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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서울생활 2016

12년만에 골프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작성자지혜/지현아빠|작성시간20.10.20|조회수229 목록 댓글 0

골프천국인 호주에서 박사를 한다고 휴일도 없이 공부를 하면서 5년 (전체 8년)을 보내는 동안 골프를 친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50이라는 나이에 시작한 박사라 한번에 5시간을 허비할 여유도 없었고, 거기다가 연습은 물론 골프관련 비디오 시청, 관련 용품구입등에 소요되는 시간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호주를 가기전에는 금융기관의 임원으로 회사가 제공해주는 17억짜리 골프회원권, 대형승용차와 기사 덕분에 토/일을 불문하고 골프를 만끽할 수가 있었지만 학생이라는 초라한 신분으로 전환을 했고, 생활비 조차도 아껴가며 가족전체가 유학을 했기 때문에 여유도 없었다.

 

다만 꿈속에서 골프도 치고, 이미지 스윙을 가끔하는 등 골프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못했다. 다만 금연에는 성공을 했지만..

 

귀국을 해서도 취업에 성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도전했던 기관들마다 낙하산이나 내부후보 들과 경쟁을 하다보니 낙방기록을 자꾸쌓여 가는 실정이었고, 다만 작년 8월부터 시작한 금융기관에 대한 컨설팅 작업은 진도가 잘나갔었다. 이 과정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고 취업을 하려고 했는데, 첫번째 신설증권사는 기대보다 너무 낮은 연봉을 준다기에 포기를 했고, 올초에 시작한 10대증권사와의 컨설팅도 진도가 잘나갔으나 4월중순에 코로나가 창궐를 하면서 역시 향후 경기에 대한 암울한 전망론이 우세해 지면서 취업이 연기되다가 결국 무산되었다. 5월부터는 모 시중은행 경영전략 임원에 제안 받았는데, 역시 코로나의 확산으로 무산되었다. 9월에는 부산시가 추진하는 국제금융업무 임원에 도전해서 비대면 면접까지 하는 등 최종까지 최선을 다 했지만 이미 후보가 내정된 자리에 도전했던 것 같다. 해서 골프를 다시 칠 여유도 경제적 여력도 없었다 역시 귀국해서도 이미지 스윙이 전부였다.

 

3개월전 과거 금융기관 시절 친하게 지내던 비숫한 연배의 고객들 모임에서 나를 초청해서 저녁을 산다하기에, 모처럼 맛진 회도 먹고 분위기도 좋던 중에, 골프회원권을 가지고 있는 친구 한명이 10월18일에 골프를 제안했다. 나는 여러 사정상 불가하다고 몇번이나 거절을 했지만 모임에 참석한 다른 사람들의 강권에 결국 동의를 했다. 그 이후 매일 마음에 부담이 있었다. 사실 골프채도 15년전에 구입한 클럽(호주에 들고 갔다가 다시 들고온 클럽이다.ㅋㅋㅋ) 이 있지만 새로 장만할 여유도 없고, 자동차도 없고, 연습장도 가야하는데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부담속에 9월중순이 다 되어 가서 집사람에게 어쩌냐 하고 한숨을 지으니, 집사람 왈 일단 연습장부터 나가서 연습을 하라 한다. 용기를 내어 인터넷을 뒤지니 안양시 만안구에 코리아골프라는 직선거리 180야드의 실외골프장이 버스로 10분 거리에 있었다. 천운이었다.

 

그런데 1회권이 2만4천원이란다.... 하여튼 골프근육도 다 사라져 버리고 또 자신도 없었지만 골프공을 다시 친다는 사실에 만족을 했다. 물론 오랜만에 치는 골프라 힘이 많이 들어 갔기도 했지만, 골프클럽의 손잡이가 고무속에 실이 들어가있는 형태라서, 고무도 경직이 되어서 그런지, 오른손 엄지 피부가 바로 손상이 왔다 (까졌다). 

자세는 않 나오지만, 둘쨌날은 엄지손가락에 반창고를 붙이고 다시 1회권을 이용해서 Long Iron과 드리이버 위주로 연습을 했다. 역시 첫날의 short iron과는 달리 그간 골프와 단절된 이유로 실력이 많이 줄었슴을 확인했다. 골프 Tee-off까지 두주정도가 남았는데 집사람이 1회권 대신에 다소 할인을 해주는 단기회원권을 추천하기에 22만원에 10회이용권을 샀다. 그리고 90분동안 나름 열심히 노력도 했고 Youtube에서 Lesson도 보는 등 열과 성의를 다했다. 매일 매일 편차가 있었고 잘맞던 클럽이 다음날에는 잘 안맞는 등 스윙의 안정화에도 자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평지에서는 잘 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집근처 골프샆에서 골프화도 사고, 아울렛에 들러 긴팔상의를 사려했는데 50% 할인된 가격이 15만원이란다. 거의 사기수준(?)의 가격이라서 여러 매장을 몇번을 돌다가 결국 인터넷에서 파는 동일브랜드의 유사 상의를 5만원대에 구입했다. 결국 이래 저래 생각치 못한 과소비했다. 그래도 15년전 골프클럽과 12년전에는 새 공이었던 Titlelist(우연히 골프가방에서 찾음)를 사용하면서 추가적인 과소비는 막았다. 차가 없어서 용산에 있는 초청자 아파트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했고, 꿈에 그리던 골프장에 도착했다. 부상만 당하지 말고 돌아가자라는 결의와 함께...

 

역시 초반에는 드라이버가 잘 맞지 않고 경사가 있는 곳에선 아이언도 Topping성 타격을 하고, 내가 자랑하던 Short Iron도 오락가락하고, Bunker에서는 여러 번만에 빠져 나오는 등 정말 초보시절 머리 올리는 기분이었다. 아무 정신이 없고, 이리 저리 뛰느라 숨도 가파오고.... 점차 좋은 Shot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늘집에서 막걸리를 먹자 한다. 정말 낮술을 못하는데 (대신 밤술은 두주불사인데...) ...결국 후반전에는 다리도 풀리면서 양파도 나오고 오락가락하다가 마지막 홀에서 유일한 땡그랑 Par를 잡으면서 라운딩을 마쳤다. 그래도 10년이 넘은 골프클럽과 썩은(?) 골프공은 충실히 자신들의 역할을 해주었다. 오히려 동반자들이 다들 놀랄 정도였다.

 

모처럼 느낀 기분이었지만 역시 골프장은 잘나가는 사람들만의 사교장소였다. 계급이 높든, 돈이 많든... 나도 유명 골프장의 회원으로 그런 생활을 했었는데, 순간적이었지만 인생의 낙오자가 된 기분이었다. 물론 나도 여전히 여의도에 재개발을 앞둔 고가아파트 소유자이긴 하지만, 월급이 없다보니 현금을 쓰는 경제력이 없어진 탓에 집에서 연구에만 집중을 하고 있다. 사실 사무실이라도 하나 임대해서 연구소라는 간판도 달고 싶지만 월세가 최소 월 30~50만원 정도이고, 벤처등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적 사업이 아니라서 그것도 무리이고....

 

비회원은 골프장 이용료만도 20만원이고 거기에 부대비용(캐디피, 카드이용료,중식비 등) 포함하면 약 30만원, 택시비 왕복 5만원.... 하여튼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골프 한번을 치기 위해 약 백만원 정도가 소비되었다. 다음 골프는 내년 3월말에 치기로 했다. 물론 동반자들은 현직임원들이라 그 전날에도 라운딩을 하는 등 매주 골프를 치고 있지만 나는 일년에  한두번이 전부일 것 같다. 다만 매주 한번은 1회원 이용권으로 연습장에 가기로 했다. 동반자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싫어서 이지만, 골프장이 주는 청량감, 자연의 경관, 맑은 공기 그리고 호쾌한 손맛등을 느낀다는 것도 책상에만 앉아있는 나에게는 무척이나 중요하고 필요한 인생의 루틴중의 하나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골프장에 다녀온 후 나는 다시 취업을 해서 경제력을 회복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다시 골프를 하게 도와준 집사람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강제로 나의 마음을 바꾸고, 골프를 다시 시작하게 해 준 악동집단(?)인  동반자들에게도 무한한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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