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에 가져갈 책을 묻는다면 셰익스피어나 당시선(唐詩選)이라 대답할 겁니다. 그러나 자식에게 유산으로 남길 한 권의 책을 고르라면 논어(論語)를 들겠습니다."
고대 중국의 사상가 공자(孔子)의 가르침을 전하는 가장 확실한 문헌인 논어는 공자와 제자들의 문답을 위주로 하면서 인생의 교훈이 되는 가르침을 간결하고 함축성 있게 담았다. 원로 문학평론가인 유종호 전 연세대 특임교수는 초등학교 교사였던 부친이 물려준 논어를 아직도 갖고 있다. 1939년에 발행된 7원 50전짜리 책이다. "다른 책은 다 처분했는데 아버님의 장서 도장이 찍혀 있는 이 책은 버리질 않았습니다."
유 교수는 논어를 열린 텍스트로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조 시대의 이데올로기라는 선입관, 고리타분하고 잔소리가 많은 도덕 교과서란 편견을 버리고 읽으면 재미있으면서도 깊이가 있는 책이지요. 동양의 지혜이고, 동아시아 문명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책입니다."
우선 논어는 갑갑한 책이 아니기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으면 된다. 논어가 가르치는 것은 즐기는 일이라는 것이 유 교수의 설명이다. 논어 첫머리에 나오는 말,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벗이 멀리서 찾아주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에서 강조하는 것이 그렇다. 또한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는 구절에 잘 나타나 있듯, 삶도 학문이나 문학도 즐기는 것이 최고라는 것이다.
논어는 문학작품으로도 읽을 수 있다. 500편의 짤막한 아포리즘이나 에세이로 생각하면 된다. 특히 인간과 인간사에 대한 에세이다. 꼼꼼한 시 분석으로 유명한 유 교수는 '서자여사부, 불사주야(逝者如斯夫 不舍晝夜)'라는 구절을 예로 들었다. "공자가 냇가에서 말하길 가는 모든 것은 이 흐르는 물과 같구나. 밤낮으로 그치지 않는구나"로 해석되는 이 구절은 일종의 시(詩)라고 유 교수는 말했다.
유종호 교수가 논어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건 마흔을 넘기면서였다. 이전에 영어본으로 읽긴 했으나 사회생활에서 오는 갈등과 불화를 풀기 위한 개인 수양 차원에서 다시 보기 시작했다. '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기 마련이다(德不孤 必有隣)' 같은 구절이 적잖은 위안을 줬다. 그는 1남2녀의 자식들도 마흔이 다 넘었으니 우리 삶의 기반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도 논어 읽기를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논어의 본령은 인문주의이다. "인간과 침팬지는 DNA가 98.5% 같다고 합니다. 나머지 1.5%가 엄청난 차이를 빚는 거지요. 인간도 동물이지요. 동물을 인간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교화·교육이고 논어는 인간이 되는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자연과의 동화를 중시한 노자(老子)와 달리 공자는 인간공동체를 중시했기에 논어는 정치론, 교육론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종호 교수는 논어가 정색하고 읽을 철학서가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서정시인은 기쁠 때 기쁜 노래를 하고 슬플 땐 슬픈 노래를 부릅니다. 논어는 일관된 체계성이 없고 앞뒤가 안 맞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호소력이 더 강한 면이 있습니다."