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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후기

[[광명사랑의집] ]그곳에 간 이유

작성자나눔(양미동)|작성시간04.11.28|조회수21 목록 댓글 0
9월 달력에 동그라미를 쳐 놓은 날짜는 하루하루 다가왔다.
바쁘게 살아가기도 하지만 좋지 않은 기억력에 행여나 잊을까 염려가 되었던 까닭이다. 어제 봉사자 명단을 보니 나눔님과 샘물언니 그리고 정배님이 가신다고 써 있었고, 난 내일 아침에 연락을 해서 참석하겠다고 놀래켜 드리고 싶은 맘에 잠자코 있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여...^^

 그러나 밤새 감기로 기침하는 딸 아이 때문에 선잠을 자고 난 아침 창가에 햇살은 그윽한데 컨디션이 별로 좋치 않음을 느끼며 아침을 맞게 되었다. 머리도 무겁고 목도 가라앉은 것이 영락없는 감기초기 증세다. 이를 어쩌나 싶은 맘이 들었다. 참석해야겠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나눔님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전화를 드린다. 가장 불쌍하게 들리는 목소리로...^^

 마음만이라도 고맙다는 나눔님의 말씀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지만 왠지 마음은 편치 않아옴을 스스로 느끼며 집안일을 서둘러 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몇시간 후면 사무실에 나가야 할텐데 라는 생각에, 집안일을 서둘러 끝내고 다시 나눔님에게 참석하겠다고 전화를 드렸다.
광명으로 향하는 길은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었고 산들거리는 코스모스와 고개 숙여가는 옥수수대와 강아지풀은 나의 눈길을 붙잡기에 충분하리만치 아름다왔다.

 다른 때는 사랑의 집 어귀에서 나눔님 일행을 만나 차를 타고 휭하니 올라갔던 길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나 혼자 걸어갈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눈에 들어오는 하나하나의 풍경마다 자연의 신비로움이 느껴졌고 빨간 빛을 내는 고추와 배추 들을 보고 있으면 가꾼이의 노고를 느낄수 있었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즈음 사랑의 집에 도착했다. 나눔님은 장애우들과 즐거운 시간을 이끄시는 중이었고, 샘물언니는 쟁애우들에게 줄 칼국수 준비에 바삐 움직이고 있었으며, 난 늦게 도착한 미안함에 나눔님에게 눈인사도 하지 못한 채 도마질을 시작하였다. 봉사자가 예상보다 적은 인원임을 깨닫고 참석하길 잘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흐믓해 온다. 조개와 오징어 감자 호박을 넣고 맛있게 끓인 칼국수를 장애우들에게 나눠 주고, 우리 일행도 같이 담소를 나누며 사랑의 칼국수를 맛있게 먹었다.

 뒷설겆이를 하고서 커피를 마친 우린 바쁜 일정때문에 빨리 자리를 떠야했다. 장애우들과 집사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그들을 뒤로 하고 나오는 길모퉁이에 작고 앙증맞은 내가 좋아하는 빨간색의 채송화가 눈에 들어왔다. 보이는 모습들마다 정겨워 보이고 예뻐보이는 건 나의 마음이 기쁘기 때문일까?
마을 어귀에서 나눔님과 샘물언니와 헤어짐의 인사를 하고 버스를 타고 사무실로 향하는 길엔 높아만 가는 파란 하늘과 흰구름이 보였다.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는 길에 잠자리 한 마리가 색 바랜 장미넝쿨에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어릴적 잠자리를 손으로 잡던 실력 되살려 잠자리를 살포시 잡아 둘째와 셋째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있자니 갑자기 불쌍한 생각이 들어 파란 하늘로 날려주었다.
파란 하늘속으로 빨간 고추 잠자리 사라지다...

안산에서 루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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