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 오 늘 의 시

3월의 시인은 함민복입니다

작성자Jaybe|작성시간05.04.01|조회수142 목록 댓글 0

3월의 시인은 함민복입니다.

 

 

[약     력] 

 

1962년 충주생
수도전기공고를 졸업하고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4년 근무.
서울예전 문창과 졸.

1988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21세기 전망 동인.

시집 :

<우울氏의 一日>(세계사, 1990)

<자본주의의 약속>(세계사, 1993)

 

 

* 세상이 아프면 시인도 아프다 - 시사저널


석유 두 드럼. 겨울 준비는 그것이 고작이었다. 강화도 남단 '빨랫줄에 바다가 걸리'는 동막 마을에 새 거처를 마련한 지 넉달째. 젊은 시인 함민복씨(34)는 석유 두 드럼과 새로 나온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창작과비평사) 한 권으로 바닷가에서 혹한을 견뎌낼 참이다.


그가 최근에 피워낸 꽃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는, 문학이 위기에 처해 있으며 시는 이미 죽었다는 담론을 보기 좋게 무너뜨린다. '시는 이렇게 살아 있다'며 시의 위력을 보여 주는 것이다. 함민복씨의 세번째 시집인 이번 시집은, 자본주의 도시 문명을 비판해온 이전의 두 시집 <우울씨의 일일><자본주의의 약속>을 훌쩍 뛰어넘으며 이룩한 성취이다. 또 다른 시 세계로 넘어가는 경계에 핀 환한 꽃무리인 것이다.


그러나 이번 시집이 보여주는 환함은 비현실이거나 순진 무구함에서 나오는 빛이 아니다. 함민복씨는 누구 못지 않은 세속의 신산 고초를 겪어왔고, 또 지금도 홀로 삶의 무게를 견뎌내고 있다. 강화도는 그에게 요양지나 도피처가 아니다. 그의 강화 생활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는 자본주의의 도시에서 일탈한 '적극적인 유배이다.


이번 시집의 속살을 만나게 하는 키워드는 무엇보다도 그리움과 어머니, 그리고 시인이다. 시집의 문을 열면 제일 먼저 <선천성 그리움>이 달려 나온다. 전문을 읽어 보자.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 하늘과 땅 사이를/날아오르는 새떼여/내리치는 번개여'. 여기에서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이 세계와의 숙명적인 불화라고 확대 해석할 수 있다. 새떼와 번개는 사랑의 순간일 수도 있지만, 세계와 포개질 수 없는 존재의 근원적인 풍경일 수도 있다.


그리움을 도지게 하는 한 대상이 어머니이다. 이번 시집에서 어머니의 표정은 다양하다. 생명의 모태이며 여성성의 은유였던 어머니는 다시 삶의 극지로 밀려나는 현실 속의 어머니로 탈바꿈한다.


현실의 어머니는 아들을 참담한 지경으로 몰고 간다. 가세가 거꾸러져 어머니를 고향 이모집에 모셔다 드리는 아들의 마음은, 어머니를 감당하지 못한다. 서울로 돌아가는 차 시간이 남자, 어머니는 고깃국으로 요기를 하자고 아들을 설렁탕집으로 이끌고 들어가는데, 아, 그 어머니는 고기만 먹으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는 환자였던 것이다. 설렁탕이 나오자 어머니는 주인을 다시 불러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한다. 더 나온 국물은 아들의 투가리에 몰래 부어진다. 아들은 울면서 속엣말을 한다. '눈물은 왜 짠가'


산문시 <눈물은 왜 짠가>는 어머니와 아들, 그리고 모자의 아픔에 동참하는 설렁탕집 주인이 등장하는 '실내극'이다. 그러나 그 짧은 한순간은 우리들 생의 한 단면, 삶은 그 자체가 상처라는 사실을 극채색으로 드러낸다. 눈물은 왜 짠가라며 산다는 것의 쓰라림을 온몸으로 감수하는 젊은 아들의 마음의 지도 또한 복잡하기 그지없다.


선천적인 그리움과 모진 모자 관계를 지나 이 시집은 대긍정의 아름다움으로 드넓게 펼쳐진다. 시인은 세계와 삶을 자신의 내부로 끌어들여 운다. '종소리가 멀리 울려 퍼지는 것은/종이 속으로 울기 때문'이라면서 세계와 인간의 고통을 자기화한다. 세상이 아픈데 내가 아프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했던 <유마경>의 유마힐이 되고 싶어하는 시인인 것이다.


원래 문학 평론가들은 살아 있는, 그것도 젊은 시인들에게 '내기'를 잘 걸지 않는다. 평론가의 예측이 빗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학 평론가 황현산씨가 나섰다. '함민복은 한국 시를 떠받치는 큰 기둥의 하나가 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벌써 강화도의 봄소식이 기다려진다.



 

*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 한국일보


젊은 시인 함민복씨가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창작과비평사)를 냈다. 그의 시에는 가난의 서정이 담겨 있다. 넘어서기 힘든 빈부의 차이에 예민하여, 등따습고 배 부른 이의 기름진 얼굴을 비웃을 때, 대도시의 현란한 풍속이 가진 자들의 전유물임을 냉소적으로 비꼴 때 그는 자신이 가엾은 운명의 길에 서 있음을 안다. 도시문화를 예리하게 풍자한 첫 시집 <우울씨의 일일>에 이어 6년만에 나온 이번 시집에서는 귀향의 정서가 돋보인다.


'까치가 곁가지에 집을 짓지 않듯/어머니 마음 중심에 내가 있네//땅에 떨어진 삭정이 다시 끌어올려/상처로 가슴을 짓는//저 깊은 나무의 마음/저 깊은 풍장의 뜻//새끼들 울음소리 더 잘 들으려/얼기설기 지은 에미 가슴//환한 살구꽃 속 까치집 하나/서러운 봄날'('모' 전문)


이 시집에서는 어머니, 아버지등 육친과 '나를 버리고 시집 간' 여자에 대한 그리움, 회한의 목소리를 담은 서정어린 시들이 눈길을 끈다. '불현듯 추억이 나를 찾아와/기억의 길을 걸으면/고향과/어머니와/한 여자가/눈물로 만든 안경이 되네'. 그의 아름다운 추억은 고향에 붙박혀 있고, 어머니 품에 잠들어 있다. 몇몇 시에서 도시문화를 예리하게 해부하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지만, 그 풍자 이면에 고향에 대한 진한 그리움이 숨어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도시를 풍자한 젊은 시인들의 시가 여럿이지만 대체로 요즘 세대의 싸구려 문화를 직설적으로 그려내거나, 그 문화처럼 잡스러운 언어로 뒤죽박죽인 시들이 흔하다. '가난'이라는 현실을 화두로 지니고 있는 함씨는 다른 젊은 시인들과 비슷한 처지에서 새롭게 시를 써 보인다. 언제나 빼앗기고 쫓기는 자, 고통스럽게 현실을 견디어 내는 시인의 가슴에는 그 빼앗긴 자리마다 어머니를 그리는 서정이 빼곡이 들어차 있음을 이번 시집은 잘 보여준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