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영어는 산스크리트어나 페니키아어, 라틴어처럼 확산 이후 사멸의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제왕'의 자리를 상당기간 유지할 수 있을까.
10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이처럼 영어의 현재가 아닌 미래상이 학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영어가 사어(死語)로 전락하기보다는 여러 '방언'들로 이뤄진 영어'들'의 형태로 장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HT에 따르면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의 수가 중국어나 스페인어보다 적음에도 불구하고 영어가 언어학자들로부터 '언어의 제왕'으로 꼽히게 된 데는 강대국으로 발전하는 데 성공한 두 영어 사용국, 영국과 미국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영어는 이제 인터넷이라는 가상 제국의 힘을 등에 업고 있으며 세계화와 영어 사용 확산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진행되고 있다.
영어가 이전 시대 제왕 격이던 라틴어와 비교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고 일부 학자들은 15세기에 라틴어가 언제까지나 쓰일 것처럼 여겨졌듯이 20세기에도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며 영어도 라틴어와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그에 대해 영어학자 데이비드 크리스털은 "한 언어가 진정으로 모든 나라에서 쓰이는 것은 역사적으로 처음 있는 일"이라며 "앞일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역사적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영어의 미래상과 관련해 언어학자들로부터 공감을 사고 있는 이론 중 하나는 지역별로 토착화된 영어의 지류들이 생겨나겠지만 그게 곧 즉각적인 영어의 쇠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싱가포르와 나이지리아, 카리브해 연안지역에서는 이미 영어의 현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학자들의 지적이며 영어와 스페인어가 뒤섞인 '스팽글리시'로 스페인 문학가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가 '번역'됐다는 점 또한 이런 예상을 뒷받침한다.
소설 '악마의 시'로 유명한 인도 출신 영국 작가 살만 루시디는 1991년 발표한 글에서 "한때 그 언어(영어)에 의해 식민화됐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 언어를 다시 만들고 현지화하며 언어가 사용되는 방법을 점점 더 느슨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영어의 장래에 관한 다른 이론은 영국 영어도, 미국 영어도 아닌 국제 영어, '글로비시'가 정착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IBM 부사장을 지낸 프랑스인 장 폴 네리에르는 영어를 모국어로 삼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1만5천여 단어로 이뤄진 '글로비시'를 제안하며 '글로비시' 사용 대상자들이 "이제는 다수가 됐고 우리가 영어를 쓰는 방법이 공식적인 언어 구사법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영어학자 크리스털 역시 "20세기의 마지막 25년이 국제 언어의 출현을 위한 중요한 시기로 평가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 영어의 발전 혹은 쇠락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언어사학자인 니컬러스 오스틀러는 수십년이나 그보다 더 시간이 흐른 뒤 자동 번역 기술이 충분히 발달하게 된다면 독일어 사용자와 파키스탄 우르두어 사용자가 아무런 막힘 없이 의사를 소통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국제 공용어의 필요성은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