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로부터의 귀환
「우주로부터의 귀환」은 우주의 물리적 부피를 실제로 체험한 인간들의 회고를 담고있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라는 책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일본의 ‘책벌레’다치바나 다카시는 1981년 두 달 동안 미국을 돌아다니며 196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우주여행을 경험한 미국인 우주비행사 12명을 인터뷰했다. 지구를 발 아래에서 목격하는 지상 최고의 경험을 한 이 우주인들은 다카시를 만나 공적인 강연회나 책으로 얘기하지 못했던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과 감정들을 고백한다. 거기에 다카시의 특출한 박학다식이 곁들여져 흥미를 배가시킨다. 인류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우주의 실체가 어떤 추론이 아닌 육체적인 경험의 형태로 암시되는 것이다. 첫 장‘우주로부터의 귀환’은 “지구를 떠나보지 않으면, 우리가 지구에서 가지고 있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깨닫지 못한다.”는 아폴로 13호의 선장 제임스 라벨의 말과 “지구는 우주의 오아시스”라는 유진 서넌의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서넌은 제미니 9호와 아폴로 10호·17호를 타고 세 차례나 우주를 여행한 바 있다. 그들의 고백을 바탕으로 한 우주여행 중의 사고 사례나 우주비행선의 원리 등을 설명하면서 다카시는 시작부터 엄밀한 과학적 단서들을 제시한다. 그러나 다카시의 의도가 단순한 과학적인 지식의 전달에 있는 건 아니다. 다카시는 우주 체험을 하고 난 뒤 개인적으로 일어난 변화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한다. “우주비행사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우주 체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그때 나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나는 그것이 알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런데 다카시가 인터뷰한 12명의 우주인들은 각기 다른 고백을 하고 있다. 구 소련 출신으로 인류 최초로 우주공간을 날았던 유리 가가린은 “하늘에 신(神)은 없었다. 주변을 아주 열심히 둘러보았지만, 역시 신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물론 무신론적 사회주의 체제의 구 소련인이었던 만큼 가가린의 발언은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정치적인 의도가 강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정면에서 반박하는 이가 아폴로 12호의 승무원이었던 제임스 어윈이다. “저 멀리 지구가 오도카니 존재하고 있다. 이처럼 무력하고 약한 존재가 우주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신의 은총이라는 사실을 아무런 설명 없이도 느낄 수 있었다. 이만큼 아름답고 완벽한 것을 신 이외에는 만들 수 없다.” 이렇게 말한 어윈은 그후 NASA를 그만두고 기독교에 귀의해 전도사가 된다. 그러나 똑같은 미국출신 우주비행사면서도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된 사람들도 적지 않다. 버즈 앨드린의 경우는 다카시에게 “나는 우주 체험에 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고 진저리를 치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그는 우주 여행 후 정신이상을 일으켰다. 그가 정신병자가 된 이유에 대해서는 유전이었다는 설과 우주비행이라는 꿈을 이룬 이후의 목적상실로 인한 것이라는 설 등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그 원인이 무엇이었든 앨드린이 우주 여행을 통해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았던 것만은 자명해 보인다. 미국의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다 상원의원이 된 글렌이나 백만장자로 성공한 앨런 셰퍼드 같은 사람도 있지만, 그런 인생의 급격한 전환이 모두 우주를 직접 여행한 다음 일어났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들의 고백은 각기 다른 느낌과 사상에 기반하고 있지만, 어떤 일관된 면이 있다. 그건 지구를 떠나 지구를 바라본 사람이 아니라면 느낄 수 없는 인간과 지구의 총체적인 관계와 지구 안에서의 어리석은 대립들에 대한 깨달음이다. 우주를 창조한 절대자의 시선으로 본다면, 지구는 그저 둥글고 푸르기만 한 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는 있다. 그러나 역시 머릿속에 주입된 개념들로는 인간들을 여전한 미망 속에서 깨어나게 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이 책을 통해 대기권 밖에서 어떠한 국경도 편협한 이념도 없이 그저 푸르고 둥글게 빛날 뿐인 지구를 상상해 보라. 지구는 비록 작고 연약한 별이지만, 그것을 더욱 빛나게 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건 바로 그 안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몫이다. 우리는 지구 속에 살고 있지만, 지구는 우리들 속에서 자전한다. 우주로부터의 귀환 "지구를 떠나 보지 않으면, 우리가 지구에서 가지고 있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깨닫지 못한다." - 제임스 라벨 신과의 해후 "저 멀리 지구가 오도카니 존재하고 있다. 이처럼 무력하고 약한 존재가 우주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신의 은총이라는 사실을 아무런 설명없이도 느낄 수 있었다." - 제임스 어윈 광기와 정사 "나는 우주 체험에 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 - 버즈 앨드린 정치와 비즈니스 "우주에서 보면 국경 따위는 없다. 인간이 정치적 이유로 마음대로 만들어낸 것일 뿐 원래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사이에 두고 서로 대립하고, 전쟁을 일으키고, 죽인다. 이건 슬프고도 어리석은 짓이다." - 월터 쉬라 우주인으로의 진화 "신이란 우주 영혼, 혹은 우주 정신, 우주 지성이라고 해도 좋다.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사유이다. 그 사유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과정이 이 세계이다." - 에드가 미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