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書狀)
손지현(孫知縣)에게 보낸 답장 1-6
<<본문>>
그대가
경사 장경본(京師藏經本)으로
옳다고 여겨서
드디어
경사 장경본으로 근거를 삼지만
만약 경사 장경본이
지방[外州府]에서 들어온 것이라면
경산사의 두 가지 장경도
모두 조정이
한창 번성할 때에 들어 온 것입니다.
역시 지방의
경전을 쓰는 사람들[經生]이 필사한 것입니다.
만에 하나라도 잘못이 있으면
또한 어떻게 바로잡겠습니까.
그대가 만약
인아상이 없어서
결정코 묘희의 말을
지극한 정성으로 삼으면
구태여
고금의 일대 잘잘못에
빠져 있을 필요가 없지만
만약 자기의 소견을
집착하여 옳다고 여겨서
꼭 바로잡고 삭제해서
일체 사람들로 하여금
침을 뱉고 꾸짖기를 요한 다면
삭제해서 인쇄하여
간행하는데 맡기겠습니다.
묘희도 또한
다만 수희 찬탄할 뿐입니다.
그대가 이미 굳이 사람을 보내서
경으로서 인가를 구하므로
비록 서로 알지는 못하지만
법으로서 친함을 삼은 까닭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여러 가지 어지러운 말로
노엽게 하였습니다.
그대의 지극한
성의를 보았기 때문에
그래서 생각을 참지 못하였습니다.
<<강설>>
장주가 주장하는 내용가운데
장경의 판본이
어디에서 만들어 진 것인가
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인쇄술이요즘과 같지 않아서
인쇄본은 아예 없는 시대이고
목판본도 거의 없던 시대다.
그래서 대개는
경전을 전문적으로
필사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
즉 경생(經生)들이
손으로 직접 쓴 것이었다.
경생들이 쓴 것이라면
서울 사람이 썼든
지방 사람이 썼든
별로 차이가 없는 일이다.
또 한 가지는
이와 같은 문제를 가지고
왈가왈부를 하다보면
서로의 자존심이 문제가 된다.
이 문제를 염려하여
“여러 가지 어지러운 말로
노엽게 하였습니다.
그대의 지극한 성의를 보았기 때문에
그래서 생각을
참지 못하였습니다.” 라는 말로
그동안의 심한 표현들을
잘 소화하고
이해하라는 뜻을 더하였다.
<<본문>>
그대가 결정코
교학을 궁구하여
깊은 뜻에 나아가고자 한다면
마땅히 한 이름이 있는
강사를 찾아가서
한 마음 한 뜻으로
그와 더불어 자세히 참구해서
철두철미하게 해야
제일등가는 마음을
교학에 머무는 것이 될 것입니다.
만약 무상이 신속하고
생사의 일이 큰데
자신의 일을
밝히지 못하였다라고 하면
마땅히 한 마음 한 뜻으로
한 본분작가로서
능히 다른 사람의 생사의 소굴을
깨트릴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서
그와 더불어
목숨을 건 공부를 밀어부처서
홀연히 칠통을 타파하면
곧 머리를
사무치는 곳이 될 것입니다.
만약 다만
말거리나 마련하여 말하기를
“나는 온갖 서적을 널리 읽어서
통달하지 않은 것이 없어서
참선도 내가 알고
교학도 내가 안다.” 라하고
또 능히 앞의 사람들의
번역가나 강사들이
이르지 못한 것을 점검했다고 해서
내가 능하고
내가 안다고 드러낸다면
삼교(三敎)의 성인을
모두 점검하는 것입니다.
또한 다시는
다른 사람의 인가를 구한 후에
간행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어떻습니까?
<<강설>>
길고 긴 편지를 끝내면서
장주에게 마지막으로
세 가지 선택을 이야기한다.
첫째
경학을 제대로 하고자한다면
훌륭한 강사를 찾아가서
한 마음 한 뜻으로
경학을 공부하여
철두철미하게 연구할 것이요,
둘째
인생무상을 깨달아
생사를 해탈하고자한다면
대선지식을 찾아가서
본분소식을 깨달을 것이요,
셋째
스스로 모든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유교의 성인이나
도교의 성인이나
불교의 성인까지도
자신이 모두 점검할 수 있다고 여긴다면
굳이 다른 사람에게
인가를 구할 필요도 없이
스스로
경전을 하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시라는 것이다.
진정한 선지식이라면
쾌도난마와 같이
이렇게 명쾌하게
지시하여야 할 것이다.
참으로
법에는 인정이 없으며
오직 바른길만
제시할 뿐임을 알게 하였다.
-무비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