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의 4대경서중 하나인 중용(中庸)에 대하여 일반 사람들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가운데에 서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용은 화살이 과녁에 정확히 꽂힐 때의 적중(的中)과 같이 딱 들어맞음을 의미하는 중(中)과, 떳떳함을 의미하는 용(庸)의 조합으로, 모든 일에 떳떳하게 들어맞는 진리를 뜻한다. 그리고 이 같은 중용의 도(道)를 원리와 상황 등 때에 맞춰 알맞게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을 시중(時中)이라 하여 중용의 핵심개념으로 여긴다.
시중은 요즘 흔히 하는 말로 바꾸면 타임밍(Timing)과 가장 가깝다. 이 세상에 아무리 좋은 말이나 행위도 타임밍을 놓치면 아무런 뜻이 없어진다. 모든 것이 빨라진 우리 시대에 그때 그 상황에 따라 적절히 행동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실 타임(Time) 자체 보다 타임밍(Timing)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결국 시중이란 영혼의 민감성이요 정신의 순발력이기에, 우리 시대에 절실히 요구되는 가장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삶의 지혜이다.
시중을 중용의 핵심개념으로 여기는 것은 시중이 유학의 실천방법론이 기 때문이다. 이는 중용의 군자의 중용은 군자로서 시중한다(君子之中庸也 君子而時中)라는 대목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선비는 고정된 틀에 얽매이거나 흔들리지 않고 항시 겸손한 마음으로 때에 맞추어 행동해야 한다. 아무리 심오한 학문과 원리를 터득했다 해도 말과 행동이 때에 맞춰 적절히 쓰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한낱 머릿속의 지식으로만 머무를 뿐이다.
<대학>을 보면 사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으며, 일도 처음과 끝이 있으니 일의 먼저와 나중을 알면 곧 도(道)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쓰여 있다. 즉 올바른 도를 깨닫기 위해서는 시간을 가리지 말고, 먼저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야 할 일의 순서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렇듯 시중이란 때를 알고 실천하는데 있다. 시중의 때를 읽어 적중시킨다는 뜻이다.
우리는 현실을 직시하여 변화를 수용하고, 때를 알아 나아가고 기다리는 통찰력을 키워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맹자는 그 마음에서 생겨나 그 정책을 그르치며, 그 정책에 발로되어 그 일에 해를 끼친다고 하였다. 시작해야 할 때 시작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 나서며, 거두어야 할 때 거두고, 마무리해야 할 때 마무리하는 시중의 지혜로 미래를 적중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