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아이 키우는 이야기

노래방습격기 - 아이들의 차이

작성자깨비|작성시간12.01.26|조회수53 목록 댓글 2

이번 설은 우리끼리만 보냈다.

매해 우리가 육지로 나가든지, 육지에서 어느 분이 오시든지 했는데 간만에 조촐한 설이었다.

집안에만 있기가 쑥쓰러워 저녁은 나가서 먹기로 했다.

닭갈비를 먹고 있는데 TV에서 '나는 가수다'가 나왔다.

집에 TV가 없는 우리집도 나가수는 좋아하는 편이다.

거기서 윤민수가 백지영의 노래를 불렀다.

이때 필 꽂히는 마나님.

은근슬쩍 "노래방에 갈까?" 했다.

 

우리가 노래방에 간 것은 7년전인가 부모님 모시고 부산에서 대가족이 갔던 것 빼면 10년은 된 일이다.

아내도 나도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만 언제나 아이들과 함께 움직이다보니 생각조차 못했다.

번쩍번쩍거리는 사이키 조명과 울리는 코러스 소리를 아기들이 접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10년, 제법 큰 아이들과 함께 노래방이라니... 감개무량하다.

 

아이들도 가요를 제법 안다.

요즘 가요야 모르지만 아빠 엄마가 좋아하는 강산에부터 한영애 등등 여러 노래를 외운다.

나는 내심 아이들이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가가 흥미로웠다.

우리야 10년만이지만 아이들은 생애 최초이니까.

 

노래방에 들어가더니 둘의 태도가 극명하게 달라진다.

사님이는 아는 노래가 나오면 일단 마이크를 들지만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금방 마이크를 넘긴다.

그러고는 자기는 한 구석에 가만히 앉아 조그마한 목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리며 따라한다.

 

두니는 그런 것 없다.

마이크를 잡더니 꽥-꽥-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른다.

이건 어쩔 수 없다.

사님이는 가사를 볼 수 있지만 두니는 한글을 모르니까.

그러다가 두리번거리더니 거울이 없자 유리문 앞으로 달려가서 마이크 든 자기를 비춰보며 엉덩이도 흔든다.

소위 두니표 '엉덩이 씰룩씰룩~' 작렬이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양육태도나 교육과는 크게 상관없는 문제같다.

아이들은 노래방이라는 것을 본 적도 없고, 우리가 말해 준 적도 없다.

처음에 노래방 가자며 마이크가 있다고 하니 두니는 '가수 아닌 사람도 마이크 써도 돼?' 라고 말할 정도이니까.

사님이는 부르고는 싶지만 노래가 잘 되지 않으면 물러난 채 혼자 중얼중얼 연습을 하고

두니는 노래야 어찌 되든 마이크 잡고 중앙으로 나와 소리부터 지른다.

사님이가 내쪽이라면 두니는 아내쪽인가.

그래도 둘다 부모보다 많이 과장된 느낌이다.

 

지금이야 노래방의 에피소드일 뿐이지만 살아가며 이런 순간이 어디 한두번이랴.

두니는 어느 순간 화장을 한 채 연예인 하겠다고 나서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우리와 뜻이 달라져서 맞서는 아이들을 보면서도 나는 오늘처럼 웃을 수 있을까.

내가 나이기 위해 바쳤던 그 긴 세월이 아이들의 뜻을 막아서는 장애물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모 자식간일지라도 사람은 모두 다르다.

내가 잊지 않기를...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때리아 | 작성시간 12.01.27 으음~~~~~~.........
    사님이, 두니 모습 둘 다 선명하게 그려져요.
    그리고 두 모습 모두 너무 이뻐요.
    사람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저도 꼭 꼭 새겨야 겠어요.
  • 답댓글 작성자깨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01.27 때리아가 계속 좋은 글 남겨주시는 것 너무 감사해요.
    때리아는 저희보다 훨씬 먼저 이런 문제에 도달하셨고
    그 결과가 오늘날의 때리아 아이들이라 생각해요.
    너무 잘 키우셨어요^^
    저희야 이제 시작일뿐이죠...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