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깨우기명상 3-4일 전부터 마음도 평소보다 가벼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내가 꼭 아이들과 남편을 놓고 마음깨우기 명상을 가야하나?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더니 출발 이틀 전부터는 온몸이 뻐근하고 컨디션도 별로여서 이러다가 못 가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 때 자운선가로부터 문자를 받고 저의 모습들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출발 당일은 내가 왜 여기를 신청했나싶게 아주 가볍고 소풍가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버스 안에서 가만히 마음깨우기 명상을 신청했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 제가 바라는 것들에 대해 적어보았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마음 속에 불안함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냥 내 모습 그대로를 수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아보여야 괜찮다고 느끼는 게 아니라
못하면 못하는대로 잘하면 잘하는 대로의
그냥 내가 좋았으면 좋겠다.‘
자운선가 명상홀로 이르는 계단을 처음으로 오르던 날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떠올리면 지금도 벅참이 느껴집니다.
병풍처럼 우뚝 서있는 산봉우리들을 마주하고 선 저는
저의 모든 것을 담아줄 것 같은 안온한 느낌에 가슴이 울컥했습니다.
마음깨우기 명상 출발 전 짐을 싸면서 여성스러운 장신구, 색조화장, 여성스러운 옷들은 넣지 않고 투박스러운 옷들을 챙겼습니다. ‘수행하러가면서 무슨 여자짓이야’하던 마음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마스크로 안 보일지언정 립스틱을 정성껏 바르고 여성성을 온전히 누리는 제가 있습니다.
저는 그런 제가 참 예쁩니다.
‘나는 여성성을 누릴 줄 아는 여자입니다’
저는 이제까지 많은 것들을 분별하고 버리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마음깨우기명상에서는 느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정해야 한다고 합니다.
느끼는 게 무엇인지 인정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외계어 같이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들숨과 날숨같은 프로그램들 속에서 도반들과 마스터님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결국 마음으로 뜨겁게 알게되었습니다.
감정은 내가 버리고 싶다고 버려지는 것이 아님을.. 버리고 무시할 때는 오히려 조금 더 버거운 고통으로 저를 다시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찌질하고 무기력하고 참 별로인 내 모습이 있는 그대로 허용되는 이 공간을 저는 참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무기력하고 참 별로인 나를 온전히 느껴보고 인정하고 생생한 나를 발견하게 하는 이 공간은 너무 소중합니다.
이 공간에서는 난 누구의 엄마도, 누구의 아내도, 누구의 딸도 며느리도 아닙니다.
난 그냥 나입니다.
이 공간에서 불편한 감정들을 느끼고 인정하게 될 때
생생한 나는 사랑이 가득한 나임을 알게 됩니다.
생생한 나로 살 때 나는 도반님들을 위해 아무런 조건없는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다음날 아침 정돈된 자신의 자리에서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순수하게 내어주는 나는 그런 사람입니다.
본래는 아픈 마음을 인정할 때 내가 누구인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내 안의 미움의 마음을 걷어주고 그 안의 사랑을 보게 해줍니다.
전 학창시절 바쁜 등교 시간에 당신도 출근길이 바쁘셨을텐데 제 방에 들어와서 ‘여자방이 이러면 되나’하고 혼자말처럼 하시고는 깔끔하게 이불정리를 해놓고 가시는 아빠가 참 부담스럽고 난 참 부족한 딸인 것 같아 화도 나고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런데 명상홀의 담요를 하나씩 정돈하다가 갑자기 주저앉아 울었습니다.
다음날 정돈되고 깔끔한 자리에 앉아서 수행을 할 도반님들을 생각하는 제 마음이 아빠의 마음이었음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아픈 마음을 인정받은 본래의 결초보은인가 봅니다..
제 생애 첫 연단을 마치고 보니 제 자신이 기특해집니다.
‘나는 연단을 해낸 사람입니다’ 연단을 하는 시간동안 최대한 정확한 자세로 연단에 임하는 사람입니다. 연단을 마치며 나는 매 순간순간에 건실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마음깨우기 명상 3박 4일의 시간을 지나온 저는 압니다.
내가 생생한 나로서 살 때, 우주가 됨을.
자운선가에서의 시간들을 다시 돌이켜보니
시간들 속에 함께 계셨던 혜라님, 마스터님들, 음식 수행자님들 그리고 도반님들이 그리워집니다.
그 시간들 속에 전 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나봅니다.
받은 사랑으로 지금 여기에서 거침없이 살다가 다시 뵙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여여하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0.05.05 보리심님~~~
환영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저도 행복합니다~
마음공부를 하면서 가까운 곳에 도반분들이 계시다는 이 든든함은 뭐라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사랑합니다~~~ -
작성자원오 작성시간 20.05.05 여여하게님~~~
첫수행후기 완전감동 감동입니다~~
그동안 현실속에서도 늘 수행하시는 마음으로 살아오신것 같은 파동을 받으며 머잖아 나는 누구인지~~
무의식에 수많은 나를 인정하고 허용하시며 본래의 사랑으로 풍요롭고 신명나는 또다른 세상을 살아가실 여여하게님을 축복합니다~~
한번 수행으로도 자신의 내면으로 훅훅 들어가시는 마음이 많이 발달하신 도반님이 넘넘 부럽고 존경스럽습니데이~~
저는 늙은나이에도 내마음속 집단무의식의 벌벌떨고 있는 아픈마음을 치유하기위해 오늘도 마음보는 도반님과 에너지를 나누어봄니다~
여여님 우리함께 화이팅입니다
아자 아자 화이팅~ -
답댓글 작성자여여하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0.05.05 원오님~~~
깊은 마음으로 축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을 인정하고 허용하는 것을 함께 같은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도반님들이 계심이 너무나도 든든합니다!
깊은 마음 속 집단무의식의 아픈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정진하시는 원오님의 힘있는 에너지를 받고 갑니다.
네! 원오님 함께 화이팅입니다
아자 아자 화이팅~
-
작성자천일 작성시간 20.05.06 여여하게님! 초참 수행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감동이 가득한 후기에 너무 감사드립니다. 글 하나 하나에 정성이 가득하고 사랑이 듬뿍 담기어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빠의 마음을 느끼셨다는 대목에서 눈물이 와락 쏟아지네요. 저도 고운원에서의 수행을 통해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랑과 진심을 처음으로 느끼어서 대성통곡을 하며 많이 참회했지요. 아버지가 하셨던 그 행동을 50대의 제가 아이들에게 하면서 아버지의 마음이 많이 느껴져 문득 문득 울컥합니다. 여여하게님의 지역이 세종이신 것 같은데, 나중에 지역모임에서 꼭 뵜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이 크고 참 좋으신 분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대전입니다. 앞으로 아픈 마음 많이 인정하고 치유해서 여여하고 당당하게 큰 마음 쓰시면서 멋지고 신명나게 사시길 기원합니다. 사랑합니다. 화이팅~~^^
-
답댓글 작성자여여하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0.05.06 천일님~! 초참 수행 깊은 진심으로 축하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천일님 아버님이 하셨던 그 행동을 자녀들에게 하면서 울컥하셨다는 마음이 전해져서 저 역시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한 켠이 뜨겁습니다..
천일님 세종에서 가까운 대전사시는 군요. 같은 지역모임 도반님들 글을 볼 때마다 든든한 빽이 있는 거마냥 힘이 나고 마음공부가 즐겁습니다.
지역모임에서 뵙겠습니다^^
사랑합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