럼 러시아 우주론은 사회가 처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상의
토포스(topos)가 아닌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 다른 세계(ou-topos)로서의 유토
피아를 꿈꾸었다. 때로 신성모독에 가까운 이들의 우주에의 꿈은 이들이 언제
나 인간적 시선의 한계를 극복하고 신적인 초월적 시선을 따르고 있음을 증명
하는 것이었다. 이들의 사상은 20세기 초반 러시아의 역사와 문화에도 큰 영
향을 주었다. 미래주의자 마야코프스키와 흘레브니코프의 우주적인 규모의
서사시나, 구상성을 넘어서는 초월적인 정신을 형상화하고자 했던 말레비치
의 절대주의적 기획, 보이지 않는 것의 증인이 되고자 했던 필로노프의 회화
적 평면, 음악을 통해 법열의 경지에 이르고자 했던 스크랴빈의 관조적 선율
은 모두가 이러한 러시아 우주론의 흔적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20세
기 초 예술가들의 미학적 기획 역시 치올코프스키의 SF소설이나 솔로비요프
의 신지학적인 저술들이 그러했듯이 단순히 예술 텍스트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았다. 이는 러시아 혁명과 소비에트 건설이라는 극적인 사건들에 영향을
주었다. 서구의 공상적 사회주의의 전통은 엉뚱하게도 러시아 역사 속에서
실현되었다. 소연방이라는 사회주의 왕국의 건설은 러시아 우주론이 꿈꾼 우
주적 이상국가의 지상 버전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 즉, 지상 위에서
일리야 카바코프의 ‘총체적 설치’ 173
topos를 ou-topos로 치환하려는 소비에트적 꿈 속에서 미학적인 것과 정치적
인 것, 허구적인 것과 이상적인 것 사이의 근대적 의미의 균열이 시작되었다.
카바코프의 설치 미술 작품들은 자주
이러한 유토피아의 꿈과 균열들을 형상화
하였다.24) 「10명의 사람들」의 세 번 째
이야기인 「우주로 날아간 사람」에는 바로
그러한 균열이 잘 드러나 있다. 공동 주택
의 가장 꼭대기 층에 살고 있는 주인공은
자신의 방에 우주를 향해 스스로를 쏘아
올릴 수 있는 발사대를 만들고 우주의 에
너지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어떤 날 지붕
의 천장을 뚫고 우주로 날아가 버린다. 카
바코프는 그가 날아가 버리고 난 후의 폐
허가 된 공공주택의 방을 설치미술로 재
현한다. 그 방의 벽을 가득 장식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도 이미 익숙한 소비
에트 프로파간다를 담고 있는 포스터와 신문들이며 소비에트적 일상의 쓰레
기들이다. 발사대 아래에 남겨진 그가 날아가기 직전에 벗어 놓은 신발만이
그가 존재했음을 증명한다. 카바코프의 이 작품은 명백히 소비에트 사회라는
지상의 유토피아 속에서 이 세계 너머의 유토피아를 꿈꾸었던 소비에트 예술
가들의 미학적 삶을 형상화한다. 그의 방에는 안락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그
어떤 도구들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지상의 유토피아를 표상하는 소비에트
세계를 채우고 있는 것은 그 이념의 기치들 뿐이다. 그의 텅 빈 방은 이러한
두 개의 이질동상적인 유토피아 사이의 괴리를 보여준다. 그의 우주를 향한
꿈은 19세기 후반의 러시아 우주론으로부터 계속된 20세기 러시아 아방가르
드 예술가들의 정신을 이어받는다. 그리고 역시 그것을 이어받은 소비에트의
24) 카바코프의 작품 속에 반영된 러시아 우주론의 영향에 대해서는 Гройс, Б. "Нел
егитимный космонавт," Художественный журнал. 65/66(2007): 27-39;
Groys, B. Ilya Kabakov. The Man Who Flew into Space from his Apartment.
London, 2006 등을 보라.
174 비교문화연구 제13권 제1호 (2009)
유토피아를 그는 포기해 버린다. 그 어떤 삶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 그의 공공
주택은 삶의 공간이라기보다 우주를 향한 내밀한 꿈을 가능하게 한 철학적,
예술적 사유의 공간이었다. 이것은 「10명의 사람들」의 마지막 이야기인 「니
콜라이 빅토로비치를 구하는 방법」의 로프에 매달린 사물과 니콜라이 빅토로
비치를 구하는 방법에 관한 교시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옛 주인의
방을 연상시킨다. 그 공간 역시 인간의 구원에 대한 사색을 위한 주인공의
꿈의 공간이었다.
이야기 「우주로 날아간 사람」의 주인공은 과연 우주로 날아갔을까? 카바코
프는 이에 대해 답하지 않는다. 남겨진 그의 신발은 그가 존재했음을 증명하
는 것인 동시에 그의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카바코프의
이 작품은 우주적인 꿈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던, 실현된 유토피아라는 소비
에트 프로파간다 속에서 언제나 경계 너머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던 아방
가르드 예술가의 비극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이 때 우주로 날아간
주인공과 자신의 그림 속으로 들어간 주인공들이 앞서 언급한 마지막 이야기
속의 옛 주인의 삶의 차원 속에 속해 있다면 작품의 마지막에서 새롭게 등장
하는 비행사의 형상은 이들의 삶의 텍스트를 현실의 차원으로부터 분리시키
고 그것에 대해 유희적인 거리를 두며 미학적 체험의 대상으로 삼는 카바코프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다.
이처럼 카바코프는 소비에트 세계의 미니어쳐와도 같은 공공 주택의 공간
에 속한 10명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과거의 예술적 꿈과
소비에트의 일상의 모습, 그리고 그러한 과거의 기억들을 설치를 통해 재현하
는 자신의 새로운 창작에 대해 말한다.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예술적 유토피아
의 기획과 그러한 유토피아의 기획을 현실 속에 재현하려 하였던 소비에트
사회의 무모한 꿈에 대해 아이러니를 표현하면서,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에트 공간 속에서의 예술적 꿈과 삶의 기억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드러내
면서 카바코프는 소비에트의 삶과 예술, 그리고 그것에 대한 자신의 양가적인
감정을 모두 아우르는 총체적 설치를 완성해낸다.
일리야 카바코프의 ‘총체적 설치’ 175
IV. 맺으며: 폐허 속의 삶
소비에트의 삶과 아방가르
드 예술에 대한 카바코프의 양
가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
은 그의 설치 작품들에 자주
등장하는 ‘쓰레기’들이다. 그
의 작품에 소비에트의 쓰레기
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
작한 것은 1981년경이다. 그
는 러시아의 온갖 쓰레기들을
모아 옆의 「쓰레기 상자」를 만들었다. 이를 구성하는 것은 당시의 신문이나
살림살이들, 부서진 가구, 헌 슬리퍼 등 그야말로 다양하다. 그는 심지어 로프
에 사탕 껍질, 담배 껍질 등을 매달아 소비에트 쓰레기 콜렉션을 만들었으며
이는 이후 그의 설치 미술 속에서도 자주 반복되었다. 이러한 쓰레기 예술의
시작은 물론 그의 소비에트 일상에 대한 관심과 그것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개념주의적 시도로부터였다. 그러나 망명 이후의 설치 미술 속에서 쓰레기는
다른 어떤 사물들보다 강하게 카바코프의 소비에트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드
러내는 장치가 되었다.
예를 들어 1991년 설치미술 작품인 「붉은 열차」를 보자. 이 작품은 소련의
상징적 색인 붉은 열차 칸을 설치하고 그 입구에는 타틀린의 탑을 연상시키는
구성주의적 양식의 구조물을 위치시켰다. 탑은 수직적으로 뻗어있어 그 위로
올라갈 수 있지만 그 위로 올라가봐야 갈 수 있는 곳은 없다. 탑은 붉은 열차
의 입구를 장식하는 장식물에 불과할 뿐 그 안쪽의 공간으로부터 단절되어
있다. 이는 혁명기 문화의 낭만적 지향의 덧없음을 형상화하며 소비에트 예술
과 아방가르드의 단절을 가리키기도 한다. 관객의 순차적인 진행은 탑을 감상
한 후 열차 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열차를 가로지르며 바닥에 깔려있는
레드 카펫은 개념주의자 불라토프(Булатов)의 그림 지평선(Горизонт)에서처
럼 레닌 훈장의 띠의 형상을 닮아 있다.
176 비교문화연구 제13권 제1호 (2009)
이 열차 안으로 들어가면 사
회주의 리얼리즘 회화들이 벽
면을 장식하고 있으며 소비에
트의 목가적인 풍경들이 화면
에 펼쳐진다. 안에는 벤치가 설
치되어 있어 관람객은 그 안에
들어가 쉴 수 있게 되어 있다.
소비에트의 향수를 불러일으키
는 LP 판의 잡음 섞인 음악이 향수를 자극하며 흘러나온다. 그러나 이 칸을
지나 마지막 문을 열면 눈 아래 쓰레기 더미가 펼쳐진다. 건설 프로젝트가
끝난 후의 현장의 쓰레기 같기도, 혹은 어떤 건축물이 붕괴된 이후 남은 것
같기도 한 이 쓰레기들은 분명 입구의 구성주의적 건축물과 대칭을 이루며
동시에 대조적이다. 이러한 쓰레기들은 그러한 구성주의적 탑의 폐허를, 소비
에트의 목가적 풍경의 허구성을 상징한다.
이 작품에는 그의 다른 설치미술 작품들과는 달리 작가의 텍스트가 붙어
있지 않다. 그러나 작가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밝히고 있는 바에 따르면
이 작품은 분명 20세기 러시아 역사에 대한 알레고리다. 그는 러시아 아방가르드와
소비에트 예술의 단절과 착종의 양상을 이 설치 작품을 통해 표현한다. 특히
그는 그로이스의 저작을 읽은 후 그것을 이 작품 속에 반영하고 있음을 고백한다.25)
이 작품은 또한 카바코프 자신의 개념주의적 시도들에 대한 성찰 역시 담
일리야 카바코프의 ‘총체적 설치’ 177
고 있다.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대표작으로서의 타틀린의 탑으로부터 사회주
의 리얼리즘 예술과 마지막으로 그의 작품에서 10년 이상 변주되어 온 쓰레
기 더미까지. 즉, 이 작품은 러시아 역사에 대한 서술일 뿐 아니라 20세기
러시아 예술의 발전과정과 그것들의 연속성에 대한, 그리고 자기 자신의 예술
적 진화에 대한 카바코프 자신의 설명이기도 하다. 열차 너머의 쓰레기는 아
방가르드와 소비에트의 종말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호일 뿐 아니라 자
신의 개념주의 예술의 원리를 폭로하는 메타적인 기호이기도 했다.
카바코프의 후기 작품에서는 자신의 초기 작품들 역시 자주 쓰레기 더미
안에 포함된다. 그는 러시아 아방가르드 예술이나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전통
적 회화들, 소비에트의 사물들과 함께 자신의 과거의 작품들 역시 과감히 쓰
레기 더미 속으로 던져버렸다. 이것은 자신의 과거 예술을 지나간 러시아 문
화의 패러다임 속에 포함시키는 행위인 동시에 그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되는 시간의 문제를 형상화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의 총체적 설치는
조형적 공간 안에 시간을 포함시킴으로써 극적인 공간을 만들어 내었으며 이
를 통해 의미를 잃은 사물들을 새롭게 경험될 수 있도록 하였다.
쓰레기는 바로 그러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의미를 잃고 파괴된 모든 것들
에 대한 메타포이다. 그것은 역사와 권력의 기호로서 박물관 안에 전시된 사
물들과는 다르다. 오히려 그것은 이러한 역사적 기호들의 외부에 존재하는
기억, 즉 역사적 사물들 속에서 점멸하는 삶의 흔적들이다. 이처럼 시간과 함
께 사라져 가는 삶의 기억들을 수집하고 복원하는 작업은 곧 역사적 사건들
뒤에서 여전히 흐르고 있던 시간을, 그 안에서의 삶 자체를 재현하려는 시도
와 다르지 않다. 카바코프의 설치는 이처럼 역사의 평가에 의해 선별된 사물
들이 아닌 그러한 사물들과 그 사물들 밖에 쓰레기로 존재하던 모든 것을 아
우르는 총체적 삶의 형상을 창조해 낸다.
25) http://www.ilya-emilia-kabakov.com 참조
178 비교문화연구 제13권 제1호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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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비교문화연구 제13권 제1호 (2009)
❖ABSTRACT
On the "Total installation" of Ilya Kabakov
- The dream of avantgarde art and the art of Soviet everyday life
LEE JI YEON
This article investigates an ambivalent post-Soviet consciousness in
the total installation works of Ilya Kabakov - his vector to the Russian
Avant-garde culture and coexisting with it nostalgia for the memory of
Soviet everyday life. First of all in this article the author surveys the
evolutionary process of his works from his early period album genre
to the total installations of recent times and highlights the mechanism
of signification, in the course of which things from the Soviet everyday
life are converted to meaningful artistic signs. In the first chapter of this
article along with biography of the artist there is introduced the
interrelation of Avant-garde aesthetics and Soviet official aesthetic
policies. Especially it is analysed based on the understanding of
continuity from Russian Avant-garde culture to the Socialist realism and
Soviet underground unofficial culture. In the second chapter the semiotic
aspects of his installation works are investigated and they are analyses
in the context of Moscow Conceptualism. At this time the narrativeness,
the most prominent characteristics of Kabakov is also highlighted
through the problem of new paradigm of representation and his
philosophy of presence. In the third chapter of this article the paradox
of two isomorphic and at the same time confronting utopias - Soviet
idealism and repressed by it aesthetic utopism of avant-garde artist - is
revealed through the analysis of the contents and structure of his
representative work 10 Characters. In the last fourth chapter one of the
main themes for Kabakov's work, the motif of garbages and ruins are
investigated. The garbages, which are not usual artistic object at all in
the Kabakov's works obtain new important meanings, For Kabakov the
ruin and garbages, not only becoming the sign of the culture of
contemporary Russia, but also alluding his nostalgia for the disappeared
Soviet Empire, reveal the immanent in his own works ontological
poetics and the problem of presence within the Art space.
Key Words
Ilya Kabakov, Moscow Conceptualism, total installation, Russian
Avant-garde, Soviet everyday life, Art of a Utopia
논문접수일: 2009. 4. 22.
심사완료일: 2009. 5. 20.
게재확정일: 2009. 6.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