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의 질문에 답한 글 1〔答人問第一〕
어떤 사람이 묻기를,
“‘이(理)는 본래 하나이지만 가지런하지 않은 기(氣)를 타고 변화하여 비로소 만 가지 이(理)가 생긴다.’라고 들었는데 믿을 만합니까?”
라고 하였다. 내가 대답하기를,
“그대의 말이 그럴듯하다. 다만 이른바 ‘하나’라는 것이 결국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다. 일찍이 듣건대 이(理)라는 것은 영축(盈縮 차고 줄어듦)이 없고 선후(先後)가 없다. 하나의 이(理)도 적음이 되지 않고 만 가지 이(理)도 많음이 되지 않으니 이것을 ‘영축이 없다’라고 하고, 이 사물이 있다고 하여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이 사물이 없다고 하여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 이것을 ‘선후가 없다’라고 한다. 이 점을 안다면 이른바 ‘하나’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은 하나이지만 힘줄ㆍ뼈ㆍ털ㆍ살갗이 각각 갖추어진 뒤에 바야흐로 한 사람이 되고, 나무는 하나이지만 뿌리ㆍ줄기ㆍ가지ㆍ잎이 각각 갖추어진 뒤에 바야흐로 하나의 나무가 된다. 저런 형기(形器)도 오히려 그러한데 하물며 무형(無形)으로 있으면서 만유(萬有)의 본령이 되는 것이겠는가. 그래서 ‘공허하고 적막하여 아무런 조짐이 없지만 만 가지 형상이 빽빽하게 이미 갖추어져 있다.[冲漠無眹 萬象森然已具]’라고 하는 것이다. 만 가지 형상을 생성해 내게 되면 그대로 하나의 본 모습을 이루기 때문에 ‘만물이 하나의 태극이다.[萬物一太極]’라고 하니, 오묘하도다!”
라고 하였다.
[주-D001] 공허하고 …… 있다 :
《근사록(近思錄)》 권1 〈도체(道體)〉에 보인다. 정이(程頤)가 한 말로, 태극(太極)을 설명한 것이다.
ⓒ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ㆍ조선대학교 고전연구원 | 박명희 김석태 안동교 (공역) | 2018
答人問第一
有問者曰。蓋聞理本一。因氣有不齊。乘之變化。始生萬理。信乎。曰子之言似矣。但未知所謂一者竟何如耳。竊嘗聞之。理也者無盈縮。無先後。一理未爲寡。萬理未爲多。是之謂無盈縮。不以有是物而存。不以無是物而亡。是之謂無先後。有見乎此。則所謂一者。可領會矣。人一也。筋骸髮膚。各各具足而後。方成一人。木一也。根幹枝葉。各各具足而後。方成一木。彼形器者猶然。矧居於無形而爲萬有之本領者乎。故曰冲漠無眹。萬象森然已具。及其生出萬象。依舊成就一箇本相。故曰萬物一太極。妙矣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