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나폴리 소재 카포디몬테 천체관측소의 실보티(Silvotti) 박사가 이끄는 다국적 연구진은 50억년 뒤에 태양의 수명이 다해 폭발할지라도 지구는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태양빛을 만드는 핵융합이 중단되면 태양은 일시적으로 지름이 100배 이상 늘어나는 ‘적색 거성’이 되어 수성과 금성은 사라지지만 지구는 견딜 수 있다는 주장이다.
17세기 영국의 물리학자 케플러와 제자 뉴턴 이후로 인류가 존재하는 태양계는 만유인력이 정교하게 작용해 시계추처럼 움직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뉴턴의 운동방정식을 풀면 태양이 타원 방정식의 초점에 위치하고 지구는 타원궤도를 돌고 있어서 지구가 미래 어느 시점에 어디에 위치할 지도 명확했다. 지구와 태양의 만유인력과 원심력(중심으로부터 멀어지려는 힘)의 균형으로 궤도에서 이탈하지도 않고 지구가 태양으로 돌진하지도 않는 안정적인 시스템이라는 사실이 뉴턴에 의해 밝혀졌다.
문제는 타원의 초점에 있는 태양에 수명이 있다는 사실이다. 태양 수명이 다하면 지구는 어떤 식으로든지 소멸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천문학자들 사이에 다수였다.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면 ‘항성(恒星)’이라 부른다. 태양은 겉 표면이 지구처럼 딱딱한 땅이 아니고 수소 같은 기체로 이루어져 있다. 수소 중에서 중수소(일반 수소보다 질량이 2배 무겁다)가 섭씨 1억 5000도의 고온에서 부딪혀 헬륨을 생성하는데, 이를 핵융합이라 한다.
태양 표면에서 발생하는 핵융합으로 에너지도 발생하고 인류가 사용하는 빛도 만들어진다. 태양 표면이 항시 뜨겁다 보니 수소·헬륨을 비롯한 기체들이 서로 활발히 움직이면서 밀쳐 낸다. 서로 밀쳐 내면서 외부로 탈출하려는 기체들을 태양 중심이 만유인력으로 잡아당기는데 지금까지는 밀쳐내는 힘과 중심으로 끌어 당기는 힘이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김성원(52) 교수는 “태양이 핵융합을 지속할 수 있는 수소량이 약 100억년 정도로 추정되는데 현재 태양의 나이는 50억년 정도이다”며 “50억년 후에 핵융합을 하지 못하면 태양표면 기체들이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 태양 전체가 함몰된다”고 말했다.
태양이 난로라면 수소는 석탄에 해당되는데 땔감이 다하면 태양도 수명을 다하게 된다.
◆태양의 마지막 불꽃-폭발
태양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폭발을 하면서 엄청나게 커진다. 이때 태양에 가까운 순서로 있는 수성·금성·지구까지 팽창한 태양에 흡수되고 지구는 소멸된다고 주류의 천문학자들은 예측했다. 설령 살아남을지라도 지구가 태양계에서 이탈되어 떠돌이 신세가 될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예측했다.
실보티 박사가 주축인 연구진은 지구가 태양 폭발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천체 관측으로 확인했다. 지구로부터 4500 광년(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달려가는 거리) 떨어져 있는 태양 같은 ‘V391 페가시’가 주인공이다. 실보티 박사는 페가수스 성운에 있는 ‘V391 페가시’ 항성이 대폭발을 했지만 지구 역할을 하는 위성이 여전히 소멸되지 않고 살아 있음을 관측했다. 위성은 ‘V391 페가시’로부터 1억 5000만 ㎞ 떨어져 있었는데 이는 정확히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이다. 위성은 대폭발 후에 여전히 존재할 뿐 아니라 ‘V391 페가시’ 주위를 여전히 돌고 있었다. 단 충격을 받아서 거리가 2억4000만 ㎞로 벌어졌다.
실보티 박사는 “지구도 태양 폭발 후에도 여전히 주위를 맴돌며 생존할 수도 있다는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물론 지구라는 행성이 생존할 수 있다는 뜻이지, 인류가 태양 없이 생존 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김성원 교수는 “태양이 터진다면 당연히 인류는 살 수 없다”며 “태양이 터지면서 생명체가 견뎌낼 수 없는 뜨거운 열이 지구를 덮치기 때문에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멸종하게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태양의 방사능 양이 지구 자기장이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서 세계는 대규모 핵폭탄 투하를 당한 것처럼 변하게 된다.
또한, 무엇보다 태양이 폭발하면 지구는 안정적인 궤도에서 이탈한다. 뉴턴 이후 시계추처럼 정해진 시간에 맞춰 운동했던 지구는 태양 주위를 불규칙적으로 움직이거나 우주를 떠돌아다니며 생존하게 된다. 하지만, 지구의 어머니 역할을 하던 태양이 축소됨으로써 지구는 우주의 고아가 되는 것이다. 이 때 지구상에는 그 어떤 생명체도 남아있지 않다.
◆폭발 후에 태양의 운명은?
대폭발 후에 태양은 ‘반짝반짝 작은 별’이 된다. 군산대 물리학과 김상표(47) 교수는 “밤하늘에 홀로 떠 있는 작은 별도 과거에는 눈부신 빛을 내뿜었다”며 “현재 작은 별을 보고 과거 엄청난 빛을 발하던 모습을 상상할 수 없듯이 태양이 작은 별이 된다는 것도 쉽게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태양은 마지막 용솟음으로 폭발을 해 100배 이상 팽창했다가 다시 축소되는데 처음 크기보다 줄어든다. 김 교수는 “대폭발 이후 태양은 크기가 줄어들어 지구보다 작아진다”고 말했다.
태양 같은 항성은 폭발 후에 다시 쪼그라들고 이후 세 가지로 갈린다. 항성의 질량이 태양의 1.5배보다 적으면 수명이 다한 후에 천천히 식어가며 여전히 빛을 방출한다. 마치 석탄을 태우는 난로가 한창 뜨거운 열기를 발산하다가 석탄을 다 소진한 후에도 오랫동안 붉은 색깔을 띠는 것과 흡사하다. 이런 과정을 밟는 별을 백색왜성(白色矮星·white dwarf)이라 부른다. 태양도 백색왜성이 된다.
태양 질량보다 2~3배 이상 큰 별은 죽음도 처절해 아무 빛도 남기지 않을 뿐 아니라 하나의 블랙홀이 된다. 폭발 후 급속도로 커진 별이 다시 기하급수적로 줄어들면서 점 하나에 엄청난 질량이 응축된다. 그리고 이 점은 물질들을 계속해서 빨아들이는, 우주의 공동묘지 블랙홀이 된다. 백색왜성과 블랙홀 중간에는 빛을 내지 않는 중성자로만 이뤄진 중성자 별이 있어서 우주의 항성은 크게 백색왜성(태양 질량의 1.5배 이하)·중성자 별·블랙홀(태양질량의 2~3배 이상)로 운명을 달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